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아름 아버 섹시’ 베를린②라이히 슈타크-연방의회, 유리돔에 눕다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6.06.07 15: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Reichstag 라이히 슈타크
연방의회, 유리돔에 눕다
 
라이히 슈타크Reichstag, 독일연방의회 건물은 베를린에서 가장 유명한 랜드마크이자 독일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건물이다. 지난 45년간 동서로 분단되어 있던 동서독은 1990년 10월3일 새벽 0시를 기해 통일을 이루고 독일연방공화국으로 새롭게 출범했다. 10월4일 오후 첫 통독의회가 소집되어 통일 독일의 첫 모습을 전 세계에 선보인 곳이 바로 여기다. 
 
라이히 슈타크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러시아군과 나치에 의해 훼손됐다. 1961년에서 71년 사이에 단순한 형태로 재건되었지만 2차 세계대전 당시 파괴된 돔은 복원하지 않았다. 동서독 분단 후에는 베를린 장벽이 의사당 건물 옆을 지나며 폐허처럼 방치되기도 했다. 하지만 통일 후인 1999년 이후 독일의회는 이 건물을 다시 연방의회 의사당으로 쓰기로 결정했다. 
 
1994년에서 1999년 사이, 영국 건축가 노먼 포스터Norman Foster에 의해 라이히 슈타크는 현대적인 의사당으로 재단장되었다. 대대적인 보수 작업 후 가장 큰 변화는 유리돔이 생겼다는 것이다. 한때 유리돔에 대한 반대 의견도 많았지만 결국 유리돔은 베를린의 랜드마크가 되었다. 라이히 슈타크의 나선형 경사로를 따라 올라가면 건물의 꼭대기에 다다른다. 발밑으론 대회의장을 볼 수 있다.
 
유리돔 한가운데에는 둥근 의자가 있다. 그곳에 드러누워 한참 하늘을 바라보았다. 천장의 둥근 통창 너머로 흰 구름이 서서히 흘러갔다. 하늘을 바라보고 누워 있는 이곳이 독일연방의회 의사당이라니, 우리 식으로 말하면 국회의사당 건물에 누워 하늘을 바라본다는 말이다. 시민들이 언제나 찾아갈 수 있는 의사당의 유리돔. 독일은 의사당 건물을 통해 스스로를 ‘시민사회’라고 선언하는 것만 같다. 부럽다. 
 
유리돔은 사전에 등록한 방문객만 입장할 수 있다. 사전 방문 신청이 필수란 얘기다. 의사당 측에선 최소한 방문 2일 전에 등록하라고 권고하고 있으나 내 경우에는 운이 좋았던 건지 3시간 전에 인터넷www.bundestag.de으로 간단히 등록하고 입장할 수 있었다. 무작정 의사당 앞으로 가 줄을 서고 등록 후에 입장할 수도 있으나 장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유리돔은 아침 8시부터 밤 12시까지 개방한다. 밤 10시가 마지막 입장 시간이다.
 
라이히 슈타크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한 가지 있다. 1995년 예술가 크리스토와 쟝 끌로드Christo and Jeanne-Claude 부부는 연방 의회 건물 전체를 하얀 천으로 모조리 싸 버렸다. 1985년 파리의 퐁네프다리를 하얀 천으로 싸 버린 것처럼 연방의회는 하얗게 포장되어 버렸다. 두 사람으로선 20년 넘게 청원하며 추진해 온 프로젝트였고, 독일의회는 10여 년간의 논쟁 끝에 결국 의사당 건물을 두 예술가에게 내주었다. 결국 하얀 천으로 감긴 연방의회 건물을 보기 위해 엄청난 관광객이 몰려들었다.  
 
이곳에서는 매년 1월30일, 홀로코스트 생존자의 증언을 듣는다. 1월30일은 1933년, 권력을 장악한 히틀러가 수상으로 취임한 날이다. 
 
라이히 슈타크
Platz der Republik 1, 11011 Berlin 
bundestag.de
 
독일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건물인 연방의회의 모습
나선형 계단을 따라 연방의회 꼭대기 유리돔에 오를 수 있다
홀로코스트 메모리얼은 2,711개의 석비로 이루어졌다

●Holocaust Memorial to the Murdered Jews of Europe
홀로코스트 메모리얼
석비로 만든 검은 숲
 
홀로코스트 메모리얼Holocaust Memorial to the Murdered Jews of Europe은 베를린 한복판, 브란덴부르크 인근에 있는 2,711개의 기념비다. 1만9,000m2, 동서남북 어느 방향에서건 접근할 수 있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건축가 피터 아이젠만Peter Eisenman이 만들었다. 석비로 만든 검은 숲 같다. 수많은 석비들 사이 내가 어디에 있는가에 따라 느낌이 다르다. 바닥은 수평이 아니고 기울어 있다.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니 석비 높이는 점점 높아져 간다. 마치 어디론가 빠져 드는 것만 같다. 물결처럼 흐르는 추모비들 아래 지하에는 인포메이션 센터가 있다.  
 
홀로코스트 메모리얼에서 직선거리로 800m 지점에 바로 나치 비밀경찰인 게슈타포 본부가 있었다. 게슈타포 본부는 현재 나치 시절의 기록을 전시하는 역사박물관Topography of Terror으로 쓰인다. 2013년 1월30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히틀러 집권 80주년을 맞아 베를린 소재 게슈타포 옛 본부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치의 부상은 독일 엘리트와 사회 전체가 지지했거나 최소한 묵인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히틀러는 독일인들에게 영원한 악몽이다. 적극적이건 소극적이건 독일인 자신이 히틀러의 공범이기 때문이다.
 
홀로코스트 메모리얼 
Cora-Berliner-Straße, 10117 Berlin 
stiftung-denkmal.de
 
크로이츠베르크 지역의 카페바에서 바라본 거리
베를린 중심가인 미테 지역의 카페 더반의 카페라테와 샌드위치 메뉴
카페바 안쪽에 숨어 있는 공간
베를린 사람들에게 카페는 마치 자기 집의 거실 같다
 
 
●Cafe in Berlin   
베를린 사람들의 거실, 카페
 
베를린에는 근사한 카페가 정말 많다. 프랜차이즈는 찾아보기 힘들다. 스타벅스도 채 스무 개가 안 된다. 반면 서울의 스타벅스 매장 수는 300개에 가깝다. 전 세계 어느 도시보다도 많다. 도대체 서울에는 왜 이렇게 스타벅스가 많을까? 
 
베를린에서 가장 좋았던 일 중 하나는 언제 어디서든 근사한 카페에 갈 수 있다는 점이다. 일단 커피 값이 싸다. 스타벅스의 절반 또는 1/3 정도 가격이다. 카페를 가는 일이 즐거울 수밖에 없다. 때로는 카페 하나가 한 도시를 말해 준다. 내게는 그렇다. 크로이츠베르크 지역의 그래페Graefe 거리의 카페 ‘카페바Kaffe Bar’ 같은 곳이다. 나는 이곳에 완전히 매혹되고 말았다. 커피는 물론 아침으로 먹은 키시Quiche도 맛있었다. 이제껏 먹어 본 키시 중 최고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입 안에서 살살 녹을 만큼 부드럽고 담백하다. 드나드는 사람들도, 서빙 하는 친구들도 모두 멋지다. 음악도 좋다.
 
하루 종일 여기서 아침, 점심, 저녁을 먹고 시간을 보내도 좋겠다. 바에 앉아 키시를 먹으며 사람 구경을 하느라 자꾸 주변과 창밖을 힐끔거린다. 이른 아침, 바깥 테이블에는 갓난아기를 데리고 온 두 남자가 있다. 옆자리 여자는 펜으로 줄을 그으며 책을 읽는다. 커피와 키시를 먹고 단돈 5.5유로를 냈다. 깜짝 놀랐다. 가난하지만 세련된 이들이 많이 사는 베를린이기에 가능한 맛이고 가격이다. 나는 문득 카페바가 베를린 같다.

‘카페클라치Kaffeeklatsch’.
베를린 사람들의 성향을 한마디로 표현하는 말이다. ‘카페클라치’는 원래 식사 후 차를 마시며 얘기를 나눈다는 의미였지만 지금은 카페를 자기 거실처럼 쓰는 독일 사람들의 스타일을 설명하는 말이다. 돈은 없어도 카페에는 가야 하는 이들이 바로 베를리너들이다. 
 
카페바에서는 카푸치노가 2.5유로 정도 했던 것 같다. 참 싸다고 생각하며 마셨는데 베를린을 떠나기 전날 알았다. 베를린에는 아직도 1.5유로에 카푸치노를 마실 수 있는 카페가 있다는 걸. 우연히 만난 독일 친구, 페트라 덕분이다. 관광객은 없고 현지인들만 가는 곳, 그녀가 데려가지 않았으면 나도 찾아가기 힘들었을 곳. 베를린에 숨어 있는 작은 보석 같은 곳이었다. 
 
아담한 현대미술관인 미 컬렉터스 룸 베를린Me Collectors Room Berlin의 카페도 아주 근사하다. 두툼한 적색 냅킨과 함께 두 가지 코스로 나오는 런치 메뉴는 11유로, 믹스샐러드는 5유로다. 한 가지는 분명하다. 서울에선 이런 느낌의 카페에서 이 정도 가격에, 이런 음식을 먹을 수 없다는 것.  
 
아르코나 플랏츠 벼룩시장. 나는 여기서 오른쪽 하단에 있는 배 모양 타이머를 하나 샀다
 
●Flea Market   
에그 스탠드를 사다
 
“아르코나 플랏츠Arkona platz 벼룩시장은 작고 물건은 좀 비싸. 
하지만 좋은 물건을 팔아.”
 
이번에도 유미가 벼룩시장 쇼핑의 가이드라인을 귀띔해 준다. 베를린에서 가장 유명한 벼룩시장은 마우와Mauerpark 벼룩시장이다. 베를린에서 벼룩시장을 찾는 거의 모든 관광객이 일요일에 마우와 공원으로 간다. ‘마우와Mauer’는 ‘벽’이란 의미다. 공원 바로 옆에 베를린 장벽이 서 있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인데 지금도 여전히 장벽의 흔적을 볼 수 있다. 
 
유미 말은 틀리지 않았다. 마우와 벼룩시장은 크고 온갖 물건을 팔았지만 정작 내가 사고 싶은 물건은 하나도 없었다. 시간이 넉넉한 게 아니라면 마우와 벼룩시장은 권하고 싶지 않다. 반면 마우와 벼룩시장에서 걸어서 7분 정도 거리에 있는 아르코나 벼룩시장 분위기는 달랐다. 아르코나 벼룩시장에서 70년대 덴마크산 에그 스탠드, 서양배 모양의 타이머 그리고 동독 시절의 머그잔 두 개와 계산기를 샀다. ‘Made in DDR독일민주공화국’ 문구가 선명하다. 내게 에그 스탠드를 판 이는 1960년대 히피 세대로, 당시 유행이던 유럽-아시아 구간을 육로로 여행했다는 할머니, 카티아Katia였다. 
 
글·사진 Travie writer 박준 에디터 천소현 기자
저작권자 © 트래비 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최신기사
트래비 레터 요즘 여행을 알아서 쏙쏙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