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의 통영에게
한여름의 통영에게
  • 트래비
  • 승인 2016.08.31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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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의 통영에게
 
바다를 생각하고, 색채를 떠올리려고 한다. 
그토록 뜨거웠던 바람의 촉감도 되살려 본다. 
선명했던 이들이 기억 속에서 퇴색하기 전에 
글 속에라도 이렇게 담아 두어야겠다. 
이번 통영 여행은 그럴 가치가 있었다.  
 
동포루에서 내려다본 정경. 동포루는 동피랑 벽화마을의 꼭대기에 있어 이곳에서 한눈에 통영항이 내려다보인다
 
곳곳에 아기자기한 그림들이 숨어 있다. 통영에 녹아든 그림들을 찾아보며 거니는 재미도 쏠쏠하다
통영을 대표하는 어시장인 통영활어시장이다. 동피랑 벽화마을, 강구안 골목과 인접해 있다는 장점이 있어서 관광객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미륵산의 박경리 묘소 전망 쉼터까지 나를 데려다 준 고양이. 그곳에 이르러서는 끝내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무엇을 하고 싶어요?

서울에서 통영까지 직통으로 가는 데에는 고속버스만 한 수단이 없다. 기차, 비행기, 자가용 및 도보 여행까지 골라 보자면 가지각색의 방법들이 동원될 수도 있겠지만, 오늘처럼 무덥고 지치는 날에는 아무래도 버스가 좋다. 한날한시 통영을 찾기 위해 모인 들뜬 사람들 틈에서 물에 떨어진 기름 한 방울처럼 동동 떠 있자니 누군가가 “통영에서 무엇을 하고 싶어요?”라고 대뜸 말을 걸어왔다. 통영 하면 떠오르는 명소나 먹거리같이 평이한 대답이 돌아오겠거니, 답변에는 크게 개의치 않는 눈치였지만. 음, 무엇을 기대하고 이 길 위에 오르게 되었더라. 기억을 더듬었다. 바랐던 무언가가 있기는 했었나. 여름을 싫어하는 내가, 그것도 한여름의 통영에게 말이다.

대략 4시간 조금 넘게 달려서 통영에 도착했다. 서울은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정수리가 눈물을 주룩주룩 쏟을 만큼 땡볕이 강했는데, 남해로 내려올수록 어째 구름의 두께가 심상치 않았다. 여차하면 꽈르릉 짜증이라도 낼 것 같은 표정이다. 오히려 잘됐다 싶었다. 첫 번째 목적지인 미륵산 정상까지 오르려면 강한 햇살보다는 선선한 그늘이 낫다고 여겨졌다. 그런데 웬걸. 버스 계단을 내려오는데 두 뺨 위로 훅 통영의 공기가 내려앉았다. 그건 누군가의 입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듯한, 뜨거운 남해의 습기였다.   
 
미륵산 정상에서 본 한려수도의 풍경. 해무가 짙어 멀리 내다보지는 못했지만 아득한 분위기가 일품이었다
미륵산 행운의 연못. 단지에 동전을 던져 들어가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미륵산 정상에 세워진 비석 
 
 
다시 있을 수 없는 풍경

여행은 미륵산에서 시작했다. 한려수도 조망 케이블카 앞에 이르러 올라야 할 산을 잠시 헤아렸다. 미륵산은 해발 461m의 비교적 아담한 산으로 통영의 시가지와 한려수도를 조망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로 꼽히는 산이다. 입구에서 케이블카를 타면 약 10분 만에 미륵산 정상 부근까지 다다를 수 있어서 오르내리는 것은 사실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편리한 만큼 인기도 좋았다. 매표소 앞에는 ‘케이블카 탑승 1,000만 돌파’라고 쓰인 현수막이 심장이 고동치듯 펄럭이고 있었다. 

케이블카에서 내린 후에는 걸어서 15분여, 나무 계단을 타고 미륵산 정상까지 올라야 했다.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 온몸에는 이미 물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몸에서 삐져나온 땀인지, 운무가 만들어낸 흔적인지 분간조차 어렵다. 오르는 중에 고양이 한 마리를 보았다. 무심코 눈이 마주쳤는데 이 높은 곳에서 혼자 뭐하나 싶어 슬렁슬렁 따라가 봤다. 고양이는 박경리 묘소 전망 쉼터에서 길을 멈췄다. 따사로운 시 한 편 읽고 가라고 불러낸 모양이다. 그곳에서 나는 박경리의 유고시, ‘마음’을 읽었다.

미륵산 정상 비석의 존재를 확인하고서야 해무에 덮인 아득한 한려수도가 두 눈 가득 차올랐다. 아니, 풍경이 펼쳐졌다기보다는 내가 그 비경 속으로 성큼 들어와 버린 듯한 아찔함이 일었다. 한려수도는 한산도의 한(閑)과 여수의 여(麗), 그리고 두 지역의 앞바다를 잇는 물길(水道)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우리나라의 8경 가운데 하나로 호수처럼 잔잔한 물결 위로 군데군데 솟아 있는 남해안 섬들이 장관을 이루어 1968년에는 한려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오늘은 날이 흐린 관계로 거제도까지만 형체가 아득히 드러나는 정도였는데, 맑은 날에는 대마도까지도 보인다고 하니 한려수도의 완연한 경치란 어떤 그림일지 자못 궁금해진다. 그러고 보니 시인 정지용도 이곳을 다녀갔었다. 그는 기행문 <남해오월점철(南海五月點綴)>에서 통영에 대해 쓰면서, ‘미륵산 상봉에서 바라보는 통영 포구와 한산도 일 폭의 천연미는 다시 있을 수 없는 것’이라고 단언했었다. 과연 그 말이 옳다 싶어 무릎을 탁 쳤다. 
 
동피랑 마을에서 발견한 자전거 벽화
통영활어시장에는 야채나 건어물을 파는 어르신이 많아 더욱 정겹다
호텔 리베라 거제 테라스에서 보이는 와현모래숲해변
 

동쪽 벼랑 끝 어딘가에서

미륵산에서 버스를 타고 약 20분 거리에 있는 동피랑 마을로 향했다. 통영활어시장 앞에서 내렸는데 낮은 건물들 사이로 혼자 우뚝 솟아 있는 나폴리 모텔이 먼저 눈길을 끌었다. 문득 기시감이 불어왔다. 영화 <하하하>를 떠다니던 눅눅한 여름의 냄새가 코끝에 끈덕지게 달라붙는 것 같았다.

동피랑 마을은 활어시장 뒤쪽의 언덕에 자리한다. 이름도 ‘동쪽에 있는 높은 벼랑’이라는 의미의 통영 사투리에서 비롯되었다. 이곳은 서민들이 살아가는 마을로 한때 공원화하기 위한 재개발 계획이 세워지면서 철거의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그러자 2007년 10월 ‘푸른통영 21’이라는 시민단체가 마을 보존을 위해 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그들은 ‘동피랑 색칠하기-전국벽화공모전’을 열었고, 그 소식에 하나둘씩 모인 각지의 예술가들이 담벼락에 벽화를 그려 넣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을은 어느새 입소문을 타서 지금까지도 수많은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관광 명소로 탈바꿈하게 되었다.

마을 초입에서 언덕이 급격하게 가팔라지는 바람에 장마 같은 여름 땀을 쏟으며 한 걸음씩 올라야 했다. 더위에 지쳐 천천히 오르니 돌담의 벽화들도 하나둘씩 느슨하게 눈앞에서 일렁였다. 그림은 제각각 다채로웠는데, 그럼에도 한 가지의 일관성은 있었다. 어중간한 것 없이 탁 트여서 시원하고 솔직한 그것, 바로 통영에 대한 첫인상이었다.

언덕을 오르다가도 가끔씩 뒤를 돌아 통영이라는 곳의 느낌들을 조각조각 그러모았다. 그리고 마침내 마을의 정상인 동포루에 이르렀다. 미풍이 불어왔다. 아래로는 통영항과 시가지가 시원하게 펼쳐졌다. 아름다웠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진한 색채와 또렷한 선들을 보고 있자니 문득 통영을 사랑했던 화가 이중섭이 떠올랐다. 그의 그림 세계와 통영이라는 세상이 맞물려 보였다. 이곳에 머물던 2년여의 시간을 ‘이중섭의 르네상스’라고 표현하는 이유를 비로소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는 소 연작과 달과 까마귀 등 다수의 대표작을 이곳 통영에서 남겼다. 그에게도 통영은 오래도록 갈구해 온 영감으로 충만한, 그런 멋진 예향이 아니었을까.

한동안 동포루에 머물렀다. 문득 여름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끈한 남해의 바람과 강렬한 지붕의 색채, 그리고 비릿한 항구의 바다 냄새까지. 모든 것이 지극히 통영이었다. 이곳에서 짧은 여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날, 젓가락 굵기의 장대비가 쏟아졌다. 문득 떨어지는 빗속에서 그리움을 보았다. 그제야 지금의 감정이 무엇인지를 알았다. 그건 언젠가 여름의 통영을 다시 그리워하게 되리라는 모종의 확신과도 같은 것이었다.  
 
 

호텔 리베라 거제 | 통영 여행에 거제 호텔을 선택한 건, 마지막 날 해금강과 외도를 둘러볼 심산에서였다. 호텔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와현유람선착장에서 유람선을 타고 해금강을 둘러보려 했지만 폭우로 취소됐다. 하지만 호텔 안에서도 즐길거리가 가득해 조금은 위로가 되었다. 호텔 리베라 거제는 거제대교에서 약 30분 거리에 위치한 4성급 호텔이다. 전 객실이 오션뷰여서 와현모래숲해변의 탁 트인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무료 와이파이와 비즈니스 센터, 피트니스 센터, 연회장, 그리고 천연 온천장 까멜리아 등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췄다. 이탈리안 및 한식당, 야외 테라스와 연결된 라운지 바도 있으니 취향대로 골라 즐길 수 있다.
홈페이지: www.hotelriviera.co.kr 
 
글·사진 Traviest 이고은  에디터 천소현 기자
글을 쓴 트래비스트 이고은은 아름다운 것이란 무엇이든 보고 글로 쓸어 담고 싶은 욕심 많은 여행가다. 여행과 영화에 관한 작은 블로그를 운영하며 일상을 달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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