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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서스의 숨겨진 왕국 조지아Georgia⑤보르조미, 차르가 사랑한 오아시스

  • Editor. 천소현
  • 입력 2016.06.09 15:4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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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jomi 보르조미
차르가 사랑한 오아시스 

몸에 좋다는 말에 조지아에 도착한 이후 
내내 보르조미 탄산수를 고집했는데 
막상, 그 원천이 샘솟는 보르조미에 
도착하자 난감해졌다. 탄산수를 
단 한 모금도 삼킬 수 없었다.
 
보르조미-하라가울리 국립공원은 유럽 최대 크기의 국립공원 중 하나다

조지아식 잘 먹고 잘 사는 법

보르조미 탄산수는 조지아 최고의 효자 수출품목이다. 천연염기 성분 때문에 짭쪼롬한 맛이, 익숙한 탄산수와는 다른 느낌이지만 적응하면 꽤 매력적이다. 그리고 드디어 그 원천지인 보르조미에 도착했다. 지하 10km 밑에서 끌어올린다는 오리지널 보르조미 온천수를 맛볼 수 있다는 샘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이건 상상했던 그 물이 아니었다. 60%가 넘는다는 미네랄 함량 때문인지 혀가 얼얼할 정도로 맛이 강하다. 삼키지 못하고 뱉었다. 이토록 혀에 쓴 것을 보니 정말 몸에 좋기는 좋은가 보다.  
1,500년 이상 샘솟고 있는 보르조미 탄산수의 치유 효과는 여러 에피소드를 통해 검증되어 왔는데 이를 처음으로 대량 생산해 수출한 것은 200년 넘게 러시아 제국을 통치했던 로마노프 왕조1613~1917년의 후손들이었다. 아직도 로마노프가의 여름 궁전이 인근에 있다. 

물은 포기하고 공기를 실컷 마시기로 했다. 탄산수가 솟아나는 곳은 유럽에서 가장 크다는 보르조미-하라가울리 국립공원Borjomi-Kharagauli National Park의 기슭이다. 총 700km2 크기의 공원은 해발 850~2,500m에 걸쳐 있으며 유네스코 자연유산이기도 하다. 침엽수와 활엽수가 함께 자라며 배출하는 산소의 특별한 효능 때문에 이곳에서 요양하면 모든 병이 낫는단다. 특히 호흡기 계통 질환에 좋다고 해서 방학 동안 아이들을 데리고 장기 요양을 오는 부모들이 많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공원 초입은 아이들을 위한 놀이동산으로 꾸며져 있다. 놀이터도 있고, 바이킹 같은 놀이기구도 적잖이 눈에 띈다. 케이블카를 타고 언덕 위에 올라가 보르조미 마을을 내려다볼 수도 있다. 

어른답게, 가벼운 트레킹에 나섰다. 목적지는 숲속 어딘가있다는 온천풀장. 2km 정도의 계곡 트레킹에서 캠핑 중이었던 조지아 대학생들의 즉흥연주를 들을 기회도 있었고, 길 위로 흘러넘친 계곡 물을 건너는 작은 모험도 끼어들었다. 드디어 도착한 유황 온천 수영장은 생각보다 규모가 작았지만 호젓한 분위기였다. 마을에 살면서 종종 수영을 즐기러 온다는 두 남자가 이미 큰 수영장을 선점하고 있었고 탈의실 문도 잠겨 있었다. 그렇다고 물러서지는 않았다. 구석에서 재빨리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38~41도를 유지한다는 미지근한 온천수에 몸은 담그니 올라온 보람이 느껴진다. 이런 산중에 온천탕 설치를 처음 지시했다는 러시아 차르가 고맙기까지 하다. 그래서 ‘차르의 유황온천’이라고 불리기도 한단다. 당시에는 러시아 귀족들에게만 허락된 호사였지만 지금은 모두에게 열려 있고 심지어 무료다. 

보르조미는 여행의 마지막 목적지였고, 모두 잘 쉬었다. 종종 보르조미를 ‘사막의 오아시스’라고 한다지만, 우리에게는 조지아 전체가 모두 오아시스였다. 이제 남은 일은 다시 트빌리시와 이스탄불을 거쳐 서울로 돌아가는 일뿐이었다. 여행이 끝날 때 즈음에야 겨우 2개의 조지아 단어를 외웠다. 까마르조바გამარჯობა는 ‘안녕하세요?’, 마들로바გმადლობთ는 ‘감사합니다’다.

조지아 문자를 두고 누군가가 ‘하트 뿅뽕’ 글자라고 했었다. 동의할 수밖에 없는 생김새다. 그 언어의 힘인지 돌아보면 조지아에 머물렀던 모든 순간 우리는 조지아에 ‘하트 뿅뿅’한 심정이었다. 30개국 이상을 여행했다는 사진가도 ‘조지아 최고’를 외쳤고, 내게도 조지아는 꼭 다시 가보고 싶은 나라가 됐다. 조지아는 슬프고, 아름답고, 건강했다.  
 

러시아 차르의 명령으로 처음 만들어졌다는 산 중턱의 유황온천욕탕
숲 곳곳에 캠핑장이 마련되어 있다
숲에서의 하룻밤 캠핑 후 조지아식 돼지고기 바비큐 므쯔와디를 굽고 있는 대학생들
보르조미 국립공원 초입, 폭포수 옆의 프로메테우스상 조각상
 

●Hotels in Georgia 
 

 
코카서스에서 가장 완벽한 방
룸스 호텔Rooms Hotel Kazbegi 

와우! 호텔 로비에 들어서자 나온 첫 마디였다. 전면을 통유리로 처리한 호텔 전면의 풍경은 산골마을 스테판츠민다와 테르기강Tergi River 너머 병풍처럼 둘러쳐진 카즈베기산의 풍경을 파노라마로 담아내고 있었다. 체크인은 안중에도 없고 가방조차 내팽겨 둔 채 테라스로 나가 다하지 못한 감탄사들을 쏟아낸 후에야 정신이 들었다. 룸스 호텔은 산골마을에서 기대하지 못했던 디자인 부티크 호텔이자 카즈베기 여행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호텔이다. 알고 보니 소비에트 연방 시절 국가 유공자들을 위한 리조트 시설을 재단장한 곳. 오래된 목재들을 재활용한 바닥은 조금 삐걱거리기도 했고, 아무 칠도 하지 않은 가구들은 거칠지만 자연스럽고 아늑하다. 객실도 화려하지 않다. 마침 궂은 날씨에 라이브러리처럼 꾸며진 라운지에는 투숙객들이 한없이 나태한 자세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붐빈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1층에 위치한 룸스 호텔 수영장으로 내려가면 된다. 선베드에 누워 설산과 숨바꼭질을 하는 구름과 안개들을 보고 있으면 정신이 몽롱해질 정도다. 여기서 한 없이 게으른 자가 되어도 좋겠다 싶지만 사실 스테판츠민다는 다양한 액티비티를 제공한다. 풍경의 화룡정점을 이루는 게르게티 트리니티 교회까지의 트레킹을 포함해 다양한 트레킹 코스는 물론, 스키, 패러글라이딩, ATV 등도 가능하다. 혹시나 겨울에 방문하여 폭설에 고립되어도 심심해 죽지 않도록 로비층에는 게임룸도 있다. 룸스 호텔은 트빌리시에도 하나 더 있다. 
 1 V.Gorgasali Street Stepantsminda Georgia  
+995 32 2400099   www.roomshotels.com 
 

보르조미에서 여왕처럼
크라운 프라자 보르조미Crowne Plaza Borjomi

지난 연말 오픈과 동시에 보르조미 최고의 리조트로 등극했다. 주변의 산세와 잘 어울리도록 외관은 스위스 산장과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지만 내부는 현대적이다. 보르조미 공원 입구까지 채 5분도 걸리지 않는 편리한 위치에 수영장과 웰니스 & 스파 센터까지 갖추고 있다. 종류가 다양한 사우나에서 땀을 쏙 뺀 후 마시는 보르조미 탄산수의 맛은 더욱 환상적. 거기에 부드럽게 근육을 이완시켜 주는 스파 테라피스트의 손길이 더해지면 몸이 노곤노곤 녹아 버리는 듯하다. 101개 객실 규모에 알맞게 2개의 레스토랑과 와인 바, 클럽 라운지와 피트니스 센터도 갖추고 있다. 사실 누가 봐도 새 호텔임을 알 수 있는 크라운 프라자 호텔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직원들의 태도였다. 이제 막 교육을 마치고 처음 게스트를 대하는 듯 긴장한 모습이 마치 처음 사용해서 서걱거리는 린넨 감촉처럼 신선하다. 너무 긴장한 탓에 벌어지는 소소한 실수들이 휘황찬란한 호텔에 인간미를 더해 주었다. 
 Baratashvili st 9 Borjomi 1200, Georgia  
+00798 817 1782m   www.ihg.com 
 

트빌리시 상업지구의 편안함
홀리데이 인 트빌리시Holiday Inn Tbilisi

트빌리시 올드 시티와는 거리가 있지만 상업지구 중심에 위치해 있어서 교통이 편리하다. 호텔 카지노와 24시간 문을 여는 은행이 이웃으로 환상의 짝을 이루고 있고, 호텔이 위치한 메이 스퀘어 주변에는 익숙한 브랜드의 커피숍과 패스트푸드점, 마트 등이 있어서 잠들지 않는 도시적 안락함을 느낄 수 있다. 트빌리시 그랜드 콘서트홀, 아미라니 영화관, 페키니 쇼핑 거리도 가깝다. 조식 뷔페는 깔끔하고 만족스러우며 즉석 오믈렛 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야외 수영장은 여름 시즌에만 사용할 수 있다. 
 1, 26 May Square, Tbilisi, Georgia, 0171  
+995 32 2300 099   www.hi-tbilisi.com 
 
▶travel info
Airline 
조지아는 생각보다 멀지 않다. 터키항공의 인천-이스탄불 직항편을 이용하면 이스탄불에서 수도 트빌리시까지는 3시간 거리다. 터키항공은 트빌리시뿐 아니라 동부의 바투미에도 취항 중이다. 귀국길에 이스탄불 공항 대기 시간이 길다면 터키항공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시내관광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조식과 중식, 입장 티켓까지 제공된다. 터키 국적 항공사인 터키항공은 1933년 설립돼 현재 315대의 항공기로 인천을 비롯해 세계 288개 도시를 취항하고 있으로 2011부터 2015년까지 5년 연속으로 스카이트랙스Skytrax에 의해 유럽 최고의 항공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특히 이스탄불 공항의 라운지는 유럽 최고의 라운지로 꼽힐 정도로 우수한 편의 시설을 자랑한다.
 www.turkishairlines.com 

Weather
면적은 작지만 해발 고도의 차이가 커서 날씨도 변화무쌍하다. 북쪽의 코카서스 산맥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은 겨울이면 더욱 혹독해진다. 남부에서 오는 건조하고 뜨거운 바람이 북부의 공기와 만나서 여름 평균 온도는 19~22도, 겨울 평균 온도가 1.5~3도로 수치적으로는 온화하다지만 방문하는 지역에 따라 옷차림을 다양하게 준비하는 것이 좋다. 

Visa
여행 목적일 경우 한국인은 360일까지 무비자 체류가 가능하다.

Currency 
조지안 라리Lari를 사용하며 표기법은 GEL이다. 큰 상점과 마트에서는 신용카드도 널리 사용하고 있다. 물가는 유럽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2016년 5월 현재, 미화 1달러가 약 2.2라리다. 
 
 

food 
조지아 식도락

조지아 사람들의 손님 접대는 유난스럽다. 손님을 치르고 나서 그 집 냉장고가 텅텅 비지 않으면 제대로 대접한 것이 아니라고 한다. 와인과 치즈빵, 고기와 치즈로 속을 넣은 가지요리와 토마토, 오이, 양파를 섞은 샐러드. 돼지고기 숯불꼬치인 므쯔와디Mtsvadi, 짭짤한 화이트 치즈로 속을 채운 피자 모양의 카차푸리Khachapuri, 왕만두인 킨칼리Khinkali 등이 대표적이다. 
 

Religion  Facilities 
트빌리시 올드 시티 

150만명의 트빌리시 인구의 85% 이상이 조지아 정교회지만 다른 종교와 민족에 대한 차별이 없다. 올드 시티 깊숙한 곳에는 유대인 쿼터, 아르메니안 쿼터, 아제르바이잔 쿼터가 이웃해 있고, 유대인 회당, 모스크, 아르메니안 정교회 교회가 서로 지척에 자리잡고 있다. 시아파와 수니파가 함께 사용한다는 모스크, 2개의 유대 교파가 함께 공존하는 유대교 회당은 세계적으로 드문 사례다. 
 

Sulfur Bath
아바노투바니Abanotubani 

나리칼리 요새 아래, 계곡을 끼고 형성된 아바노투바니는 트빌리시의 온천욕장 구역이다. 굴로스를 포함해 5개의 하맘 스타일 온천욕장이 운영 중이다. 공용탕도 있지만 1시간 단위로 빌릴 수 있는 전세탕의 비용도 1시간에 4만원 정도로 그리 비싸지 않다. 
굴로스 테르말 스파Gulo’s Thermal Spa    5 Grishashvilis St. Tbilisi, Georgia  +995 599 588 122 
 

Flea Market 
트빌리시의 벼룩시장 

드라이 브리지 마켓Dry Bridge Market은 은식기류부터 헌옷과 신발, 군용품과 제복까지 온갖 물건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상설벼룩시장이자 골동품 시장이다. 흥정은 필수지만 안목이 있다면 꽤 쓸 만한 소련제 구제품들을 구입할 수 있다. 공원으로 내려가면 다양한 화풍의 그림들을 구입할 수 있는 그림시장으로 이어진다. 평화의 광장에서 걸어서 20분 거리. 
 트빌리시 사브뤼켄 다리Saarbruecken Bridge 건너 대대나 공원Dedaena Park    매일 10:00~17:00
 
글 천소현 기자 사진 Travie photographer 이승무
취재협조 터키항공 www.turkishairlines.com, 조지아관광청 www.georgia.tra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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