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서령 기자의 Honeymoon Dream] ‘동화마을의 이데아’가 존재한다면 아펜첼Appenzell
[고서령 기자의 Honeymoon Dream] ‘동화마을의 이데아’가 존재한다면 아펜첼Appenzell
  • 고서령
  • 승인 2016.03.04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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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마을의 이데아’가 존재한다면 
아펜첼Appenzell

가장 스위스다운 스위스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 ‘이데아Idea’가 있다고 했다. 이데아는 정신·영혼의 세계에 존재하는 어떤 것의 ‘유일한 본질’이다. 만약 21세기에 동화마을의 이데아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스위스 아펜첼Appenzell과 비슷한 모습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알록달록한 벽화를 그려 넣은 아펜첼의 집들은 보기만 해도 즐거워진다
 
 
전통복장을 입은 사람들이 광장에서 손을 들어 투표를 하고, 허브가 지천인 초원에서 행복한 소떼들이 풀을 뜯고, 보름달이 뜨는 밤에만 빚는 ‘보름달 맥주’가 있고, 집집마다 알록달록한 그림을 그려 넣은. 스위스 동북부에 자리한 소도시 아펜첼은 ‘가장 스위스다운 스위스’라고 불리는 곳이기도 하다.
 
스위스의 전통 생활양식이 가장 잘 보존되어 있어서다. 우리나라로 치면 안동 하회마을 같은 곳이랄까. 하지만 어쩐지 전통을 지키는 일에 힘을 잔뜩 준 듯한 하회마을과 달리, 아펜첼 사람들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전통 속에서 살아간다.

그런 아펜첼의 매력을 가장 잘 확인할 수 있는 날은 매년 4월의 마지막 일요일. ‘란츠게마인데Landsgemeinde’라는 직접투표 행사가 열리는 날이다. 그날이면 만 18세 이상 주민들이 한 광장에 모여 마을의 중요한 안건에 대해 손을 들어 투표한다. 오른손을 든 사람이 과반을 넘으면 안건이 통과되는 방식이다.
 
투표 전에는 의견이 있는 개인이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도 주어지고, 손을 든 사람이 과반을 넘는지가 한눈에 파악되지 않을 땐 일일이 수를 세어 안건의 통과 여부를 결정한다. 남자들의 경우 집안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전통 칼을 허리춤에 차는 것만으로 투표장에 입장할 수 있다. 21세기에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너무도 정겨운 이 투표행사를 보기 위해 많은 여행자들이 4월에 아펜첼을 찾아온다고 한다.
 

‘우르내쉬Urnaesch’ 소몰이 축제가 열리는 9월 중순도 좋다. 여름내 알프스의 목초를 찾아다니며 소들을 포동포동 살찌운 목동들이 마을로 돌아오는 시기다. 전통 복장을 차려입은 목동들이 목에 큰 방울을 단 수백 마리 소떼를 몰고 구성지게 요들송을 부르며 산을 내려온다. 보여 주기 식 축제가 아니다. 실제로 아펜첼의 가장 큰 재산이나 다름없는 소들의 귀환을 환영하는, 아주 중요한 마을 행사다. 그 소들이 만드는 우유와 치즈가 마을을 먹여 살린다.

스위스에서 가장 전통적인 마을이라지만 마을의 분위기는 고풍스럽기보단 앙증맞다. 노란색 창틀, 초록색 지붕, 빨간색 대문 등 저마다 원색 페인트로 말끔히 칠한 집들엔 꽃, 동물, 알프스 소녀 등 귀여운 벽화까지 그려 넣었다. 봉긋봉긋 동그랗게 솟은 초록 언덕과 졸졸졸 흐르는 시냇물까지 요소요소가 합심이라도 한 듯 동화 같은 장면을 만든다.

그러니까 아펜첼은 오늘날 동화마을을 동경하는 사람들이 자석을 만난 철가루처럼 끌려들어 가는 곳이다. 만약 당신에게 ‘사랑하는 사람과 유럽의 동화마을을 여행하고 싶다’는 로망이 있다면, 고민할 것 없이 아펜첼을 선택하면 된다. 그곳에 동화마을의 이데아가 현실이 되어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니.
 
상점 앞을 장식한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의 난쟁이 미니어처들. 동화마을 아펜첼과 맞춤인 듯 어울린다

고소한 냄새 솔솔, 맛있는 아펜첼

이것은 공식과 같다. 이탈리아=피자, 영국=피시앤칩스, 독일=소시지, 그리스=올리브 그리고 ‘스위스=치즈’. 치즈로 유명한 스위스에서 최고로 평가받는 3대 명품 치즈가 있는데, 그뤼에르Gruyere와 에멘탈러Emmentaler 그리고 아펜첼에서 생산되는 아펜첼러Appenzeller다. 아펜첼러는 신선한 허브가 가득한 알프슈타인Alpstein 산맥 기슭의 초원에서 행복하게 자란 소들의 생유로 만든다. 700년 전통을 갖고 있는 치즈로 지금도 전통 생산방식을 보존하고 있다. 한국에서 치즈로 가장 알려진 전라도 임실도 ‘아시아의 아펜첼’을 꿈꾼다고 하니, 그 유명세를 알 만하다.

그러니 아펜첼 여행에서 치즈공방 탐방은 필수코스다. 아펜첼러가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지 직접 본 뒤에 먹어 보는 치즈는 왠지 더 깊은 맛이 난다. 아펜첼 어디에나 있는 치즈 가게의 점원들은 다양한 치즈별 특징과 만들어지는 방식에 대해 친절하고 자세하게 설명해 준다. 가장 마음에 드는 치즈를 골라 저녁 와인에 곁들이면 마음이 꽉 차는 것처럼 행복하겠지.

아펜첼엔 치즈 말고도 맛있는 안주거리가 많다. ‘모슈트브뢰클리Mostbrockli’는 최상급 쇠고기 안심을 여러 가지 향신료에 절여 훈연한 뒤 얇게 저민 요리로, 쉽게 말하면 스위스식 육포다. 

아펜첼 지역맥주와 환상의 궁합을 자랑하는 안주로는 ‘지드부어스트Siedwurst’가 있다. 삶은 흰 소시지 요리로 보드라운 식감이 일품이다.

맥주는 물맛이 반이라는데, 아펜첼 지역맥주는 알프슈타인 산맥에서 자연 정수된 샘물로 만든다. 물맛이 너무 좋으니 맛없는 맥주를 만드는 게 더 힘들 것 같은데, 장인정신까지 더해 전통 방식으로 양조하고 있다. 가장 이름난 맥주는 ‘보름달’이란 뜻의 ‘볼몬트Vollmond’다. 이름처럼 보름달이 뜨는 밤에만 양조하는 맥주라는 스토리가 재밌다. 보름달과 맥주 맛에 어떤 상관관계가 있기라도 한 걸까 생각해 보게 된다. 과일향이 많이 나는 라거 ‘쿠욀프리쉬Quollfrisch’도 인기 있는 아펜첼 지역맥주다.

너무 많이 먹어 소화가 안 된다 싶으면 ‘알펜비터Alpenbitter’를 마시면 된다. 알펜비터는 아펜첼 사람들이 1902년부터 100년 넘게 즐겨 마셔 온 전통약주다. 40여 가지 허브를 포함해 100% 천연 재료로만 만드는데, 소화에 효능이 있다고. 한국 사람들이 매실차를 마시고 일본 사람들이 우메보시를 먹을 때 아펜첼 사람들은 알펜비터를 찾는 셈이다. 
 
아펜첼의 생마우리티우스St. Mauritius 교회에서는 다양한 문화행사가 열린다
아펜첼의 전통을 보여 주는 장식용 쿠키

글 고서령 기자  사진제공 엔스타일투어 www.nstyletour.com 
 
 
아펜첼 가는 길
취리히Zurich에서는 기차로 2시간 30분, 생갈렌St.Gallen에서는 기차로 40분이 걸린다. 가는 길에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그림 같아서 이동 시간도 하나의 여행이 된다. 스위스관광청이 스위스 최고의 풍경을 묶어 만든 ‘스위스 그랜드투어Grand Tour’ 코스를 따라 자동차 여행을 해도 좋다. 아펜첼은 마을 끝에서 끝까지 걷는 데 30분이면 충분할 정도로 작지만, 아기자기한 볼거리가 많아 쉽게 지루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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