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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비스트 유호상의 여행만상] 영국에서 부르짖은 한국쌀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5.12.03 10: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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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오늘 점심은 ‘코리안 라이스Korean rice’다~” 북부 잉글랜드의 어린이 홀리데이 센터Holiday Centre 점심시간. 새 프로젝트를 맡아 온 지 2주쯤 됐나. 스태프 중 한 명인 마가렛 아주머니가 밥이 실린 카트를 끌고 들어오며 아이들에게 하는 말이 내 귀에 들어왔다. 

한국쌀이라고? 평소 무뚝뚝한 이 아주머니가 농담을 할 리는 없고. 영국에 온 지 몇 개월이 지나도록 맛 좋은 한국쌀이 요리에 사용되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흘깃 쳐다보니 길쭉한 태국산 쌀 안남미安南米는 아닌 듯했으나 동남아 어딘가에서 생산된 찰기 없는 쌀이 분명했다. 어쩌면 한국쌀과 비슷한 캘리포니아산일지도. 한국에 대한 것은 바로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었을까? 나도 모르게 한마디 했다. “이건 한국쌀이 아니에요This is not Korean rice!” 

‘한국쌀은 좀 더 찰기가 있다고요. 뭘 알고나 말하든가.’ 뭐 대충 이런 뉘앙스로 말이다. 그랬더니, 이 아줌마 밥을 푸다 말고 나를 멀뚱멀뚱 쳐다본다. ‘자다 말고 웬 봉창 두드리는 소리야?’ 하는 표정과 함께. 그리곤 다시 밥만 계속 푼다. ‘내 말이 말 같지 않나, 한국쌀 아니라니깐….’ 그런데 뒤이어 또 다른 카트에 뭔가가 실려 들어왔다. 그것은… 카레 소스였다. 아, 오늘의 메뉴는 카레밥이었던 것이다.
 
영어로는 ‘커리 앤 라이스Curry and Rice’. 
1998년, Kendal, UK

tip
영어에는 우리말처럼 들리는 말들이 은근히 많다. 이를테면 독일Germany 발음은 한국어로 얼핏 ‘젊은이’와 비슷하게 들리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쓰는 익숙한 영어단어의 발음 차이에도 늘~ 주의하자. 
또한 어디서든 알고 있는 지식이나 생각만큼 보이고 들리는 법. 언제나 그 그릇을 넓히도록 노력해 보자. 훨씬 많은 것이 보이고 그만큼 재미있고 의미 있는 여행이 될 것이다. 
 
트래비스트 유호상의 여행만상
낯선 곳, 낯선 문화에 던져지는 것을 즐기는 타고난 여행가. 현재 여행 동호회 ‘클럽 테라노바’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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