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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 원정대③Zadar 자다르, Nin닌, Trogir트로기르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6.07.12 15: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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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adar 자다르
자연이야말로 천재 예술가가 아닐까
 
처음 자다르의 바다 오르간The Sea Organ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절벽 위에 세워진 오르간을 떠올렸다. 그래서 처음 바다 오르간을 눈으로 확인한 후에 약간 김이 샜다. ‘겨우 이거 갖고 호들갑을 떨었단 말인가? 노래하는 도로도 아니고, 이 시멘트 계단에서 무슨 음악이 들린다는 거지?’ 이것이 아무것도 모르는 여행자의 오만함이었다는 걸 깨닫는 데에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석양이 내려앉은 바다 오르간, 태양의 인사
 

세계적인 영화 감독 알프레드 히치콕Alfred Hitchcock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석양’이라고 극찬한 자다르의 석양을 감상하면서 바다 오르간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봤다. 관과 공명통을 옹벽 아래쪽에 설치해 놓은 덕에 ‘부웅~’ 소라껍질을 부는 듯한 소리가 길게, 또 짧게 들려왔다. 투명한 바닷물이 철썩일 때마다, 그 움직임과 강약에 따라 소리가 이어졌다.
 
단 한 번도 같은 소리를 내지 않는 ‘천의 음색’을 가진 오르간이다. 지휘자도 필요 없다. 오직 바람과 바다만이 함께 만들어낼 수 있는 화음이고 음색이다. 사람들은 오르간 구멍이 뚫린 벽에 걸터앉기도 하고, 피아노 건반처럼 꾸며놓은 벤치에 앉아 있기도 한다. 피아노 건반을 본떠 만든 의자에 느긋하게 앉아 바다를 바라보거나, 음악을 듣거나, 데이트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질투가 날 지경이었다. 이렇게 지척에 평화롭고 아름다운 바다를 두고 살 수 있다니! 횟집과 상점들에 점령당한 내가 사는 도시의 해변과는 너무 달랐다.

바다 오르간을 보러 갔다면 태양의 인사The Greeting to the Sun도 놓쳐서는 안 된다. 태양부터 명왕성까지의 태양계를 크기와 거리의 비례에 맞춰 배열해 놓은 이 거대한 설치예술작품은 낮에 모아둔 태양열을 이용해 매일 밤 시시각각 다른 빛의 공연을 선보인다. 그날 저녁, 어디선가 가방을 둘러맨 꼬마 아이들이 잔뜩 나타나 이 원형의 작품 안에 둘러서서 손을 잡고 까르륵대며 뛰어다녔고, 그걸 바라보는 사람들도 덩달아 까르륵 웃으며 좋아했다. 너무나 평범한 우리 일상이 거기 있었다. 셀카봉으로 무장한 관광객들만 잔뜩 돌아다니는 관광지가 아니라, 이곳의 시민들이 사랑하고 아끼는 장소라는 것이 단박에 느껴졌다. 자다르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곳에서의 추억을 하나씩은 갖고 있겠지? 
 
바다 오르간의 연주에 귀를 기울이며 앉아 있는 사람들
 
 
자다르 올드시티의 풍경
 

한 도시의 사람들이 공유하는 장소와 그 장소에서 비롯되는 추억이 있다는 건 얼마나 중요한가. 처음에는 많은 사람들이 환호했지만, 지금은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는, 서울 종로의 피아노 거리가 떠올랐다. 30대 초반의 젊은 건축가 니콜라 바시츠Nikola Basic에게 이런 대공사를 맡기고, 처음에는 낯설었을 결과물을 오롯이 받아들여 지금의 명소로 만든 자다르의 모든 사람들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진다. 바다 오르간과 태양의 인사, 단 2개의 건축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는 건축가 뒤에는 이처럼 좋은 작품을 사랑할 줄 아는 시민들의 힘이 있었다.
 
닌의 올드타운에는 작은 교회가 많다. 성십자가 교회Church of Holy Cross에서는 매년 하늘의 별자리를 그리는 어린이 사생대회가 열린다
EU로부터 에코 프렌들리 인증을 받은 닌의 소금
 
 
 
●Nin닌
시간을 품은 작은 보석
 
드넓은 평야에 자리한 작은 해안 마을, 닌Nin은 3,000년 전부터 왕국이 세워졌던 아주 오래된 역사 도시다. 비옥한 토양과 함께 과거 금과 같이 여겨졌던 소금을 거두는 염전까지 갖췄으니 수많은 왕족이 탐을 낼 수밖에. 이곳저곳 파괴되고 일부만 남아 있는 성벽과 로마제국의 유적들이 이 마을의 복잡한 역사를 보여 준다.

닌은 그 오랜 역사와 함께 천연 소금으로 유명한 도시다. 지금도 로마 시대부터 내려온 전통적인 방식으로 바닷물을 가두고 건조시켜 소금을 만들고 있다. 일체의 인공적인 도구 없이 사람의 손으로 정직하게 수확한다는 게 이곳의 자랑이다. 깨끗한 환경, 풍부한 일조량, 벨레비트산에서 불어오는 적당한 바람, 뛰어난 지정학적 위치 등의 여러 가지 요소가 질 좋은 소금 생산에 큰 몫을 하고 있다. 오직 7월과 8월 두 달 동안, 비가 내리지 않고 해가 쨍쨍한 날씨가 지속될 때만 소금을 완성할 수 있기 때문에, 하늘이 허락해야 만들 수 있다고도 이야기한다.

아드리아해의 염전 중 유일하게 EU로부터 에코 프렌들리Eco Friendly 인증을 받았다는 이곳의 소금 중에서 ‘플라워 소금Flower of Salt’은 더 특별하다. 바닷물이 다 건조되면 가장 위쪽 표면에 얇은 층으로 형성되는 소금으로, 일반 바다소금의 6배에 달하는 미네랄이 함유되어 있다. 음식을 완성한 후 마지막에 살짝 뿌려 내면 풍미를 기가 막히게 살려 준다고.

염전 옆에 자리한 소금박물관으로 들어가 봤다. 모습은 박물관이라기보다 작은 기프트숍에 가깝다. 그래도 친절한 직원들이 염전을 둘러보게 해주는 것은 물론 염전의 역사부터 소금의 특징까지 자세히 설명해 주니, 제대로 된 박물관 못지않은 역할을 한다. 플라워 소금부터 라벤더·세이지·로즈마리·바질 등 허브를 넣은 소금, 소금으로 만든 각종 비누·샴푸·치약, 소금 입욕제, 소금 초콜릿과 크래커 등 다양한 종류의 제품을 만날 수 있다.
 
솔라나 닌Solana Nin 소금박물관
llirska cesta 7, 23232 Nin
www.solananin.hr
 
 
구시가 종탑에서 내려다본 풍경
바람이 많이 부는 트로기르의 골목길은 구불구불하다
올드타운이 있는 섬으로 들어가기 위해선 작은 다리를 건너야 한다
 

●Trogir 트로기르
중세문명이 꽃핀 섬
 
트로기르Trogir 올드타운은 유네스코가 ‘중부유럽에서 로마네스크Romanesque-고딕Gothic 양식 건축물이 가장 잘 보존된 곳’라고 인정한 세계문화유산이다. 기원전 3세기에 그리스인들이 처음 도시를 세운 뒤로 로만, 비잔틴, 헝가리안, 베네치안, 나폴리안 등이 차례로 이 땅을 탐내 점령하고 도시를 세웠다. 땅을 파 보면 층층이 다른 문명의 건축 유적지가 나올 정도로, 풍부한 건축 유적과 역사를 품고 있다. 

크로아티아 대륙과 치오보Ciovo 섬 사이에 콕 끼어 있는 작은 섬. 두 다리로 작은 다리를 건너 그 섬으로 들어가면 순식간에 시간을 되돌린 듯한 중세 마을을 만날 수 있다. 베네치안 상인들의 영향과 편리한 뱃길 덕에 상업이 꽃을 피웠던 이곳에는 ‘니 도어Knee Door’를 가진 건축물이 유난히 많다. 출입문 바로 옆에 물건을 진열할 수 있는 선반이 달린 커다란 유리창문이 있는 형태로, 사람의 무릎을 닮아 그런 이름이 붙었단다. 중세시대 상인들이 향신료와 식재료, 옷가지를 팔던 그 상점에서 지금은 라벤더 포푸리와 말린 무화과, 자석 따위 기념품들을 팔고 있다.

구불구불 미로 같은 올드타운의 거리는 해변 산책로로 이어진다. 산책로의 한쪽엔 한가롭게 햇살을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한 레스토랑과 카페가 있고, 다른 한쪽에는 제법 큰 요트들이 줄지어 정박해 있다. 이런 배를 타고 일주일 동안 달마치안 지방의 해안도시와 섬을 일주하는 작은 크루즈 여행 프로그램이 많다고. 아드리아해를 항해하면서 밥도 먹고 맥주도 마시고, 매일 다른 해안도시를 만나는 여행. 이야기만으로도 매력적이다.
 
 
에디터 고서령 기자   취재 트래비 크로아티아 원정대(글 정지은, 사진 박근우, 영상 김민수)
취재협조 크로아티아관광청 www.croatia.hr 터키항공 www.turkishairlines.com/e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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