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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책] 공항에는 사람이 산다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6.03.03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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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과 설렘이 있는 그곳, 공항을 이야기해 보자. 
여행을 떠나기 위해 공항에 들어선 순간부터 비행기가 이륙하는 시간까지 마음은 긴장과 설렘으로 가득하다. 단순히 누군가를 맞이하기 위해 공항을 찾았을 때에도 왠지 마음이 붕 뜨고 발을 동동거리며 실시간 운항정보만 하염없이 바라보게 된다. 만남과 이별이 이루어지고, 출발하거나 도착하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잰걸음의 직원들이 바삐 지나가고, 다양한 인종이 섞이는 곳. 공항은 묘한 매력이 넘치는 곳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공항이 설렘의 공간은 아닐지 모른다. 비행기 고장으로 불시착을 했거나 기상이변으로 공항에서의 노숙을 경험했던 이들에게 공항은 전혀 다른 공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이렇게 각기 다른 상황에 놓인 수많은 사람들의 복잡한 감정이 오고 가는 공항에서 일주일을 산다는 건 도대체 어떤 느낌인 걸까?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의 에세이 <공항에서 일주일을-히드로 다이어리>는 제목 그대로 작가가 공항에서 일주일을 지내며 보고 느낀 감정들을 섬세하게 풀어내고 있다. 투명한 덮개가 씌워진 기계처럼 안을 다 들여다볼 수 있다면 좋겠지만 공항에는 통제되고 가려진 곳 투성이다. 자유롭게 다닐 권한이 없기에 공항은 더 비밀스럽고도 답답한 곳이다. 그 갈증을 해소해 준 것이 바로 알랭 드 보통의 글이었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항공기의 기내식 준비과정. 기내식은 공장의 기계에서 생산되는 것이 아니었다.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대류권 어딘가에 재료를 직접 다듬어서 기내식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은 성층권 위의 사람들이 밥을 먹는 시간까지 최상의 신선도를 유지하도록 노력한다. 기내식이 이렇게 인간의 수고로 만들어진다는 것을 깨닫고 나니 그동안 배를 채워 주는 의무식량으로만 여겼던 기내식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 이후 러시아의 우랄산맥의 상공 위를 지날 때 먹었던 비빔밥은 그래서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그 높은 상공에서 한식을 먹을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얼마나 놀랍고 대단한가. 반가운 마음과 울컥한 마음이 묘하게 교차했다.  
 
알랭 드 보통의 공항 체류기는 미처 알지 못했던 공항 속 일상, 게이트 너머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바쁘게 돌아가는 공항은 희로애락이 담긴 우리의 일상과 매우 흡사했다. 공항에 대한 다채로운 시각뿐 아니라 무심하게 받아들였던 ‘여행의 일상’에서도 새로운 감동을 느꼈다.  

에디터 천소현 기자  글 트래비스트 송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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