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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비스트 유호상의 여행만상] 꺼진 불도 다시 한 번!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6.06.01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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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 이거 뭐죠?”
 
시드니를 거쳐 뉴질랜드 남섬의 관문, 크라이스트처치까지 가까스로 도착한 우리의 장거리 신혼여행. 우리의 짐은 시드니에 남고 싶었는지 주인을 따라오지 않았다. 벌건 눈을 비비며 수화물 분실신고를 마친 후, 어서 숙소에 가서 쉴 생각에 발걸음을 서두르는데, 이번에는 엑스레이 검사를 하던 검역관이 우리를 불러 세웠다. 우리가 들고 탔던 기내용 가방에 문제가 있는 품목이 있단다. 그럴 리가? 의아해 하며 트렁크를 열어 보니, 잠시 후 들려 나온 것은!!! 복주머니였다! 결혼식 후 폐백 때 받았던 대추와 밤이 ‘고이 간직’ 되어 있었던 것.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던 돌발상황이었다.

씨앗이 될 수 있는 대추와 생밤은 절대로 뉴질랜드로 반입이 안 된다며 압수해야 한다는 말에 우리는 일단 검역관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우리는 갓 결혼한 신혼부부이며 이 물건은 한국에서는 신랑과 신부에게 복을 가져다주는 의미로 받는 복주머니이기에 그냥 버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반입 금지 대상에서 예외가 되지는 못했다. 그저 못 버리겠다고 버티고만 있던 난감한 상황에서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차라리 이 자리에서 먹어 버리자는 것. 그렇게 ‘선언’하고 둘이서 대추와 밤을 반쪽씩 깐 후 그 자리에서 입에 넣었다. 처음엔 딱딱한 표정이었던 검역관들도 그 모습을 보더니 웃음을 터뜨리며 원칙은 200달러까지 벌금을 부과할 수도 있는 법규위반이지만 이번만은 특별히 봐주겠다고 했다. 우리는 그렇게 무사히 뉴질랜드 입국에 성공했다.

봐줬다니 고맙긴 하다만, 의도적인 것도 아닌데 설마 진짜 벌금을? 생색내기려니 생각했는데 다음 날 아침, 숙소에서의 식사 때 우리의 지난 밤 에피소드를 들은 뉴질랜드 아줌마의 말에 의하면, 얼마 전 할리우드 스타 하나가 비행기에서 먹다 갖고 들어온 사과가 걸리는 바람에 거액의 벌금을 문 사건이 신문에 실렸었다고 했다. 아, 우리가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지난밤 일이 정말로 고액 벌금형의 위기상황까지 갔던 것이었다. 
 
‘병 주고 약 주고’지만, 
어쨌든 복주머니 덕분이었던 걸까?  
2008년, Christchurch, New Zealand

tip
외래종의 유입에 민감한 호주, 뉴질랜드 등은 반입금지 품목에 더욱 유의해야 한다. 몰랐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으니 사전에 미처 생각하지 못한 동식물류가 수화물에 있는지 꼭 체크할 것. 특히, 복주머니 갖고 타는 신혼부부들!
 
*글을 쓴 유호상은 낯선 곳, 낯선 문화에 던져지는 것을 즐기는 타고난 여행가다. 현재 여행 커뮤니티 ‘클럽 테라노바’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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