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Round Table] 텔레비전에 ‘거기’가 나온다면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6.07.07 14: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늘도 봤다. 채널을 돌릴 때마다 휙휙~. 
드라마, 영화, 예능의 무대가 5대양 6대주를 넘나든다. 
화면 뒤에 숨겨진 여행지 PPL의 속사정. 방송은 짧고 여운은 길다. 

정리 <트래비> 취재부 

●여행업계에 부는 PPL 바람
 
천- PPL*의 역사는 오래됐지만 여행업계에서 PPL이 화두가 된 건 최근의 일이다. 여행 PPL, 어떻게 생각하나?
편- 요즘처럼 방송에서 PPL이 활발해진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예전에는 어떤 연예인이 어디 신혼여행을 다녀왔다고 하면 그 신혼여행지 정도가 주목 받던 시절이 있었다. 손지창, 오연수 커플이 ‘빈탄Bintan*’에 신혼여행을 다녀온 이후 한참 빈탄 신혼여행이 인기였다.
ALL- 언제적 커플인지ㅋㅋㅋ 
고- 요즘은 예전보다 PPL을 할 수 있는 채널이나 방법이 훨씬 다양해진 것 같다. 
손- 방법은 다양하지만 ‘빈익빈 부익부’라는 생각이 든다. 예산이 넉넉한 관광청들은 활발하게 방송 지원을 하지만, 그렇지 못한 관광청들은 엄두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돈이 없으면 홍보할 기회도 얻지 못하는 것 아닌가. 
천- 방송에서 하루아침에 확 뜨는 성공사례들이 속출하니 관광청 입장에서는 당연히 선호할 수밖에. 방송이 다른 매체보다 파급력이 더 큰 건 분명한 사실이다.
고- <꽃보다 할배>, <꽃보다 청춘> 등 꽃보다 시리즈 방송이 흥행한 후로 관광청들이 서로 방송을 섭외하겠다고 난리가 났었다.
손- 요즘은 관광청 역시 요구하는 조건이 굉장히 까다로워졌다. 출연할 연예인을 선정하면서 그 연예인의 SNS 팔로워 수를 체크하고, 현지에 있는 출연진에게 1일 3포스팅을 요구하기도 한다. 묵는 호텔 지배인이랑 인증샷도 찍어야 한다고.
천- 협찬하는 입장에선 드는 비용만큼 효과를 누리려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여행업계에 이렇게까지 PPL이 빈번하게 된 이유가 있을까?
양- 시기가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 예전에 비해 사람들이 점점 해외로 많이 나가다 보니 새로운 목적지에 대한 갈증도 계속된다.
천- ‘갈 수 있다’는 실현 가능성도 한몫하는 듯. 영화 <마션>에 나오는 우주 장면을 보고 ‘평생 갈 일 없는 곳이네’가 아니라 ‘아이슬란드에서 촬영했다던데 한 번 가 볼까’라고 생각하는 시대다.

●그땐 그랬지, PPL 레전드
 
양- 특히 기억에 남는 PPL의 전설이 있나?
손- <아이리스>. 방영 이후 배경으로 나왔던 일본 아키타가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당시 하나투어에서 촬영지원을 했는데, 드라마 덕을 많이 봤다고. 하나투어 본사 건물에서도 일부 촬영이 진행됐고. 종영 이후에도 관련 여행상품 홍보할 때 드라마 해당 장면을 쓸 수 있도록 했다더라.
정- <미안하다 사랑한다>에 나왔던 호주 배경도 기억에 남는다. 드라마에 나왔던 거리가 ‘미사거리’라 불릴 정도로 화제였다. 그 벽화 많은 거리.
천- <꽃보다 남자>에서는 뉴칼레도니아가 등장해서 그야말로 대박이 났었다. 관광청에서 전폭 지원했다고.
고- 제목부터 PPL인 경우도 있다. <파리의 연인>, <프라하의 연인>처럼. 이만한 홍보가 어디 있나.
편- 제목 PPL의 고전적인 모범 답안은 <로마의 휴일>. 지금도 사람들이 로마에 가면 진실의 입에 손을 넣어 본다.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는 ‘강남스타일’을 허무하게 놓친 것 같다. 세계적으로 그렇게 히트를 쳤는데 정작 강남이 서울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도 있다.
양- 요즘 예능 프로그램에도 PPL이 대세다. <무한도전>이나 <런닝맨>만 봐도 국내외 할 것 없이 여행지가 자주 등장한다.
천- <1박2일>이 여행지 홍보의 원조가 아닐까 싶다. 한창 인기 있을 때는 지자체마다 <1박2일>을 모신다고 혈안이 될 정도였다고.
편- 그렇게 따지면 <전국노래자랑>이 국내여행 홍보의 원조 아닌가? 무대에 특산물도 가지고 나와서 소개하고 그러잖아.
ALL- ㅋㅋㅋㅋㅋ

●노골적으로 혹은 자연스럽게
 
고- 드라마를 보다가 등장인물이 대뜸 홍삼 영양제나 갱년기 보조식품을 홍보해서 당황스러웠던 적이 있다. 여행지도 스토리와 무관한 장면이 너무 많이 등장하면 보기 불편하다. 2년 전쯤 캘리포니아 와인여행을 주제로 한 영화가 개봉했는데, 관광청에서 전부 지원 받아 현지 촬영을 했다더라. 그래서 그런지 항공사, 호텔, 렌터카 등 홍보성 로고가 많이 나왔다. 내가 그 구조를 알고 봐서 더 그렇게 느꼈을 수 있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봐도 로고가 자주 등장한다는 느낌을 받았을 거다.
편- 그렇게 티 나게 하지 않으면 모르는 사람들은 모르고 지나가니, 투자하는 입장에서는 더 확실한 노출을 요구하는 거다.
고- 최대한 자연스럽게 스토리에 잘 녹이는 게 관건인 것 같다.
천- 방송을 보다 보면 가끔 PPL인 듯 아닌 듯 정말 자연스럽게 스토리에 녹아든 경우도 있다. PPL이라는 걸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지나칠 정도로.
예- BPL*이라는 용어가 있다. PPL보다 브랜드 자체를 좀 더 ‘자연스럽게’ 노출시키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드라마 <미생>을 보면 사무실 복사기 옆에 항상 특정 브랜드의 A4용지가 있다. 상품에 대한 특정한 대사나 클로즈업 장면은 없다. PPL은 간혹 내용과 전혀 무관해서 뜬금없는 경우가 있는데, BPL은 그저 장면의 일부로 인식된다.
편- 결국은 더 고단수라는 거네.
예- 여행업계 PPL도 직접적으로 제품을 보여 주거나 설명하기보다는 배경으로 여행지가 자연스럽게 노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PPL보다는 BPL이라는 개념에 좀 더 가깝지 않을까.

●영화와 현실 사이
 
손- 영화에 어떤 장소가 나왔다고 해서 실제로 거길 찾아가나?
고- 여행 좋아하는 사람들은 영화의 한 장면에 꽂혀서 촬영지를 찾아가는 경우도 많다. 
천- 영화 장면을 사진으로 인쇄해서 직접 그 장소에 가지고 가서 사진과 실제 배경을 함께 찍는 사람들도 있다. 혹시 영화 속에 나왔던 장소 중 가 보고 싶은 곳이 있나?
정- <미션 임파서블 : 로그네이션>에 나온 모로코에 가 보고 싶다.
고- 나는 아일랜드! <원스>에서는 더블린, <P.S. 아이 러브 유>에선 위클로우 국립공원*, <프로포즈 데이>에선 딩글*이 너무나 아름답게 그려진다. 이런 영화들 때문에 전부터 아일랜드가 너무 가고 싶었다.
예- <비포 선라이즈>, <비포 선셋> 등 ‘비포 시리즈’에 나오는 도시들도 정말 매력적이다. <비포 선셋>에 나오는 파리는 내가 지금껏 알고 있던 파리와 또 다른 모습이더라. 우디 앨런도 배경 도시를 잘 담기로 유명하다.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에서 바르셀로나,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 파리를 보면 스토리보다도 배경이 더 끌린다.
천-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의 장면 중에 샐리가 맨해튼의 한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먹으며 페이크 오르가즘을 하는 장면이 있다. 실제로 그 레스토랑에 가니 ‘바로 이 자리’라고 표시하는 화살표가 있더라. 분명히 그 레스토랑, 그 자리에 앉아서 샐리를 따라하는 사람도 있을거야.
손- 영화에서 보고 반해서 갔는데 정작 실망한 곳도 있다.
천- 어디?
손- 뉴욕이 굉장히 실망스러웠다. 여기저기 쥐도 돌아다니고. 뉴요커 하면 막연하게 머릿속에 떠올렸던 이미지와 상반된 사람들도 많아서 충격이었다.
천- 영화와 현실은 역시 달라.

●PPL의 역습
 
편- PPL이 효과가 있는 만큼 역효과도 있다.
고- PPL을 오히려 싫어하는 여행사 직원들도 있다. 물론 방송 덕분에 전에 없던 여행상품을 기획하고 모객을 할 수는 있지만, 차근차근 잘 키워 가던 여행지가 방송 한 번에 갑자기 사람들이 몰려 경쟁이 치열해지면 상품가격이 떨어져 수익성이 악화된다.  
손- 방송 한 번 대박이 나면 상품명이나 상품 홍보 문구가 다 똑같아지곤 한다. ‘꽃보다 타이완’, ‘꽃보다 크로아티아’처럼 말이다.
천- 특정 지역이 떴다 해도 고객들이 자기네 여행사를 통한다는 보장도 없으니, 여행사라고 꼭 반갑지만은 않을 것 같다. 그럼 협찬사 입장에서 PPL 역효과는 어떤 게 있나?
고- 내가 협찬하는 입장이라면 조마조마할 것 같다. 홍보차 촬영 지원은 다 했는데 이후에 방송이 어떻게 나갈지, 사람들 반응이 어떨지는 모르니까.
정- 마포대교를 통제하면서까지 <어벤저스 2> 촬영을 하더니 정작 영화에서는 저곳이 서울인지도 모르게 나왔더라. 영화 배경이 된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나오는 결과물이 중요하다.
양- 8월에 미국판 <꽃보다 할배Better Late than Never>가 방영을 시작하는데 예고편이 나왔다. 4명의 미국 원로배우 할배들이 총 4개국 6개 도시를 여행하는 내용. 한국에서는 JSA, 수원화성 등을 방문하고 닥터피시를 체험하더라. 한국에서도 한때 유행했었지만 현재는 많이 안하지 않나? 미국인 입장에선 ‘한국인들은 닥터피시를 즐겨한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편- 닥터피시 PPL 아냐?
ALL- ㅋㅋㅋㅋㅋ 

●Travie Dictionary 

*PPL | Product Placement의 약자로 간접광고를 말한다. 드라마나 영화 등에 상품을 노출시키는 마케팅 전략이다.
*빈탄 | ‘별’이라는 뜻을 가진 인도네시아 리아우 제도의 섬. 싱가포르와 가깝다. 
*BPL | Brand Placement의 약자. 간접광고PPL는 주로 하나의 제품에 집중하는 반면, BPL은 브랜드를 통합적으로 홍보한다.
*위클로우 국립공원 | 아일랜드의 카운티 중 하나인 위클로우Wicklow에 있는 국립공원. 계절별로 숲의 풍경이 달라진다.
*딩글Dingle | 아일랜드 캐리Kerry 카운티에 있는 작은 마을. 초록색 자연과 아이리시 전통 문화가 살아 있다.
저작권자 © 트래비 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최신기사
트래비 레터 요즘 여행을 알아서 쏙쏙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