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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비스트 유호상의 여행만상] 호주의 비애?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6.08.30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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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 밝은 아침, 기대하던 패러글라이딩을 위해 미니버스에 올랐다.
그러나 우리 부부와 호주 커플을 태운 차는 바로 산으로 올라가지 않고 먼저 시내로 향했다. 비행을 책임질 ‘파일럿’들을 픽업해야 한다고 했다. 스위스 인터라켄의 골목을 이곳저곳을 다니며 파일럿들을 하나씩 태우기 시작했다. 아직 숙취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 조금은 푸시시한 그들의 모습을 보자니 이건 무슨 할리우드 영화의 한 장면 같다. 지구를 구하기 위해 초야에 묻혀 사는 주인공들을 하나씩 불러 모으는, 뭐 그런 느낌. 아무튼 파일럿 4명을 다 태운 후에야 비로소 차는 산으로 향했다. 다들 멋진 알프스의 경치를 배경으로 곧 이뤄질 비행에 대한 기대감으로 한껏 달아오른 상태였다. 
 
차가 정상에 도착하기 전, 프랑스 출신이라는 친구가 장비와 비행 절차를 유창한 영어로 설명했다. 그리고 원하는 사람에게는 비행 중 사진을 찍어 준다며 장비를 보여 줬다. 그것은 길이 조절이 되는 긴 금속제 막대기에 디지털 카메라를 붙인 것이었다. 단순히 카메라만 갖다 붙인 수준이 아니라 원거리에서 카메라를 다양하게 조작할 수 있게 고안된 것이었다.
 
이 부분을 설명한 후, 그는 우리에게 윙크를 하며 한마디 했다. 이건 한국의 테크놀로지와 스위스의 노하우가 결합된 ‘특수장비’라고. 그러고 보니 카메라가 삼성제품이었다. 우리가 한국에서 왔다니까 능청스럽게 립서비스까지 하는 이 친구의 영업 마인드에 감탄하고 있는 동안, 뒤에서 이 말을 듣고 있던 호주 커플의 남자가 뭔가 소외감을 느꼈는지 한마디 던졌다. “그럼, 호주는요?”
 
잠시 정적이 흘렀다. “호주요?” 돌발 질문에 당혹스러워 하는 그는 뭔가를 생각해 내려고 머리를 쥐어짜는 모습이 역력했다. 속으로 웃음이 나왔지만, 민망해 할 호주 친구의 표정은 차마 볼 수 없었다. 한참 시간을 끌던 그의 입에서 결국 나온 말은,
 
“음, 호주엔… 뭐가 있을까요?”  
 
2012년,  Interlaken, Switzerland
 

epilogue
여행작가 빌 브라이슨은 <빌 브라이슨의 대단한 호주 여행기In a Sunburned Country>에서 호주가 그 매력에 비해 세계에서 얼마나 관심을 못 받는 나라인지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한국의 위상도 크게 다르지 않았었지만, 어느새 외국 친구들이 ‘서울’도 아닌, ‘강남’에 가 봐야겠다고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격세지감을 느낀다. 
 
*글을 쓴 유호상은 낯선 곳, 낯선 문화에 던져지는 것을 즐기는 타고난 여행가다. 현재 여행 커뮤니티 ‘클럽 테라노바’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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