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오모리, 료칸은 천국
아오모리, 료칸은 천국
  • 트래비
  • 승인 2016.05.31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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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모리, 료칸은 천국
 
일본 사람들은 쉬는 법을 안다. 
뜨거운 물에 목욕하고 정성스레 차려진 음식을 먹고
깨끗한 이불에 누워 자는 것 이상 행복한 게 또 있을까.
료칸은 천국이었다.
 
호시노 아오모리야의 우키유 노천탕

겨울과 봄 사이 아오모리 풍경

일본 4개 섬 중 가장 큰 혼슈, 그중에서도 최북단 아오모리현은 바다를 사이에 두고 홋카이도와 마주보는 눈의 고장이다. 쓰가루 해협을 따라 료칸으로 가는 길에는 바다와 평야, 산지가 엇갈리며 나타났다. 아오모리는 사과가 유명하다더니 보이는 곳마다 온통 사과나무 밭이다. 

아오모리의 사과나무들은 허리까지 눈밭에 파묻혀 겨울을 보낸다. 여행을 했던 때가 입춘도 훨씬 지난 3월인데 언제 언 땅이 녹아 꽃을 피우고 빨간 열매를 맺을까. 날씨는 봄기운을 머금어 따뜻한데도 여행 중에 때때로 눈보라가 몰아쳤다. 겨울 왕국처럼 함박눈이 내리다가도 잠깐 눈 붙이고 일어나면 창밖이 어느새 화창하게 개어 있다. 겨우내 서울을 벗어나지 못한 터라 쌓인 눈을 볼 일이 없었는데 아오모리에서 원을 풀었다. 이제 곧 진짜 봄이 찾아오면 눈 대신 새하얀 사과꽃이 지천에 흩날릴 것이다. 

아오모리 하면 흔히 산이 많은 풍경을 떠올리지만 실제로는 삼면이 바다다. 쓰가루 해협에서 나는 가리비와 다시마는 이 지역의 명물. 여기선 싱싱한 해산물과 새콤달콤한 사과를 마음껏 먹을 수 있다. 아오모리에서 사과를 재배하기 시작한 건 약 130년 전부터다. 쌀을 재배하기 부적합한 기후 때문에 사과를 심어 기르게 됐는데 지금은 아오모리의 대표적인 특산물로 자리 잡았다. 대지의 축복을 담았다는 그 맛은 비싸게는 한 알에 우리 돈 1만5,000원이나 할 만큼 명품으로 대접 받는다. 사과로 만든 음식만 해도 아이스크림, 샐러드, 파이, 와인, 과자 등 무궁무진하다. 
 
사과는 아오모리의 특산품. 아오모리역 앞 에이팩토리에서 사과로 만든 다양한 먹거리를 판다
전통과 모던의 조화를 보여 주는 호시노 아오모리야의 객실

온천부터 산책까지 완벽한 료칸

이번 여행의 가장 큰 목적은 ‘아오모리야青森屋’에서 설경을 보며 온천욕을 즐기는 것이었다. 아오모리야는 이름 그대로 아오모리의 대표적인 온천 료칸으로 100년 역사의 호시노 리조트 그룹에서 운영하고 있다. 아오모리시에서 2시간 정도 떨어진 다소 외진 곳에 자리하고 있지만 료칸 내에 즐길 거리가 다양하고 인근 관광지를 즐길 수 있는 자체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해 지루할 틈이 없다. 특히 아오모리현에서 가장 높은 산이자 일본 100대 명산인 핫코다산1,558m 투어는 일년 내내 큰 인기다. 겨울에는 360도 로프웨이를 타고 ‘스노 몬스터’로 변신한 설산의 나무들을 볼 수 있고 가을에는 단풍, 여름에는 하이킹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아오모리야는 호수가 딸린 산책 코스와 3개의 숙박동, 공연 레스토랑, 뷔페, 3개의 온천탕을 지닌 큰 규모의 료칸이다. 객실은 최근 리모델링을 마쳐 호시노야 그룹 료칸이 추구하는 전통과 모던의 조화를 고스란히 보여 준다. 도코노마床の間 같은 장식적인 공간 대신 창가에 실용적인 고타쓰こたつ 라운지를 만들고, 목재와 다다미, 토속적인 장식품을 이용해 전통 료칸의 분위기도 갖췄다. 로비는 일본 농가의 화롯불 공간인 ‘이로리囲炉裏’를 재현해 여기서도 옛것과 새것의 조화가 느껴진다. 

여장을 푼 후 고이 놓인 유카타를 갖춰 입고 노천 온천 ‘우키유うきゆ’로 향했다. 우키유는 물 위에 떠 있는 온천탕이라는 뜻으로 연못 위에 노천탕이 있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10년 연속 100대 일본 온천에 꼽혔을 정도로 명성 높은 온천으로 100% 알카리성ph9.16 원천수다. 겨울이면 우키유는 눈꽃 옷을 입은 나무로 둘러싸인다. 눈앞의 연못에는 무사의 모습을 한 거대한 네부타 등과 작은 등롱이 떠 있다. 물 위에 비친 은은한 등불 빛과 차가운 공기, 눈 덮인 나무들은 상상 속에서 그리던 겨울 온천의 낭만 그 자체다.  
 
한참 온천욕에 취해 있다 보면 애잔한 피리 소리가 들려온다. 피리 공연이 시작된 것. 놀랍게도 한 사나이가 피리를 불며 연못 위를 걸어온다. 연못 위를 걸어온 것보다 그가 알몸의 여인들 앞에서 피리를 분다는 것이 놀라웠다. 물론 사나이는 한사코 옆모습만 보여 주지만 이러한 기획 자체가 공과 사를 철저히 구분하는 일본 문화의 한 단면을 보여 주는 것 같다. 우키유에서는 겨울 동안 매일 저녁 두 차례오후 6시, 9시45분 피리 공연을 한다. 

우키유의 알카리성 온천은 피부의 노폐물과 기름기를 제거하는 데 효과가 있다. 한 번에 5분 정도가 적당하며 물 온도가 높기 때문에 15분 이상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실내에는 히바유 탕이 있는데, 히노끼 나무를 사용해 피톤치드 효과까지 느낄 수 있다. 

아침저녁으로 시간이 남으면 시부사와しぶさわ 공원을 산책해 보자. 아오모리야 뒤쪽 호수를 따라 오솔길이 이어지는데 아오모리 지방의 독특한 가옥들을 둘러볼 수 있다. 오전에는 난로가 있는 마차를 타고 호수 주변을 한바퀴 도는 유료 마차 투어도 진행된다. 
 
 
호시노 아오모리야의 ‘미치노쿠 마츠리야’에서는 식사를 하며 등불을 테마로 한 네부타 마츠리를 볼 수 있다
아오모리에서는 가리비를 포함해 지역 특산물로 만든 음식을 꼭 먹어 보자

흥겨운 마츠리 난장

아오모리현은 네부타ねぶた라는 등불 축제로 유명하다. 지역마다 형태가 조금씩 다르지만 사람 형상의 거대한 등을 수레에 싣고 행진하며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축제다. 네부타 축제는 여름에만 열리기 때문에 겨울에는 박물관에 보관, 전시 중인 등롱을 감상하며 아쉬움을 달래야 한다. 하지만 운 좋게도 아오모리야의 공연 레스토랑 ‘미치노쿠 마츠리야’에서 네부타 축제의 축소판을 구경할 수 있었다. 

미치노쿠 마츠리야에 들어서자 사람들이 조용히 식사하는 가운데 어디선가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왔다. 스피커에서 축제 때 녹음한 현장의 소리를 들려주는 것이다. 그 힘찬 함성과 북소리를 듣고 있으면 뜨거운 여름 축제의 열기가 느껴지는 것 같다. 음식에도 지역색이 진하게 담겨 있다. 쓰가루 해협에서 잡히는 가리비 관자와 참치 스시로 시작해, 달걀흰자를 눈처럼 얹어 주는 우키나베, 맑은 국물에 센베를 넣어 먹는 센베지루, 가리비 석화구이까지 코스로 나온다. 

여유 있게 식사를 마쳤을 때쯤 축제 복장을 한 귀여운 아가씨가 무대에 올라와 네부타 공연을 소개했다. 조곤조곤 설명하던 그녀가 갑자기 깜짝 놀랄 만큼 큰 목소리로 ‘랏세라 랏세라’ 하고 외친다.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목소리라고는 믿기지 않았다. 그러자 관객들도 ‘랏세 랏세 랏세라’ 하며 화답한다. 그녀처럼 네부타 축제에서 구호를 선창하며 춤을 추는 사람들을 ‘하네토’라고 하는데, 실제로 복장만 갖추면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물론 목청이 좋아야 하는 건 기본이겠다. 

미치노쿠 마츠리야의 공연은 서정적인 선율의 샤미센 연주로 시작돼 무대 위에서의 마츠리 음악 공연, 관객이 참여해 실제 축제를 재현하는 한바탕 춤판으로 마무리된다. 공연 중에 아오모리 지역의 대표적인 네부타 축제 세 가지를 하이라이트만 모아 보여 주는데, 등불의 모양으로 구별할 수 있다. 히로사키시에서는 부채 모양을, 아오모리시에서는 입체적이고 역동적인 모양을 사용한다. 

공연의 여운이 가시지 않는다면 1층의 광장 ‘자와메구 히로바’로 가 보자. 매일 저녁 8시45분에 샤미센 연주를 곁들인 민요 독창과 함께 아오모리만의 독특한 샤미센인 ‘쓰가루 삽 샤미센’을 볼 수 있다. 샤미센 대신 생김새가 비슷한 철제 삽을 병따개로 두드리며 리듬을 맞추는 일종의 타악기다. 그 발상의 기발함과 유쾌한 연주자들 덕분에 어깨가 절로 들썩인다. 자와메구 히로바는 아오모리 사투리로 흥겹다는 뜻. 이곳에는 유카타 대여소, 기념품점, 이자카야, 마사지숍, 일본 현대 예술가 중 가장 뛰어난 연출가로 꼽히는 ‘테라야마 슈지寺山修司’ 전시 복도 등이 모여 있다. 

떠들썩하게 공연을 즐기고 객실로 돌아오니 거짓말처럼 고요하다. 다다미방 바닥을 맨발로 밟는 기분이 좋다. 세심하게 정돈해 놓은 침구는 엄마 품처럼 포근하다. 정성껏 차린 맛있는 음식에 온몸이 편안해지는 노천 온천욕, 즐거운 음악과 행복한 사람들 그리고 나를 위한 특별한 잠자리까지. 누워서 생각했다. 여기가 바로 천국이구나.  
 

▶travel info
Airline
대한항공이 인천-아오모리 노선에 직항편을 운항하고 있다. 일·수·목요일 10:20 인천 출발, 13:25 아오모리 출발. 2시간 35분 소요.  
 
transportation
아오모리야 료칸은 매일 대한항공 도착편에 맞춰 공항-아오모리역-아오모리야까지 셔틀 버스를 운행한다. 아오모리공항에서 아오모리 시내까지는 버스로 30분 가량 소요되며 기차를 이용할 경우 JR 아오모리역에서 기차를 탑승하면 된다.

tourism 
관광안내소 

JR 아오모리역 앞에 관광 안내 센터가 있다. 이곳에서 여권을 제시한 후 와이파이 카드를 받아 등록하면 아오모리 시내 약 300여 곳에서 무료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다. 안내소 바로 앞에 장거리 버스 정류장도 있다.
 
여행상품 
하나투어는 2박 3일, 3박 4일 아오모리 온천 여행 상품을 연중 운영한다. 모두 아오모리야 료칸에서 숙박하며 겨울에는 핫코다산 설경 투어가, 여름에는 하치노헤 미식기행 코스가 주요 일정이다. 
 www.hanatour.com  1577-1233
 

Place
에이팩토리A Factory

아오모리역 옆에 위치한 특산물 상점 겸 레스토랑. 세련된 인테리어와 엄선한 상품들이 기존의 특산물 시장에 대한 고정 관념을 깬다. 아오모리 사과로 만든 음료수와 와인, 통조림, 과자, 파이, 아이스크림 등 다양한 먹거리와 특산품을 판매한다. 추천 상품은 능금주Cidre로 건물 안에 주조 탱크가 있다.
 

히로사키성Hirosaki Castle(Hirosaki Park)
히로사키에 위치한 3층 규모의 성으로 1611년 축성됐다. 에도 시대 히로사키번의 번주였던 쓰가루 가문의 성으로 성 자체보다 주변 공원이 더 유명하다. 히로사키 공원은 일본 벚꽃 명소 100선 중 한 곳으로 4월 중순부터 5월 초까지 약 50종류 2,600그루의 벚꽃나무가 화사하게 꽃을 피운다. 
 1 Shimoshiregane-cho, Hirosaki City   무료
 
Train
스토브열차Tsugaru Railway, Stove Winter Train

고쇼가와라시에서 겨울철에만 한정 운행하는 열차로 고쇼가와라역에서 카나기역까지 약 25분 정도 운행한다. 옛날 차량을 그대로 사용하는데, 열차 안에 석탄으로 떼는 난로가 있어 오징어도 구워 먹을 수 있다. 고쇼가와라역 10분 거리에는 <인간실격>의 작가 ‘다자이 오사무’의 생가가 있다. 
 39 Omachi, Goshogawara-shi, Aomori   왕복 400엔
 
 
MUSEUM
네부타무라Tsugaru Neputa-mura

히로사키 네부타 축제의 등을 보관하고 전시하는 박물관으로 10m 높이의 거대한 네부타(등불)를 볼 수 있다. 히로사키 네부타는 부채 모양이 특징으로 앞에는 전국시대 무사들을, 뒤에는 미녀를 그려 넣었다. 공방과 샤미센 박물관이 있으며 매 시간마다 무료 샤미센 공연이 열린다. 
 61 Kamenokou-machi, Hirosaki City   550엔
 
글·사진 Travie writer 도선미 에디터 트래비 취재협조 하나투어 www.hanatou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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