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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und Table] 식도食道를 걷는 여행자의 락樂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6.07.26 14: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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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재미만큼 가성비 좋은 행복이 있을까? 
‘잘 먹는 사람이 더 행복하다’고 말하는 시대에, 여행자의 식탐은 무죄다! 
정리 <트래비> 취재부 
 

먹방에서 쿡방 그리고 미식 탐방까지! 
 
천- 먹방, 쿡방 트렌드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양- <트래비>도 먹방하지 않나. 9월은 ‘먹는 방콕’ 특집이고, 오사카도 ‘심야식당’ 탐방. 
차- 나는 되게 재밌게 본다. ‘원나잇 푸드트립’ 이런 거. 
손- 요즘 SNS 쿡방도 많아졌고, 보고 있으면 식욕이 생긴다. 영상으로 레시피를 전달하니까 더 전달력이 있다.
김- 페북에 겉절이 만드는 영상 올라오던데 그런 건가?
all- 겉절이!! ㅋㅋㅋㅋ, 누구랑 페친인 건가?
천- 시청하고, 집에서 만들어 먹어 보는 시대가 아니라 직접 현지에 가서 먹거나 요리를 배워 오는 시대가 된 거다. 
손- 출장 가서 쿠킹클래스 해보니 재밌더라. 앞으로 기회가 될 때마다 꼭 해보고 싶은 경험이 됐다. 근데 비싸긴 하더라ㅠㅠ
천- 쿠킹클래스는 요리에 대한 선입견에서 벗어나게 해 준다. 태국에서 톰얌쿵을 직접 끓여 보고 나서 ‘팍치’를 먹을 수 있게 됐다. 프랑스에서는 토끼고기 요리도 했었다. 여전히 못 먹지만. 
양- 일본정부관광국 협찬으로 개그맨 이경규와 딸이 일본 우동 만들기 체험을 했더라. 쿡방도 하나의 테마가 됐다.
천- 동남아 가면 셰프들도 한류 스타처럼 인기가 있더라.  
양- 하와이는 작년에 정창욱 셰프가 홍보대사였다.
천- 음식을 잘 이용하면 그 나라에 대한 인상이 오래 남는다. 캐나다관광청 행사에서 로브스터가 1마리씩 나왔는데 사방에 튀어가며 왁자지껄, 분위기 자체가 유쾌했다. 
손- 패키지 여행을 싫어하는 이유 중 하나가 너무 유행에 뒤쳐진 식당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자유여행객들이 꼭 가는 식당들은 패키지에 안 들어가 있다.
편- 인기 식당은 주차도 어렵고 단체 받기도 힘들고.
김- 패키지 여행에서는 랜드사들이 하는 식당에 자주 간다. 
천- 현지 랜드에서 식당까지 운영하나?
김- 중식당도 있고. 대부분 한식당을 운영한다. 맛있는 데는 맛있다! 

엥? 엥겔지수를 높여라? 
 
고- 몇년 전부터 먹는 것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커진 게, 해외여행이 보편화된 것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 생활에 여유가 생기면서 먹는 것도 더 깊숙하게 들어가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유럽의 경우는 요리에 대한 관심이 옛날부터 높았고 요리프로그램도 많았는데, 우리는 최근에 붐이 생긴 거니까.
천- 왜 그 유명한 말도 있지 않나. ‘그대가 무엇을 먹는지 말하라. 그러면 나는 그대가 누구인지 말해 주겠다.’ 이미 1700년대에 나온 말이다. 
김- 엥겔 지수만 높아지는 거 아닌가?
차- 먹는 것 자체가 돈을 많이 쓰지 않고도 만족감을 높일 수 있는 소비 중 하나다. 내가 당장 부동산에 투자해서 돈을 모을 수도 없고.
all- 웃프다 ㅠㅠ
편- 이젠 사람들이 SNS, 인터넷, 방송으로 맛집을 알게 되고, 부모가 애들을 데리고 거길 찾아 가니까 오히려 선택의 폭이 좁아지는 것 같다. 잘 되는 식당만 되는 식. 예전에는 대학 입학해서 술 마시면서 이 안주, 저 안주 새로운 음식도 접해 보고, 스스로 맛집을 찾아냈는데 지금은 동영상으로 식당을 먼저 접하잖나. 
천- 저소득층 엥겔지수가 높아지는 것과, 고소득층 엥겔지수가 높아지는 건 좀 다른 양상일 것 같다. 지금의 먹방, 외식 열풍은 문화생활 범주가 아닐까?
편- 맛칼럼니스트 황교익씨는 엥겔 지수가 더 올라가야 한다는 말도 하더라. 먹는 게 다가 아니고 제대로 만든 요리를 먹으려면 비쌀 수밖에 없다고. 
차- 먹방이 계속 인기를 끌 수밖에 없는 게, 성욕과 식욕 모두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 아닌가. 방향이나 형태가 달라질 뿐. 

먹방이 뜨면, 여행지도 뜬다
 
양- 먹방의 영향인지, 집에서 음식을 직접 해 먹는 것뿐 아니라 실제로 가서 먹어 보고, 그 때문에 여행지가 뜨는 경우도 늘었다. 
편- 전주가 한참 먹는 걸로 뜨다가 이제 부산으로 넘어간 느낌.
차- 응? 언제 넘어갔나?
편- 어제! 극적으로 넘어갔단다@@ 
차- ‘부산행’ KTX 타고? 
all- ㅋㅋㅋ
편- 전주 길거리 음식이 인기를 끌면서 젊은 여성 여행자가 많아지자 젊은 남자들끼리 만나면 전주 가자고들 했었다. 이제, 부산으로 가야 하는 거다. 
김- 전북 고창이 장어로 유명하다. 남자들의 여행지다. 
손- 그럼 고창 가면 남자들이 많다는? 
천- 아저씨들이 많겠다. 가지 마라. 
all- ㅋㅋㅋ
양- 제주도도 한때 카페 순례로 떴다. 
예- 제주도 하면 고기국수 아닌가. 
천- 아는 기자가 제주도의 진짜 진미는 ‘육고기’라고 하더라. 섬이라 해산물이 최고라고들 생각하지만 막상 제주도 사람들은 육고기를 더 즐겨 먹고, 평가 기준도 높다더라. 
청- 말고기, 꿩고기 등 특이한 고기도 많다. 하지만 제주에서 제일 맛있는 건 한라산 소주다. 쓴 맛이 없다.
차- 대부분 지역을 정하고 나서 먹는 걸 결정하지 않나? 먹기 위해서 어디를 가나? 
천- 이게 대표적이지! “회 먹으러 동해 가자!”
고- 명실상부 먹으러 여행 가는 시대다. 빵 먹으러 군산 빵집 ‘이성당’에 가는 것처럼. 해외로는 타이완, 오사카에 많이 간다. 
김- 일본 조찬이 가끔 생각난다. 정갈한 도시락에 나오는 고등어조림이랑 된장국 등.
예- 베트남 하노이에 ‘쩨che’ 라는 게 있다. 한국으로 치면 컵빙수 느낌인데 재료에 콩이나 옥수수도 넣는다. 처음엔 이상해서 안 먹다가 나중엔 맛을 들여서 계속 먹었다. 지금도 잊혀지질 않는다. 
편- 그럼 창업해라. 
차- 광주 근교 창평의 창평국밥 정말 맛있다. 맑은 국물 국밥.
손- 얼마 전에 진주냉면 처음 먹어 봤는데 육전이 함께 나오더라. 육수는 평양과 함흥의 중간 정도고, 육전이 특이하고 맛있었다.
정- 평양, 함흥, 진주가 원래 3대 냉면 도시지 않나. 
편- 그런 건 도대체 누가 정하는 건지 궁금하다. 3대, 5대, 이런 것들 보면 1, 2등은 똑같고 3등은 맨날 바뀐다. 블로거들의 마케팅인가.
all- ㅋㅋㅋ
고- 최근에 다녀온 뉴올리언스는 미국 내에서도 미식으로 유명한 도시다. 내륙인데도 미시시피강을 끼고 있어서 해산물 요리가 많다. 양념도 자극적이라 우리 식성에도 잘 맞는데, 특히 케이준, 크리올 요리, 그릴드 오이스터가 정말 맛있다. 오이스터 바, 오이스터 하우스 많은데 치즈를 뿌려서 구우면 진짜 맛있다.
편- 미국은 팁이 너무 세다. 영어가 잘 돼서 ‘여기, 오이는 빼주시고요 이렇게, 저렇게’ 그러는 것도 아니잖나. 그냥 주는 대로 먹는데 20% 달라는 곳도 있다.
all- ㅋㅋㅋㅋㅋㅋ

‘중국집’과 ‘중국식’은 다르다. 
 
양- 중국은 여행을 가장 많이 가면서도, 음식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이 많은 곳 같다. 입에 맞지 않는다고 본인이 먹을 것을 다 준비해서 다니는 사람들도 많다. 근데 중국은 실상 음식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는 나라다. 맛있는 것도 정말 많다. 의외인 점은, 타이완에도 중국풍의 음식이 많은데, 타이완은 먹방으로 가고 중국은 먹방이 잘 안 된다. 
편- 우리나라에 중식당을 중국집이라고 부르는 것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중국음식을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다. 그리고 막상 현지에 가면 먹던 거랑 달라서 잘 못 먹는다. 타이완 음식은 ‘타이완식’이라고 알려진 것이 없어서 새롭게 느끼는 거고. 게다가 중국은 대부분 패키지 여행을 많이 가니까 메뉴를 살펴보고 시킬 일도 없고, 그냥 주는 대로 먹고 만다. 
천- 여행에서 음식은, 메뉴 이상의 의미가 있다. 한국에 일본식 라면, 돈까스가 아무리 흔해도 일본 식당에 가서 먹을 때의 분위기를 그대로 가져올 수는 없다. 그 자체가 문화적인 체험으로 확장되어 단순히 맛이 아니라 종합적인 이미지로 남는다. 
고- 맞다. 분위기나 음악, 웨이터가 하는 말까지, 문화를 경험하는 장소가 된다.
천- 그런 말도 있지 않나. ‘그 나라의 음식을 못 먹으면, 그 나라의 여자와 연애도 할 수 없다.’ 음식은 문화의 중요한 부분이다. 
정- 그래서 미슐랭가이드도 맛 외에도 분위기 등의 요소도 많이 따진다더라. 
천- 미슐랭 레스토랑 가면 셰프의 포스가 정말 강하다. 셰프랑 악수할 때 손이 아니라 손목을 잡는 것도 신기한 경험이었다. 소매를 내리고 손목을 내밀더라. 
고- 유서 깊은 레스토랑은 서빙하는 직원들부터 태도가 다르다. 
편- 여기 서울시청 근처에 있는 ‘라 칸티나’도 서울의 첫 이탈리아 레스토랑으로 직원들 중 10년, 30년 넘게 일하는 분들도 있다. 자부심이 느껴진다.
천- 엊그제 방배동에서 ‘태국술집’이라는 곳도 봤다. 지금까지 태국 레스토랑 하면 나름 별미를 먹으러 간다는 느낌이었는데, 술집이라고 하니까 친근한 포장마차 같은 느낌이다. 
차- 이국적인 요리들이 가벼운 느낌의 외식문화로 펼쳐지는 트렌드가 분명 있다. 타이완 야시장, 스페인 야시장도 있고, 일본식이나 태국식까지, 선택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고- 스페인 야시장 좋다. 와인을 잔으로 팔고, 스페인 요리를 타파스처럼 작게 담아서 주는데, 캐주얼하게 즐길 수 있다.

매너냐, 식성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천- 음식에 대한 편견은 여행을 다녀와도 잘 깨지지 않는 것 같다. 
고- 서양음식은 짜다는 것도 편견 아닌가. 유럽이나 미국 일부 지역에 가면 실제로 음식이 짜긴 하지만 거기서는 그게 표준적인 맛인데, 음식 먹을 때마다 ‘이것도 짜다, 저것도 짜다, 소금 넣지 마라’ 등등, 계속 말하는 게 보기 좋지는 않더라. 
천- 그건 편견보다 같이 먹는 사람에 대한 민폐 같다. 음식 나오면 맛이 있네, 없네, 조미료가 많이 들어갔네, 재료가 중국산이네 하면서 식전부터 입맛 떨어지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 같이 밥 먹기 정말 싫은 사람들이다. 
차- 여행지에 가서 ‘~할 만하다’라고 하는 게 싫더라. 쓸 만하다, 먹을 만하네 등등. 음식 문화도 다르고, 최선을 다해 만들어 준 음식인데 ‘이 정도면 괜찮네’라고 표현하면 참 별로다. 
천- 음식에 대한 말들이 너무 많아졌다는 말과 같은 맥락인 것 같다. 한 사진가 선배가 “어디 가서 밥 먹을 때 음식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하지 않기로 다짐했다”고 하더라. 그저 감사하는 마음으로 한 끼 맛있게 먹고 나온다고. 조미료로 맛을 내는 것이 쉽고, 정성을 다해 건강하게 만든 음식이 오히려 맛이 없을 수도 있는 세상에서, 각자의 기준으로 너무 부주의하게 폄하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 
편- 음식 만드는 사람도 잘 만들긴 해야지.
손- 해외 출장 가면 메뉴 선택권이 없을 때도 있다. 그냥 일괄적으로 나오는데 입맛에도 안 맞고, 양도 많고,  도저히 못 먹을 것 같을 때가 있다. 이럴 경우 안 먹으면 예의에 어긋나나? 
천- 배불러서 못 먹겠다고 해라. 
손- 애피타이저였다ㅠㅠ
all- ㅋㅋㅋㅋ
편- 서양 사람들 음식양이 많으니까 그들 기준으로 주문하면 너무 많다. 그렇다고 우리 기준으로 주문하면 ‘이게 다냐’고 계속 물어본다. 암튼 음식을 많이 남기면 좀 미안하지. 
김- 그래서 중국이 좋다. 음식 남기는 것이 미덕인 문화니까. 맛없다 싶으면 딱 숟가락 놓아도 된다. 아주 만족한다는 표현이 된다.
all-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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