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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현의 트렌드 리포트] 유후인에서 농촌관광 활성화를 배우다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6.08.23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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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천 관광지로 유명한 일본의 작은 마을 유후인. 얼마 전 유후인으로 주말여행을 다녀왔다. 유후인은 신기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곳이기에 수많은 내외국인 관광객이 거리를 가득 채웠지만, 대형 골프 리조트나 호텔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렇다고 유명한 역사나 문화자원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경관이 뛰어난 것도 아니었다. 유후인 기차역을 시작으로 2km 뻗어난 ‘유노쓰보’ 거리에는 300여개의 다양한 종류의 상점과 카페, 미술관 그리고 분식점으로 가득했지만 거리 사이로 구석구석 한적한 시골길이 있었다. 길을 따라가면 주변의 논밭과 호숫가가 보였고 마을을 감싸고 있는 해발 1,500m 정도의 산도 있었다. 그래서일까? 부족함이 많아 보여서인지 오히려 붐비지 않았고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는 느낌이었다. 

유후인은 관광지라고 하지만 실제로 사람이 살고 있는 마을임이 분명했다. 번화가인 유노쓰보 거리는 한쪽에 떨어져 있었고, 내가 머문 료칸도 시골길 여러 집을 지나 있었다. 나는 숙소에서 마련해준 전통 복장을 입고 아이 손을 잡고 시골길을 따라 숲 속을 산책했고, 마을의 작은 호숫가 주변도 걸었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는 현지인처럼 살고 있다는 착각을 하기에 충분했고, 꼭 다시 오겠노라 다짐하게 됐다. 

2만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유후인에는 매년 400만 명의 전세계 관광객이 찾는다. 이곳 작은 농촌 마을 유후인은 어떻게 관광지로 성공할 수 있었을까? 아무것도 없는 한적한 그 분위기 자체가 매력이고 여러 상점과 조화롭게 이루어진 전통가옥이 주민들의 인정과 함께 최고의 관광자원으로 자리 잡은 이곳의 스토리가 궁금했다. 

유후인은 작은 마을이지만, 이 하나의 마을에는 그 마을 나름대로 온갖 사연과 세월을 안고 있었다. 불과 몇 십 년 전에도 유후인 마을은 관광지로 평가받는 곳이 아니었다고 한다. 유후인은 특색 있는 관광자원이 없었고, 오히려 유후인에서 불과 한 시간 떨어진 곳에 일본 최대 온천 관광지인 뱃부가 있었기 때문에 유후인은 매력적인 관광지가 아니었다.  

그런 상황에서 50년대에는 댐 건설 그리고 70년대에는 골프장이 들어선다는 계획이 있었고, 이에 대해 단기 보상을 원하는 주민과 마을의 자연과 환경을 보존하고 싶은 주민들 간의 찬반 의견이 있었다. 이에 시대에 부응하는 지역사회의 리더가 나왔고, 이들은 독일의 바덴바일러 마을로 두달 까까이 유학을 떠났다. 이후 이들은 지역주민을 설득해 오늘날까지도 꾸준히 자연 친화적인 관광지로 개발하고 있다고 한다. 유후인이 가진 자연환경의 깨끗함을 강조하고 농산촌의 이미지를 최대한 활용하기로 한 것이다. 주민들은 힘을 합쳐 30여개 이상의 작은 미술관을 만들었고 음악제, 영화제, 문학제, 쇠고기 먹고 소리 지르기 대회 등의 다양한 축제와 햄버거, 고로케, 유자차 등 마을 특산품을 창조했다. 더불어 ‘오후 5시 모든 상점 문 닫기’와 빌딩 높이 제한 등의 제도를 자발적으로 개발했다. 화합과 협업을 통해 유후인을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경영전략의 대가인 미국 하버드 대학교의 마이클 포터(Michael Porter) 교수가 강의하는 자리에 많은 CEO들이 모였다고 한다. 포터교수는 최고경영자들에게 여러분 회사의  전략이 무엇이냐고 물었는데, 모두 비슷하게 답하길 ‘기술역량 강화’, ‘영업 경쟁력 강화’, ‘효율성 강화’, ‘가격 경쟁력 강화’ 등의 실질적인 과제를 이야기했다고 한다. 이에 포터 교수는 “그것은 전략이 아니고 대부분의 기업은 전략이 없다”라고 답했다. 즉, 남들이 이미 당연히 하고 있는 것은 전략이 아니라는 뜻이다. 전략의 첫 번째 핵심은 차별화인 것이다. 차별화는 남과 다르다는 것을 넘어 독특한 가치를 제공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후인은 인근의 뱃부보다 우수한 관광자원이나 시설이 있었던 것이 아니다. 오히려 유후인 주민들은 ‘자연’과 ‘마을’ 그리고 ‘경험’이라는 차별화를 선정했고, 이들은 힘을 합쳐 독특한 가치를 관광객에세 제공하기 위해 여러 혁신적인 아이디어 실현을 통해 개발을 주도했다. 그리고 마을 전체를 경험할 수 있는 ‘톡특한 관광지’ 마을로 지금의 유후인을 만든 것이다.  

우리나라도 요즘 농촌관광과 지역경제 활성화 열기가 뜨겁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우리의 전통주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찾아가는 양조장’ 사업은 성공적인 예시이다. 어떤 차별점을 찾아 힘을 합쳐 성공시킬지는 우리들의 몫인 것이다. 각 지역의 고유한 차별적 가치가 어디에 있는지 다시 한 번 살펴보고, 이에 맞춰 선택과 집중을 한다면 세계 일류의 농촌 마을이 우리나라에서 나오리라 믿는다.
 
이상현
에어비앤비 정책 총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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