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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동의 섹시한 호텔] JTB 종합연구소 칼럼의 충고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6.09.01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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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국가에 비해 외국인 투숙 비중이 월등히 높은 한국 호텔은 좋든 싫든 국가의 관광정책에 한 몸처럼 엮어져 있을 수밖에 없다. 한국 관광산업의 가장 큰 환경 요소인 ‘중국’이라는 시장에 호텔 산업의 시선도 집중돼 있는 현실이다. 신규 호텔 건설에 대한 사업성도 중국 시장의 성장세를 근거로 하고, 해외 브랜드 호텔의 한국 진출 이유도 중국시장의 성장을 담보로 한다. 고급 호텔은 ‘어떻게 하면 중국의 상위계층을 유치하느냐’를 고민하고 중저가 호텔은 치열한 경쟁에서 버텨보고자 매일같이 조식을 포함한 저가 단체를 받을까 말까 고민한다. 때로는 몇몇 부적절한 행동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중국 고객이 호텔 직원들의 뒷담화 주제로 떠오를 때도 있다. 하지만 그들은 한국 면세점업계나 관광수지의 절대적 존재로 자리매김 돼있어 함부로 할 존재는 결코 아니다. 

최근 뜬금없이 박완서의 소설인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라는 제목이 귓가를 자주 맴돈다. 수 십 년간 한국 호텔의 중추 역할을 해오던 일본 시장에 대한 생각을 하다 보니 명쾌한 답보다는 그저 ‘그 많던 싱아’에 대한 이미지만 복잡하게 맴돈다. 수십 년간 일본 관광객을 주요 고객으로 상대하며 우리 호텔 산업은 어떤 발전을 이뤄낸 것일까? 중국 쏠림 현상의 시대에 일본 시장을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가? 

최근 일본에서는 매우 의미 있는 칼럼이 게재됐다. JTB 종합연구소의 기획조사 부장인 나미카타 이쿠요(波潟 郁代)가 게재한 “해외 여행지로서 새로운 출발지점에 선 한국”이라는 칼럼이다. 

JTB 종합연구소의 설문조사(2016년 5월16일부터 4일간 3,399명 설문)에 따르면 2014년 이후 한국을 여행지로 선택한 이유 1위는 ‘좋아하는 곳으로 늘 반복적으로 가는 곳(35.6%)', 2위 ‘가격이 싸기 때문에(30.8%)'로 조사됐다. 나미카타 부장은 이 항목을 타이완에 대한 현재 일본의 인식과 비교한다. 타이완의 방문이유 1위는 ‘늘 가보고 싶은 곳(34.9%)'이다. 이전 방한 일본인 300만 명에 달하던 한국 붐이 사라지고, 여행 목적지로서의 매력을 다른 국가에 뺏기고 있다는 현실을 알려준다. 

한국방문의 계기와 목적에 대한 설문결과 중 2003년 이후 2016년까지 부동의 1, 2위는 ‘본고장의 한국요리를 먹고 싶다'와 ‘쇼핑을 하고 싶다'지만 필자는 변함없는 주요항목 이외에 기타항목의 의미를 강조한다. 2004~2011년까지 ‘한국 드라마의 영향으로 한국을 방문했다'가 14% 이상을 차지했는데 동 기간 ‘왠지 모르지만 모두가 가니 흥미가 생겼다'라는 항목이 20%가 넘는 수치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부동층 흡수에도 저력을 보이던 시대가 있었으나 지금은 이러한 현상의 힘이 약한 목적지로 변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일본인 10~29세의 남녀와 30~50대의 여성을 중심으로 새롭게 형성된 한국방문 목적의 이유는 ‘한국배우나 아티스트의 이벤트 참가(2016년 11.4%)'다. 설문자 중 상당수가 한국 아티스트를 가깝게 접할 수 있는 매력을 뽑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한류가 한국방문의 주요 요인이기는 하나 한국에 대한 절대적 지지 층으로 볼 수는 없다고 분석한다.

향후 일본인의 한국 방문에 대한 설문조사도 의미가 있다. 한국 여행을 해본 경험자가 2013년 이후 한국을 방문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1위가 ‘한일관계가 그다지 좋지 않기 때문에', 2위는 ‘한번 가봤기 때문에 당분간 가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3위는 ‘그다지 좋은 인상을 받지 못해서 가고 싶지 않아졌다'로 분석되면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점점 낮아지고 있음을 우려했다. 

‘향후 한국여행을 희망합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결과는 더 우려 할만하다. ‘한일 관계가 좋아지면 가보고 싶다(16.4%)’라는 긍정적인 결과 보다 ‘다른 희망지역이 있어 당분간 가지 않을 계획(33.3%), 그다지 좋은 인상이 아니어서 가고 싶지 않다(23.4%)’라는 결과가 높기 때문이다.

JTB 종합연구소 나미카타 이쿠요 부장은 일본인 정서를 조심스레 귀띔한다. 면세점 중심의 ‘쇼핑여행’이 중요한 게 아니라 작은 가게들을 중심으로 자기 마음에 드는 물건을 찾아 ‘산책하고 거리를 경험하는 일’을 즐겁게 생각하는 정서다. FIT 여행객 대응의 기본을 말 하는 듯하다. 본 설문과 연구의 실제 목적은 중국인의 일본방문 감소를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는 속내도 감추질 않는다.  

한국 호텔은 숙박 이상의 역할을 찾아내야 한다. 일본 여행객을 만족시키라는 명제를 가지라는 말은 아니다. 그간 우리 호텔들이 일본을 상대했던 판매전략, 고객 관리에 대한 과정을 되돌아보고 FIT 시대의 수준 높은 고객을 만족시킬 실력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중국의 수준 높은 FIT 역시 맞이할 수 있다. 호텔이 이를 잘 풀어내면 한국의 관광산업도 실마리를 풀어 낼 수 있다. 일본으로부터 온 짧은 칼럼이 목적이야 어떻든 고마운 충고로 들린다. 
 
유경동
유가기획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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