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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el] 상도동에 호텔이라고요? 네! ‘핸드픽트’ 했습니다. Handpicked Hotel . Seoul

  • Editor. 천소현
  • 입력 2016.03.03 14: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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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 상도동으로 돌아오다 

우연히 들른 호텔에서 동행자가 말했다. “여기, 뉴욕의 에이스 호텔과 비슷하다!! 상도동에 이런 곳이 있었네.” 정말로 뉴욕의 부티크 호텔의 아이콘이 되었다는 에이스 호텔Ace Hotel을 참고한 것인지, 핸드픽트 호텔Handpicked Hotel의 김성호 대표에게 물었다. 
 
상도동에서 유년을 보낸 김성호 대표는 핸드픽트 호텔을 통해 상도동을 브룩클린처럼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는 에이스 호텔만이 아니라고 했다. 브룩클린의 위스 호텔Wythe Hotel처럼, 일본의 클라스카 호텔Claska Hotel처럼 되고 싶고, 뉴욕의 호텔 아메리카노Hotel Americano를 많이 참고했다고 했다. 위스 호텔은 2012년 브룩클린 윌리엄스버그의 황량한 공장지대에 들어서면서 일대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 왔고, 도쿄 메구로의 오래된 베드타운에 들어선 클라스카 호텔은 그 위치 때문에 고객들에게 각별하게 기억되는 호텔이다. 이것이 올해 2월13일 막 그랜드 오픈을 마친 핸드픽트 호텔의 출사표였다.  

호텔리어 출신일까? 틀렸다. 김성호 대표는 경영학을 전공한 뒤 15년간 대기업에서 컨설턴트로 일하다 호텔 CEO로 변신했다. 하지만 그의 경력에는 ‘신라 호텔’ 같은 명품 호텔의 컨설팅이 포함되어 있으니 안목과 식견은 충분하다. 그래서 더 궁금해진 것이 있다. “왜 하필 상도동인가요?” 

역시 투자자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었다. 서울의 호텔이라면 공항이 가깝거나, 4대문 안이거나, 강남에 위치해야 한다는 선입견에 맞서야 했다.

“관광객이 한국에 와서 꼭 관광지 한복판에 묵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교통이 편리하고, 시설이 좋은 호텔이라면 손님들이 찾아옵니다. 한국인들이 해외에 방문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파리 에펠탑 옆에 묵는 경우가 얼마나 되나요?” 

상도동은 ‘편리한 교통’이라는 조건을 만족시켰다. 오래된 서민주거지역이라 대중교통이 발달했고, 서울 시내 웬만한 곳까지 30분이면 환승 없이 이동할 수 있단다. 그래도 투자자들을 설득하는 데 꼬박 1년이나 걸렸다. 나 역시도 그를 2번 만나는 동안 ‘왜 상도동이냐’는 질문을 반복했었다. 재밌는 것은 그의 대답이 달랐다는 것. 앞의 대답이 ‘공적’ 대답이었다면, 나는 그의 ‘사적’ 대답이 더 좋았다. 

“호텔 부지가 원래 할아버지가 하시던 주유소 자리예요. 저도 고등학생 때까지 여기 살았습니다.” 인터뷰가 결정된 순간이자 ‘핸드픽트’라는 범상치 않은 애착의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9층 프런트 데스크와 비즈니스 센터 벽면에 걸려 있는 문승지 작가의 작품 ‘4 brothers’. 이 설계도로 제작된 의자 4개는 지하 일층 캐주얼 다이닝 ‘B’에서 만날 수 있다
 
상층 통유리가 돋보이는 호텔 전경. 일부 객실에는 테라스가 마련되어 있어 야외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상도동을 브룩클린으로! 

상도동에는 4대문 안이나 강남에 없는 것이 있다. 이미 사라져 버린 동네의 정서와 풍경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이 풍경을 꼭 보려고 호텔 프런트 데스크 9층으로 올라갔다. 통유리 너머로 언덕을 촘촘하게 수놓은 연립주택과 교회의 종탑이 보인다. 복잡하고 오래됐지만 정겨운 원도심의 모습이다. 외국인들에게는 상상했던 서울이 아니지만, 그래서 더 좋아진 서울의 풍경이다. 더 이상 재개발 아파트에 자리를 내주지 않기 위해 상도4동은 지난해 도시재생 시범사업 구역으로 선정됐다. 

“소호SOHO라고 부릅니다. 사우스 오브 호텔South of Hotel이죠.” 

호텔이 위치한 곳이 꼭 관광명소일 필요는 없지만, 필요하다면 핸드픽트 호텔은 스스로 명소가 될 준비가 되어 있다. 물론 상도동과의 공생을 통해서 말이다. 오래된 주택이 많은 상도동에는 창고로 방치되어 있는 유휴공간들이 많다. 핸드픽트 호텔은 동작구청과 협약을 통해 그 공간을 고쳐 주고 젊은 예술가들에게 임대해서 공방이나 상점으로 이용하는 일종의 도시 재생 프로그램을 후원한다. 문제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가로수길, 연남동, 상수동처럼 임대료가 오르면서 구도심의 원주민이 내몰리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임대주, 임대인, 구청과의 3자 계약을 통해 매년 인상폭을 제한하는 안전장치도 마련할 계획이다. 스테이 앤 셰어Stay and Share’. 핸드픽트의 모토에 걸맞은 행보이다. 손님들에게도 숙박비의 5%를 지역사회프로젝트에 사용한다는 것을 명시한다. 

“상도동을 뉴욕의 브룩클린처럼 만들고 싶습니다.” 상도동계 정치인의 지역구 출마 공약으로 어울릴 것 같은 말을 호텔 CEO의 입에서 듣게 되다니! 한 표 투척! 그것만으로 하룻밤 묵고 갈 이유가 충분하다. 
 
아담한 크기의 객실에는 가구를 줄이면서도 꼭 필요한 요소를 빼놓지 않았다
 
 

먹고 자며 손수 고른 부티크

그러나 호텔은 역시 호텔이어야 한다. 객실은 넓지 않다. 편히 자고 쾌적하게 씻기에 충분한 정도다. 인테리어는 장식을 최소화했고, 가구도 조촐해서 옷장은 아예 없앴다. 그래도 배려는 섬세하다. 꼭 필요한 경첩이나 금고는 책상에 숨겼다. 복도의 소음을 흡수하기 위해 복도의 카페트를 객실 현관 안쪽까지 조금씩 들여 깔았다. 김성호 대표가 직접 창안한 장치다. 총 43실에 4가지 객실타입이 있지만 서비스는 동일하다. 타입에 따라 면적이나 전경이 달라질 뿐 어메니티와 침구류를 차별하지 않는다. 

김 대표는 부티크 호텔의 기본기 3종 세트가 있다고 했다. 첫 번째는 음식이다. “몇몇 부티크 호텔은 ‘보여 주기’에 치중하다 보니 음식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음식은 호텔의 본질 중 하나입니다. 반드시 만족스러워야 합니다.” 가까운 노량진수산시장에서 공수한 신선한 재료만을 사용하는 한식 레스토랑 ‘나루Noroo’, 캐주얼 다이닝과 베이커리 카페를 겸하는 ‘B’는 어머니의 손맛부터 라몽떼 장은철 셰프까지, 그가 아는 최고 전문가들의 자문과 조력을 종합한 것이다.  

두 번째 기본기는 침구다. 너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충전재와 가장 편안한 감촉의 린넨으로 결정하기까지 숱한 밤을 실험에 임했단다. 결과는 가서 누워 보면 알 일이다. 세 번째는 조금 의외였다. ‘음악’을 꼽았다. “지금 나오는 이 음악은 DJ 스테판 폼푸냑Stephane Pompougnac의 앨범입니다. 지금은 은퇴했지만 프랑스 파리의 호텔 코스테Hotel Costes는 폼푸냑이 선곡하는 라운지 음악으로 유명해졌습니다. 코스테 시리즈는 11번째 음반까지 나왔죠.” 시각보여 주기에 편중하지 않고 미각, 촉각, 청각까지 만족시키겠다는 원칙은 과연 ‘보이지 않는 곳’까지 녹아들어 있었다. 

심플하지만 밋밋하지는 않다. 호텔은 이미 예술적 감성으로 충만한 전시장이다. 로비에서도 프론트 데스크에서도 지하 카페에서도 재기 넘치는 신진 아티스트들의 설치작품이나 그림을 만날 수 있다. 예술 애호가인 김대표는 마음에 드는 작품을 만나면 작가를 직접 찾아가 콜라보레이션을 제안할 정도로 적극적이다. 역시 ‘핸드픽트’다.  
 
정적인 활동이 어울리는 지하 유아방. 어른들도 맞은편 라이브러리에서 아이들을 지켜보며 책을 읽을 수 있다
호텔의 본질은 편안한 잠자리다. 침구는 무게와 소재를 고려해 엄선했다
 
핸드픽트호텔 서울  
서울시 동작구 상도로 120   02 6406 4608   www.handpicked.kr
객  실  수 | 43실(스탠다드 20만원, 패밀리 30만원, 주니어스위트 30만원, 스위트 50만원), 편의시설 | 연회장, 루프톱 바, 유아방, 라이브러리, 피트니스센터, 레스토랑

글·사진 천소현 기자  사진제공 핸드픽트호텔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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