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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Air] 모래바람은 나의 힘

  • Editor. 차민경
  • 입력 2016.03.03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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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아프리카다. <꽃보다 청춘> 응팔팀이 아프리카 나미비아를 다녀왔단다. 동남아도 다녀왔고 남아메리카도 다녀왔고, 지구 꼭대기 아이슬란드도 다녀왔으니 아프리카에 가는 건 당연한 수순인가. 젊은 여성의 마음을 흔드는 4인방이 주인공이니 본방을 사수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차오른다. 

솔직히 말하자면 본방 사수의 사명감은 ‘사막’에 대한 개인적인 취향 때문이다. 여러 풍경 가운데서도 누구에게나 유난히 마음 속을 파고드는 풍경이 있기 마련인데, 나에게는 그중 하나가 사막이다. 타는 태양, 건조한 바람, 결국 사막 위에서 삶이 끝날 줄 알면서도 목적 없는 걸음을 멈추지 않는 인간의 투지. 굳이 따지자면 삶에 대한 은유가 사막 위에 펼쳐져 있다고 해야 하나. 책을 들고만 있어도 입 안에 모래가 씹히는 기분이 들기로 유명한 일본 작가 아베 코보의 <모래의 여자>란 소설이 떠오른다. 셀 수 없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사막에 갇히게 되는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삶의 비극을 이야기했다. 

그러나 사막이 항상 비극적인 것만은 아니다. 지난해 개봉한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Mad Max: Fury Road>를 보자. 우연찮게도(?) <꽃보다 청춘>의 이번 목적지인 아프리카 나미비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매드맥스>는 말라 비틀어진 사막 속에서 희망을 찾아낸다. 불모지가 된 땅에서 물을 소유한 덕에 권력을 잡은 임모탄에게서 도망치는 것. 도망치겠다는 시도부터 희망적이긴 하지만 결국엔 임모탄을 처단함으로써 독재의 대를 끊었다는 것이 그렇다. 막혔던 물꼬가 트여 폭포수처럼 물이 쏟아지는 순간이 되면 영화 초반, 화면을 가득 채웠던 모래바람이 말끔히 씻겨 나가는 것 같은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을 정도다. 예로부터 액션영화는 ‘권선징악’이라는 흔한 주제에 충실하지 않았던가. 뻔하다 느낄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현실은 권선징악이 흔치 않으니 더 큰 카타르시스를, 더욱 큰 희망을 느낄 수 있다. 

사실 영화 속 나미비아는 종말 이후 세계를 다루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의    <매드맥스>의 배경으로 등장한 만큼 거칠고 황량하게 다뤄진다. 그러나 CG라는 오해는 금물이다.  CG 작업을 최소화한 조지 밀러 감독의 손길 덕에 영화 속 대부분의 풍경들이 나미비아 그대로를 담고 있다고. <매드맥스> 촬영팀은 영화를 완성하기 위해 나미비아 사막에서 120일, 무려 4달 동안 1,700명의 스태프들과 축구장 3개 크기의 베이스캠프를 6번 옮겨다녔다. 누군가의 여행기에 등장한 나미비아 사막의 모습을 영화 속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은 이 덕분이다. <매드맥스>를 즐겁게 봤다면 아마도 <꽃보다 청춘> 아프리카 편에서도 기시감을 느끼게 되지 않을까. 물론 <꽃보다 청춘>에 기대하는 것은 기시감만은 아니다. 사막의 땅으로 떠난 이들이 여행을 통해 무엇을 찾아올지다. 전작들이 그랬듯이 또 희망을 찾아오지 않을까. 아무리 황량한 땅이라 할지라도.   
 

글을 쓴 차민경 기자는 트래비와 트래비의 자매지인 여행신문의 기자다. 자고로 액션 영화에는 기승전결이 없다고 믿는다. <매드맥스>처럼 처음부터 빵빵 터져 줘야 진정한 액션 영화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Mad Max: Fury Road
감독 조지 밀러George Miller
액션, 모험 | 120분 | 15세 관람가
2015년 개봉
출연 톰 하디Tom Hardy 샤를리즈 테론Charlize Ther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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