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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여행자의 눈으로 세상 보기] 당신의 관심이 필요할 때

  • Editor. 양이슬
  • 입력 2016.03.30 15: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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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디카프리오의 수상은 시상식이 끝나고도 한동안 회자됐다. 다섯 번의 도전 끝에 수상한 오스카상이라는 사실도 있었겠지만, 많은 사람이 그랬듯 나 역시 짧지만 강렬했던 그의 수상소감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기후변화는 현실입니다. 지금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자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가장 시급한 위험입니다. 
대자연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지 맙시다.”

유명인의 한 마디가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은 참으로 대단하다. 디카프리오의 짧은 수상소감에 환경 보호를 위해 할 수 있는 작은 움직임을 찾아보게 되고, 스스로의 생활을 하나씩 뜯어보는 시간을 갖게 됐으니. 잊고 지냈던 사실을 되새길 수 있는 계기도 됐다.

지난해 8월 막바지를 뜨겁게 달궜던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사업 승인. 해당 군의 3번째 시도 끝에 케이블카 사업은 조건부로 승인됐고,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2018년 평창올림픽 전에 완공된다. 평창올림픽 개막 즈음엔 설악산의 오색 약수터부터 끝청봉까지 3.5km의 거리를 잇는 케이블카가 운영된다.

오색 케이블카는 다수에게 설악산을 방문할 기회를 제공할 것이 분명하다. 힘든 산길을 오를 수 없는 노약자나 어린이들도 설악산의 아름다운 모습을 두 눈과 마음에 담을 수 있게 되고, 내·외국인을 막론하고 관광객의 편한 등산을 도울 테다. 케이블카를 반대하는 이들 역시 이러한 점을 모를 리 없다. 하지만 그들의 목소리는 강경하다. 설악산 곳곳에 세워지는 ‘친환경’ 공법의 철 기둥이 제 아무리 ‘친환경’이라 해도 자연 그대로일 수는 없고, 천연기념물이자 천연보호구역인 설악산에는 많은 동·식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케이블카는 분명 그들의 보금자리를 위협할 테다. 우리는 이를 유지하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 쉽게 오르게 된 산 정상의 수많은 변화도 걱정한다. 비슷한 사례로 수많은 인파가 몰려 많이 훼손된 덕유산이 자주 언급된다.

수학여행으로 처음 방문한 설악산은 원하지 않는 산행이었다. 그럼에도 푸릇한 나무 사이를 걷는 기분은 마치 새벽 산책만큼 상쾌했다. 그때의 기억 때문인지 산으로 가는 여행은 맑은 공기로 가득한 새벽의 기운을 떠올리게 한다. 오래도록 잊고 싶지 않은 기억이다.

그들의 마음도 이와 같지 않을까. 보고 느낀 산의 모습을 다음 세대에 그대로 전해 주고 싶은 마음. 그리고 지금 그대로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 우린 이미 인간의 손이 닿아서 훼손된 수많은 자연을 보았고, 그것을 되돌리기에는 너무 많은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고 있다. 

결국, 모든 원인은 한가지로 통한다. 
‘자연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다’는 것. 

피부로 와 닿고서야 알게 된 것이 미련하지만, 이제라도 깨달았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습관적으로 외면했던 사소한 행동(무의식적으로 켜놓은 형광등, 잠그지 않은 수도꼭지, 물 한 잔을 끝으로 버려지는 종이컵 등)에 관심을 기울일 때가 된 것 같다.  
 
양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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