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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여행자의 눈으로 세상 보기-소녀와 사진 찍는 풍경

  • Editor. 김선주
  • 입력 2016.02.03 10: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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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새해 첫날, 대전에 사는 처제네 가족이 서울로 나들이 왔다. 광화문 광장에서 시작해 경복궁을 거쳐 삼청동으로 이어지는 나들이 코스를 제안했다. 삼청동에서 언덕을 오르면 바로 북촌한옥마을이라고 귀띔은 했지만 정말 가 보라는 제안이었다기보다는 그냥 아는 체한 것에 가까웠다. 초등학생 1학년, 3학년인 어린 조카들이 딸린, 그것도 도보여행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웬걸, 어둑해진 뒤 돌아온 조카들은 자랑하듯 흥분조로 외쳤다. “이모부! 우리 소녀상도 봤어요. 우리가 소녀상을 지켜야 해요.” 북촌한옥마을에서 나와 주한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까지 만나고 왔단다.
 
다른 시선도 있었다. 수년간의 한국 근무 덕분에 웬만한 한국어는 다 알아 듣는 일본인 지인이 대뜸 주한일본대사관 앞 시위를 봤느냐고 물었다. 소녀상을 중심으로 수백명이 모여 한일 정부 간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를 비판하고 일본을 규탄했다며 근처를 지날 때 무섭기까지 했단다. 1월6일 열린 ‘수요집회’ 얘기였다. 이날이 수요집회 24주년이었고 위안부 문제 합의에 대한 비난 여론도 많아 평상시보다 규모가 컸으니 그렇게 보일 만도 했다. 1992년 1월8일 시작해 장장 24년 1,212회를 맞기까지 평화적으로 열렸으니 전혀 무서워할 필요 없다 했지만 마뜩잖은 표정이었다.

그 표정은 여행에서도 보인다. 우리나라를 찾는 일본인 관광객이 급감했다. 도대체 그 많던 일본인 관광객이 다 어디로 갔는지 어리둥절할 따름이다.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으로 한일 관계가 얼어붙으면서 줄기 시작하더니 지금까지 풀리지 않았다. 작년 우리나라를 여행한 일본인은 183만명에 불과했다. 2012년 351만명과 비교하면 거의 반토막 수준이다. ‘엔저엔화 평가절하’에 따라 일본인들의 구매력이 감소했다는 점, 일본의 전체 해외여행자 수가 정체 국면에 있다는 점 등도 고려해야겠지만 결정적인 요인은 한일 관계에서 비롯됐다.
 
우리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2015년에 무려 400만명이 일본을 여행했다. 사상 최고치다. 일본인이 한국을 외면하는 마당에 한국인은 자존심도 없는지 주야장천 일본 바라기 꼴이라고 비꼬는 사람도 봤다. 서로 주고받는 관광객 수가 균형을 이루는 게 이상적이라는 ‘투웨이 투어리즘Two-way Tourism’ 측면에서 봐도 심각한 불균형이다. 그렇다고 일본으로 여행 가지 말자는 것은 아니다. 정치와 외교가 덜컹거릴 때 여행은 오히려 활발할 필요가 있다. 뜸해진 일본인의 발걸음을 다시 이끌어 흐트러진 균형을 맞추는 게 ‘평화산업’다운 접근법이다. 바라건대, 일본인의 여행코스에 평화의 소녀상이 들었으면 좋겠다. 어린 조카들이 그랬듯, 아무 두려움 없이 소녀와 함께 사진 찍는 날이 오기를! 
 
글 김선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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