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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 나랑 갈래?

  • Editor. 정현우
  • 입력 2016.07.05 1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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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 따듯한 날에 나랑 여행 갈래? 다신 안 돌아오게 아주 먼 곳으로.’ 
지난 5월 데뷔 앨범을 낸 가수 곽진언의 노래 ‘나랑 갈래’의 한 소절이다. 
다시 못 돌아오나 싶을 정도로 먼 곳에 다녀왔다.
땅끝마을이 있는 해남에서도 40km를 더 들어가야
겨우 그 모습을 보이는, 완도였다. 
 
정도리 구계등은 파도소리에 귀 기울이기 좋은 곳이었다
몽돌 가득한 정도리 구계동의 청량한 바다
 
 
호남평야의 드넓은 곡창지대를 따라 버스는 끝없이 남쪽으로 향했다. 서울을 빠져나온 지 5시간 만에 도착한 해남 남창휴게소. 남도의 정식으로 주린 배를 채우니, 코를 찌르는 홍어 냄새가 오래 입 안을 맴돈다. 이제 다 왔다는 생각에 설레는 마음으로 창문 밖을 보니 하늘의 빛깔마저 서울의 그것과는 달랐다. 유리창을 스치는 나뭇잎들이 손을 흔들어 환영해 주는 것 같았다.
 
완도타워 언덕에서 바라본 완도의 풍경은 시원했다
2008년 2월에 개관한 장보고기념관 내부
 
선구자의 노래, 장보고

해상왕 장보고의 고장에 온 만큼 첫 방문지로 청해진 유적지를 택했다. 청해진은 신라 흥덕왕 3년828년에 세워진 군사적 요충지로, 해적들에게 붙잡혀 노예로 팔리는 신라인들을 지켜 주고 싶었던 장보고의 요청에 따라 설치되었다. 어렸을 적 교과서에서 배웠던 한·중·일 해상무역의 중심지로 위상을 떨치던 청해진을 기대했는데, 덩그러니 놓인 드넓은 갯벌 위에는 천년 세월의 더께만이 앉아 있었다.

남아 있는 청해진의 흔적을 찾아서 도보로 10분 거리인 장보고기념관에 가보기로 했다. 지난 2월 개관 8주년을 맞은 기념관의 내부는 깨끗했다. 10년간 유물 발굴조사에서 출토된 2,000여 점의 유물 중 일부가 전시되어 있었다. 유물들을 이것저것 살펴보던 중 ‘배둥둥이’라는 단어 앞에서 시선이 멈췄다. 배가 둥둥 떠다닌 곳이라는 뜻일까. 장보고기념관 맞은편의 매립지는 장보고 선단이 직접 선박을 수리했던 터로 ‘배둥둥이’라는 귀여운 이름으로 불렸다. 기념관에서 아기자기한 정보들을 얻고 나니 역사 속 청해진이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기념관 서쪽 마을 대신리에는 청해진을 모델로 지어진 청해포구 촬영장이 자리해 있다. 대하드라마 <해신> 촬영을 위해 KBS와 완도군이 분담해 약 100억원의 제작비를 들여 조성한 곳이다. 청해포구 세트장에서는 <해신> 외에도 드라마 <정도전>과 <주몽> 등의 인기 사극을 촬영했으며 2014년에 흥행 대박을 쳤던 영화 <명량>과 <해적>도 이곳에서 찍었다.

2016년 현재의 청해진 유적지 터 갯벌 위에는 어민들이 삼삼오오 정겹게 모여 낙지를 물에 헹구고 있었다. 지금이야 평화로운 바닷마을처럼 보이지만 완도는 장보고의 죽음 이후 커다란 풍파를 맞았다. 변방인 완도에서 신분이 미천한 흙수저 출신으로 태어나 동아시아 해상무역의 일인자로 자수성가한 장보고는 당시 엄격한 골품제 사회였던 신라의 진골들에게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었다. 반란을 일으킬 소지가 있는 문제 인물로 낙인찍혀 비극적인 죽음을 맞았던 장보고. 장보고 사후 그와 함께 생활했던 완도의 주민들은 모두 섬에서 쫓겨나 지금의 전북 김제시로 강제이주 당한 아픈 역사를 품고 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작은 섬 완도를 아시아를 하나로 잇는 무역 중심지로 탈바꿈시킨 장보고. 해상왕 장보고의 간절했던 꿈은 무엇이었을까? 잔잔한 완도 앞 바다의 수면 아래 역동하는, 장보고의 청해진이 지금도 숨어 있을 것만 같았다. 
 
▶장보고기념관
주소: 전라남도 완도군 청해진로 1455
전화: 061 550 6930~3
입장료: 어른 1,000원, 청소년 700원, 어린이 500원

▶완도 청해포구 촬영장
주소: 전라남도 완도군 청해진서로 1161-8
전화: 061 555 4500
입장료: 어른 5,000원, 청소년 3,000원, 어린이 2,000원
 
몽돌 가득한 정도리 구계등에선 절로 평화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완도의 시골 정도리는 소음과 미세먼지에 지친 도시인들에게 휴식을 준다.

바닷마을 오디세이

완도 읍내에서 섬의 서쪽을 향해 15분 정도 시골길을 달리다 보면 정도리 구계등이다. 정도리 마을 앞 바다를 따라 약 750m의 길이로 조성되어 있는 자갈밭이 아홉 개의 계단을 이룬다 하여 구계등이라고 불린다. 구계등은 통일신라 황실의 녹원으로 지정된 적도 있으며 현재 명승 3호로 보호받고 있다. 자갈밭 앞에는 방풍림이 가득한 무장애 탐방로가 조성되어 있는데 인적이 드문 조용한 아침의 바닷마을에서 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살랑한 바람을 맞으니 기분이 말랑했다.

해안도로를 따라 바다와 산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다 보니 어느새 완도수목원에 도착했다. 국내 유일의 난대림 수목원으로 방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완도수목원은 넓은 호수 옆에 놓여 있는 ‘푸른 까끔길’이 제일 먼저 손님을 맞이한다. ‘까끔’은 동네 나지막한 산을 말하는 전라도 사투리로 까끔의 경사진 길을 ‘까끔길’이라고 부른단다. 초입에서부터 현장학습을 나온 초등학생들이 여럿 보였다. 

까끔길을 오르며 이리저리 주위의 나무를 살피는 아이들의 호기심 어린 눈망울이 생기가 넘쳤다.
완도수목원에서 제일 자주 눈에 띄는 건 붉가시나무다. 너도밤나무 목에 속하는 붉가시나무는 목재를 자르면 붉은 빛을 띠어 붉가시라고 불린다. 독특한 나무로는 비파나무를 꼽을 수 있다. 여름이면 노란 열매를 맺으며 한약재로도 쓰이는 비파나무의 별칭은 ‘무환자나무’인데 이 나무를 심어 놓으면 집에 환자가 없다 해서 붙여진 것이란다. 부모님 댁에 비파나무 하나 심어 드려야겠다는 생각을 문득 하며 숲길을 걸었다. 사부작사부작 낙엽을 밟으며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를 음악 삼아 걷다 보니 어느새 시간을 잊었다. 조용한 숲길을 걸으며 피톤치드를 한껏 마시니 몸도 한결 가벼워지는 느낌이다. 평탄한 길만 걸어서 아쉬움이 남는다면 산자락에 자리한 수목원탐방로를 따라 완도에서 가장 높은 상황봉644m 정상까지 올라갈 수도 있다.

다시 읍내로 돌아와 들른 마지막 장소는 바다 앞에 자리한 해조류센터. 탁 트인 야외 옥상정원에서 내려다보는 바다 전망이 으뜸인 이 센터는 완도군청이 주최하는 해조류박람회를 목적으로 세워졌다. 제1회 해조류박람회가 지난 2014년 4월 막을 올렸지만 세월호 참사로 파행되어 이번에야말로 본격적인 해조류박람회를 준비 중에 있다. 2017 완도국제해조류박람회는 ‘바닷말의 약속, 미래에의 도전’이라는 주제로 내년 4월14일부터 5월7일까지 24일간 개최된다. ‘바닷말’은 김, 미역, 매생이 등 해조류를 뜻하는 순우리말인데 미래 식품으로서 해조류의 가치를 역설하는 장으로 자리매김할 계획이다. 또한 해조류로부터 추출한 알긴산은 중금속 세정기능이 뛰어나기 때문에 의약품과 화장품의 원료로도 활용된다. 360도 워터스크린 입체영상과 VR(가상현실) 체험관 등 다채로운 전시와 체험 프로그램으로 꾸며질 완도국제해조류박람회는 앞으로 3년마다 개최될 예정이다. 

한 가지 희소식은 신지도와 고금도를 잇는 장보고대교가 해조류박람회에 맞춰 내년 4월 임시개통을 목표로 막바지 공사 중에 있다는 것이다. 완도뿐만 아니라 인근 강진과 장흥의 관광지에도 쉽게 닿을 수 있어 앞으로 남도 해안 투어를 편하게 즐길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조용한 완도수목원에는 나뭇잎을 스치는 바람소리만이 가득하다
완도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시골 바닷마을의 정겨운 풍경

▶완도수목원
주소: 전라남도 완도군 청해진북로88번길 156
전화: 061 552 1532
입장료: 어른 2,000원, 청소년 1,500원, 어린이 1,000원

▶완도군 해조류센터
주소: 전라남도 완도군 해변공원로 84
전화: 061 550 5878
 
 
●travel info
BUS
목포 터미널에서 버스로 약 2시간이면 완도터미널에 도착한다. 성인 기준 1만1,800원. 강남고속터미널에서 완도터미널까지 소요시간은 약 5시간이며 요금은 우등 기준, 성인 3만7,200원이다.
 
완도 타워
시애틀 스페이스 니들 타워, 대전엑스포 한빛탑과 닮은꼴인 76m 높이의 타워. 2008년 9월에 준공되었다. 높이 51.4m아파트 17층 높이의 전망층에서 바라본 풍경은 사방으로 보이는 바다에 가슴이 탁 트인다. 야간에는 조명으로 불을 밝히는데 금, 토요일에는 타워에서 쏘는 레이저 쇼까지 볼 수 있으니 놓치지 말 것.
주소: 전라남도 완도군 장보고대로 330  
전화: 061 550 6964  
입장료: 성인 2,000원, 청소년 1,500원, 어린이 1,000원    
홈페이지: tower.wando.go.kr
 
완도관광호텔
완도 바다 앞에 위치한 완도관광호텔은 버스터미널이 있는 완도읍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바다와 맞닿아있는 해수사우나에서 수평선을 바라보며 피로를 풀어 보자.
주소: 전라남도 완도군 해변공원로 152  
전화: 061 552 3005 
홈페이지: wandohotel.com
 

Koner179
완도에서 흔치 않은 모던 카페. 건축과 디자인을 전공한 사장이 직접 인테리어를 꾸며 작년 여름에 문을 연 복층 카페다. 재즈가 흘러나오는 분위기 좋은 곳에서 커피 한 잔으로 여독을 풀어 보자. 도보로 5분 거리에 바다가 있어서 테이크아웃 하기도 좋다.
주소: 전라남도 완도군 개포로 179  
전화: 061 552 1790  
메뉴: 아메리카노 3,800원, 컵빙수 6,000원부터  
홈페이지: cafe.naver.com/kdspace
 
 
글·사진 정현우 인턴기자 취재협조 완도군청 www.wando.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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