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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여행 특집] 여행기자의 일본 소도시 테마여행기 “알수록 갈수록 일본 소도시”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6.06.08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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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수록 깊고 갈수록 다양하다. 일본이 그렇다. 도쿄나 오사카 같은 대도시에서 일본여행자로 데뷔했다면 이제는 소도시에 눈을 돌릴 일이다. ‘일본스러움’과 ‘일본다움’의 색채는 오히려 작은 도시에서 더 짙다. 여행매거진 트래비(Travie) 기자들도 그렇게 느꼈다. 트래비의 일본 소도시 테마여행을 선별했다.
 
 
<슬램덩크>의 배경 속으로 

애니메이션 <슬램덩크>를 보며 농구의 세계에 빠졌던 세대에게 가나가와현 가마쿠라는 성지와 같다. 그 배경이 된 도시여서다. 이 고풍스런 작고 예쁜 도시에서 에노덴 기차를 탔다. 1900년에 운행을 시작한 기차로, 기관사의 수신호가 아날로그의 정취를 제대로 발산했다. 그 안에서 ‘강백호’와 ‘채치수’를 닮은 검은 교복의 일본 학생 무리도 만났다. 사람들은 약속이나 한 듯 ‘가마쿠라 코코마에’ 역에 내렸다. 가마쿠라 고교 앞 철로 건널목을 가기 위해서다. <슬램덩크>에서 강백호가 채소연을 기다리는 장소로 나왔고, 만화책에서는 안 선생이 능남고와 경기를 마친 북산고교 선수들을 데리고 가던 길로 등장했다. 건널목에서 오르막으로 올라가면 가마쿠라고등학교가 나오는데 이곳은 능남고의 모델이 됐다. 건널목에 서서 강백호 흉내를 내며 가마쿠라를 즐겼다.
 

오늘은 기꺼이 달린다!

호후? 들어 본 적이 있었던가? 일본 혼슈 남서부 야마구치현의 중앙에 위치한 도시로 사시사철 온화한 바람이 드나드는 작은 도시다. 11월의 마지막 주말, 조용하다 못해 적막한 기운이 감돌았던 첫인상과 달리 호후텐만구 주변이 시끌벅적해졌다. 일 년에 한 번씩, 1004년부터 시작된 축제 ‘코신코사이’가 열렸다. 세상에, 천 년 넘게 지속돼 온 축제라니…. 사람들은 빨간 매화 문양을 얼굴에 도장 찍고 텐만구 돌계단을 오르내렸다. 몸에 매화 문양을 도장 찍으면  보호받을 수 있다고 믿는, 일종의 행운의 상징이었다. 맨몸을 드러낸 남자들이 무리를 지어 가마를 이고 ‘왓쇼이, 왓쇼이’를 외치며 텐만구 돌계단을 용맹스럽게 뛰어 오르는 의식을 이어갔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가 한껏 들뜬 모습으로 축제를 즐겼다. 그들 틈에 끼어 힘껏 달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곳간에서 꺼낸 미관지구

오카야마현 구라시키 기차역에서 걸어서 10분여, 역사보존지구이자 관광지인 ‘미관지구’에 들어서니 마치 시간을 건너 뛴 듯 에도시대의 전통가옥과 거리풍경이 펼쳐졌다. 광, 곳간을 뜻하는 ‘구라’에서 도시명이 유래했을 정도로 이곳은 곳간과 밀접하다. 오래된 쌀 창고를 개조한 공간에 아름다운 일상용품을 전시한 구라시키 민예관, 수 백 년이 넘은 상인의 집을 개조한 료칸, 옛 방적공장을 개보수한 아이비스퀘어 등이 미관지구를 풍요롭게 했다. 오하라 미술관은 구라시키의 또 다른 상징이었다. 1930년 일본 최초의 사립미술관으로 설립됐는데, 무려 3,500여 점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단다. 모네, 로댕, 엘 그레코, 샤갈, 고갱, 모딜리아니, 르누아르, 세간티니, 피카소 등 작가 목록도 화려했다. 그렇게 구라시키에서는 과거와 현재, 여행과 일상이 그윽하게 맞물렸다. 
 
 
호로록 내가 만든 우동

고토히라역을 빠져나오니 단정한 목조건물에 저마다 개성 있는 간판을 내건 상점들이 줄을 섰다. 눈에 띄는 것은 단연 우동집. 라멘, 소바 등과 함께 우동은 일본의 대표 면 요리인데, 우동 하면 역시 사누키 우동이다. 사누키는 이곳 카가와현의 옛 지명이니 제대로 찾아간 셈이다. 가가와현은 일본에서 가장 크기가 작은 현이라 하는데 이 작은 지역에 우동 가게만 800여 곳이 넘는다고 했다. 우동집에서 한 그릇 뚝딱 비운 것도 좋았지만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우동 체험 교실도 있다기에 냉큼 달려갔다. 나카노 우동 학교의 1일 우동 체험은 흥에 겨웠다. 손으로 치댄 반죽을 신나는 음악에 맞춰 발로 밟아가며 반죽했다. 수타에 족타가 가미된 반죽이었다고 할까. 미리 숙성시켜 놓은 반죽을 밀대로 늘려 먹기 좋게 잘랐다. 바로 삶아 그릇에 담으면 내가 만든 우동 완성! 
 

 
술이 술술, 푸짐하고 즐겁게

고치는 호탕했다. 고치현 출신으로 일본의 근대화를 이끈 ‘사카모토 료마’의 기개도 한몫을 하겠지만 양껏 즐기는 고치의 술 문화에 더 끌렸다. 조금은 의외였다. 예의와 절제의 미덕을 자랑하는 일본이 아니었던가. 그러나 예부터 고치 사람들은 술을 즐기고, 삶을 즐길 줄 안다 했다. 일례로 손 안에 천원이 주어졌다고 하자. 카가와 사람들은 천원을 저금하고, 에히메 사람들은 천원을 고스란히 쓴단다. 그런데 고치 사람들은 천원을 더 보태 술을 마신다고 한다. 해질녘 고치 특유의 게이샤 공연을 즐길 수 있다는 강가의 요정 ‘하마초’로 향했다. 요정에 들어서자 기모노 차림에 새하얀 얼굴을 한 게이샤가 마중했다.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커다란 접시에 음식이 담겨져 나왔는데, 고치의 ‘사와치 요리’였다. 게이샤가 알려준 술자리 게임도 가지각색. 캬, 그녀들의 춤사위에 술이 술술, 고치의 밤이 깊어 갔다. 
 
 
천혜의 자연이 빚은 사케

고봉준령이 어깨를 맞댄 ‘일본 북알프스’에 둘러싸여 도야마현은 그야말로 산 좋고 물 좋았다. 이 천혜의 환경에서 대대손손 이어져 온 양조장들을 방문했다. 샨쇼라쿠 양조장, 미쿠니하레 양조장, 마쓰다 양조장 등 유서 깊은 사케 양조장이 즐비했다. 약 2,000년 전부터 일본 사람들은 사케를 마시기 시작했다고 한다. 세월이 흘러 사케를 만드는 도구는 바뀌었어도 만드는 방식 자체는 1,0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비슷했다. 쌀과 물, 효모를 섞고 여기에 테크닉을 더한다. 사케를 만들 때 쓰는 재료는 매우 제한적이기에 사케 장인의 주조 방식에 따라 양조장의 테크닉 차이가 크다고 했다. 기온이 섭씨 20도 이하로 떨어질 때 사케 장인들은 사케를 만들기 시작한다. 3월에서 9월까지 벼를 키우고 10월에서 4월까지 술을 만드니 사실 일 년 내내 사케를 만드는 것이다. 양조장마다, 사케 종류마다 다른 풍미를 내니 양조장 투어의 풍류도 컸다.
 
 
두 달만 열리는 18m 새하얀 벽

18m에 이르는 설벽을 만나러 가는 길은 다테야마역에서 시작됐다. 케이블카를 타고 다시 고원버스로 갈아타니 서서히 설벽이 나타났다. 4월 중순부터 6월 중순까지 두 달 간만 볼 수 있는 새하얀 눈의 벽이다. 초록과 눈이 사이좋게 섞여 있는 모습이 생경했다. 고원버스를 타고 50분쯤 더 들어가니 일본에서 가장 높다는 해발 2,450m의 무로도역에 닿았다. 본격적인 설벽이 시작됐다. 차에서 내려 벽을 따라 걸었다. 눈앞에 있으면서도 믿기지 않는 눈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벽! 500m나 이어져 있는 그 길을 천천히 걷다가 달려도 보고, 눈 벽을 만져 보기도 하고, 오감으로 눈을 느꼈다. 햇살 찬란한 봄에 만나는 겨울이라니, 두려움도 복잡한 마음도 모두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다. 연평균 약 7m에 이르는 세계적인 적설량을 자랑하는 다테야마이기에 가능한 풍경이었다. 
 
 
260개의 섬, 소나무를 품다

유람선을 타고 미야기현 센다이 앞바다의 마쓰시마를 탐험했다. 망망대해에 떠 있는 수많은 작은 섬마다 제각기 소나무 숲을 품고 있었다. 그래서 ‘소나무 섬’이라는 뜻을 지닌 마쓰시마라고 이름 붙였나 보다. 회백색 바위섬에 붉고 검은 소나무가 자랐다. 이런 섬이 260개에 달한다고 했다. 소나무 숲이 둥둥 떠 있는 그 풍경은 예부터 일본인도 사랑했다. 일본의 3대 절경으로 꼽기도 했고, 일본 전통의 단문시인 ‘하이쿠’의 명인 마쓰오 바쇼는 마쓰시마를 보기 위해 이곳 도호쿠 지방으로 하이쿠 기행을 떠났다고 한다. 마쓰시마의 네 곳 전망대마다 제각각의 특색 있는 경치를 선사했다. 갈매기 먹이주기는 유람선 투어에서 빼놓을 수 없었다. 새우깡 과자를 엄지와 검지로 꼭 쥔 채 배 바깥으로 내밀기 무섭게 갈매기들이 채 갔다. 소나무 섬의 개성 넘치는 자태를 오롯이 즐기기에 30분의 유람선 투어는 짧았다. 
 
 
 
명탐정 코난과 요괴들을 만나다

<명탐정 코난>의 작가 아오야마 고쇼의 고향은 바로 돗토리현이다. 유라역에 내리자마자 만화 속 세상이 펼쳐졌다. 역사의 간판을 비롯해 내부의 벽과 천장, 플랫폼 대기실까지 온통 코난의 얼굴로 가득했다. 약 1.4km에 이르는 ‘코난 도로’에는 코난의 동상 10여 개가 곳곳에서 발길을 붙들었다. ‘아오야마 고쇼 후루사토관’에는 작가의 체취가 듬뿍 담겨 있었다. 만화라면 사카이미나토역도 빠질 수 없겠다. 우리나라에 <요괴인간 타요마>로 소개된 <게게게노 키타로>에 등장하는 수많은 요괴들을 만날 수 있었다. 열차에도 무서우면서도 귀여운 요괴들이 가득했다. ‘미즈키 시게루 로드’에는 요괴들이 판을 쳤다. 타요마, 눈알 아저씨, 고양이 소녀, 쥐 남자 등 수많은 요괴 동상들이 온갖 해괴한 모양과 표정으로 거리를 가득 메웠다. ‘애니메이션의 고장’다운 면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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