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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젠성-중국의 처녀지를 찾아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6.07.27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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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는 인천을 떠나 중국 저장성(浙江省, 절강성)의 원저우(溫州, 온주)로 향한다. 
2시간 15분, 비행시간은 짧지만 저장성도, 원저우도 낯설다. 지도를 보기 전까지는 원저우가 어딘지도 모르겠는데, 하물며 목적지는 원저우가 아니다. 원저우국제공항에 내려 다시 차를 타고 2시간 반을 달렸다. 그렇게 해서 다다른 곳이 푸젠성 푸딩(福鼎,복정), 닝더(宁德,영덕), 핑난(屏南,병남)이다.  외국인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그곳에서 중국의 산과 숲을 만났다. 처녀지 그대로다.
 
구룡계에서 까마득한 낭떠러지를 걸었다. 몸은 금세 깊은 절벽 아래로 떨어질 듯 아득하다

푸젠성福建省
중국 푸젠성은 아직 한국사람들에게 낯설다. 일단 지리적으로 보면 푸젠성은 저장성과 광둥성 사이에 위치한다. 면적은 남한 정도로 차로 남북을 이동하는 데 6시간이 걸린다. 이번 여행의 목적지는 푸젠성이었지만 저장성의 원저우국제공항을 거쳤다. 원저우는 흔히 ‘중국 최고 상인들의 도시’로 여겨진다.  
 
 
원저우 가는 방법
티웨이항공은 인천-원저우 구간을 화·목·토요일 주 3회 운항한다. 인천에서 11시10분 출발해  원저우에 12시20분 도착하고, 원저우에선 13시20분 출발, 인천에 16시35분 도착한다.   www.twayair.com
 
타이순량교문화원 인근의 2층짜리 객잔 모습
계동교 다리를 건너다보면 아케이드나 회랑을 지나는 것 같다
지붕 덮인 목조다리 계동교는 200년 전 청나라 시절에 만들어졌다
 
 
 
●타이순, 하룻밤 묵고 싶은 동네
 
여정은 원저우의 타이순랑교문화원泰順廊橋文化院에서 시작됐다. 중국 AAAA급 풍경구의 아주 오래된 나무다리, 계동교溪東橋를 보러 왔다. 여기는 중국이 아니라 일본 같구나…. 차에서 내리자마자 이런 생각을 했다. 중국에서 일본을 떠올리긴 처음이다. 깨끗하고 단정한 마을이다. 랑교문화원 옆에는 객잔이 하나 있었다. 너른 마당을 가진 2층짜리 객잔이다. 고요한 분위기가 마음에 쏙 들어 하룻밤 묵고 싶었다.

객잔에서 10분쯤 걷자 물살 너머로 드디어 계동교가 보인다. 돌다리를 건너 계동교로 들어서는데 커다란 나무가 앞을 가로막는다. 장목, 또는 녹나무라 불리는 천년 고목古木이다. 죽은 나무가 아니다. 여러 해 자라 키가 더 크지 않을 정도로 오래된 나무다. 높이는 32m, 둘레는 6.4m에 달한다. 중국에선 딸을 시집보낼 때 장목으로 신혼 가구를 만든다. 계동교는 200년 전 청나라 시절에 만들어졌지만, 지금도 여전히 주민들이 다리 위를 오간다. 지붕이 덮여 있어 다리를 건너는 게 회랑이나 아케이드를 지나는 것 같다. 다리 너머에는 상점 몇 개가 모여 있지만 큰 소리로 손님을 잡아끄는 호객은 전혀 없다. 
 
타이순랑교문화원 
福建省溫州市泰順廊橋文化院
 
원앙협곡에서는 걷기만 해도 기분이 청명해진다
높이 100m, 너비 3m에 달하는 선녀폭포
원앙협곡의 낭떠러지 한가운데 만들어진 길, 잔도를 걸었다
잔도를 따라 걷다 보면 마치 거대한 낭떠러지에 매달린 것 같다
 
●까마득한 낭떠러지를 걷다
 
바위는 깎아 세운 것처럼 높이 솟았다. 거대하다. 고개를 숙여 봐도, 고개를 들어 봐도 깎아지른 듯한 낭떠러지다. 천야만야한 낭떠러지를 굽어보니 몸은 금세 깊은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것처럼 아득하다. 까마득한 절벽을 가진 이곳은 원앙계곡 풍경구鴛鴦溪風景名勝區다.
 
나조차 믿을 수 없지만, 가파른 낭떠러지의 허리를 따라 사뿐사뿐 걸었다. 이런 길을 잔도棧道라 하던가. 도대체 낭떠러지 한가운데 어떻게 길을 낼 생각을 했는지 놀랍기만 하다. 잔도공은 안전장치 하나 없이 낭떠러지에 매달린 채 낭떠러지 둘레에 길을 내는 사람이다. 맨몸으로 모래, 철근을 나르고, 맨몸으로 철근을 절벽에 심거나 시멘트를 바른다. 전부 맨몸뚱이로 한다. 잔도를 걸으며 바라보는 풍광은 가슴이 탁 트일 만큼 대단한데 원앙협곡을 오르내리는 동안 얼굴도 모르는 잔도공들이 자꾸 떠올랐다. 그들이 아니었으면 절대 다다를 수 없었던 절경이었다.

잔도는 제각각 이름을 가졌다. 릉원 잔도를 지나 연심정에 이르렀고, 선연곡 잔도를 지나 정담선 연곡에 이르렀다. 잔도를 따라 절벽에서 내려와 뒤돌아보니 저곳을 걸어왔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까마득하고 거대한 절벽에 잔도가 간신히 매달려 있다. 

원앙협곡 끝에서 다시 거대한 절벽이 나타났다. 그런데 그 안에 엘리베이터가 있다. 믿기지 않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바위 사이를 뚫고 100여 미터를 순식간에 올랐다. 마치 땅속 암벽의 세상에서 사람 사는 세상으로 나온 것 같다. 원앙새가 많이 서식한다는 원앙협곡은 푸딩시에서 차로 세 시간, 닝더시 핑난현까지는 20분이 걸린다. 

원앙협곡에서 내려와 핑난개성호텔에 짐을 풀었다. 
“아마 이 호텔에 외국인 여행자가 묵는 건 처음일 걸요.” 
가이드 말이 짜릿했다. 이 말이 사실이 아니라 해도 좋다. 그만큼 외국인이 찾지 않는 곳이란 사실은 분명하다. 핑난개성호텔은 작은 호텔이 아니다. 180개의 객실을 가진 4성급 호텔이다. 가이드의 말대로 다음날 아침, 레스토랑에서 나는 단 한 명의 외국인도 볼 수 없었다. 
 
원앙협곡
福建省宁德市屏南縣鴛鴦溪風景名勝區
 
타이무산에서는 이름 그대로 아득하게 멀고 넓은 대자연의 풍경을 만난다
타이무산으로 오르는 길은 종종 가파르고 좁은 바위 틈새를 지난다
돌산인 타이무산 등산로의 초입에는 숲이 울창하다
 
 
●아득하게 멀고 넓은 풍경
 
푸딩시에서 남쪽으로 30여 킬로미터, 타이무산(太姥山, 태모산) 정상에 서면 ‘일망무제一望無際’의 풍경이 펼쳐진다고 했다. 한눈에 바라볼 수 없을 정도로 아득하게 멀고 넓어서 끝을 알 수 없는 한 폭의 그림을 볼 수 있다고 했고, 산에 올랐는데 바다가 보인다고 했다. 아, 그런데 하늘이 무심하다. 날이 흐린 데다 비까지 내린다. 그나마 가랑비라서 다행이지만 이렇게 흐려선 일망무제의 풍경은커녕 한 치 앞도 보이지 않겠다. 고개를 돌려 봐도 산 능선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이렇게 운이 없을까 한탄하며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첫 번째 목적지는 ‘영선대’로 신선을 영접한다는 곳이다. 영선대 가는 길 초입에 ‘타이무산의 심장’이라 불리는 거대한 바윗덩이를 만났다. 모양이 꼭 사람 심장처럼 생겼다. 바윗덩이는 덩굴 식물과 나무뿌리에 감겨 있다. 풀과 나무의 맹렬한 생명력은 바위까지 파고들어 영원히 불멸할 듯 보인다. 

타이무산의 심장에서 채 몇 걸음도 떼지 않아 공기의 기운이 달라진다. 기온이 뚝 떨어졌다. 여름이나 가을에 타이무산에 오르면 마치 에어컨을 틀어놓은 방 안에 들어온 듯 시원하다 했는데 그 말은 과장이 아니었다. 빗줄기가 차츰 가시자 안개 속에 숨어 있던 타이무산의 자태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기암괴석의 돌산이다. 어느 바위 봉우리는 부러진 듯 연필처럼 날카롭다. 
 
타이무산은 돌과 나무, 연못, 건축이 어우러져 있다
타이무산의 어느 동굴은 백지장처럼 가늘다
 

영선대에 오르자 저 위로 영객봉이 보인다. 봉우리 모습이 타이무산에 오는 손님들에게 영원한 축복을 선물하며 손을 흔들고 있다는 바위다. 그 옆의 두 봉우리는 장기 두는 신선들의 모습이다.  두 신선 사이에 장기 말이 하나 보인다. 한 신선은 장기 말을 어디에 둘지 고민 중이다. 쉽사리 운명을 결정짓지 못하는 건 신선이나 사람이나 똑같다. 

영선대를 지나니 거북과 뱀이 마주 보는 형상이란 ‘구사회견龜蛇會見’ 봉우리가 나온다. 진짜 거북이 모양과 비슷하다. 그런데 뱀은 도대체 어디 있다는 건지 모르겠다. 그다음 봉우리는 ‘고양이가 쥐를 잡는’ 형색이고, 그 다음은 신선이 바위산을 무 썰듯이 잘라 놓은 형색이다. 10m 높이의 바위 봉우리가 세 조각으로 잘려져 있는데, 가장 오른편 조각에서 위아래로 그어진 검은 선을 볼 수 있다.
 
타이무산의 신선이 나중에 자르려고 미리 검은 선을 그어 놓았다고 한다. 타이무산에 관한 몇 가지 얘기만 들어 봐도 중국인들은 뛰어난 스토리텔러라는 걸 알 수 있다. 밤을 새우고 들어도 타이무산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겠다. 

산길은 다시 가파르고 좁은 바위 틈새로 이어진다. 윗몸을 완전히 굽히거나 몸을 틀어 간신히 바위 틈새를 빠져나갔다. 그러자 잠시 후 보상이라도 해주듯 탁 트인 전경을 볼 수 있는 ‘대반석大盤石’이 나온다. 이름 그대로 거대하고 넙적한 화강암 바위다. 이제야 내가 올라온 길이 전부 내려다보인다. 여기까지 잘 왔구나. 날이 흐린 탓에 바다를 볼 수 없어 아쉽지만  몸에 내내 배어 있던 후덥지근한 기운은 금세 사라졌다. 

대반석에서 내려와 마주한 동굴 입구는 놀랍게도 백지장처럼 가늘다. 배낭 하나만 메고 있어도 지날 수 없을 만큼 좁다. 저 사이에 끼어 앞으로 나아가지도 돌아 나오지도 못하는 건 아닐까 잠시 불안감에 휩싸였다. 막상 바위 틈새에 끼어 고개를 들어 보니 새카만 어둠 속에 가는 빗줄기가 새들어 온다. 하지만 빗줄기를 느끼자 어둠이 더 깊어졌다. 새까맣다. 굳이 자기는 들어가지 않겠다고 손을 내젓던 가이드가 생각났다. 그런데 난 밖으로 나갈 수 있겠지? 내 몸의 모든 감각을 깨워 어둠을 헤쳐 나갔다. 

동굴 다음은 낭떠러지다. 잔도는 타이무산에도 있다. 저 위에서부터 동굴까지 제법 내려왔기에 산에서 거의 다 내려온 줄 알았는데 느닷없이 가파른 벼랑에 잔도가 나타났다. 이 산에선 도무지 길을 종잡을 수 없다. 그래도 잔도를 걷는 일은 상쾌하다. 때마침 운무라도 피어오른 듯 시야가 흐려지자 나는 천상에 두둥실 떠 있다. 한국에선 맛보기 어려운 산행이다.

장자제(張家界, 장가계)에 산만 있다면 타이무산에서는 산에 올라 바다를 볼 수 있다. 산뿐만 아니라 조금만 가면 폭포가 있고, 협곡이 있다. 이번 여행은 중국의 숲과 산을 온전히 느껴 보는 시간이다.
 
타이무산 풍경구
福建省宁德市福鼎市太姥山
 
구룡계의 네 번째 폭포로 내려가는 길
롱얀 폭포 앞에서는 물줄기 때문에 눈을 뜰 수가 없다
구룡계의 네 번째 폭포에서는 물이 고였다가 다시 솟구치듯 흘러간다
 

●용의 눈을 찾아가는 길
 
구룡계 또는 구룡폭포 풍경구의 정식이름은 구룡제대폭포九龙漈大瀑布다. 이름처럼 아홉 개의 폭포를 볼 수 있다. 단 협곡을 오르내리는 수고를 달갑게 받아들여야 한다. 구룡계는 보통 아래쪽에서 위쪽으로 오르며 구경하는데 오늘은 아래쪽 길이 유실되어 먼저 네 번째 폭포 쪽으로 내려가 그곳부터 위로 오르기 시작했다. 

네 번째 폭포도 좋지만 사실 폭포로 내려가는 산길이 더 좋았다. 하늘을 덮을 만큼 쭉쭉 올곧게 자란 나무들 사이 구불구불한 숲길을 걸으며 중국의 숲이 주는 기운에 흠뻑 빠졌다. 멀리서 볼 때는 잘 몰랐다. 물가로 내려와 폭포를 가로지르는 돌다리 한가운데 서자 폭포의 맹렬한 기세가 그제야 전해진다. 쏟아져 내리는 물줄기는 모든 걸 쓸어버릴 것 같다. 물이 넘쳐 아래쪽 길이 유실됐다는 게 실감나는 순간이다. 

네 번째 폭포는 ‘용의 연못’과 ‘용의 우물 폭포’로 구별된다. 마치 우물에서 물줄기를 퍼 올리듯, 폭포수가 고인 연못 아래에서 위로 솟구치는 모습 때문에 ‘용의 우물 폭포’라고 부른다. 잠시 고였던 물이 다시 좁은 협곡으로 흘러가다 보니 생기는 현상이다. 네 번째 폭포에서 구룡계의 하이라이트인 첫 번째 폭포를 향해 다시 산길을 올랐다. 첫 번째 폭포는 ‘구룡대폭포’ 또는 ‘중화제일폭포’라고 불린다. 폭포 아래 깊은 연못은 ‘롱얀’이라고 불리는데 ‘용의 눈’이란 말이다. 높이는 46.7m로 네 번째 폭포보다 두 배가 더 높은 데다 폭은 75m에 달한다. 물이 많을 때는 폭이 장장 83m에 달한단다. 

막상 첫 번째 폭포 앞 전망대에 서자 눈을 뜰 수가 없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물줄기는 마치 새하얀 눈처럼 흩날리는데 우렛소리가 들려온다. 튀어 오르는 건지 위에서 떨어지는 건지 알 수 없는 물줄기가 자꾸 눈가를 탁탁 때렸다. 사방에서 세차게 밀려드는 물줄기는 금세 온몸을 적셔 버렸지만 기분은 상쾌하다. 정작 폭포 앞 전망대에 섰을 때는 폭포의 크기를 가늠하기 어려웠다. 전망대 앞에선 거친 물줄기 때문에 폭포 크기가 작다고 착각했다. 전망대를 떠나 다시 산을 올라 멀찍이 폭포를 내려다보니 규모가 대단하다. 

구룡계는 1km 이내에서 폭포 길이가 300m에 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첫 번째 폭포는 중국의 10대 폭포 중 하나이고, 구룡계는 중국 동부 지역에서 가장 아름다운 협곡으로 꼽힌다. 1987년 푸젠성 주정부는 이곳을 ‘푸젠성의 10대 절경’으로 지정했고, 2006년 CCTV는 이 지역을 중국의 10대 투어리즘 루트, 푸젠성 북동부 지역의 베스트 워터 투어 스폿으로 지정했다. 구룡계는 푸젠성 닝더시에 위치하고, 원앙협곡에서 70여 킬로미터 떨어져 있다. 
 
구룡계
福建省宁德市九龙漈大瀑布
 
차에 대해 설명해 주는 다도사의 얘기를 들으며 차를 마셨다
은침차는 이름처럼 하얀 솜털이 송송하고 침처럼 뾰족하게 생겼다 

●백차白茶에 빠져들다

이틀간의 원앙협곡과 타이무산 산행을 마치니 종아리에 알이 배겼다. 내일 아침이면 아주 제대로 아파올 게다. 오랜만의 등산 덕분이다. 하지만 타이무산 정상에서 바다를 보지 못했으니 다음에 한 번 더 와도 좋겠다. 힘겨운 산행 끝에 주는 보상일까. 산에서 내려오자 은백색의 차가 기다린다. 

차 시음을 위해 방문한 곳은 녹설아모수绿雪芽母樹란 다원이다. 알고 보니 푸딩 백차白茶의 원산지, 백차의 고향이다. 백차 잎은 말 그대로 하얗다. 짧고 굵지만 싹이라곤 하기엔 제법 크고, 은은하게 빛난다. 중국에서 보이차 하면 윈난성, 녹차 하면 저장성의 시후(西湖, 서호)를 꼽듯 가장 좋은 백차 생산지는 바로 푸딩이다. 타이무산 역시 백차 산지로 유명하다. 녹설아는 백차의 모태 나무 이름이다. 

녹설아 모수에서 다도사茶道士가 내려 주는 차를 마셨다. 두 명의 조수가 다도사를 거든다. 차를 내리는 다도사의 우아한 손짓 때문에 차가 더 맛있는지 모르지만 나는 백차에 완전히 빠져들었다. 백차를 한 모금 홀짝이니 살짝 홍차 향이 난다. 수많은 차 중에서도 이렇게 향긋하고 단맛이 나는 차는 많지 않다. 차를 음미하고 그 맛을 말하는 일, 세상에서 사람이 누릴 수 있는 호사의 한 가지다.
 
흔히 중국 사람들은 백차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1년 된 백차는 차, 3년 된 백차는 약, 7년 된 백차는 보물이에요.” 금방 마신 차는 1년 된 햇차다. 백차 나무에서 싹을 틔우고 1년간 자란 찻잎을 따서 만드는데, 하얀 솜털이 송송하고 침처럼 뾰족하다고 해서 ‘은침銀針차’라고 부른다. 백차는 보이차처럼 발효시키는 숙차의 한 가지다. 문지르거나 덖지 않고, 자연발효를 시킨다는 점만 보면 백차와 보이차는 비슷하다. 발효과정을 겪으면서 차에서는 사람의 몸에 유익한 물질이 생겨난다. 

여담이지만, 좋은 보이차는 레드 와인처럼 맑은 색을 띠고 향기롭다. 목으로 넘기기 부드럽다. 간장물 같은 색의 보이차는 하품下品이다. 볏짚 썩은 내가 나는 보이차도 마찬가지다. 보이차건 백차건 몇십 년 되었다고 무조건 좋은 차는 아니다. 어떻게 보관하고 관리하느냐에 따라 차 맛은 완전히 달라진다. 앞서 말한 볏짚 썩은 내는 발효과정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은침 잎에 물을 붓기 전에 차를 눈으로 보고, 향을 맡고, 차가 우러날 때까지 기다리고, 드디어 차맛을 보고, 그 맛에 대해 다도사와 얘기를 나눴다. 한 잔의 차를 마시는 데 적잖은 시간이 걸렸는데 그게 좋았다. 

시음을 마치고 나오는 길, 고즈넉한 다원 건물에는 ‘타이무다원太姥茶園’이 아닌 ‘타이무서원太姥書院’ 이란 현판이 걸려 있다. 다원茶園이 아니라 공부하는 ‘서원書院’이라…, 차를 마시는 일은 책을 읽는 일과 다르지 않은가 보다.   
 
다원(태모산 방가촌천호차업 녹설아백차기지)
www.tianhutea.com  
+86 593 7973166 
 
깊은 산 속에 자리잡은 연운곡 온천은 호화로운 시설을 자랑한다
연운곡 온천에서는 발밑으로 안개가 피어오르는 광경을 보며 온천을 즐길 수 있다

●연꽃구름 온천

원저우 산 속에서 온천장에 들렀다. 4, 5성급 호텔처럼 규모가 크다. 온천장의 이름은 연운곡 온천蓮云谷溫泉, 연꽃과 구름, 계곡이 온천을 둘러싸고 있다는 말인가? 온천 입장료만 4만원 정도다. 일반적으로 중국 온천 입장료는 한국보다 비싸다. 하지만 부대시설이 많고 호화롭다. 자연히 비쌀 수밖에. 그런데 나중에 보니 4만원은 약과다. 이곳의 개인 온천은 하루에 70~80만원씩 한다. 하루에 100만원이 넘기도 한다.
 
호기심에 VIP들만 이용한다는 개인 온천에 들어가 보았다. 아주 호화로울 줄 알았는데 사실 전망 좋은 곳에 개인 온천탕, 개인 샤워, 선데크 등을 갖춘 게 전부다.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이곳을 이용하는지 모르겠다. 중국에는 가짜 온천이 많다는데 이곳은 국가가 온천 품질을 인정했다. 단지 ‘1기’ 공사를 마쳤다고 하는데 지금까지만 1,000억원이 투자됐다고 한다. 이런 온천 3개를 만들 돈이면 서울시 시청사 건축비와 맞먹는다.  
 

글·사진 Travie writer 박준  에디터 트래비
취재협조 티웨이항공, 삼국지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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