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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책] "여행의 추억을 꺼내 먹어요"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6.06.29 1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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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끝은 항상 서럽다. 
또 떠나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다시는 그러지 못할 것처럼 아쉽다. 
그러면서도 여행이 그립다고 말하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징징댄다고 핀잔을 준다. 

나 역시 지난 여행이 그리운 마음이지만 정말 다시 가고 싶다면 지금 주어진 일에 더 집중해야 하니까. 여행은 조금 특별할 뿐, 일상의 귀퉁이일 뿐이라고 말하면서 실제로는 그렇게 대처하지 못하는 나의 이중적인 모습. 그것을 반성하게 만든 책이 있다. 

변종모 작가 역시 수없이 많은 여행을 다녔지만 지난 여행을 기억 깊은 곳에 묻어 두기만 할 뿐, 꺼내 보는 법을 몰랐던 사람이었다고 한다. 그랬던 그가 <같은 시간에 우린 어쩌면>이라는 책을 내고 여행 후에 오는 것들을 문장에 담았다. 기억으로 남은 여행의 조각들을 그저 과거로 치부하기보다현재를 더 잘 지내기 위한 힘으로 치환해 낸 것이다. 

그는 일상에 남겨 두고 온 사람을 여행지에서 생각하거나, 일상으로 돌아와 여행지에 남겨 두고 온 사람을 생각하는 방식으로 일상과 여행 사이의 거리를 좁혔다. 그중에는 3년 만에 다시 방문한 자신을 기억해 준 어느 가게의 주인도 있었다. 생각해 보면 잠시의 짬으로만 가능했던 나의 지난 여행들은 내내 급급했었다. 

허기를 달래려 음식을 위 안으로 쓸어 넣듯이 다닌 여행이었고, 여행지의 모든 것을 추억 속으로 쓸어 넣겠다는 심보였기에 자주 (여행에) 체한 느낌이기도 했다. 말로는 ‘한적한 여행을 지향하는 사람’이라고 하면서도 공원 벤치에 앉아 있는 10분의 여유조차 잘 견디지 못했었다. 

하지만 얼마 전 파리 여행에서 비로소 변 작가의 기분을 이해했다. 4일 동안 매일 같은 카페에서 아침을 먹으니 어느새 낯선 도시에 나만의 아지트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나를 알아봐 주는 점원과 단골이 생기는 그 느낌도 알았다.
 
낯선 풍경이 익숙한 풍경으로 바뀌는 일은 여행이 주는 선물 중 하나가 아닐까. 언젠가 긴 시간을 낼 수 있게 된다면 그만큼 긴 여행을 떠나서 발자국 닿는 곳마다 마음의 조각들을 뿌리고 싶다. 마치 동화 속 헨젤과 그레텔Hansel and Gretel이 집으로 돌아오기 위해 빵 조각을 땅에 뿌렸듯이….
 
당장 변 작가의 책을 읽으라는 추천보다는 각자 깊숙이 간직해 두었던 여행의 기억을 꺼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지난 여행을 ‘그저 과거’라고 제쳐두지 말고 소중하게 회상해 보기를. 그러면 지난 여행의 기억은 새로운 여행의 원동력이 되기도 하고, 일상의 나를 더 부드럽게 만드는 윤활유가 되기도 한다. 결국 오늘을 더 잘 지낼 수 있는 매개체가 될 것이다. 혹시 아는가. ‘같은 시간에 우린 어쩌면’ 같은 시간을 그리워하고, 같은 곳을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바로 지금처럼.  

글 Traviest 심서정  에디터 천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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