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 Place] 열정도- 젊음 위에 띄운 섬 열정도
[Hot Place] 열정도- 젊음 위에 띄운 섬 열정도
  • 고서령
  • 승인 2016.06.01 14: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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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 위에 띄운 섬
열정도
 
서울 남영동 음침했던 골목에 섬이 하나 생겼다. 
이름하여 ‘열정도’. 진짜 섬은 아니지만 
섬이라 이름 붙은 곳. 너, 정체가 뭐냐.
 
초고층 아파트단지 한가운데 끼어 있는 이질적인 거리. 이곳을 ‘섬’이라 부르는 이유다
 

열정도 
서울시 용산구 백범로87길 55가
www.facebook.com/thepassionisland
모든 매장 월~토요일 17:00~24:00, 일요일 휴무
 
최상급 고기만 취급한다는 열정도고깃집
빈티지한 매력이 있는 열정도쭈꾸미 내부  
 
에너지 수혈 필요할 땐 섬으로 오세요

여기는 서울의 중심 용산구. 지하철 1호선 남영역에서 바라다보이는 고층 아파트 단지를 북극성 삼아 5분 남짓 걷는다. 왠지 모르게 어둠의 기운이 느껴지는 지점에서 왼쪽으로 두 번을 꺾어 들어가면, 절대로 그곳에 있을 거라 생각하지 못했던 장면을 만나게 된다. 고층 주상복합 빌딩과 프리미엄 아파트가 빽빽이 들어선 동네 한가운데 분화구처럼 푹 꺼진 지역. 21세기 건축 기술의 향연이 펼쳐지는 틈새로 1970~1980년대 집들이 듬성듬성 남아 있는 이질적인 거리.

이곳은 과거 인쇄소들이 활발하게 영업하던 남영동 인쇄 공단이었다. 시간이 흐르고 용산 재개발이 진행됨에 따라 새로 세워진 고층 건물들이 주변을 에워쌌다. 기존에 있던 인쇄소들은 대부분 파주 출판단지로 옮겨 갔다. 하지만 인쇄 공단에 대한 재개발은 반복해서 지연되었고 그러는 동안 오래된 건물들은 이곳에 그대로 방치되었다. 

고작해야 1~3층짜리 건물들이 옹기종기 낮은 고도에서 숨을 몰아쉬고 있던 이곳에 2014년 12월, ‘청년장사꾼’이라는 젊은이들이 터를 잡았다. 그들은 이곳에 가게 여러 개를 동시에 오픈하면서 ‘열정도’라고 이름 붙였다. 주변과 어울리지 못하고 동떨어져 있다는 뜻으로 섬 도島 자를 썼다. 밤이면 혼자 걸어 다니기 무서울 정도로 음산했던 골목길은 금세 젊은 에너지로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짭짜름한 감자튀김 냄새와 약간의 맥주 향 알코올이 섞인 공기. 사람들의 시끌벅적한 웃음소리와 그 틈새를 파고드는 청년들의 “어서 오세요!” “감사합니다!” 우렁찬 인사 소리. 일생에서 가장 열정적인 나이를 살고 있는 청년들의 에너지가 ‘섬’을 가득 메웠다.

이러니 열정도의 매력에 아니 반할 수가. 얼마 전 동네 친구의 소개로 처음 찾아간 열정도에서 나는 밤늦게까지 시간을 보냈다. 바로 다음날 다른 친구들을 데리고 열정도를 다시 찾았고, 그 다음 주엔 또 다른 친구와 열정도에 함께 가자고 약속해 두었다. 조만간 한국에 놀러 온다던 외국인 친구에게 ‘서울에 이런 곳도 있다~’ 하고 보여 줘야겠단 마음도 들었다. 들어서는 순간부터 젊은 에너지를 수혈 받는 기분, 당신도 직접 와서 느껴 보시길.
 
 
▶평균 나이 20대 중반, 치열하게 장사해요
청년장사꾼 ‘열정도 장사 총괄’ 김준희 본부장

청년장사꾼이 남영동의 방치된 인쇄공단을 선택한 덴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자본 부족이 가장 큰 이유였어요. 기존 상권은 임차료가 너무 비싸 저희 주머니 사정으론 역부족이었거든요. 임차료가 저렴한 곳들을 물색하다가, 높은 아파트 단지 틈에 예전 모습 그대로 도태되어 가고 있는 이곳을 발견하고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어요. 경리단길, 가로수길처럼 청년장사꾼의 길을 만들어 보자는 프로젝트로 6개 식당을 동시 오픈했죠. 저희 손으로 직접 페인트칠하고 인테리어까지 다 했어요. 지금은 그중 5개를 운영하고 있는데, 무사히 1년을 버텼다는 데 감사해요. 2012년 생겨난 청년장사꾼 구성원들의 평균 나이는 20대 중반이에요. 장사를 더 잘 하기 위해 매일 치열하게 일하고 아이디어 회의를 거듭하죠. 맛도 물론 중요하지만 서비스를 첫째로 강조하는 게 청년장사꾼의 특징이에요. 그런 의미에서 <트래비>를 읽고 오셨다고 말씀하시면 추가 서비스를 더 후하게 드릴게요! 앞으로는 멀리서도 일부러 열정도를 찾아오는 손님들이 많아질 수 있도록 만드는 게 목표예요. 
 
 
열정도 야시장 ‘공장’
3월부터 10월까지 매달 둘째 주 토요일, 열정도에서는 야시장이 열린다. 꼬치, 컵 스테이크, 샌드위치, 아이스크림 등 각종 푸드트럭과 수공예품 가판대, 버스킹 밴드, 초상화를 그리는 아티스트 등이 모인다. 야시장에 참가하는 푸드트럭과 상인들은 매달 달라진다. 청년장사꾼은 지금은 폐지되었지만 화제를 모았던 벼룩시장 ‘이태원 계단장’을 기획했던 주역이었다고. 그만큼 탄탄한 운영 노하우를 갖고 있으니 재미는 믿고 맡겨도 된다. 단, 당일에 비가 내리면 행사가 취소되니 일기예보에 주목할 것.
 

●열정도의 가게들, 그 안의 청년들

현재 열정도에서 청년장사꾼들이 운영하는 가게는 총 5곳이다. 가게마다 담당 직원이 정해져 있지만 다른 가게 일손이 부족하면 주저 없이 뛰어가 돕는 게 청년장사꾼 스타일. 쭈꾸미집 직원을 감자집에서 마주쳐도 놀라지 말기!
 

편하게 노천테이블에서 ‘인생 감맥’
감자집

눈에 띄는 하얀색 벽돌건물에 감자튀김 모양 네온사인, 인조 잔디 위에 옹기종기 놓인 노천 테이블. 열정도 초입에서 손님들을 가장 먼저 맞는 감자집의 풍경이다. 통통하고 바삭한 감자튀김과 직원들이 직접 개발한 수제소스가 주 메뉴이고, 고구마튀김, 치즈스틱, 치킨텐더도 사이드메뉴로 판매한다. 이태원의 유명 수제맥주 브루어리인 ‘파이루스PYRUS’와 컬래버레이션해 만든 ‘인생맥주’를 선보이고 있다. 부드러운 크림생맥주와 달콤한 유자맥주, 맛을 기준으로 엄선한 수입 병맥주도 다양하게 갖췄다. 편안한 분위기와 저렴한 가격, 후한 인심이 특징. 이른 저녁엔 고등학생들도 와서 콜라와 감자튀김을 먹고 가고, 임신부들도 무알코올 맥주와 함께 감자튀김을 즐기러 많이 온다고.
인생맥주 세트(감자튀김L+인생맥주 2잔) 1만5,000원, 양념감자L 5,500원, 인생맥주 6,000원, 크림생맥주 3,000원
 
빈티지한 매력, 쭈꾸미의 참맛
열정도쭈꾸미

본래 그 자리에 있던 집의 구조를 크게 손대지 않고 쭈꾸미집으로 꾸몄다. 까만 페인트로 대충 삐뚤빼뚤 쓴 ‘열정도 쭈꾸미’라는 간판, 누군가 떼려다 실패한 듯 천장에 간신히 붙어 있는 벽지, 옛날식 달력과 휴지까지, 요소요소 빈티지한 매력이 살아 있다. 삼겹살, 감자튀김, 치킨 같은 메뉴의 느끼함을 해소해 주기 위해 탄생했다는 열정도쭈꾸미는 소탈한 분위기와 한국적인 맛을 추구한다. 연탄불에 구워 주는 쭈꾸미양념구이는 채소로 양을 부풀리는 꼼수(?)를 쓰지 않은, 쭈꾸미의 참맛을 느낄 수 있는 메뉴다. 사이드메뉴인 화산폭발 치즈 계란찜도 손님들에게 인기가 높다.
2인 안주세트(석쇠 쭈꾸미 구이 2인분+날치알 주먹밥+계란찜) 2만5,000원, 화산폭발 치즈 계란찜 6,000원, 모시조개탕 1만2,000원
 
 
 
여심 잡는 와인 가게
철인28호

작은 공간에서 와인과 치즈 요리를 파는 1인 매장. 철봉 점장 혼자서 요리도 하고 서빙도 하고 음악 선곡, 인테리어까지 다 한다. 꽃을 좋아하는 점장의 취향을 반영해 가게 앞은 작은 꽃들로 아기자기하게 장식했다. 메뉴는 치즈로 명성이 높은 경리단길 치즈어랏에서 치즈 요리를 공부해 만든 것들이고, 와인 리스트는 전문가들의 추천을 받아 채웠다. 호가든, 기네스, 사무엘아담스, 파울라너 등 수입 병맥주도 판매한다. 철봉 점장과 친해지면 메뉴에 없는 서비스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여자들, 커플들이 주요 손님. 코키지 비용 1만원을 내면 직접 가져온 와인을 마실 수 있다.
통삼겹구이를 곁들인 에담치즈 2만9,000원, 보코치니치즈를 곁들인 샐러드 1만2,000원, 에멘탈치즈 크림파스타 1만6,000원, 와인(1병 기준) 1만원대부터
 
친구집 같은 고깃집
열정도고깃집

붉은 기와를 얹은 붉은 벽돌집에 소탈하게 들어선 고깃집에서 힙합 소울이 충만한 청년들이 일하고 있다. 친절하고 상냥한 서비스를 하기보다는 친구처럼 막 대하는, 그래서 더 편안한 곳이다. 실명의 마지막 글자인 ‘훈’에 성이 ‘고기’라는 뜻으로 ‘고기훈’이라 불러 달라는 점장은 갈매기살을 좋아하면 ‘갈매기형님’, 이선균 목소리를 닮았으면 ‘이선균형님’ 등으로 손님들의 애칭을 지어 부르길 좋아한다고. 매일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해 손님들과의 접점을 만든다. 쇠고기는 미국산 블랙앵거스 생갈비살, 돼지고기는 농협 안심 한돈을 사용한다며 자부심이 대단하다. 지리산 참숯에 초벌구이해 주는 것이 특징. 고기를 찍어 먹을 수 있는 콘치즈가 사이드메뉴로 인기다.
삼목항(삼겹살, 목살, 항정살) 세트 600g 3만6,000원, 냉면 4,000원, 계란찜 3,000원
 
 
치킨 맛의 레볼루션
치킨혁명

본래 ‘치킨사우나’였던 곳이 5월 말 ‘치킨혁명’으로 리뉴얼 오픈한다. 직접 개발한 버터땡초 소스를 사용한 버터땡초 양념치킨이 대표 메뉴다. 찜닭은 한식 경영 30년 경력의 어머니가 알려 준 레시피로 만든다. 얼마 전부터 다양한 메뉴와 잘 어울리는 스테디셀러 맥주인 ‘칭타오’를 판매하면서, ‘치킨엔 칭타오, 찜닭에도 칭타오’라고 밀고 있다. 점장의 별명이 어깨깡패인 건 같이 일하는 사람들 중 신장 대비 어깨가 가장 넓어서라고. 다니엘 헤니와 같은 48cm란다.
버터땡초치킨 1만8,000원, 찜닭(2~3인용) 1만7,000원
 
 
●열정도 샛길로 빠지면

열정도에는 청년장사꾼 가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식당과 술집이 열정도로 모여들게 만드는 것이 청년장사꾼의 바람이기도 하다. 이미 열정도 샛길에는 매력적인 가게들이 자리 잡고 있다. 
 
 
1980년대로 돌아간 기분
다방구
이런 걸 다 어디서 구했을까 싶을 정도로 놀라운 복고풍 인테리어를 갖춘 술집. 원래 집주인 아주머니가 버리려던 자개장을 재활용해 달았다는 화장실 문이 특히 인상적이다. 옛날식 떡볶이와 편육이 대표 메뉴.
서울시 용산구 백범로87길 48-3   010 4010 7707
월~토요일 18:00~24:00, 일요일 휴무   다방구 떡볶이 1만원, 닭발 편육 1만5,000원, 오돌뼈 그리고 주먹밥 1만5,000원
 
 
단일메뉴 복고풍 쇠갈비집
참숯집
지난 4월 새롭게 오픈한 복고풍 콘셉트의 쇠갈비 전문점. 메뉴는 양념 쇠갈비살 딱 하나뿐이다. 훈훈하지만 몹시 무뚝뚝한 주인장이 있다.  
서울시 용산구 백범로87길 48-8   02 712 4876  
월~토요일 10:00~22:00, 일요일 휴무   
양념 쇠갈비살 1만3,000원, 된장찌개 5,000원
 
글 고서령 기자  사진 Photographer 고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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