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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Air] 극적으로 아름다운 세계

  • Editor. 차민경
  • 입력 2016.03.31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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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봄이다. 드디어. 겨우내 쌀쌀맞은 바람이 어찌나 얄미웠던지 봄소식이 너무 늦는 것 같아 한참 애가 탔더랬다. 이제 내내 꽃이 필 것이다. 매화꽃, 개나리꽃, 진달래꽃, 벚꽃이 산과 들, 그리고 도심을 온갖 천연색으로 물들일 것이다. 

겨울을 지나왔기 때문에 봄은 극적으로 찬란하다. 꽃나무 밑에 서면 나도 모르는 사이 황홀해지고, 찰나일지언정 믿어지지 않을 만큼 환상적이지 않나. 보고 있는 것이 분명한 실제임에도 말이다. 봄의 한가운데이기 때문에 <더 폴: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이하 더 폴)>을 소개할 수밖에 없겠다. 매 컷마다, 씬마다 환상성을 빼놓고는 이야기하기 힘들다. 

스토리조차 그렇다. 다리를 다친 주인공 로이가 같은 병원에 있는 소녀 알렉산드리아에게 꾸며낸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고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이 목소리를 따라 영상으로 펼쳐지는 식이다. 꾸며낸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니 결국 영화가 동화적일 수밖에. 

영상미는 더 환상적이다. 원색과 대칭, 대비를 활용한 타셈 싱 감독의 미장센은 <더 폴>의 시작부터 끝까지 힘 있게 이어진다. 고요한 배경 위에 빨간 천막이 휘날리고, 초록색 의상을 입은 인물이 뛰어다니고, 노란 불길이 터지는 식이다. 배경으로 등장하는 빛바랜 흙빛 고원조차도 되려 선명하게 느껴질 정도니 시각적인 몰입도가 뛰어나다. 색을 떠나 장소 또한 마찬가지로 동화 같다. 지하로 파인 지그재그 계단, 완벽한 대칭을 이룬 궁전, 거울보다 맑은 호수까지. 과연 훌륭한 CG라고 평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놀랍게도 거짓말 같았던 이 모든 곳은 우리가 떠날 수 있는 지구 안에 실제로 존재하는 곳들이다.  

<더 폴>은 로케이션 장소만해도 스코틀랜드, 파리, 인도, 터키, 남아프리카 등 28개국을 돌았고, 촬영기간은 무려 4년 반이 걸렸다. 진짜 놀라운 것은 따로 있다. 타셈 싱 감독이 영화를 구상하는 데만 17년을 들였다는 것이다. 원작 <요호호>의 리메이크를 결심한 순간부터 영화 속에 담고 싶은 장소들을 직접 찾아다녔단다. 그리고 경험한 곳의 이미지를 섬세하게 연결시켜 <더 폴>을 만들었다. 결국 영상 속 모든 배경과 연출은 실제로 그것이 존재했고 연출대로 실현됐기 때문에 등장한다는 것. 영화 속 푸른 도시는 인도 라자스탄주의 조드푸르였고, 나비 모양의 섬은 피지에 있는 암초인 버터플라이 리프란다. <더 폴>은 2007년 베를린영화제 수정곰상, 같은 해 시체스국제영화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했다. 
 
<더 폴>이 증명한 것은 CG가 아니어도 세계는 이미 믿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답다는 것일지 모르겠다. 우리가 환상적인 세계에 살고 있다는 것. 새삼스럽게 감격스러운 발견이다.   
 
 

더 폴: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The Fall
감독 타셈 싱Tarsem Singh
모험, 판타지 | 117분 | 12세 관람가
2006년 개봉
출연 리 페이스Lee Pace
        카틴카 언타루Catinca Untaru
 
*글을 쓴 차민경 기자는 트래비와 트래비의 자매지인 여행신문의 기자다. <더 폴>에 배경으로 등장한 곳들을 여행하는 상품이 있다면 당장 카드를 긁을 용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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