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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를 발굴하다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6.06.07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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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를 발굴하다
 
낮이면 단아한 자태를 뽐내고 밤에는 화려한 야경을 선사하는 경주. 
그 수려한 풍경은 수학여행 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지만, 
문득 경주를 새롭게 만나는 순간을 발견했다. 
완성이 아닌 미완성, 지금 이 순간에도 기록되고 있는 
역사의 현장에 섰을 때다. 
 
낯설고도 새로운 경주
 
경주에서 기차로 1시간 남짓의 거리에 살고 있기에 경주 여행은 그다지 새롭지 않았다. 따스한 봄철 혹은 쾌청한 가을이 되면 줄지어 오가는 30인승 관광버스 중 하나에 올라 수학여행으로 다녀온 것만 수차례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번엔 좀 달랐다. 가는 방법도, 방문한 장소도 새로웠다. 보이는 경주가 아니라 ‘발굴한’ 경주라고 할까. 

이제껏 기와지붕의 풍경이 보이면 비로소 경주에 왔다는 것을 실감하곤 했었다. 자동차를 이용해 경주IC로 들어오면 톨게이트가 기와지붕이고, 기차를 이용해도 기와를 얹은 경주역사를 먼저 보게 된다. 하지만 이번 여행은 서울에서 출발하는 터라 KTX를 이용했고 처음으로 신경주역으로 들어서며 경주 여행을 시작했다. 기차에서 내려 바라본 신경주역의 모습은 전통미가 물씬 느껴지는 이전의 경주와는 거리가 있었다. 마치 공항 같은 큰 규모와 세련된 인테리어로, 전통 한옥의 기와로 장식된 경주역에 익숙했던 내게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게다가 서울에서 경주까지 2시간 남짓이라니. 편리하다는 생각과 더불어 한편으론 뭔지 모를 서운함이 밀려왔다.
 
 
월성 발굴 현장에서 첨성대로 가는 길에는 노란 유채꽃이 만발해 있다
 
쪽샘지구 44호분 발굴 현장. 일반인들이 편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돔 형태의 구조물을 설치해 개방하고 있다
 
 
문화재 발굴 현장에서 만나는 역사
 
완연한 봄이었다. 벚꽃과 유채꽃의 소식을 방송과 SNS로만 전해 듣다가 2시간 만에 유채꽃 만발한 경주 월성 발굴 현장에 도착해 있었다. 월성 발굴 현장에서 첨성대까지 이어지는 길에는 노란 유채꽃 산책로를 한가로이 거닐거나 그늘에 앉아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 그리고 끊임없이 셔터를 누르며 추억을 남기기에 여념이 없는 커플들까지 모두가 저마다 다양한 방법으로 봄을 즐기고 있었다. 
수학여행 1번지에서 가족 여행지, 로맨틱 여행지로 발을 넓혀 온 경주에도 나름 고민이 있다. 어떻게 하면 ‘역사라는 무겁지만 중요한 주제로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그에 대한 해법 중 하나가 바로 발굴·복원 현장 공개다. 월정교 복원 현장, 월성 발굴 현장, 쪽샘지구 발굴 현장 등이 하나둘씩 일반인에게 공개되고 있다. 

월성은 신라의 정궁 터로 짐작되는 곳으로 남쪽으로는 개천이 흐르고 있고 동, 서, 북쪽으로 방어용 해자를 파서 신라가 통일되기 전까지 외적의 침입 때마다 왕을 보호했었다. 발굴 현장 초입에서 월성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들은 뒤, 내부로 들어섰다. 

문화재 발굴 작업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섬세했다. 유물 훼손 방지를 위해 작은 도구로 흙을 조심스럽게 긁어내는 과정을 수년 동안 반복해야 비로소 묻혀 있던 문화재를 발굴할 수 있고, 그 밖의 섬세한 복원작업을 거쳐 우리 역사를 실증하는 고증자료로 인정받게 되는 것이다. 실제 복원 현장을 보며 설명을 들으니 문화재의 소중함이 새삼 더 크게 느껴졌다. 문화재를 보는 것만큼이나 발굴 과정을 지켜보는 체험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월성 발굴 현장이 처음으로 일반인에게 공개된 것은 지난 3월3일 ‘문화가 있는 날’ 행사의 일환이었다. 그 후 정기적인 행사로 확장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지만 문화재 훼손에 대한 우려나 관람객의 안전 때문에 쉬운 일만은 아니라고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관계자가 말했다. 현재 발굴 현장 내부로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관람객들을 위해 설치한 나무 데크에서 현장 전체를 볼 수는 있다. 

반면 쪽샘지구 발굴 현장은 일반인들의 관람 편의를 위해 돔 형태의 건물인 쪽샘 유적 발굴관을 세웠다. 발굴관이 돌무지 덧널무덤인 쪽샘지구 44호분 전체를 감싸고 있어서 주변을 돌아보며 발굴 현장을 지켜볼 수 있는 구조다. 발굴 작업이 더디게 진행되더라도 문화재와 역사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발굴 현장을 공개하기로 했다는 관계자의 설명이다. 

쪽샘지구 44호분은 2018년까지 발굴 작업을 진행한 후 대릉원처럼 공원화할 예정이다. 그때까지는 지금처럼 일반인에게 개방된다. 방문 전, 웹사이트를 통해 투어를 신청하면 전문가들의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전문가의 설명을 듣고 나면 흙더미, 돌멩이 속에서 꺼낸 지난 이야기가 보이기도 하고, 들리기도 한다. 
 
통일전 야경. 2016년 4월부터 10월까지는 오후 9시까지 연장하여 개방된다. 요금은 무료
 
경주씨, 깜깜한 밤중에 만나요 
 
태양이 저물고 달과 별이 가득한 시간. 역사와 전통의 경주는 밤이 되면 그 어느 곳보다 화려한 도시로 탈바꿈한다. 단아하게만 느껴지던 낮의 문화재들은 색색의 조명들이 어우러져 아름답고도 웅장한 모습을 드러낸다. 경주의 야경명소를 모두 보려면 하루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경주에서 머무는 시간이 짧다면 더욱 걸음을 재촉해야 한다. 

대표적인 장소는 단연 동궁과 월지다. 동궁과 월지는 흔히 알고 있는 임해전지와 안압지의 본래 이름이다. 안압지는 조선시대 묵객들이 갈대와 부평초가 무성한 폐허에 기러기와 오리들만이 날아드는 것을 보고 붙인 이름인데, 훗날 발굴된 토기 파편 등을 연구하여 이곳이 기록상의 월지임을 확인하고 2011년 정식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입장시간이 끝날 때쯤 도착해서 아슬아슬했는데 4월부터 10월 말까지는 야간 개장으로 30분간 연장한다는 희소식을 들었다. 동궁과 월지는 옛 신라인들의 예지가 돋보이는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연못 가장자리에 굴곡을 주어 어느 곳에서 보아도 전체가 한눈에 들어올 수 없도록 만든 것. 때문에 좁은 연못이지만 넓은 바다처럼 느껴진다.

월지를 따라 거닐어 본다. 동궁과 월지는 자주 와 봤던 곳임에도 올 때마다 아름다운 풍경에 감탄하게 된다. 빛이 쌓여 황금빛을 띄는 모습도 멋지지만 월지에 비치는 반영은 그야말로 예술이다. 평일이나 주말, 성수기 비수기 할 것 없이 월지는 카메라를 든 이들로 가득하다.  

동궁과 월지와 함께 경주의 야경명소로 떠오르는 곳은 복원 작업이 한창인 월정교. 다리가 소실되어 월정교지로 불리다 2005년부터 복원 공사가 시작됐다. 다리를 받치는 기둥인 석조 교각과 지붕이 있는 65m의 목조 다리인 누교는 2013년 복원되었고, 지금은 다리 양쪽의 문루를 복원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때문에 아직은 월정교 다리 위를 걸어 볼 수는 없다. 교촌마을에 도착해 먼발치에서 보는 것이 전부다. 하지만 한참 떨어진 곳에서도 월정교는 눈이 부시게 화려하고 기품 있는 모습이다. 문루와 주변의 광장, 주차장 등의 편의시설 공사까지 내년쯤 마무리된다고 하니, 곧 완전한 월정교의 모습을 볼 수 있을 터. 아름다운 모습의 월정교를 기대해도 좋겠다.

야간 시티투어
경주터미널 매주 금, 토요일 18:30 출발 
경주시티투어천마관광(주) 054 743 6001 
www.cmtour.co.kr

신라달빛기행
답사전문가와 함께 경주 유적 일원 답사, 답사 후 유적지 탑돌이, 전통문화체험, 달빛과 함께하는 국악공연 감상,  4~10월 운영 
신라문화원  054 774 1950 www.silla.or.kr
 
하얀 깃털의 조형물이 눈에 띄는 버드파크
버드파크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새를 가까이에서 보고, 만져 볼 수 있는 체험이 가능하다
버드파크에서 손 위에 앉은 새를 바라보며 천진난만한 웃음을 짓는 아이
 
아이들을 위한 2가지 선택 
버드파크에서는 만져도 괜찮아요 

대한민국 최초의 동물원과 식물원이었다는 경주의 동궁과 월지를 현대적으로 재현한 것이 바로 버드파크와 동궁원이다. 우선 입구에 세워진 하얀 깃털의 조형물이 멀리서부터 시선을 빼앗는 곳이 버드파크다. 다른 동물원과 달리 관람객들이 조련사의 도움을 받아 우리에 직접 들어가 다양한 종류의 새를 가까이에서 보고, 직접 만져 볼 수도 있다. 아장아장 걸음이 서툰 아기는 아빠의 도움으로 손에 모이를 올리고 새들을 불러 모았고, 손에 혹은 머리에 올라앉는 새들을 바라보며 천진난만한 웃음을 짓는 아이들도 있었다. 유적지나 박물관에서와는 또 다른 싱그러운 웃음들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경상북도 경주시 보문로 74-14  054 777 7200  어른 1만7,000원, 청소년 1만5,000원, 어린이 1만1,000원   www.birdparks.co.kr
 
비단벌레 전기 자동차

신라 때부터 고마운 비단벌레님
경주 월성 발굴 현장에서는 아이를 동반한 가족들에게 비단벌레 전기 자동차의 인기가 높았다. 날개가 초록색 비단처럼 광택이 나는 비단벌레는 신라시대부터 공예 장식품의 소재로 사용되어 온 곤충으로 비단벌레를 형상화한 친환경 전기차가 동부사적지 일원에서 운행 중이다. 자동차가 된 비단벌레는 사람들을 가득 태우고 산책로 위를 천천히 달려 나갔다. 옛 조상들을 위해서 날개를 희생하더니 이제는 첨성대와 주변의 여러 관광지를 이어 주는 발이 되어 주고 있다. 

비단벌레 전기 자동차 투어
코스 매표소(첨성대 입구) →계림→향교→최씨고택→교촌한옥마을→월정교→꽃단지→신라왕궁영상관(영상 15분 관람)→연꽃단지→첨성대→매표소 
 어른 3,000원, 군인·청소년 2,000원, 어린이 1,000원 
 054 779 8745
 

▶travel info
 

Train
서울에서 신경주역까지 KTX의 소요시간은 약 2시간이며 요금은 일반실 기준, 성인 4만9,300원이다. 
 

Stay
황남관

7개의 한옥이 하나의 마을처럼 조성되어 있는 한옥 호텔. 2인실부터 스위트룸까지 다양하다. 무료로 한복을 입어 볼 수 있는 한복체험관과 널뛰기, 투호 등 전통놀이 프로그램도 마련되어 있다. 아침조식으로 나오는 육개장은 깊고 진한 국물 맛이 육개장 전문식당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경상북도 경주시 포석로 1038  054 620 5000
 www.hanokvillage.co.kr

Tour
경주 월성발굴 현장 투어 

문화재 발굴 현장 및 야경 명소 관람이 포함된 패키지 투어. 온누리 상품권 5,000원이 제공되며 경주 재래시장에서 사용할 수 있다. 쿠팡Coupang 을 통해 예약할 수 있다. 1일차 일정은 서울역-신경주역-불국사-황남관-석식(별채반 교동쌈밥점)-경주야경투어(통일전·동궁과 월지), 2일차 일정은 경주명소 및 체험관광(월정교-교촌마을-계림지구)-중식(해밀 진주냉면)-신라왕경복원 월성 발굴 현장-석식(경주 재래시장)-신경주역-서울역. 
 6월18~19일   www.coupang.com(검색어 : 트래비 경주, 경주 1박 2일 패키지)   1인 기준 20만원~21만원  쿠팡 1577 7011, 해밀 여행사 1577 7788 
 

Place
경주 동궁식물원

우리나라 최초의 식물원이었던 동궁과 월지를 현대적으로 재현한 곳. 야자원, 관엽원, 화목원, 수생원, 열대과원의 5가지 테마로 이루어진 아열대 식물원이다. 
경상북도 경주시 보문로 74-14  054 779 8725 
어른 4,000원, 청소년 3,000원, 어린이 2,000원  
www.경주동궁원.kr 
 

교촌한옥마을 ‘교촌 가람’
교촌한옥마을 안에 자리한 전통떡 체험장이자 수제차와 디저트를 맛볼 수 있는 카페. 직접 만든 인절미에 식혜를 함께 곁들여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다. 입 안 가득 딸기향이 퍼지는 딸기 찹쌀떡도 인기. 
경상북도 경주시 현곡면 금장3길 22-5 
010 5509 2490   blog.naver.com/hso2490
떡메치기 체험(체험 후 떡과 식혜 시식 포함) 
1인 1만원, 딸기 찹쌀떡 2,000원 등 
 

국립경주박물관
신라 천년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 성덕대왕신종을 비롯해 수많은 유물을 소장하고 있으며 고고관, 미술관, 안압지관, 특별전시관으로 구분되어 있다. 
경상북도 경주시 일정로 186  054 740 7500  
무료(유료 특별·기획전시 제외), 4개 국어 지원(한국어, 영어, 일어, 중국어) 음성안내기 대여비 3,000원 
gyeongju.museum.go.kr
 

FOOD
해밀 진주냉면

평양냉면과 함께 오랜 역사를 가진 진주냉면을 맛볼 수 있다. 고명으로 올려 주는 가오리 회, 육전 등과 함께 입 속으로 호로록 들어가는 쫄깃한 면발의 진주냉면은 해산물 육수를 사용하여 감칠맛이 제대로다. 냉면의 시원한 국물과 비빔냉면의 매콤함을 함께 맛볼 수 있는 물비빔냉면이 인기메뉴.  
경상북도 경주시 첨성로 105   054 741 7020 
물비빔냉면 9,000원, 경주한우 육전 1만원
 

장군암소숯불
경주의 특산물 한우를 맛볼 수 있는 곳. 저렴한 가격에 질 좋은 경주 한우를 먹을 수 있다. 경주 한우가 들어간 된장찌개에 국수를 넣어 끓인 된장국수는 인기메뉴이자 추천메뉴.
경상북도 경주시 석장동 1201-5  054 741 9201 
소금구이 100g 7,000원, 갈비살 100g 8,000원, 된장국수 4,000원 
 

별채반 교동쌈밥점
경주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과 쌈을 우선으로 한우, 돼지, 오리 등의 고기와 함께 차려낸 한상차림을 즐길 수 있다. 후식으로 나오는 단호박 식혜로 깔끔한 마무리까지. 여행 중 든든한 한 끼 식사로 제격이다.  
경상북도 경주시 첨성로 77  054 773 3322 
돼지불고기쌈밥 1만2,000원, 오리불고기쌈밥 1만2,000원 

글·사진 Traviest 이나윤 에디터 트래비 취재협조 경주시 www.gyeongju.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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