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티아 원정대①Zagreb 자그레브-크로아티아의 붉은 심장
크로아티아 원정대①Zagreb 자그레브-크로아티아의 붉은 심장
  • 트래비
  • 승인 2016.07.12 15: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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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OATIA EXPEDITION
당신에게 띄우는 에메랄드빛 편지 
크로아티아

서로의 존재조차 몰랐던 다섯 사람이 만나 일주일 동안 렌터카를 타고 크로아티아를 여행했다. 
낯선 여행길 위에서 알 수 있었다. 우리 서로 몰랐지만, 그동안 같은 꿈을 꾸어 왔단 걸. 
이렇게나 반짝이는 크로아티아를 만나는 꿈.
 
두브로브니크 성벽 길 위에서 보이는 흔한 풍경. 주황빛 지붕이 파도처럼 넘실댄다
 

고백 to 크로아티아

이제야 고백합니다만, 크로아티아는 오랜 시간 동안 제게 어떤 이상향 같은 곳이었습니다. <꽃보다 누나>에 나와서 말 그대로 ‘빵’ 떠 버리기 훨씬 전, 단체 패키지 상품이 쏟아지고 홈쇼핑 채널을 돌릴 때마다 ‘크로아티아’가 나오는 지금 같은 상황은 상상할 수도 없었던 때부터요. 

크로아티아라기보다 두브로브니크라고 해야 맞겠죠. 우연히 접한 한 권의 책, 그 책에서 두브로브니크의 풍경을 보았거든요. 그날부터 제게 크로아티아는 언젠가 꼭 가야만 하는 곳, 꽁꽁 숨겨 놓은 비밀 여행지 같은 곳이 되었습니다. 스마트폰 세계 시간에 ‘자그레브’를 추가해 놓고, 가끔 그 시간을 들여다보곤 했죠. 아, 저는 가고 싶은 도시들이 생길 때마다 핸드폰에 그 도시의 현재 시간을 추가해 두곤 한답니다. 답답하고 힘들 때, 섬이나 마찬가지인 이 작은 나라가 너무 좁게 느껴질 때, 그 비현실적이고 낯선 지명들과 먼 거리를 느낄 만한 시간 차이를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조금은 나아지거든요.

그래서 크로아티아를 갈 수 있게 되었을 때, 그것도 자그레브부터 두브로브니크까지 나라 전체를 횡단하는 코스로 여행할 수 있게 되었을 때,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마음껏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게다가 두브로브니크에서 이스탄불로 가는 신규 취항 노선의 첫 비행기를 타 볼 수 있는 기회까지! 햇살 좋은 5월에 만난 크로아티아에서의 일주일, 그 반짝이는 시간을 여러분에게 띄웁니다.
 
여행기간  2016년 5월3~11일(6박 9일)
원정대원  3명(정지은, 박근우, 김민수)
이번 여행에서 원정대원들은 <트래비> 고서령 기자, 크로아티아인 가이드 다미얀Damjan Beusan과 함께 렌터카를 타고 크로아티아를 종단했습니다. 자그레브에서 출발해 플리트비체, 닌, 자다르, 트로기르, 스플리트, 스톤, 두브로브니크까지. 로컬 가이드의 해박한 지식을 양분 삼아 샅샅이 취재하고 돌아왔답니다. 
 

▶크로아티아 원정대
 
새로운 길을 만들어 준 여행
정지은
어쩌다 올려다본 하늘에 비행기가 지나간 흔적이 마치 새로 낸 길처럼 하얗게 남아 있을 때가 있다. 그 하늘이 파랗고, 구름 한 점 없을수록 그 길의 흔적은 선명해서 오래도록 그 풍경에 취해 있곤 했다. 트래비아카데미 크로아티아 원정대로 함께한 일주일은 하늘에 난 선명한 구름길처럼 내게 몇 개의 길을 새롭게 만들어 줬다. <트래비>라는 잡지와의 인연, 쿨 가이 다미얀과 원정대원들과의 만남, 크로아티아라는 멋진 나라를 다채롭게 즐길 수 있는 경험, 그리고 여행잡지에 직접 내 기사를 싣는 짜릿한 기회까지. 무엇보다 ‘다시 길 위에’ 설 수 있는 새로운 동기를 찾을 수 있어 기뻤던 여정이었다. 함께한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종합선물세트 같았던 7일
김민수

어릴 적 가끔씩 집에 선물로 들어오던 과자 종합선물세트가 떠오른다. 마치 세상을 다 가진 것마냥 들떠서 야금야금 아껴 먹었던 기억. 7일간의 크로아티아 여행은 마치 그런 종합선물세트 같았다. 일정 동안 내내 동고동락했던 가이드 다미얀은 만약 혼자 왔다면, 아니 현지인이 아니었더라면 모르고 지나쳤을 크로아티아의 매력들을 유쾌하게 소개해 주었다. 게다가 혼자였다면 외로웠겠지만 함께여서 더 신나고 재미있었던 원정대원들과의 ‘케미’도 좋았다. 매일매일이 그 전날보다 좋았고 새로웠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 타기 싫을 정도로. 산맥을 사이에 두고 전혀 다른 모습이 펼쳐지는 풍경과 어딜 가도 이어지는 주황색 지붕의 물결, 골목 사이에서 마주친 장난기 가득하고 친절한 크로아티아 사람들까지. 이번 여행의 후유증은 꽤나 오래갈 것 같다.
 
다시 한 번 크로아티아
박근우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는 나로선 3년 전 신혼여행으로 크로아티아 여행을 다녀온 이후, 이 멋진 나라를 언제 다시 한 번 여행할 수 있을까라는 막연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좋은 기회가 이렇게 기대 이상으로 빨리 찾아왔다. 지난 번 여행 때 찾았던 도시는 구석구석 살펴보면서 지난 여행의 기억을 다시 한 번 되새길 수 있어서 좋았고, 처음 방문하는 도시는 여행을 떠나기 전 준비하면서 알게 되면 알게 될수록 기대감과 설레는 마음이 생겼다. 무엇보다 이번 여행은 단순히 놀러 간 것이 아니라 ‘취재 여행’이었단 점에서 그동안의 여행과는 다른 매력이 있었다. 유명한 곳을 찾아가고 눈으로 보고 빠르게 지나치는 여행이 아닌 아직 소개되지 않은 곳들을 찾아가고 그곳에 대해 더 자세히 알게 되는 것은 너무도 즐겁고 소중한 경험이었다.
 
자그레브 성모승천 대성당이 내려다보이는 전망대에서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는 소녀들
성마르코 성당 지붕의 유명한 타일 장식. 왼쪽은 크로아티아를 상징하는 문장, 오른쪽은 자그레브를 상징하는 문장이 그려져 있다
자그레브360° 전망대에서 보이는 풍경

 
●Zagreb 자그레브
크로아티아의 붉은 심장
 
인심 듬뿍 넣어 만든 옥수수빵

한국에서 이스탄불까지 11시간, 이스탄불 공항에서 대기 3시간 반, 이스탄불에서 또 2시간 반, 장장 17시간을 날아와 처음 마주한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 하늘에서 만난 자그레브의 첫인상은 초록이었다. 빽빽하게 울창한 숲의 초록이 아니라 순하디 순한 초록색. 하늘은 흐렸고, 빗방울이 흩뿌렸고, 옷을 하나 더 꺼내 입어야 했을 정도로 춥기까지 했는데 이 도시의 인상이 ‘회색’이 아니라 ‘초록’인 건 왜일까?

반 옐라치치 광장Ban Jelacic Square 바로 앞에 위치한 호텔에 짐을 풀자마자 향한 곳은 자그레브의 명물, 돌라치Dolac 마켓이다. 전통 의상을 입고 바구니를 머리에 인 아주머니 모습의 쿠미차Kumica 동상이 세워져 있는 것이 마치 제주도의 해녀상처럼 친근하다. 자그레브를 상징하는 빨간색으로 통일된 천막 아래, 제철을 맞은 싱싱한 채소와 과일은 물론 올리브 오일 등 각종 소스, 향긋한 라벤더 포푸리까지 다양한 물건이 가득하다. 

보통 관광객들은 지상에 있는 마켓만 보고 발길을 돌린다. 지상만큼 넓은 지하 마켓의 존재를 모르기 때문이다. 지하상가처럼 생긴 입구로 들어가 계단을 내려가면 각종 빵, 고기류, 치즈 등 로컬들의 입맛을 날것 그대로 경험할 수 있는 활기찬 시장이 펼쳐져 있다. 이게 뭔가 궁금해 쳐다보기만 해도 크로아티아어로 “한번 먹어 볼래?(알아듣지는 못했지만 그 말임이 틀림없다)”라고 말하며 치즈며 빵을 뭉텅뭉텅 썰어 건네는, 인심 좋은 상인들로 가득한 공간이다.

이날 지하의 한 가게에서 시식한 홈메이드 콘브레드Corn Bread, 옥수수빵의 맛이 지금도 생각난다. 사람 좋은 아주머니는 자기가 직접 만들었다며, 큼직하게 자른 빵을 내밀었고 우리는 이전까지 경험하지 못한 고소한 맛에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때만 해도 ‘지금은 배부르니까 다음에 사야지’ 생각했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 다시 시장에 찾아갔을 땐 아무리 돌아다녀도 같은 빵을 찾을 수 없었다. 아주머니가 아직 출근을 안 하셨나? 혹시 지금 빵을 만들고 계신 걸까? 별별 추측과 생각을 다 해보았지만 소용없었다. 역시, 좋은 건 눈앞에 있을 때 챙겨야 한다. 
 
 
자그레브 시민들은 지금도 대형마트 대신 돌라치 시장에서 장을 본다
홈메이드 옥수수빵을 먹어 보라며 잘라 건네는 시장 아주머니
 
자그레브 구시가의 가스 가로등은 19세기부터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돌라치 시장에서 맛본 크로아티아 소스. 한국의 쌈장처럼 양상추에 찍어 먹으면 좋다
 
 
가로등을 켜고 끄기만 하면 되는 직업이 있다?

자그레브의 가로등은 특이하다. 한국처럼 별도로 세워진 가로등에 전기로 불을 켜는 방식이 아니라, 길가 건물에 각각 가스등이 붙어 있는 식이다. 일일이 사람 손으로 가스 밸브를 켜서 불을 붙여야 작동한다. 전통을 중시하는 자그레브의 면면은 이런 데에서도 빛을 발한다. 크로아티아 태생의 천재 과학자 니콜라 테슬라Nikola Tesla가 획기적인 아이디어라며 ‘전기등’을 제안했을 때도 자그레브 시청은 거절했다. 그 결과 지금도 여전히 긴 막대기를 이용해 일일이 불을 밝히는 가스등을 사용하고 있다. 

자그레브 시내 곳곳의 가스등에는 번호가 붙어 있는데, 매일 200여 개에 달하는 자그레브 구시가Upper Town 내에 설치된 가스등의 불을 밝히고 끄러 다니는 사람들이 따로 있다고 한다. 오래된 도시의 구석구석을 손수 밝히고 다니는 직업이라니! 생각만 해도 낭만적이다. 불을 켜는 모습을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작은 불꽃이 춤추는 가로등의 불빛은 따뜻하고 은은했다. 혹시나 자그레브의 가로등이 최신식으로 싹 바뀌었다면, 이 도시는 매력 포인트를 10점쯤 깎아 먹었을 것 같다.
 
골목길 안쪽에 조용히 자리한 코기토 커피숍은 자그레브에서 베스트로 꼽히는 카페 중 하나다
반 옐라치치 광장 옆 메인 쇼핑 거리에는 잘 차려입은 훈남, 훈녀들이 많다
 
자그레브에서 커피를 생각하는 법

커피를 사랑해 마지않는 사람들이 사는 곳, 그러나 눈을 씻고 찾아도 테이크아웃 커피를 손에 들고 거리를 걷는 사람을 볼 수 없는 곳, 스타벅스를 비롯한 다국적 커피 체인점이 전무한 곳. 크로아티아는 그런 나라다. 점심시간마다 커피 체인점의 테이크아웃 커피를 손에 든 사람들로 거리가 가득 차는 한국에서 온 여행자에게는 아무래도 좀 낯선 풍경이다.

크로아티아 사람들에게 커피는 단순히 ‘마시는’ 것이 아니다. 느긋한 시간을 즐기기 위한 문화에 가깝다. 여럿이 함께 또는 혼자서 카페를 찾는 사람들은 적어도 1~2시간 동안 천천히 커피를 음미한다. 자그레브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를 내는 곳 중 하나라는 카페를 찾았다. ‘코기토 커피Cogito Coffee’, 크로아티아어로 ‘커피를 생각한다’는 뜻이다. 

요란한 간판 없이 골목 안쪽에 조용히 자리한 이 카페는 작지만 비좁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크로아티아의 초등학교에서 사용하는 그것과 꼭 닮았다는 의자들이 옹기종기 놓인 긴 테이블. 크로아티아 사람들이 볼 때마다 어릴 적 향수를 떠올린다는 그 인테리어가 카페의 민트색 벽면과 아주 잘 어울린다. 잔잔한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며 커피를 즐기는 여자들, 홀로 잡지를 읽으며 커피를 마시는 남자, 그리고 문밖에 놓인 작고 동그란 테이블에는 에스프레스 한 잔을 앞에 놓고 은발 신사가 천천히 신문을 읽으며 시가를 태우고 있었다. 이것이 자그레브 사람들이 커피를 생각하는 방법이다. 사원증을 목에 건 직장인들이 줄지어 종이컵을 들고 서성이는 서울과는 달라도 너무 달라 조금 씁쓸해졌다.

세계 바리스타 대회에서 3위를 수상했다는 이 카페의 훈남 바리스타 마티야Matija가 직접 내려 주는 핸드드립 커피의 맛은 지쳐 있던 여행자를 치유하기에 충분했다. 가격도 황송할 정도로 저렴하다. 10~12KN쿠나, 크로아티아 화폐 단위. 10KN는 약 1,800원 정도면 훌륭한 맛의 커피 한 잔을 마실 수 있다.
 
코기토 커피Cogito Coffee Shop
Varšavska 11, Zagreb  
www.cogitocoffee.com
월~금요일 08:00~21:00, 토요일 9:00~19:00, 일요일 휴점
 
비 내린 다음날 아침 자그레브의 거리
실연박물관에서는 개인의 이야기가 깃든 아주 사소한 물건들이 소중한 전시품이 된다 
 

깨진 관계를 슬퍼하는 당신에게

지난 6월, 미국 LA에 오픈해 핫 플레이스로 떠오른 ‘실연박물관Museum of Broken Relationships’의 원조를 바로 이곳, 자그레브에서 만날 수 있다. 과거의 유물이 아닌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기억과 이야기를 하나의 콘텐츠로 주목한 예술가들의 시도로 탄생한 이 박물관은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크로아티아의 실연박물관은 지난 10여 년간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 타이완 타이베이 등 35개 도시에서 순회 전시를 진행해 왔다고 한다.

이곳엔 ‘실연’이란 한 단어에 다 담을 수 없는 모든 갈래의 관계들이 담겨 있다. 남녀 관계뿐 아니라 자기 자신과의 관계, 부모간의 관계, 친구와의 관계, 소중한 물건과의 관계 등 세상 모든 관계의 상실에 대한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학교 수업을 땡땡이 치고 남자친구와 갔던 플로리다 호수의 풍경 사진, 1992년 사라예보에서 전쟁을 겪은 아이의 편지, 하도 갖고 다녀서 속에 들어 있는 솜털이 다 드러나 보이는 인형, 보자마자 사랑에 빠진 사람을 만났을 때 신고 있던 빨간 구두, 비즈니스 동업자의 이름이 함께 새겨져 있는 광고판, 살이 쪘을 때 입었던 과거의 청바지, 부부의 서명이 되어 있는 수표책, 어머니가 딸에게 남긴 자살노트까지….

이번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우리나라 제주에서도 실연박물관과 협력하는 전시가 진행된다는 소식을 접했다. 동명의 책 <실연의 박물관(실연에 관한 82개의 이야기, 헤어짐을 기증하다)>도 출간됐고, 오는 9월까지 전시가 진행된다니 조만간 제주를 찾아 자그레브와 뭐가 다른지 살펴보고 싶다.
 
실연박물관Museum of Broken Relationships
Cirilometodska 2, 10 000 Zagreb
www.brokenships.com
6~9월 09:00~22:30, 10~5월 09:00~21:00 
성인 기준 30KN
 
 
에디터 고서령 기자   취재 트래비 크로아티아 원정대(글 정지은, 사진 박근우, 영상 김민수)
취재협조 크로아티아관광청 www.croatia.hr 터키항공 www.turkishairlines.com/e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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