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 아버 섹시’ 베를린③베를린 필하모닉- 두 손으로 하는 가장 멋진 일
‘아름 아버 섹시’ 베를린③베를린 필하모닉- 두 손으로 하는 가장 멋진 일
  • 트래비
  • 승인 2016.06.07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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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rliner Philharmoniker
베를린 필하모닉 
두 손으로 하는 가장 멋진 일
 
베를린에 가면 꼭 한 번 보고 싶었던 공연이 베를린 필하모닉의 공연이었다.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티켓은 33유로에서 94유로까지 다양한데 모든 티켓이 매진이었다. 공연 전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무작정 베를린 필하모닉을 찾아가니 다행히 ‘라스트 티켓’을 팔고 있었다. 운 좋게 구한 자리는 포디엄Podium 블록이었다. 지휘자를 바로 마주보는 오케스트라석 바로 뒷자리. 아마 여러 등급의 티켓 중 가장 싼 자리일 게다. 소리만 들으면 되지 하는 마음이었는데 웬걸, 다음에도 여기 앉아야지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좋았다. 바로 눈앞에서 지휘자의 얼굴을 보았다.
 
사람이 두 손으로 할 수 있는 가장 멋진 일은 지휘 같고, 사람이 두 손으로 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일은 피아노 연주 같던 밤이었다. 찬란하고 아름다운 선율을 따라 내 손가락은 무릎 위에서 자꾸 꼼지락거렸다. 마음은 달뜬 채 머리카락이 몇 번이나 쭈뼛거렸는지 모른다. 시디 앨범에서나 보았던 장 이브 티모데Jean Yves Thibaudet가 눈앞에서 피아노로 들려준 모리스 라벨Maurice Joseph Ravel의 피아노 협주곡 4번 G장조Piano concerto in a G major는 그야말로 황홀했다. 
 
베를린 필하모닉 공연장은 생각보다 작았다.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라는 명성만 생각하면 외관은 뜻밖에 소박하다. 입구가 어디인가 싶어 의아할 정도로 오케스트라의 존재감을 드러내거나 잘난 체하지 않는다. 공연 관람에 혹 드레스 코드가 있나 싶어 집으로 돌아와 적당히 옷을 갈아입고 갔는데 웬걸 아주 캐주얼하다.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지만 시민들에 대한 문턱은 낮다. ‘라스트 티켓’이라곤 하지만 16유로, 겨우 2만원에 표를 구매했다. 이 정도라면 베를린 시민이건 관광객이건 누구나 베를린 필하모니를 볼 수 있다. 베를린이 멋진 이유다. 누군가 베를린에 간다면 꼭 한 번 가 보라고 말하고 싶다. 인터넷으로 체크했을 때 매진이라 해도 앞서 말했듯 방법이 없지 않다. 공연 전날이나 전전날 직접 공연장으로 찾아가 라스트 티켓을 사면 된다. 
 
베를린 필하모닉 
Herbert-von-Karajan-Straße 1, 10785 Berlin
berliner-philharmoniker.de
 
얼핏 서커스 공연장 모습과 닮은 베를린 필하모닉 공연장
베를린 장벽에 그려진 그림 중 하나인 ‘키스’, 냉전시대 소련과 동독의 굳건한 연대를 풍자한 그림이다
 

●East Side Gallery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
두 남자의 치명적 사랑이여!
 
베를린 장벽의 두께는 생각보다 얇았다. 내 손으로 한 뼘을 약간 넘길 정도다. 채 몇 센티미터가 되지 않는 장벽이 30년 동안 건재했고, 이 벽을 넘으려다 많은 사람이 죽었다는 사실이 좀처럼 실감나지 않았다. 수십 년 동안 목숨을 걸어야 넘을 수 있었던 장벽 아래에선 이제 사람들이 빙 둘러앉아 한가로이 맥주를 마신다.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는 ‘야외’ 갤러리다. 공식적으론 베를린 동쪽에 남은 1.3km의 장벽에 21개국 예술가 118명이 그림을 그려 놓은 곳이라고 하는데 실제 이곳에 그림을 그린 이들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 같다.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은 구소련 공산당 서기장 브레즈네프Brezhnev와 동독 최고지도자 호네커Honecker가 열렬히 키스하는 그림이다. 러시아 예술가 드미트리 부르벨이 그렸다. 1979년 브레즈네프와 호네커는 동독 정권 30주년을 기념하며 만났다. 그림 아래에는 러시아어로 다음과 같이 쓰여 있다. 

“주여, 이 치명적인 사랑에서 제가 살아남을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키스’를 지나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의 끝까지 걸어 보았다. 구동독과 서독을 수시로 오가며 그림을 구경하고 걷는 데 제법 긴 시간이 걸렸다. 두 개의 독일은 장벽의 양면마저 각각 다르게 채색했다. 거친 그래피티부터 섬세한 초상화까지 각양각색의 그림을 볼 수 있다.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는 20세기 각양각색 현대미술의 종합전시장 같다. 4월, 이곳을 찾았을 때는 그림의 파손을 막기 위해서인지 장벽 앞에 펜스가 드리워져 있었다.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
Muhlenstraße,10243 Berlin 
eastsidegallery-berlin.com
 
과거에는 목숨을 걸어야 넘을 수 있던 베를린 장벽 앞에서 이제 사람들은 한가로이 맥주를 마신다
베를린에서 가장 복잡하고 번화한 곳, 포츠다머 플랏츠
 
●Potsdamerplatz
포츠다머 플라츠
폐허에 심은 독일의 미래
 
베를린은 2차 세계대전과 분단을 겪으며 도시 곳곳이 파괴되었다. 통일 후 베를린은 유럽 다른 도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모습으로 거듭 태어난다. 이를테면 포츠다머 플라츠가 그렇다. 2차 세계대전 이전 포츠다머 플라츠는 베를린에서 가장 큰 교차로였고, 유럽에서 제일 먼저 신호등이 등장한 곳이다. 하지만 전쟁을 겪으며 완전히 파괴되었다. 그 후 40여 년간 동서독 사이에서 폐허로 방치되다 통독 후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지은 건물들이 들어서며 현대건축의 현재와 베를린의 미래를 볼 수 있는 곳으로 변모했다. 소니 센터와 베를린 영화제의 주상영관인 베를리날레 팔라스트Berlinale Palast 극장도 여기 있다. 
 
포츠다머 플라츠
10785 Berlin  
potsdamerplatz.de
 
 
●Tschus, Berlin
안녕, 베를린

베를린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슈프레강을 열흘 동안 몇 번이나 건넜는지 모르겠다. 어느새 열흘간의 베를린 여행은 끝났다. 처음 베를린 여행을 계획할 때는 베를린에 5일 정도 있다 프라하로 가려고 생각했다. 베를린을 보는 데 5일이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결국 난 프라하는커녕 베를린에서 겨우 한 시간 거리인 포츠담Potsdam에도, 두 시간 거리인 드레스덴Dresden에도 가지 못했다. 기차 티켓은 진작 사 놓았는데도 말이다. 베를린에서 시간은 너무 빨리 흘렀고, 나는 쫓기듯 베를린 이곳저곳을 누볐다. 베를린의 뭔가에 홀렸던 게 분명하다. 
 
베를린에서 열흘을 보내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날, 터키 이스탄불에서 환승을 해야 했다. 환승 대기 시간만 7시간 30분이라 잠깐 이스탄불의 공기를 마시겠다고 술탄 아흐멧에 다녀오기로 했다. 이스탄불 시내에서 서너 시간을 보내기 전까지 나는 내가 베를린에서 무엇에도 부대끼지 않고 편안히 지냈다는 것을 몰랐다. 부대끼지 않았다는 사실조차 의식하지 못했다. 독일 사람들은 모두 친절했고, 버스나 트램은 편리했으며, 음식 주문도 어렵지 않았다. 카페건 레스토랑이건 나 빼곤 모두가 독일 사람들, 그러니까 백인들뿐이어도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딱 한 번 슈퍼마켓 캐셔 아주머니가 나를 보고 정색하며 말했지만 그건 2유로 동전을 1유로로 착각하고, 아주머니에게 잔돈을 덜 주었다고 뭐라고 한 내 잘못이었다.
 
‘행복’이란 말을 잘 쓰지 않는 나는 “베를린에서 행복하다”고 친구들에게 말했다. 베를린 사람들은 생활을 즐기고 누리며 사는 것 같았고, 나도 저들처럼 살고 싶었다. 베를린을 왜 이렇게 늦게 알았을까…. 30대에 바이크를 타지 않은 걸 가장 후회했었는데 이제는 베를린에 가지 않은 것도 후회한다. 나는 베를린에서 새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깼고, 내내 하늘을 보고 걸었다. 햇빛이 좋아 늘 양지쪽으로 걸었다. 
 
펑키한 클럽 ‘쇼콜라든Schokoladen’에서 베를린의 마지막 밤을 보냈다. 뉴욕 클럽에서는 13년 전에도 금연이었는데 여기는 아직도, 말 그대로 흡연자의 천국이다. 그런데 오늘은 웬일이람. 담배 연기가 싫지 않다. 
 
이른 아침 새소리, 찬란한 햇빛, 파란 하늘, 카푸치노와 라테 마키아토, 공원, 슈퍼마켓, 하염없이 걸어 다니던 베를린 곳곳의 거리들, 카페들, 소박하게 제 멋대로 사는 사람들…, 이 모든 게 돌아가면 많이 그리울 것이다. 베를린에서 나는 자유로웠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왜 자유롭지 못할까? 베를린은 내게 한 가지 숙제를 남겼다.  

 
▶travel info
Card
베를린 웰컴 카드Berlin Welcome Card

베를린 여행의 필수품인 교통 자유 이용권이다. 베를린 웰컴 카드를 사면 각종 할인혜택과 시티 맵, 가이드북을 함께 받을 수 있다. 베를린의 대중교통 시스템은 매우 편리하다. 늦은 밤에도 택시비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밤 12시30분부터 시작되는 심야 교통 서비스를 통해 버스와 트램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버스나 트램은 탑승 후에도 표를 살 수 있지만 직접 머신에 넣고 펀칭해야 한다. 베를린 지역은 A, B, C지역으로 구분되고, 대개의 관광지는 A지역에 모여 있다. 베를린 외곽을 순환선처럼 운행하는 S-Bahn 철도 서클 안이 A지역이다. B지역은 베를린시 경계까지, C지역은 베를린의 일일여행 코스인 포츠담까지 포함한다. 베를린 웰컴 카드를 갖고 있더라도 기차에 탑승하기 전 플랫폼에서 펀칭하지 않으면 무임승차가 되니 주의할 것. 베를린 웰컴 카드 가격은 19.5유로부터.
 
Pass
뮤지엄 패스Museum Pass

뮤지엄 패스는 50개 박물관 자유 이용권이다. 두 박물관에서는 뮤지엄 패스를 제시하면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참고로 베를린에는 157개의 박물관이 있지만 그중 상당수는 개인 박물관이니 컬렉션 수준은 제각각이다. 그러니 뮤지엄 패스가 가격 대비 효율적인지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뮤지엄 패스가 있다 해도 모든 박물관, 미술관이 무료인 것은 아니니 사전에 자기가 어떤 박물관, 미술관에 관심 있는지 확인하고 구매 여부를 결정하는 게 좋다. 가격은 24유로. 
 

Tour
베를린 장벽 자전거 투어

1961년 8월12일 동독이 쌓기 시작한 베를린 장벽은 1989년 11월9일 무너졌다. 1990년, 독일은 통일을 이뤘으며 1991년 베를린은 통일 독일의 수도가 되었다. 어느 날 갑자기 베를린을 둘로 나눠 버리고 거의 30년 동안 ‘죽음의 지대Death Strip’로 불린 160km 구간의 흔적은 베를린 곳곳에 여전히 남아 있다.
베를린 장벽 자전거 투어는 가이드와 함께 장벽을 따라 15km를 3시간 반 동안 둘러본다. 남녀노소가 참가하는 투어이니 그저 자전거로 베를린을 빠르게 달리고 싶은 사람에게는 적당하지 않다. 매일 아침 11시에 출발하는데 가이드마다 코스가 조금씩 달라진다. 영어로 진행된다. 비용은 자전거 대여 요금 5유로를 포함해 21유로. 
 www.berlinonbike.de 

Food
커리 부르스트Curry Wurust

모두가 입을 모아 외친다. 베를린에 가면 커리 부르스트를 먹어야 한다고! 철길 아래 위치한 콘놉게스 임비스Konnopke’s Imbiss가 가장 유명하다. 베를린을 찾는 이들이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 커리 부르스트를 먹겠다고 찾아가는 곳. 나도 그들처럼 이곳을 찾았지만 맛을 보고 실망만 잔뜩 한 채 발걸음을 돌렸다. 소시지와 감자튀김 세트를 주문했는데 일단 소시지가 맛이 없었고, 소시지와 감자가 보이지 않을 만큼 잔뜩 뿌려 주는 케첩과 마요네즈는 비주얼만으로 참 당황스러웠다. 때로는 관광버스가 이곳을 찾기도 한다는데 이 형편없는 식당이 왜 유명한 건지 나로서는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그래도 가 보고 싶은 이가 있다면 주소는 다음과 같다. 
 Schonhauser Allee 44b   9:00~20:00
 

weather
베를린에 머물던 4월의 어느 날, 자전거를 타는데 문득 눈이 내렸다. 봄날 내리는 눈을 바로 눈앞에서 보면서도 그 사실을 좀체 믿을 수가 없었다. 그만큼 베를린 날씨는 변화무쌍하다. 하루에 사계절이 있는지도 모른다. 해가 쨍쨍 내리쬐다가 비가 오고 눈이 오다 다시 해가 쨍쨍 내리쬔다. 나는 운이 좋았다. 내가 베를린에 머무는 열흘 동안 날씨는 찬란하다고 할 만큼 맑았다. 베를린 여행에 날씨 체크는 필수다. 
 
 
글·사진 Travie writer 박준 에디터 천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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