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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 원정대④Split스플리트, Dubrovnik두브로브니크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6.07.12 16: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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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lit 스플리트
시간을 간직한 유쾌한 도시
 
크로아티아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이자, 달마치아 지방의 최대 도시 스플리트. 전 세계를 통치하다시피 했던 로마의 황제 디오클레티안Diocletian이 말년을 보낸 궁전이 있는 곳이다. 고대 로마의 흔적과 크로아티아 시민들의 손때가 고스란히, 현재의 숨결과 함께 보존되어 있다. 기원후 305년에 지어진 디오클레티안 궁전Diocletian’s Palace은 궁전이란 이름보다는 작은 마을이라는 이름이 더 걸맞을 정도로 넓고 크다. 그 안에는 남북을 연결하는 메인 거리인 ‘카르도Cardo’, 동서를 연결하는 거리인 ‘포럼Forum’ 그리고 그 둘이 만나는 지점에 자리한 광장 ‘페리스틸Peristyle’을 중심으로 골목길들이 혈관처럼 뻗어 있다.
 
 
스플리트는 과거와 현재가 조화로운 매력적인 도시다

황제가 신하들을 접견하는 장소였다는 메인 광장에는 작은 계단들이 설치되어 있는데, 언제나 신하들이 황제보다 낮은 자리에 있음을 상징하기 위함이었다고. 그 계단에 지금은 여행자들이 작은 방석을 깔고 앉아 커피를 마시며 시간여행을 한다. 광장 옆에선 단정하게 정장을 차려 입은 합창단이 크로아티아 전통 합창 공연을 선보인다. 고대 로마의 건축물이 선물한 서늘한 그늘에 서서 원형으로 뚫린 천장을 통해 파란 하늘과 쏟아지는 햇빛을 보며 노래를 듣고 있으면, 그 순간만큼은 카네기홀 공연이 부럽지 않다.

궁전의 수많은 골목길 가운데엔 ‘렛미패스Let Me Pass’라는 이름의 길이 있다. 한 사람만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폭이 좁은 길인데, 크로아티아 사람들은 여기를 ‘세상에서 제일 좁은 골목길’이라 여긴다 한다. 알고 보니 이 길에는 재밌는 이야기가 있었다. 19~20세기 여자들이 관심 있는 남자를 유혹할 때 애용하던 길이었다고. 길옆에서 기다리다가 마음에 드는 남자가 오는 것이 보이면 그때 이 길에 같이 들어서서 괜히 몸을 밀착하며 슬쩍 스킨십을 유도했었다 한다. 그렇게 서로 마음이 맞으면 같이 떠나고, 아니면 또 다른 사람을 기다렸다는데, 당시 크로아티아 여성들이 연애에 꽤나 적극적이었나 보다. 
 
디오클레티안 궁전 광장 옆, 천장에 동그란 구멍이 뚫린 곳에서 크로아티아 전통 합창단이 공연을 연다
판타지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는 구시가의 풍경
디오클레티안 궁전 안에는 작은 골목길들이 혈관처럼 뻗어 있다
스플리트의 전경을 감상할 수 있는 마르얀 언덕

궁전의 이곳저곳을 구경하다가 천천히 남쪽 문으로 빠져 나가면 그 유명한 해변의 거리 ‘리바Riva’에 닿는다. 파란 바다와 야자수가 이국적인 정취를 선사하는 거리를 따라 즐비한 노천카페에는 멋지게 차려입은 크로아티아 남녀들이 여유를 즐기는 풍경이 있다. 우리가 스플리트에 도착한 날은 마침 축제가 겹친 주말이라 놀랄 만큼 많은 인파가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크로아티아의 젊은 남녀들은 잔디밭에 둘러앉아 맥주를 마셨고, 주택가 골목에서 만난 꼬맹이들은 동양의 여행자들이 신기한지 먼저 인사를 건네며 꺄르르 웃었다. 길가의 꽃 사진을 찍고 있으면 물어보지 않아도 다가와 꽃 이름을 알려 주는가 하면, 자기 집 고양이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소개해 주는 아주머니를 만나기도 했다.

그렇게 한참을 거닐다가 스플리트의 최고의 전망을 볼 수 있다는 마르얀Marjan 언덕을 물어물어 찾아갔다. 그곳에서 만난 뜻밖의 선물. 언덕 위 공원에서 야외 결혼식이 열리고 있었다. 관광객들과 하객들이 뒤섞인 와중에 턱시도와 드레스를 차려입은 이날의 주인공과 한껏 섹시하게 꾸민 사람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모여들었다. 기타를 잡고 흥겨운 음악을 연주하는 악사들을 중심으로 들러리 친구부터 아빠의 목마를 탄 꼬마까지. 다들 한 잔 걸쳤는지, 얼굴은 불그스름하고 목소리 톤도 높다. 최신형 드론은 윙윙 날아다니며 이 즐거운 현장을 기록하고 있었다. 일부러 웃으라고 사진사가 유도하지 않아도 음악과 분위기에 취한 사람들은 너나할 것 없이 리듬을 타고 어깨동무를 하며 사진촬영을 마쳤다. 스플리트의 기억을 한층 더 아름답게 만들어 준 부부의 행복을 빌면서, 나도 그 자리에서 기념사진을 한 장 남겼다. “덕분에 저도 행복했어요. 고마워요.”
 
 
 
 
1시간 30분 남짓 걸리는 두브로브니크 성벽 투어를 하는 동안 여행자들은 쉼 없이 사진을 찍는다
두브로브니크 올드시티의 메인광장. 매시간 종소리로 시간을 알려 주는 시계탑에는 그날의 달 모양을 정확히 보여 주는 달 시계도 있다
아드리아해를 마음껏 감상할 수 있는 부자 카페Cafe Buza
 

●Dubrovnik 두브로브니크
진주를 감상하는 방법
 
먼저 크로아티아 여행을 다녀온 친구가 그랬다. 두브로브니크를 가장 마지막에 가야 한다고. 이곳이 너무 강렬해서, 제일 먼저 보고 나면 다른 지역이 시시하게 느껴질 거라고. 실제로 두브로브니크에 와 보니 그 친구가 왜 그렇게 이야기했는지 알 것 같았다.

13세기부터 만들어져 지금도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는 두브로브니크 성벽. 그 성벽 위를 걸어 보는 투어는 이곳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코스다. 1시간 30분 정도면 2.2km에 달하는 성벽을 찬찬히 걸어 볼 수 있는데 성벽으로 일단 들어가면 그늘이 전혀 없으니 아침 일찍 가거나 아예 느지막이 출발하는 것이 낫다. 

오후 4시 이후 선선해질 무렵에 성곽을 한 바퀴 걷고, 케이블카를 타고 스르지Srđ 산에 오르는 코스를 추천한다. 산 정상에서 맞는 시원한 바람과 방금 걸었던 성곽 안쪽의 아름다운 도시를 내려다보는 짜릿함! 세상을 만든 신도 그렇게 흐뭇하게 자신이 만든 세상을 내려다봤을까? 아드리아해의 쪽빛 바다의 탁 트인 전망과 주황색 지붕으로 가득한 오래된 도시의 성벽, 그리고 유유자적 떠다니는 보트와 시원한 바람, 지평선을 넘어가는 해가 물들이는 해안선과 하늘빛까지 합쳐지면 무엇 하나 부러울 게 없어진다. 성벽과 파란 바다를 배경으로 ‘인생사진’을 찍는 것도 놓치지 말자. 나름 경쟁이 치열해서, 꾸물거리다가는 사진 찍기 좋은 장소를 뺏기기 일쑤다. 세계 각국에서 온 사람들이 위험해 보일 정도로 아슬아슬하게 자신만의 포즈를 잡아가며 사진을 찍는 모습은 또 하나의 볼거리다.

성곽을 걸으며 이 관광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많은 시민들이 성곽 안의 주거지를 여행자들에게 내주고 부수입을 챙기면서, 성곽 밖에 산다고 하는데, 여전히 이 안에서 사는 사람도 많은 모양이다. 널려 있는 빨래 사진 찍기에 꽂힌 나는 빨래를 찍고, 찍고, 또 찍다가 결국 포기했다. 그냥 보이는 모든 집을 찍는 게 빠르겠다 싶어졌기 때문이다. 하긴, 이런 햇빛과 바람이면 일부러 빨랫감을 만들어서라도 빨래를 널고 싶어질 것 같긴 하다. 이불부터 잠옷까지 종류도 다양한 남의 집 빨래 구경은, 바다와 주황빛 기와지붕에 지친(?) 호사로운 눈에게 또 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사실 매일매일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관광지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런데도 관광객이 들여다보든 말든 문을 활짝 열어두고 맥주 마시며 왁자지껄 떠드는 사람들을 자주 만날 수 있었다. 집 안방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시원한 맥주를 마시는 호사를 누리는 그들의 여유로움이 새삼 부러웠다.  
 

호젓함을 좋아하는 당신이라면
 
두브로브니크는 두말하면 입 아플 정도로 크로아티아에서 가장 높은 인기를 자랑하는 관광지인지라, 어딜 가든 북적이는 인파를 피하기가 쉽지 않다. 두브로브니크를 여행하면서도 복잡한 인파 속에 하루 종일 머무는 것만은 피하고 싶다면, 방법이 있다. 두브로브니크 주변의 작은 도시들에 머무는 것이다.
 
 
휴양도 하고 관광도 하고
믈리니Mlini

총 22km 길이의 퍼블릭 해변에서 호젓하게 휴양을 즐길 수도 있고, 언제든 버스나 보트를 타고 20~30분이면 두브로브니크 올드타운까지 갈 수 있다. 호텔 숙박요금도 올드타운 대비 15%가량 저렴하고, 가족 여행객을 위한 빌라 형태의 객실도 있어 선택지가 다양하다. 쉐라톤 두브로브니크 리비에라 호텔Sheraton Dubrovnik Riviera Hotel, 호텔 아스타리아Hotel Astarea, 호텔 믈리니Hotel Mlini 등이 있다.
 
 
두브로브니크의 곳간
스톤Ston

두브로브니크로 가는 길에 반나절 정도 시간을 할애해 들러 보면 좋은 마을. 전통 방식으로 천연 소금을 생산하는 염전이 있다. 옛 두브로브니크 리퍼블릭에 속했던 지역으로, 당시 귀한 소금을 지키기 위해 쌓았다는 성벽이 지금도 남아 있다. 이 성벽에서 매년 9월 국제 성벽 마라톤이 열린다.
 
 
천재 화가가 태어난 평화로운 동네
차브타트Cavtat

호젓함을 좋아하는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 작고 평화로운 마을이다. 그림 같은 골목길 사이사이 동네 사람들이 모두 함께 먹여 살리는 행복한 길고양이들이 살고 있다. 화가 블라호 부코바츠Vlaho Bukovac의 생가가 있다. 그가 어린 시절 채색했다는 집안 내부와 그의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에디터 고서령 기자   취재 트래비 크로아티아 원정대(글 정지은, 사진 박근우, 영상 김민수)
취재협조 크로아티아관광청 www.croatia.hr 터키항공 www.turkishairlines.com/e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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