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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PPL-TV 속 그 장면 PPL의 복잡미묘한 속사정

  • Editor. 손고은
  • 입력 2016.07.07 13: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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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열풍까지 일으킬 정도였던 인기드라마가 
과도한 PPL로 시청자들의 뭇매를 맞았다. 
개연성 없는 스토리가 지적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그거 아는가?
예능이나 드라마의 해외촬영편에 등장한 상당수 장면이
사실은 여행업계가 만들어 낸 PPL이었다는 사실을. 
 

●진화하는 여행PPL
 
얼마 전 A씨는 무심코 TV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던 중 재밌는 사실을 발견했다. 예능은 물론 드라마에서도 심심찮게 해외여행지가 등장했던 것. 재방송되고 있는 프로그램도 다수니, 동시간대 꽤 많은 해외여행지가 브라운관에서 노출되고 있었다. 

6월 초 기준으로 여행사 및 관광청의 협찬으로 방영된 작품은 크로아티아·슬로베니아관광청-tvN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  하나투어-KBS2 예능 <배틀 트립>, KRT-tv조선 예능 <가출한 언니들> 등이 있다. 그 밖에 올해 상반기에만 두바이관광청-SBS 예능 <런닝맨> 및 JTBC 예능 <쿡가대표>, 호주관광청-tvN 예능 <수요미식회>, 에어캐나다·캐나다관광청-JTBC 예능 <님과 함께> 등 다수의 프로그램이 해외 촬영편을 쏟아냈다. 

소위 ‘대박’이 난 방송 덕분에 효과를 톡톡히 본 선례가 많아 여행업계의 방송 마케팅의 열기는 당분간도 지속될 전망이다. 협찬사들은 PPL 방식도 엔딩 크레딧에 브랜드 로고를 1~2초간 노출하거나 사무실을 등장시키는 정도에서 요즘은 모바일 앱이나 가이드북, 서비스 등을 더욱 자연스럽게 노출하는 방식으로 확대하고 있다.

KRT는 tv조선 예능 <가출한 언니들>에서 최근 론칭한 ‘홈픽업’ 서비스를 출연진들이 직접 이용하는 장면을 담았다. KRT의 홈픽업 서비스는 집과 공항간의 이동을 돕는 서비스로 출연진들이 여행을 출발하는 순간부터 KRT의 서비스를 직접 체험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연출해 낼 수 있었다. 방송 중간에도 가상광고로 로고를 노출하는 등 홍보 방법은 다양했다. 하나투어도 KBS2 예능 <배틀 트립>을 제작 지원하면서 출연진들이 하나투어 모바일 앱을 이용해 여행하는 장면을 노출했다. 호텔의 협찬도 만만치 않다. PIC 괌에서는 케이블채널 트렌디와 태그를 통해 방영된 <플랜맨> 촬영을 협찬했다. <플랜맨>은 PIC 괌에서 출연진들이 호텔 액티비티와 부대시설을 맘껏 즐기는 장면을 총 3회에 걸쳐 만들어냈다.  

해외촬영에서 가장 큰 비용을 차지하는 것은 항공이다. 평균 40~50명의 제작진이 해외촬영을 진행한다고 상상해 보자. 유럽이나 미주 등 장거리 지역이라면 규모는 수천만원에 달한다. 따라서 항공 협찬이 관건인데, 항공사의 경우 공항, 기내, 이착륙 등 비용 대비 다소 한정적인 노출 범위가 아쉬운 편에 속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제작진의 노력과 센스에 따라 노출 방법도 다양해졌다. 예를 들어 tvN go <신서유기2>에서는 예능인 강호동이 승무원과 중국어로 대화하는 장면을 통해 ‘한국어와 중국어 구사가 가능한 승무원이 탑승해 있다’는 점을 시청자들에게 자연스럽게 인식시켰고 “기내식이 맛있었다” 등의 대사처리가 신선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방송 마케팅… 마약 같은 존재
 
방송 마케팅은 관광청의 협찬이 특히 활발하다. 협찬 프로그램을 찾는 시작부터 계약, 노출 조건, 현지 교통 및 호텔 수배 등 현지 촬영의 대부분을 관광청에서 핸들링하는 경우가 많다. CJ E&M 드라마사업팀 유봉열 팀장은 이에 대해 “많은 관광청들이 한국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을 한류 콘텐츠로서 하나의 마케팅 툴로 활용하는 추세다”라고 설명했다. ‘방송 한 번 하게 되면 이메일을 1,000개쯤 주고받는다’는 관광청 담당자의 하소연이 난무하지만 방송을 통해 한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시장에 ‘한류’ 효과를 노릴 수 있기 때문에 쉽사리 놓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여행지가 방송에 노출되면 아시아 전역에서 수요가 증가하니 말이다. 실제로 지난 3월 <런닝맨> 두바이편이 방영된 이후 중국, 싱가포르, 홍콩 등에서 관련 상품이 곧바로 출시되는 등 반응이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제작사의 요구도 많아졌지만 협찬사들의 프로그램 섭외 조건도 전보다 까다로워졌다. 타깃과 홍보 시점, 시청률, 매체 영향력, 출연진의 인지도 등 수많은 지표를 꼼꼼하게 따진다. 최근에는 출연진의 SNS 팔로우 숫자까지도 고려의 대상이 됐다고 말하는 관광청도 있다. 여행사도 마찬가지다. 보통 제작사에서 먼저 프로그램을 기획한 후 협찬 요청이 들어오는데 시청자 연령대와 지역, 방송 시간대와 시기 등이 여행사에서 홍보가 필요한 시기와 일치하는지 등 이해관계가 성립되어야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후문이다. 

●흥행 안 되도 ‘꽝’은 아니다
 
협찬 규모는 프로그램, 방송 횟수, 시간대, 시청률, 작가의 명성, 스태프 인원 등 여러 가지 조건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적게는 몇 백만원에서 많게는 ‘억’단위까지 치솟는다. 온라인 광고라면 광고를 통한 유입률과 구매 전환률까지도 추적이 가능하지만 TV광고나 협찬은 다르다. 비용 대비 효과를 가늠할 수 있는 정확한 지표가 있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여행지는 일반 상품처럼 독점하는 것이 아니기에 여행사로서는 모객과 수익을 보장받을 수도 없다. 소비자 입장에서 방송을 보고 난 후 A여행지가 가고 싶다고 해서 방송에 등장한 여행사를 이용하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거다. 그래서 올해부터는 일부 프로그램의 시청자에게 여행상품권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마케팅 전략을 전환했다는 여행사도 있다. 프로그램 흥행 여부도 상당한 영향 요소다. 어느 여행사 대표는 “지난해 여행 프로그램에 전액을 지원했지만 해당 프로그램이 존재감 없이 종영되는 바람에 패배감만 맛봤다”고 털어놓을 정도다. 게다가 과도한 PPL이 방영될 경우 개연성 없는 드라마 전개와 감정의 흐름을 끊는 수준이라는 비난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키는 위험도 있다. 

방송 마케팅이 여행상품 개발에 양면성을 더한다는 지적도 있다. 일례로 <태양의 후예>에 등장한 그리스 자킨토스섬을 들 수 있다. 자킨토스섬은 기존 패키지 상품에는 없었던 지역으로 방송 이후 수많은 여행사들이 앞 다퉈 신상품을 출시했다. 경쟁이 치열해지자 가격도 한결 저렴해졌다. 하지만 지역에 대해 꼼꼼히 분석하기보다 해당 지역을 상품에 넣기 위해 억지로 만들어진 일정은 비효율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럽 전문 여행사 관계자는 “방송이 여행지를 홍보하고 수요를 높이는 데 큰 주축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질 높은 상품 개발과 관리가 더욱 중요하다”고 꼬집어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송 마케팅이 여전히 활황인 이유는 뭘까. 마케팅 담당자들은 방송 이후의 연계 마케팅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겠다는 목적도 있다. 연관 상품 출시, 프로모션 등을 통한 마케팅도 활발하다. 연예인의 초상권 문제로 일일이 사전 협의가 이뤄져야하는 부분이 많지만 호텔 총지배인 및 기장과의 사진촬영, 관광청 담당자와의 인터뷰, SNS에 몇 건 이상의 현지 포스팅 등이 조건으로 붙는 경우도 다수다. 그리고 각 협찬사들은 영상과 사진을 SNS 등에도 다시 활용하고 있다. 

다른 PPL에 비해 ‘여행’은 드라마의 배경으로 잘 어우러진다. 때로는 드라마나 예능의 흥행 요인으로 중요하게 작용하기도 한다. 이런 ‘대박’들이 이어지는 한 TV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여행 PPL 마케팅 열기는 식지 않을 전망이다.   

“방송 마케팅은 예산이 많이 필요하지만 영향력은 그만큼 충분하다. 여행지가 방송에 노출되면 아시아 전역에서 수요가 증가한다.”- 두바이관광청 류영미 대표
 
“타깃과 홍보 시점, 시청률, 매체 영향력, 출연진의 인지도 등 수많은 지표를 꼼꼼하게 따진다.
 최근에는 출연진의 SNS 팔로우 숫자까지고려의 대상이 됐다.”- 홍콩관광청 이예림 실장
 
“보통 제작사에서 먼저 프로그램을 기획한 후 협찬 요청이 들어오는 편이다. 시청자 연령대와 지역, 방송 시간대와 시기 등이 여행사에서 홍보가 필요한 시기와 일치하는지 등 이해관계가 성립되어야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하나투어 홍보팀 조일상 팀장
 
 
글 손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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