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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가을아 부탁해

  • Editor. 김기남
  • 입력 2016.10.04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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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간다 밀당도 없이 ‘쑥’ 하고 가을이 왔습니다. 가을이 남자라면 올 가을은 돌직구 상남자입니다. 어느 날 문득 ‘나, 왔어’ 하고 나타나서 무심한 듯 선명하게 투명한 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광고 없이 영화를 바로 시작하는 극장처럼 반갑고 출근길 바람은 상쾌합니다. 누진세 걱정도 없고 아직은 난방비 염려도 없는 착한 가을입니다.
 
최근 개봉한 우디 앨런 감독의 <카페 소사이어티>라는 영화에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인생은 인생 나름의 계획이 있다.” 선물처럼 찾아온 가을에 좋은 일만 있으면 좋겠는데 남의 일로만 알았던 지진 소식이 연일 끊이지 않습니다. 마감 중이던 트래비 사무실에서도 여진을 느꼈을 정도니 해당 지역 주민들의 공포가 짐작도 되지 않습니다.
 
공포도 공포지만 당장의 경제적 타격도 이들의 움츠린 어깨에 시름을 더합니다. 가을은 수학여행 성수기이자 단풍 구경 같은 나들이의 계절입니다. 관광이 지역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경주는 이번 지진으로 막대한 타격을 입었습니다. 지진 이후 예약의 90% 이상이 취소됐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외국관광객도 다른 지역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습니다.
 
차라리 산불이라면 우리가 여행을 가는 것이 지역 경제를 돕는 것이라고 하겠지만 여진이 계속되니 그나마 이런 이야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당장의 취소도 취소지만 경주 시민들은 앞으로 경주는 위험한 지역이라는 이미지가 생길까 봐 노심초사라고 합니다. 자연은 자연 나름의 계획이 있겠지만 너무 길지 않게 부디 무탈하게 지나가길 바랄 뿐입니다. 
 
언젠가 페북에 “찌기는 쉽고 빼기는 어렵다. 쓰기는 쉽고 벌기는 어렵다” 같은 말장난을 끄적거린 적이 있습니다. 여기에 한 줄을 더 붙여야겠습니다. 

“가을은 짧고 겨울은 길~다.” 갈수록 짧아지고 그래서 더 귀한 가을 하늘입니다. 아끼거나 남기지 말고 온전히 누리시기 바랍니다.
 
<트래비> 편집국장 김기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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