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 여행의 달인 박준우-진짜 감동은 작은 재료에서 온다
미식 여행의 달인 박준우-진짜 감동은 작은 재료에서 온다
  • 고서령
  • 승인 2016.07.27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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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감동은 작은 재료에서 온다
미식 여행의 달인 
박준우
 
맛있게 먹고 마시고, 푹 자는 것이 
여행의 전부라는 남자. 
그에게 들은 미식 여행 노하우.
 

달인은 음식에 대한 관심을 직업으로까지 발전시킨 경우다. 음식에 관심을 갖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 계기라기보단 학창 시절을 벨기에에서 보냈기 때문인 것 같다. 고등학교 2학년부터 10년을 벨기에서 살았다. 유럽인들은 전반적으로 먹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좋아한다. 음식에 대한 정보나 지식이 없어도 자신이 먹어 봤던 것, 좋아하는 것에 대해 늘 대화한다. 그 속에 살다 보니 자연히 음식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먹는 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지만 요리는 아무나 잘하기 힘든 것 같은데. 벨기에에 있을 때부터 요리 방송이나 책을 보고 혼자 조금씩 만들어 보면서 공부했다. 벨기에 음식과 맥주가 요리에 관심을 갖게 된 데 큰 영향을 줬다. 그러다가 그 관심이 프랑스 음식과 와인으로 넘어갔다. 벨기에에서 내가 살았던 곳이 에노Hainaut 지방인데, 프랑스 문화권이다. 집에서 파리까지 고속철로 1시간밖에 걸리지 않아 프랑스에 자주 갔다.
 
그럼 마음속에 벨기에 음식과 프랑스 음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어느 정도인가? 비슷하다. 마음속 90%가 유럽 음식이고, 그중 상당 부분을 프랑스와 벨기에 음식이 차지한다. 한식, 중식, 일식, 아프리카식 등등 그 외 음식은 모두 나머지 10%에 속한다.
 
 
달인이 생각하는 벨기에 음식의 매력은 뭔가. 가장 큰 장점은 접근성, 일상성이다. 적은 비용으로도 누구나 쉽게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 벨기에에서 가장 유명한 것이 와플, 감자튀김, 초콜릿, 맥주다. 와플 1.5유로, 감자튀김 2.5유로, 일반 맥주는 대형마트에 가면 한 캔에 0.3~0.5유로 정도밖에 안 한다. 그리고 그런 것들이 너무 맛있다. 유럽에서 이렇게 가성비 높은 길거리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나라가 흔치 않다. 프랑스에선 그렇게 괜찮은 길거리 음식을 찾기 힘들 뿐 아니라, 있어도 가격이 상당히 비싼 편이다.
 
벨기에에 가 보지 않은 사람들은 벨기에 와플이나 감자튀김이 어떻게 다른지 감이 잘 안 올 것 같다. 우선 와플은 반죽이 다르다. 리에주Liege 와플과 브뤼셀Bruxelles 와플, 두 가지 종류가 있다. 리에주 와플은 버터가 많이 들어가 끈적끈적한 반죽에 아삭아삭 씹히는 설탕 결정체인 펄 슈거를 넣어 만든다. 반죽 자체에 설탕이 많이 들어 있기 때문에 다른 시럽이나 토핑 없이 그냥 먹는다. 브뤼셀 와플은 크레이프처럼 묽은 반죽으로 만든다. 더 바삭바삭한 것이 특징이고, 초코시럽이나 생크림, 딸기 등 가니쉬를 많이 곁들여 먹는다. 한국에 처음 와플이 소개됐을 때는 이런 식의 반죽을 쓰지 않았기 때문에 벨기에 와플과는 많이 달랐다. 지금은 벨기에산 와플 반죽 재료를 수입해 사용하는 곳들이 많이 생겼다.
 
감자튀김은? 벨기에 감자튀김이 우리나라 감자튀김과 맛이 다른 이유는 튀기는 기름이 달라서다. 식물성 기름을 사용하는 우리와 달리 돼지기름, 쇠기름, 말기름 등 동물성 기름으로 2번 튀긴다. 벨기에 감자튀김 맛집을 추천해 준다면? 브뤼셀에 유명한 곳이 2곳 있다. ‘메종 앙투안느Maison Friterie Antoine’와 ‘프리트 플라제Frit Flagey’. 
 
론알프스 지역 와이너리 투어 중에 와인을 시음하고 있다 ©박준우 제공
루아르 지역 한 와이너리의 포도밭에는 지금도 장미꽃이 심어져 있다 ©박준우 제공
 
 
달인은 애주가로도 유명하다. 특별히 좋아하는 벨기에 맥주가 있나? 맥주는 발효 방식에 따라 크게 에일Ale, 라거Larger, 자연발효 맥주로 나뉜다. 라거 중에서는 ‘스텔라 아르투아Stella Artois’와 국내에 수입되지 않지만 벨기에에선 유명한 ‘프리머스Primus’를 좋아한다. 에일 중에서는 ‘블랑쉬 드 나뮈르Blanche de Namur’를 좋아한다. ‘호가든’과 비슷한 벨지움화이트Belgium White 계열 맥주로, 나뮈르 지역의 화이트 맥주라는 뜻이다. 스텔라 아르투아와 블랑쉬 드 나뮈르는 내가 현재 운영 중인 와인바 오그랑베르Aux Grands Verres에서도 판매하고 있다.
 
에일과 라거는 익숙한데 자연발효 맥주는 생소하다. 자연발효 맥주는 벨기에에만 있다. ‘람빅Lambic’이라는 건데, 공기 중의 자연 효모에 노출시켜 장기간 숙성시키는 방식으로 제조하는 맥주 종류다. 람빅에도 또 세부 종류가 있다. 내가 좋아하는 건 장기간 숙성시킨 올드 람빅과 새로 만든 영 람빅을 섞어 만드는 ‘괴즈Geuze’다. 그중에서도 분Boon이라는 회사에서 만드는 ‘괴즈 분Geuze Boon’을 가장 좋아한다. 아쉽게도 한국엔 수입되지 않는다.
 
벨기에 맥주는 정말 복잡하고 다양한 것 같다. 벨기에 가톨릭 수도원에서 만드는 맥주 종류인 ‘트라피스트Trappist’도 유명하다. 전 세계적으로 이런 수도원 맥주가 10개 정도 존재하는데, 6개가 벨기에에서 생산된다. 그중 국내 맥주 애호가들이 꼭 먹어 보고 싶어 하는 맥주가 ‘베스트 블레테렌Westvleteren’이다.
 
맥주도 좋아하지만, 와인을 워낙 좋아한다고 들었다. 맞다. 와인을 정말 좋아해서 거의 매일 마신다. 와이너리 여행도 많이 다녔나? 프랑스 웬만한 지역은 한 번씩 다녀왔다. 대학생 때부터 취미 삼아 프랑스 각 지방을 놀러 다니면서 그 지역의 요리와 와인을 많이 먹어 봤다. 요리를 직업으로 갖게 된 이후로는 출장으로도 와이너리 여행을 여러 번 다녔다.
 
와이너리 여행을 하면서 가장 좋았던 것은 뭔지 궁금하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와인도 수출입 과정에서 여행을 하면 스트레스를 받고 상태가 불안정해진다고 한다. 와이너리에 직접 가면 와인저장고에서 바로 꺼낸 와인을 먹을 수 있다. 당연히 와인 상태가 좋고 훨씬 맛있다. 또 한국에서는 접하기 힘들거나 너무 비싸서 맛보기 힘든 오래된 빈티지의 와인을 마실 수 있는 기회도 생긴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와이너리 여행이 있나? 책에서 읽었거나 머리로만 알고 있던 것들을 직접 보고 경험할 때 재미있다. 유명한 와인 만화 <신의 물방울>에 보면 포도밭 앞에 장미꽃 나무가 심어져 있는 이야기가 나온다. 장미꽃이 포도나무보다 병충해에 대한 저항력이 약하기 때문에 옛날엔 장미꽃의 상태를 보고 포도밭의 병충해를 예방했다는 거다. 그런데 프랑스 루아르 밸리의 한 와이너리에 갔다가 장미꽃 나무를 봤다. 기술이 발달한 지금은 그런 용도가 아니겠지만 과거에 심어 둔 것이 지금껏 남아 있는 것이다. 그런 것들을 눈으로 확인할 때 재미있다.
 
▶박준우 달인이 소개하는 프랑스 지역별 와인

+ 보르도Bordeaux | 프랑스에서 레드와인으로 가장 알려진 지역. 갸론Garonne강을 중심으로 강의 오른쪽, 왼쪽 와이너리의 특징이 서로 다르다. 갸론강 오른쪽에선 생떼밀리옹Saint-Emilion, 뽀므롤Pomerol 지역이 유명한데, 메를로Merlo와 카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 품종을 많이 이용해 와인을 빚는다. 갸론강 왼쪽에선 메독Medoc 지역이 유명하고, 카베르네 쇼비뇽Cabernet Sauvignon 품종을 많이 사용한다. 

+ 부르고뉴Bourgogne | 레드와인과 화이트와인 모두 유명한데, 레드는 피노누아Pinot Noir 100%, 화이트는 샤르도네Chardonnay 100%를 주로 쓴다. 피노누아 품종은 토질을 많이 가리고 손이 많이 간다고 해서 대체로 가격이 비싼 편이다. 와인을 대량 생산하는 보르도와 달리 소규모 가족 경영을 추구하는 와이너리가 많다.

+ 상파뉴Champagne | 프랑스 최고의 스파클링와인을 생산하는 곳. 상파뉴 지역에서 생산된 스파클링와인만 ‘샴페인(Champagne의 영어 발음)’이라고 부를 수 있다. 100% 청포도를 사용해 빚는 블랑드블랑Blac de Blacs 샴페인이 유명하고, 핑크빛 로제 샴페인도 굉장히 유명하다. 포도 수확이 유독 좋은 해에는 그 해에 수확한 포도만 사용해 빈티지 샴페인을 만들기도 한다.

+ 루아르Loire | 루아르 강변의 경치가 매우 아름다운 곳이다. 다른 지역에 비해 크게 덥거나 춥지 않고 기후가 온화하다. 와인도 딱 그런 느낌이다. 카베르네 프랑을 비롯해 다양한 품종을 사용하는데, 가격대가 높지 않다. 저렴한 비용으로 맛있는 와인을 마실 수 있다.

+ 알자스Alsace | 프랑스에서 화이트와인으로 유명한 지역. 피노 그리Pinot Gris, 리즐링Riesling 등 다양한 화이트 품종을 맛볼 수 있다. 과거엔 동쪽 지방 화이트와인을 마시면 머리가 아프다는 설이 있었을 정도로 이미지가 좋지 않았다. 레드와인보다 화이트와인이 변질되기 쉬운데, 이를 막기 위해 산화방지제인 이산화황을 많이 사용했었기 때문. 하지만 지금은 더 이상 그렇지 않고 와인 품질이 훨씬 좋아졌다.
 

여행지에서 달인의 하루 일과가 궁금하다. 휴가든 출장이든 하는 건 똑같다. 호텔 침대에 누워 있다가 나와서 밥 먹고 술 마시고. 다른 건 안 한다. 원래 이불 속을 좋아한다. 여행 갔을 때만 쓸 수 있는 호텔 하얀 침구가 너무 좋다.
 
여행지에서 먹었던 것 중에 정말 감동 받았던 음식이 있나? 글쎄, 잘 생각나지 않는데…. 아!!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먹은 모차렐라 치즈! 정말 감동 받았다. 그거 먹고 너무 맛있어서 울 뻔했다. 나폴리 어느 레스토랑서 먹은 치즈였나? 그냥 나폴리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피자집이었다. 전식으로 모차렐라 치즈가 나왔는데 그걸 입에 넣었을 때 느껴지는 향이랑 식감이 그동안 먹었던 모차렐라 치즈와는 정말 달랐다. 여행 전날 박찬일 셰프에게 인사하러 갔는데 “나폴리 가면 모차렐라 꼭 먹어 보고 와라”고 하시더라. “그거야 뭐 코스트코에도 있는데요” 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우와, 정말 다르더라. 내가 앞으로 살면서 그런 감동적인 맛을 또 느낄 수 있을까 싶다.
 
또 다른 건 없었나? 여름에 스페인 마드리드에 갔을 때 바람 하나 불지 않고 기온은 43도까지 올라가고, 정말 더웠다. 거기서 재래시장에 갔다가 납작한 복숭아를 사 먹었는데, 굉장히 달고 맛있어서 “우와! 이런 과일도 있구나!” 하고 놀랐던 기억이 있다. 고온건조한 날씨 덕에 과일이 무척 달다.
 
그러고 보면 감동은 이렇게 작은 것에서 오는 것 같다. 동의한다. 실제로 어마어마한 레스토랑보다는 그 지역 사람들이 꾸준히 먹어 온 제대로 된 재료 하나에서 느끼는 감동이 더 큰 것 같다. 지지난 파리 출장 때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었다. 와인페어링까지 1인당 식사비가 350유로였는데, 정말 더럽게 맛없더라. 모차렐라 치즈를 350유로어치 먹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여행지에서 음식을 먹으며 받은 영감을 요리 메뉴 개발할 때도 활용하는 편인가? 요리의 경우엔 그렇다. 하지만 괜찮다고 생각한 와인은 대부분 너무 비싸서 오그랑베르에서 취급하기 어려웠다. 오는 10월에 새로 오픈하는 레스토랑에선 가격대가 좀 더 높은 와인도 소개할 수 있게 될 거 같다.
 
새로 여는 레스토랑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 서울 연희동에 2층 규모로 준비 중이다. 1층은 디저트와 티를 판매하는 카페, 2층은 프렌치 베이스의 다이닝 레스토랑이 될 거다. 내가 와인을 워낙 좋아하고 같이 동업하는 분도 와인을 공부한 사람이어서 와인에 무게를 싣고 싶다. 주력 멤버는 레스토랑 메인 셰프 1명, 카페 페이스트리 셰프 1명, 와인 컨설턴트 역할을 할 동업자 1명 그리고 나까지 4명이다.
 
달인의 역할은 뭔가? 메뉴 개발, 레시피 연구, 최종 테이스팅 등 전체적인 콘셉트를 잡고 관리하는 역할이다. 와인리스트는 대부분 프랑스 와인으로 꾸려지나?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 와인이 주가 될 거다. 헝가리, 그리스 와인처럼 가치 있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구대륙 와인을 소개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모던하고 심플하지만 일반적인 캐주얼레스토랑 이상일 거다. 가격대는 저녁 코스 10만원대 정도를 생각하고 있다. 그때는 오그랑베르에서 취급하지 못했던 좋은 와인들도 판매할 수 있을 것 같다.
 
<트래비> 독자들을 위해 미식 여행 방법을 조언한다면? 먼저 시장을 가 보길 추천한다. 과일, 채소 외에도 소규모 생산자들이 직접 갖고 나와 판매하는 올리브 절임, 빵, 치즈, 소스 같은 식재료들을 맛볼 수 있다. 그 지역 사람들이 먹는 일상의 음식을 가장 가까이서 접할 수 있는 장소다. 두 번째는 그 지역에서 생산된 음식과 술을 맛보라는 것. 가령 프랑스 루아르에 가서 “와인은 보르도지!”라면서 보르도 와인을 주문하는 것이 싫다. 루아르에서는 루아르 와인이 가장 맛있는 법이다. 가격도 더 싸다.  
 
 
 
나폴리에서 먹은 맛있는 커피 그리고 감동적인 맛의 모차렐라 치즈©박준우 제공
 

박준우 달인
푸드 칼럼니스트, 셰프, 방송인, 레스토랑 오너…, 역할이 다양하다 보니 주변 사람들이 그를 부르는 호칭도 기자, 셰프, 대표 등가지각색이다. 개인적으로 ‘준우씨’라고 불릴 때가 편하다고. 하지만 오는 10월 큰 레스토랑을 오픈한다니 ‘셰프’라는 호칭이 가장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 유럽식 식문화에 워낙 익숙해 평소에도 한식보다는 파스타, 샌드위치 등을 주로 만들어 먹는데, 재밌게도 벨기에에 가면 어머니가 만들어 주시는 우거지국, 김치찌개 같은 한식을 잔뜩 먹게 된다고. 오그랑베르는 9월까지 영업 후 문을 닫을 예정. 9월 초 ‘아듀 코스요리’를 진행한다니 관심 있는 독자는 오그랑베르 공식 인스타그램(@auxgrandsverrs)을 눈여겨볼 것.
 

글 고서령 기자 사진 Photographer 전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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