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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store] 작은 서점으로 떠나는 여행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6.03.03 14: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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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은 작은데 책은 많다. 그러니 허투루 공간을 낭비할 수 없다. 
공기에서조차 작은 서점을 운영하는 주인들의 취향이 고스란히 읽힌다.
 
 
●책을 위한 즐거운 경쟁
상암동 북바이북
 
중학교 시절 나는 영어수업에 가장 열성적으로 참여하는 학생이었다. 발표자에게 주는 스티커 때문이었다. 모든 빈칸에 스티커를 붙여 한 판을 다 완성해서 선물을 받는 것도 좋았지만 뿌듯함이 더 큰 행복이었다. 북바이북의 단골들도 그런 기분이 아닐까.

상암동 골목길에 자리 잡은 북바이북에는 다독을 유도하는 장치들이 곳곳에 존재한다. 먼저 북바이북 ‘독서기록장’에 자신이 읽은 책 10권의 목록을 다 기록하면 커피 한 잔이 무료로 제공된다. 또 북바이북에서 구입한 책을 1~2달 간격으로 집계해서 ‘다독왕’을 선정한다. 다독왕에게는 서점 음료 구입과 특강·작가번개 참가비 결재에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가 적립된다. 엽서 크기의 메모지인 ‘책꼬리’에 책에 대한 짧은 감상평, 인상 깊은 문구, 그림 등을 남겨서 다른 손님들과 정보를 공유할 수도 있다. 이곳에서는 책 읽기에 대한 즐거운 경쟁심리가 발동한다. 참! 눈치 챘겠지만 북바이북은 서점 겸 카페 겸 펍이다. 맥주나 보드카를 마시면서 서가에 꽂힌 책들을 자유롭게 가져다 읽을 수 있다. 물론 책 위에 음료를 쏟지 않는다면 말이다! 

다음커뮤니케이션에서 일하던 김진양, 김진아 자매는 오프라인 소통에 갈증을 느끼고 회사를 나와 북바이북을 열었다. 이곳에서는 책을 매개로 한 사람 냄새나는 대화가 계속된다. 낮에는 카페처럼 차분하지만 저녁이 되면 한층 더 활기차진다. 그 생생한 이야기는 김진양씨가 쓴 <술 먹는 책방>에서 읽을 수 있다. 

2013년에 시작해 서점가에 ‘책맥’ 열풍을 불러온 북바이북은 꾸준한 인기에 힘입어 3월 중 기존 본점 맞은 편 건물로 매장을 확장한다. 지상 1층, 지하 1층 규모의 새로운 매장은 클래스, 작가 번개, 공연 등이 열리면 기존 공간보다 더 많은 인원을 수용하게 된다. 
 
마포구 상암동 20-10 리안 1층   02 308 0831   bookbybook.co.kr
월~금요일 11:00~23:00, 토~일요일, 공휴일 12:00~18:00  
커피, 차, 주스, 스무디, 맥주, 보드카 등. 안주류 3,000~6,000원 
 

●읽어야 사는 남자 
녹번동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모르는 새 책은 팔지 않는다. 아는 책만 해도 5,000여 권이 넘는다. 모두 주인이 읽어 보고 엄선한 책이라는 뜻이다. 이 남자의 추천을 신뢰하는 사람이라면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에 가 보자. 주인장은 매달 적게는 20권, 많게는 40권의 책을 읽는 독서광이자 저술가 윤성근씨다. 이 서점에서 판매하는 유일한 새 책이 <내가 사랑한 첫 문장>, <헌 책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등 그의 저서들이다. 주인장에게 문의하면 책에 대한 느낌과 감상을 들을 수 있다. 

다독가지만 모든 분야의 책을 사랑하진 않는다. 헌책방은 문학, 역사, 철학, 예술 관련 책만 취급한다. 가이드북은 ‘최신판’ 확보가 어려워 취급하지 않는다. 책의 가격은 도서마다 맨 뒷장 귀퉁이에 기입되어 있다. 입구 옆에는 알아서 돈을 내고 꺼내 먹는 무인카페도 있으니 손님들은 부담 없이 책을 읽다 갈 수 있다. 커다란 테이블에서는 독서모임을 진행하고 스크린 공간을 확보해서 영화감상회도 진행한다. 정작 그 자신은 1년에 영화 한 편도 보지 않는 중증 텍스트 중독자지만 말이다.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에서 시간은 천천히 흐른다. 때론 거슬러 가기도 한다. 100년간 자리를 지켰던 종로서점이 폐점하자 충격을 받은 그는 IT 회사를 그만두고 2007년부터 직접 헌책방을 열었다. 긴 시간 동안 바쁘게 일해 큰돈을 벌기보다는, 수입이 줄더라도 노동 시간을 줄이겠다는 그의 선택은 헌책방에서 실현되고 있다. 올해부터 그는 주 4일 근무를 선언했다. 도보나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고 여가 시간에도 독서를 즐기며 아날로그적인 삶을 살고 있다.

헌책들이라고 모두 저렴하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100여 만원을 호가하는 희귀 도서와 부르는 게 값이 될 귀한 잡지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다. 주인장의 수집목록을 훔쳐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중에서도 세계 각국어로 출판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그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컬렉션이다.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은 오롯이 책 읽기에 푹 빠져 볼 수 있는 곳이다. 스마트폰마저 잠시 잊어버리게 되니 정말 이상한 나라가 아닐 수 없다. 
서울특별시 은평구 서오릉로 18 2층   070 7698 8903   www.2sangbook.com   화~금요일 15:00~23:00
 

●그래, 일단 멈춰 봐!
염리동 일단멈춤
 
여행과 독서는 닮았다. 새로운 것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연결되면 서로를 풍요롭게 한다. 그리고 여기, 여행과 독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드는 서점이 있다. 송은정 대표는 출판사 퇴사 후 1년간 아일랜드로 봉사와 여행을 다녀와 서점을 열었다. 어떤 방식으로든지 여행을 오래 하고 싶었다는 그녀는 2014년부터 책과 함께 염리동에서 또 다른 여행을 계속하고 있다.

염리동 뒷골목의 허름한 택배사무실을 개조한 동네 책방 ‘일단멈춤’은 여행을 주제로 한 책과 독립 출판물을 판매하는 작은 서점이다. 취급하는 단행본은 약 150종. 여행 에세이, 사진집이 주를 이루는 독립 출판물은 300종에 이른다. 여행지에 대한 깊은 이해를 돕는 역사책, 여행 중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문학작품 등 종류는 다양하지만 가이드북은 판매하지 않는다는 것이 원칙. 대신 대형 서점에 없는 개성 있는 독립 출판물들이 여행을 기록하고 싶은 이들의 로망을 일깨운다. 진열된 책들은 그 수가 많지 않아서 모든 책의 표지를 쉽게 살필 수 있다. 작은 서점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올해는 송은정 대표가 아일랜드 장애인 공동체에서 경험한 이야기도 진열장의 한 칸을 차지하게 될 예정이다.

외진 위치에도 불구하고 일단멈춤은 한산하지 않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진행되는 워크숍은 주로 독립 출판물에 관련한 내용을 다룬다. 친밀감을 위해 8명 이하의 소규모 클래스를 고집한다. 비정기적으로는 여행작가의 강의나 공연이 진행된다. ‘일본 서점 여행’, ‘이탈리아 소도시 여행’ 등과 같이 색깔이 분명한 여행 강연의 인기가 높다. 직접 독립 출판물을 제작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편집과 디자인에 대한 강의 프로그램도 있다. 

일단멈춤은 여행 전의 설렘, 여행 중에 오는 감동, 여행 후의 소회를 모두 담은 아늑한 공간이다. 일단, 책방에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여행은 시작된다.  
서울특별시 마포구 염리동 9-30   010 2686 2906  stopfornow.kr
 13:00~20:00, 일요일 휴무(마지막 주 토, 일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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