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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달인] ‘감성사진’의 달인 이종범-사진을 보는 기분, 시를 읽는 기분

  • Editor. 차민경
  • 입력 2016.05.04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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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보는 기분, 시를 읽는 기분
‘감성사진’의 달인 이종범
 
별 같은 사람이 있다. 호기심과 열정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사람 말이다. 
더구나 ‘감성사진’으로 인스타그램에 혜성처럼 떠올랐고, 
‘별’ 사진에 특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으니 
이종범 작가는 정말 별 같은 사람임이 분명하다. 
 

인스타그램 인기인이더라. 운이 좋았다. 온라인 사진 커뮤니티인 ‘아이폰 카메라’라는 곳에서 활동을 했는데, 제주에서 찍은 사진이 호응이 높았다. 근데 아이폰6가 나오면서 커뮤니티 신규 가입자들이 늘었고 인기글로 올라간 사진을 본 사람들이 SNS로 자연스럽게 유입된 것 같다. ‘여행에 미치다’라는 커뮤니티에서도 부산에서 찍은 사진들이 소개됐다. 인스타그램에서도 올해 1월에 추천 사용자로 오르기도 했다.
 
지금 막 혜성처럼 떠오르는 시점인가 보다. 그런 것 같다. 사진은 그냥 취미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주목을 받게 됐으니 스스로도 기분이 좋다. 사실 운이 많이 작용했다. 내가 찍은 사진보다 더 분위기 있고 잘 찍는 사람이 정말 많은데 말이다.
 
사진을 언제부터 시작했나? 학생 시절에 <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라는 일본 영화를 봤다. 사진을 매개로 이야기가 구성되는데 그때 확 꽂혔다. 바로 중고 필름카메라를 샀고,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은 60만원으로 DSLR을 샀다. 군대에서도 사진 동아리를 만들어서 활동했었다. 사진 전공을 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는데 잘 되지 않아서 독학했다.
 
그럼 일과 병행하는 건가? 그렇다. 지금 온라인 쇼핑몰 웹디자인을 한다. 20대 중반이라 일을 한 지는 오래되지 않았다. 바쁠 텐데, 여행 다닐 시간이 있나? 사람들이 나를 보고 ‘너는 너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사는 게 부럽다’고 많이 한다. 본인들도 여행 가고 사진 찍고 싶은데 못 간다면서. 근데 마음먹기 달렸다. 하루 휴가 내면 국내 어디든지 갈 수 있고, 돈을 덜 쓰면 여행 경비가 모인다. 나는 여행 다니려고 담배도 끊었다. 못 떠나는 핑계를 찾으면 못 가게 된다. 그냥 지금 당장 아무 기차표나 끊어 봐라. 수수료 떼이는 게 아까워서라도 떠나게 될 걸?
 
1 올해 생일, 이날 받았던 사랑을 사진에 담고 싶었다  2 부산 광안리 오전 6시. 일출로 아름답게 물들어 가는 하늘
별을 향해 놓여 있는 듯한 오키나와 미바루 비치의 다리
 
 
사진은 아이폰으로만? 작년 9월까지만 해도 다 아이폰으로 찍었다. 잠깐 사진에 회의를 느껴서 가지고 있던 사진기를 팔았고, 그냥 일상 사진이나 찍자는 느낌으로 아이폰만 썼다. 사진기를 가지고 싶다고 생각한 것은 부산 여행에서다. 그래서 미러리스 카메라를 하나 샀다. 별 사진을 찍고 싶어서 전용 렌즈도 구입했고, 필름카메라도 하나 장만했다. 카메라를 가지고 본격적으로 사진을 찍은 건 얼마 안 된 셈이다.
 
그걸 다 들고 다닌다고? 그래서 바쁘다. 양쪽으로 미러리스와 필름카메라를 메고 다닌다. 사진은 미러리스로 찍고, 필름카메라로도 찍고 마지막으로 주머니에서 아이폰을 찾아서 아이폰으로도 찍는다. 손가락 아프겠다. 다행이 손가락은 안 아프더라.
 
DSLR이 아니라 필름카메라를 산 이유가 있나? 사람들이 사진을 보정할 때, 필름카메라로 찍은 사진처럼 보정한다. 필름카메라로는 막 찍어도 감성사진이라고 하지 않나. 디지털이 주지 못하는 필름카메라만의 느낌이 있는 것 같다. 거기다 사진을 처음 시작한 때 필름카메라로 하기도 했고.
 
별 사진이 정말 예쁘더라. 별 사진이 그냥 좋다. 예쁜 풍경을 보는 것보다도 별을 보는 것이 더 좋다. 마음이 편해진다고 해야 하나. 별에 반한 것은 군대에 있을 때다. 훈련을 나가서 야외에서 잠을 자는데, 답답해서 눈을 떴다. 그때 눈앞에 펼쳐진 것이 별이었다. 검은 색이 안 보일 정도로 하늘에 꽉 찬 별. 태어나서 처음 본 광경이었다.
 
사진으로 찍기 힘들지 않나? 사실 별을 찍는 건 쉽다. 셔터스피드 15초로 놓고 ISO 600, 조리개 4.5 정도면 된다. 근데 도도하다. 광공해도 적어야 하고, 달빛도 적어야 한다. 찍기 힘들다는 말은 별을 보기 힘들다는 말인 셈이다. 그래서 별을 찾으러 다닌다. 별 때문에 태안에 있는 신두리, 강원도 대관령을 찾아갔었다. 어디든 여행을 가면 밤에 중간중간 깨서 하늘을 확인한다. 혹시나 별이 보일까 싶어서. 그렇게 건진 사진들이 몇 있다. 
 
신두리 해안사구 길로 산책을 나온 강아지와 주민
오키나와 하마베노차야에서 완벽하게 평화로운 공간을 만났다
많지 않은 별, 그러나 분위기만큼은 어느 곳 못지않았던 강화도
 
 
전체적으로 사진에 감정이 실린 것 같다. 사진에 분위기가 실린다는 것이 좋다. 그런 사진들은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서 본인을 대입해서 그 공간을 생각하게 되지 않나. 그래서 피사체의 뒷모습을 자주 찍는 것 같기도 하다. ‘저 사람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저 사람은 누굴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되니까.
 
그럼 사진을 찍을 때 분위기가 중요한 건가? 내가 느끼는 감정. 그 감정을 담아서 사진을 찍고, 보정한다. 보정할 때 최대한 그때의 감정에 맞춘다. 이 부분 때문에 나에게 사기꾼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실제로 가 보니 그렇지 않더라면서. 근데 결국 사람마다 느끼는 게 다른 거다. 사기꾼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그곳에 대해서 좋은 느낌을 못 받았던 거지만 나는 그곳에서 아름다움을 봤다. 그래서 그걸 사진에 담은 거고.
 
사진의 공간들이 다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데. 어떻게 찾는지. 나는 사진을 잘 찍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냥 예쁜 곳을 찾아서 찍는다. 아름다운 자연이나, 아기자기한 것들을 찾아간다. 일을 하고 있어서 해외를 나가기 쉽지 않으니까 로드뷰를 보고 국내 곳곳을 사전 조사한다.
 
로드뷰라니? 해외 작가들의 사진 중에 정말 아름답고 마음에 드는 사진이 있으면, 비슷한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을 찾아내는 거다. 호수와 나무가 나온 사진을 보고 마음에 들면, 로드뷰로 국내에서 호수가 있는 곳을 쭈~욱 당긴다. 길 따라서 앵글을 잡아 보고 비슷한 느낌이 나면 그곳으로 출사를 나가는 거다. 광공해가 적은 곳을 찾는 건 기본이다. 별 찍어야 되니까. 
 
여행의 의미도 많이 달라졌겠다. 맞다. 예전에는 여행이 그냥 쉬러 가는 것이었다면 지금은 의미가 다르다. 더 예쁜 사진을 찍어서 사람들에게 알려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매주 주말마다 사진을 찍기 위해서 이곳저곳 돌아다니고, 국내 여행도 많이 간다. 해외 여행이 아니어도 매주 국내 여행을 다니면서 좋은 곳들을 찾는다.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은 국내에도 많다.
 
해외 여행 계획도 있나? 만들고 있다. 오는 6월에는 연차를 몰아서 일본 삿포로와 도쿄에 가려고 한다. 삿포로의 드넓은 초원과 도쿄의 아기자기한 골목을 사진으로 담으려고 한다. 벌써부터 두근두근 기대된다.
 
열정으로 빛나는 것 같다. 하고 싶은 것도 많겠다. 정말 찍고 싶은 사진이 하나 있다. 별이 가득한 밤, 오순도순 지상에 모인 사람들. 그리고 또 하나는 별 사진으로 사진집을 내고, 사진전을 여는 거다. 인스타그램에서 누구나 들으면 알 만한 사람이 되는 것도 하나의 목표다.
 
마지막으로 팁 하나만 달라. 인스타그램에서 어떻게 해야 뜨나? 몇 가지 팁을 주자면 큰 주제를 가지라는 것, 사진들의 톤을 맞춰서 통일감을 주라는 것, 사람이 많이 몰리는 시간대에 올리라는 것 그리고 필터를 적당히(!) 쓰라는 것 네 가지 정도다. 사실 인스타그램 마케팅에 대해서 ‘여행에 미치다’ 커뮤니티 주관으로 4월23일에 강연도 한다. 방금 들은 팁들은 강연 전까지는 비밀로 해주시라. 
 
이종범 달인
사진을 이야기하는 내내 눈빛이 초롱초롱 빛났다. 그가 좋아한다는 별이 하늘 말고 눈에 가득했다. SNS 팔로워를 10만명까지 늘려 좋아하는 뉴질랜드 사진가를 찾아가겠다는 ‘유쾌한’ 목표를 가졌다. 그래서 답해 주었지. 이번 <트래비> 인터뷰가 도움이 될 거라고. 이 기사를 본 독자분들은 그의 인스타그램을 똑똑 두드려 주시길. 
 instagram.com/picn2k
 
글 차민경 기자  사진제공 이종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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