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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여행자의 눈으로 세상 보기] 당신의 여행 노하우는 어떤가요

  • Editor. 손고은
  • 입력 2016.04.27 14: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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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급히 뛰었다. 공항에서 환승 게이트를 잘못 알고 있었던 탓에 보딩 시간이 아슬아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규정된 보딩 시간에서 5분 늦게 도착한 그는 비행기를 탈 수 없었다. <꽃보다 청춘> 아프리카편에 방영된 배우 박보검의 에피소드다. 고백하자면 나는 그 장면 앞에서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누구나 사정이야 있겠지만 몇몇 지각생 때문에 이륙 시간이 한참 지나도 꿈쩍 않는 비행기에 갇혀 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공감할지도 모르겠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치더라도 박보검의 모습을 지켜본 수많은 시청자들에게 분명 경각심을 높였으리라.
 
지각생은 약과다. 최근에는 아예 나타나지 않는 승객들이 허다하다. 항공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노쇼No Show’라고 부르는데,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4월1일부터 국제선 모든 노선에서 노쇼에 대해 건당 10만원의 페널티penalty를 부과하겠다고 공표했다. 이 노쇼 페널티 제도 도입 배경은 다소 황당하다. 일부 극성팬들에 해당하는 이야기지만 일례로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이 휴가차 방콕에 갈 경우 그 연예인이 구매한 좌석을 알아내 양옆, 앞뒤 좌석을 몽땅 구매한다는 거다. 그리고는 아무도 나타나지 않는다. 왜냐고?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이 편안하게 비행하길 바라서란다. 노쇼를 낸 항공권에 대해 소액의 취소수수료만 지불하면 되기 때문이다. 백번 양보해도 지나친 팬심이라는 생각을 떨쳐 내기 어렵다. 이런 경우도 있다. 제3국에서 한국을 거쳐 최종목적지로 가는 항공요금이 저렴한 것을 악용하는 사례다. 일명 ‘히든 시티 티케팅’, ‘카약 신공’으로 불린다. 제3국을 출발해 한국을 경유하는 다구간 항공권을 예매하고 마지막 구간에서 유유히 사라져 버리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단다.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의 국제선 노쇼는 전체 예약자의 4.5%, 국내선은 7.5%에 달한다. 

대한항공도 비슷한 이유로 칼을 빼 들었다. 보너스 항공권 예약 변경에 대한 취소수수료 규정을 강화한 것. 2017년 8월1일부터 마일리지 보너스 항공권과 좌석 업그레이드 항공권을 발권 후 변경하는 건에 대해 3만원의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일정이 명확치 않아도 일단 좌석부터 확보해 놓자는 심보로 발권하는 승객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수시로 일정을 변경하고 취소하는 사례도 늘었다. 대한항공의 보너스 항공권 환불률은 일반 항공권의 4배나 된다. 
 
항공사에서 입은 금전적인 손실이야 말할 것도 없겠지만 
결국 가장 피해를 입는 것은 여행자다. 

아무 생각 없이 쥐고 있었거나 버리고 떠난 항공권이 누군가에게는 절실했던 좌석일 수 있다. 사라져 버린 승객을 애타게 찾는 승무원들이나 그를 위해 좁은 기내에서 몇십분을 기다려야만 하는 다른 승객들은 또 무슨 죄인가. 게다가 양대 항공사들이 강화한 취소수수료 정책 때문에 ‘이유 있는 취소’를 원하는 애꿎은 여행자들만 억울해졌다. 제도의 허점을 악용해 얻은 저렴한 항공권을 두고 ‘노하우’라며 자랑처럼 떠들 일은 아니지 않을까?  그 책임은 고스란히 당신의 몫이 됐다.  
 
글 손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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