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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비스트 Adieu 2015-그해 겨울은 특별했다네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5.12.04 13: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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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그날은 그저 평범한 
여행 중 어느 하루였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날이 기억창고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겨울’이라는 계절에 벌어진 일이기 때문 아닐까.
트래비스트들과 함께 공유했다.
생애 가장 특별했던 겨울의 그날을. 

에디터 손고은 기자 

특별해야만 했던 12월31일 
2000년 1월1일. 한 세기가 끝나고 새로운 세기가 시작되는 날이었다.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나는 가족과 함께 거실 TV 앞에 모여 카운트다운을 외쳤다. 화면은 카운트다운이 끝나고 울려 퍼지는 제야의 종소리와 함께 보신각에 모인 시민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었다. 그중 언뜻 비춰진 어느 연인의 모습이 어린 나에게는 참 인상적이었나 보다. 서로를 애틋하게 바라보며 입을 맞추던 그 장면이 뇌리에 콕 박혔다. 언젠가 성인이 되면 나도 사랑하는 사람과 저 자리에 있어야지, 다짐까지 할 정도로. 12월31일에서 1월1일이 되는 순간이 평범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은 그날 만들어진 것 같다. 덕분에 나는 성인이 된 후 12월31일만큼은 시끌벅적하게 보내고 있다. 정동진에 일출을 보러 가고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카운트다운을 외치기도, 도쿄의 어느 술집에서 친구들과 축배를 들기도 했다. 그런데 12월31일을 집 대신 어딘가에서 수차례 보냈지만 딱히 특별하다고 느껴지지 않는다는 거다. 아마 그날의 다짐을 아직 지키지 못해서인가 보다.  
손고은 기자 
 
역시, 인도
그날도 어김없이 배가 아팠다. 한국에서 가져온 설사약은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다. 커튼도 무용지물이었다. 새해를 알리는 함성과 폭죽소리는 창문 틈새로 비집고 들어와 내 복통을 더 심하게 만들 뿐이었다. 외국에서 맞이하는 새해를 얼마나 기대했던가. 그래, 더럽게도 특별한 새해였다. 인도행 비행기 표를 끊은 스스로를 원망하며 잠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 바라나시 강가에서 본 풍경은 지난 밤의 어지러웠던 심경을 모두 잊게 만들었다. 인도에서는 매년 1월1일 갠지스 강물로 목욕재개를 하며 새해의 안녕을 빈다고 한다. 수백명의 인도인들이 강가에서 씻는 모습에 내 마음까지 깨끗해지는 기분이었다.
“역시, 인도에 오길 잘했어!”  
강신애
 
트리에 적은 소원
지난해 겨울, 나는 이름만으로도 슬픈 ‘취준생’이었다. 여행 한 번 가보지 못하고 스펙에 치이다가 취업 실패로 슬퍼하는 친구와 함께 일본행을 택했다. 여행 중에도 소원트리에 고작 ‘취업하게 해주세요’를 적었던 우리. 고소공포증으로 높은 곳을 무서워해 유리 너머의 야경도 쪼그려서 보던 나의 친구. 몽글몽글한 오사카의 야경이 눈에 맺히던 스물 넷의 겨울. 지금 우리는 트리에 적었던 것처럼 ‘직장인’이 되었다. 고소공포증을 이겨내고 전망대에 올랐던 것처럼 다가올 스물여섯도 이겨내고 싶다.  
심서정
 
아날로그 여행이 좋은 이유 
설 명절을 코앞에 두고 남편과 함께 오사카와 교토로 여행을 다녀왔다. 우리가 선택한 여행은 종이 지도 한 장 들고 나서는 꽤나 아날로그적인 자유여행. 쉽고 간단해 보이던 숙소 찾기가 복잡한 우메다역에서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란 걸 아마 경험자들이라면 다 알 것이다. 게다가 우리에겐 달랑 지도 한 장뿐이니. 결국 행인들 중 영어가 통할 것 같은 청년을 골라 길을 물었는데, 아뿔싸! 그 청년, 위치도 모를 뿐만 아니라 영어도 짧았으니…. 하지만 스마트폰으로 직접 검색해서 호텔 위치를 파악하고는 짧은 영어로 숙소 위치를 알려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해 주었다. 길 헤매기는 이게 다가 아니었다. 그렇게 3박 4일간 우리는 방향을 찾기 위해 가던 길 멈추고 우두커니 지도를 들여다보곤 했는데 그때마다 어김없이 먼저 다가와 친절을 베푼 일본인들이 있었다. 구글맵을 켜고 목적지를 따라갔더라면 덜 헤매었을 수는 있겠지만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여는 이런 아름다운 추억은 절대 얻지 못했으리라.  
최영미 
 
야경에 소원을 빌었다
마이애미에서 시카고행 비행기를 놓친 적이 있다. 그것도 12월30일의 일이다. 간신히 재조정된 스케줄은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12월31일 밤 비행기였다. 올해는 하늘에서 새해를 맞이하겠다며 친구들과 한껏 현실을 포장했지만 결말부터 말하자면 그마저도 놓쳐 버렸다. 까무룩 잠이 들었다가 깨어나니 12시가 지나 있었던 것이다. 그때 창밖으로 펼쳐지는 야경을 보면서 문득 생일날 가족과 먹었던 초코 케이크의 잔상이 떠올랐다. 그리고 촛불을 불기 전 소원을 빌었던 것처럼 시카고의 불빛을 향해서 새해 소망을 빌었다. 지금 와 생각해 보면 그날, 나는 몹시 외로웠던 것 같다.  
이고은 
 
밀라노는 발 향기를 남기고
2006년 겨울. 당시 나는 밀라노 시청 앞에 설치된 스케이트장에서 자원봉사를 하며 의미 있는 방학을 보내고 있었다.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보내는 연말은 정말 인상 깊었지만, 12월31일마저도 내가 맡아서 했던 활동은 종일 발치수를 물어보고 스케이트를 교환해 주는 일이었다. 지금도 그날을 생각하면 발 냄새가 함께 아련하게 떠오르지만 결국은 짙은 향수로 남았다. 절대 잊지 못할 것만 같다.  
오윤희 
 
기차, 놓치길 잘했지
크리스마스는 영국의 명절이다. 당시 영국 북부 지방에서 지내던 나는 남부 스트라우드에 사는 독일친구의 초대로 연휴를 외롭지 않게 보낼 수 있게 됐다. 출발 당일, 시작부터가 심상치 않았다. 도중에 열차를 두 번 갈아타야 하는데 초반부터 좀 꼼지락댄다 싶더니만 결국 첫 환승역인 버밍엄역에 15분이나 늦게 도착한 것이다. 다음 열차가 15분 뒤에 있으니 두 번째 환승 기차까지 최소 30분은 늦은 셈이다. 여러 정황상 친구와 서로 엇갈리면 연락할 방법조차 없었다. 가슴을 졸이며 겨우 약속 장소에 도착했는데, 신기하게도 시계를 보니 정시에서 겨우 10여 분이 지난 게 아닌가. 기다리고 있는 친구도 발견했다. 스트라우드행 열차 환승에 앞서 막간을 이용해 글로스터 시내도 둘러볼 수 있었다. 행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근처 아트 전시회에서 만난 아티스트의 급작스런 초대로 우리는 그날 저녁 아티스트들과 함께 크리스마스 모닥불 파티를 함께했다. 기차를 놓친 것뿐인데, 이런 행운이?
유호상

트래비스트는 누구?
트래비스트는 <트래비>의 여행 뉴스와 스토리를 발굴하고 생산하는 콘텐츠 서포터즈입니다. 여행, 맛집, 레저 등 다방면의 소식통 역할은 물론, <트래비>를 예리한 시각으로 분석하는 모니터링도 함께 책임지고 있습니다. 매월 주기적으로 <트래비> 취재부와 기획 회의를 통해 콘텐츠를 위한 아이디어를 공유합니다. 이번 기사 역시 트래비스트들과 아이디어 회의를 거쳐 탄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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