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모던이스트Modern East 최종문 셰프-접시 위에 담아낸 동화의 맛
[인터뷰] 모던이스트Modern East 최종문 셰프-접시 위에 담아낸 동화의 맛
  • 고서령
  • 승인 2016.10.04 16: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접시 위에 동화 속 스토리를 담는 요리사를 만났다.
 
가성비 일등인 파인 다이닝

파인 다이닝(Fine Dinning) 레스토랑은 품격 있는 코스 요리와 정통 음식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장소다. 하지만 보통 1인당 10만원대를 훌쩍 넘는 비싼 가격은 평범한 직장인이 시도하기에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 그런 이유로 파인 다이닝 입문을 망설였던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레스토랑을 발견했다. 지난 3월 서울 연남동에 문을 연 ‘모던이스트(Modern East)’. 셰프의 요리 철학과 스토리가 듬뿍 담긴 3코스 파인 다이닝을 3만원대에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모던이스트 최종문 오너셰프는 ‘왜 연남동을 선택했느냐’는 질문에 뉴욕의 음식 축제 ‘레스토랑 위크’ 이야기부터 꺼냈다. “뉴욕에서 CIA(Culinary Institute of America) 요리학교를 졸업한 다음 미슐랭 1스타 레스토랑인 ‘오레올(Aureole)’에서 몇 개월 일한 적이 있어요. 뉴욕 레스토랑 위크 기간에는 평소 가격이 비싼 레스토랑의 3코스 요리를 점심 20달러대, 저녁 30달러대에 즐길 수 있는데, 오레올도 참여 레스토랑 중 하나였죠. 보통 하루 저녁시간에 손님이 100명 정도 온다고 하면 레스토랑 위크 때는 400~500명씩 몰려들었어요. 그걸 보면서 한국에서도 합리적인 가격대에 파인 다이닝 코스요리를 제공하면 많은 사람들이 부담 없이 찾아올 것 같다는 생각을 했죠.”

연남동을 선택한 이유는 ‘합리적인 가격대’에 맞추기 위해서다.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들이 많이 있는 강남의 청담동 같은 곳에선 비싼 임대료 때문에 3만원대 코스요리 메뉴를 절대로 선보일 수 없다는 것. “연남동 시장조사를 해 보니 비싼 레스토랑은 메인요리 하나에 3만원 정도였어요. 거기에 몇 천원을 추가해 3코스를 즐길 수 있다면 충분히 강점이 있다고 판단했죠.” 그렇게 시작했지만 3만원대에 질 높은 3코스 요리를 만들어 내는 건 쉽지 않은 과제였다. “여름 시즌 진행한 ‘드라큘라’ 스토리 메뉴도 단가를 맞추기 위해 고민이 많았어요. 보통 레스토랑의 쇠고기 스테이크 한 접시 가격도 안 되는 3만3,000원에 스테이크를 포함한 3코스를 제공해야 했죠. 고민 끝에 찾은 방법이 미국산 토시살 쇠고기였어요. 한국에선 토시살이 비싼 부위이지만, 미국에서는 토시살을 잘 먹지 않기 때문에 프라임 등급도 합리적인 가격에 구할 수 있거든요. 토시살 세 덩이를 붙여서 스테이크 하나 크기로 만드는 방법으로 단가를 맞췄죠.” 이런 고민의 결과로 완성된 토시살 수비드(Sous-Vide) 스테이크는 지난 시즌 많은 손님들에게 큰 호평을 받았다.

레스토랑 이름인 ‘모던이스트’는 미국의 요리과학자 네이선 미어볼드(Nathan Myhrvold)가 출간한 책 제목인 <모더니스트 퀴진(Modernist Cuisine)>에서 가져온 것이다. 과학자, 발명가, 뛰어난 요리사들로 구성된 20명의 연구팀이 요리법의 과학적인 원리를 정리한 책이다. 이들은 ‘분자 요리(Molecular Gastronomy)’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요리 방식을 ‘모더니스트 퀴진’이라고 다시 이름 붙였다. “우리가 애초에 분자 단위로 요리를 하는 것도 아닌데 ‘분자 요리’라고 부르는 것이 부적합하다는 게 이 책 저자의 주장이에요. 본래 분자 요리에 관심이 많은데 이 책에서 정말 많은 영감을 받았어요. 그래서 ‘모더니스트(Modernist)’의 ‘-ist’를 ‘East’로 바꾸어 ‘모던이스트(Modern East)’라고 레스토랑 이름을 지었어요. 말하자면 동양권에서 모더니스트 퀴진을 지향한다는 뜻이죠.”
 
동화 <아기돼지 삼형제>를 모티브로 한 가을시즌 스토리메뉴. 애피타이저, 메인, 디저트 순서대로 지푸라기집, 나무집, 벽돌집을 요리로 표현했다
세련되고 깔끔한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레스토랑 내부
 
 
‘내 요리’를 하고 싶은 젊은 요리사

사실 최종문 셰프는 고3 때까지 라면도 끓일 줄 몰랐다. 경희대학교 조리학과로 진학한 것도 요리에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경제, 행정, 법 같은 공부가 아닌, 남들과 다른 길을 가고 싶어서였다. 그러나 대학에 진학해서도 그는 좀처럼 요리에 흥미를 붙이지 못했다. 부모님은 진지하게 전공 변경을 권유했지만, 도피하고 싶진 않았다. 

대신 군대에 입대해 취사병을 지원했다. 작은 부대여서 선임 1명과 단둘이 취사를 도맡아야 했는데, 선임이 휴가를 가면 혼자 모든 음식을 책임져야 했다. “부담감과 책임감 때문에 열심히 요리 공부를 했죠. 어느 날 ‘네 선임이 있을 때보다 없을 때 밥이 더 맛있다’는 칭찬을 들었어요. 그때 처음으로 제가 요리에 소질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고민 끝에 기왕 요리를 할 거면 제대로 하자는 생각으로 유학을 결심했어요.”

그렇게 세계 최고 요리학교 중 하나로 꼽히는 미국 CIA에서 본격적인 요리 공부를 하게 됐다. ‘남들 다 하는 것’을 유난히도 싫어했던 그는 또 남들과 다르게 공부하는 길을 택했다. 미국 일류 셰프인 토마스 켈러(Thomas Keller)의 요리책 <프렌치 론드리(French Laundry)>를 한국어로 번역하며 익혔다. 또 CIA에 재학 중인 한국인 학생 10명을 모아, 그 요리책의 레시피로 음식을 만들어 보는 스터디 그룹 ‘코리안 론드리(Korean Laundry)’를 조직했다. “코리안 론드리에서 만들었던 요리를 뉴욕에 있는 토마스 켈러의 레스토랑 ‘펄세(Per Se)’에 가서 직접 먹어 본 적이 있어요. 물론 섬세한 부분은 차이가 있었지만 맛 자체는 거의 다르지 않았어요. 요리책의 레시피에 거짓이 없다는 걸 느끼고, 토마스 켈러에 대한 존경심이 더 커졌어요. 요리책을 보면서 공부하는 방식이 꽤 괜찮다는 것도 알게 됐죠.” 최 셰프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세계적인 셰프들의 요리책 총 12권을 번역하면서 레시피를 공부했다.

학교 졸업 후엔 뉴욕의 포시즌스 호텔 레스토랑, 코리안 게스트로펍,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 등 다양한 곳에서 셰프로 일했지만 어느 곳에서도 만족하지 못했다. ‘내 요리’를 하고 싶다는 욕심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자기 철학 강하고 자존심 센 요리사. 31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오너 셰프가 된 것은 그의 숙명이었던 듯하다. 최종문 셰프의 최종 목표는 자신이 번역한 요리책의 저자들처럼 세계적인 요리사가 되어 이름을 떨치는 것이다. “저도 제가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목표는 높게 잡아야죠. 세계 최고를 꿈꿔야 그 근처라도 가지 않겠어요?” 그다운 대답이다.
 
최종문 셰프는 자신만의 요리 철학이 확고하다
지난 여름시즌 스토리메뉴였던 ‘드라큘라’ 코스에서는 애피타이저 소스를 피 주머니에 담은 것처럼 서빙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최종문 셰프는 토마스 켈러의 요리책 <프렌치 론드리>를 직접 한국어로 번역해 제본했다. 그 제본에 토마스 켈러의 사인을 받아 레스토랑에 전시해 뒀다
 
가을엔 ‘아기돼지 삼형제’

레스토랑을 오픈한 지 이제 6개월. 그 사이 모던이스트의 요리는 꽤 유명세를 탔다. 봄에는 ‘신데렐라’, 여름엔 ‘드라큘라’, 매 시즌 다른 동화 속 스토리를 풀어낸 이색적이고 실험적인 메뉴들은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지난 봄 ‘신데렐라’ 메뉴에선 호박마차 모양 애피타이저와 12시 계단을 형상화한 항정살 스테이크, 유리구두 모양 프로즌 요거트가 접시 위에 담겨 나왔다. 또 지난여름 ‘드라큘라’ 메뉴에서는 핏방울을 닮은 애피타이저와 마치 피를 흩뿌린 듯 빨간 소스를 덮은 토시살 스테이크, 관 모양의 디저트를 선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가을이 왔다. 가을 스토리 메뉴의 주제는 ‘아기돼지 삼형제’다. 늑대의 공격을 피해 지푸라기, 나무, 벽돌로 각각 집을 짓는 아기 돼지들의 이야기를 접시 위에 담아냈다. 애피타이저로는 삼겹살 냉채 위에 건조시킨 채소를 올려 지푸라기집을 표현했다. 돼지고기를 베이컨으로 감싸 구운 메인요리는 나무집을 표현한 것이다. 디저트로는 돼지기름을 사용해 만든 아이스크림에 벽돌을 닮은 모양의 검은깨 케이크를 곁들였다.

“기존의 파인 다이닝과 뭔가 다른 점이 있었으면 해서 스토리 테마 메뉴를 시작했어요. 그런데 동화를 음식에 녹여 낸다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워요. 특히 어떤 재료를 사용해야 이야기를 살릴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죠. 그래도 좋아해 주시는 손님들이 많아 보람이 있어요. 오는 겨울에는 ‘백설공주’ 테마 메뉴를 준비하고 있으니 많이 기대해 주세요.”  
 

●최종문 셰프’s PICK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BEST 3
 
“요리에는 정답이 없어요. 맛도 중요하지만 감각적인 요소 중에서 손님이 좋아할 만한 ‘와우 임팩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요소를 갖춘 세계적인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3곳을 추천합니다.”
 
 
① 아테라Atera
미국 뉴욕(New York)

미슐랭 2스타 레스토랑. 모더니스트 퀴진, 즉 분자 요리의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로니 엠보그(Ronny Emborg) 셰프가 이끌고 있다. 이 셰프는 풍선을 이용해 먹을 수 있는 계란껍질 모양을 만드는 등 눈으로 먹는 재미가 있는 이색적인 요리를 다양하게 선보인다.
홈페이지: www.ateranyc.com
로니 엠보그 셰프의 요리책 <The Wizard’s Cookbook>
 
② 앨리니아ALINEA
미국 시카고 (Chicago)

‘프렌치 론드리’의 수셰프였던 그랜트 애커츠(Grant Achatz)의 레스토랑이다. 최초의 분자 요리 레스토랑인 스페인 ‘엘블리 (El Bulii)’에서 분자 요리를 접한 그랜트 애커츠 셰프는 자신의 고향인 시카고에 돌아가 이 레스토랑을 오픈했다. 질 높은 분자 요리를 경험할 수 있다.
홈페이지: alinearestaurant.com
그랜트 애커츠 셰프의 요리책 <앨리니아ALINEA>
 

 
③ 엘 셀레르 데 칸 로카 (EL CELLER DE CAN ROCA)
스페인 지로나 (Girona)

3형제가 셰프, 페이스트리 셰프, 매니저로 함께 운영하는 분자 요리 레스토랑. 엘블리가 문을 닫은 이후 스페인의 분자 요리를 주도하고 있다. ‘월드 베스트 50 레스토랑’에서 두 번 1위를 차지한 세계적인 곳이다. 전통적 조리법과 현대적인 조리법을 조합한 요리를 선보인다.
홈페이지: cellercanroca.com
요리책 <엘 셀레르 데 칸 로카>에 나온 3형제의 사진

모던이스트
주소: 서울시 마포구 연희로1길 59-3
전화:  02 326 3669
영업시간: 화~토요일 17:30~23:30(주문 마감 21:30), 일요일 11:30~16:00(주문 마감 14:30)
가격: 스토리메뉴 3코스 3만3,000원(와인페어링시 1인당 1만7,000원 추가), 계절메뉴 3코스 3만8,000원(와인페어링시 1인당 2만2,000원 추가)
 

글 고서령 기자  사진 Travie photographer 고아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 중구 무교로 16, 5층 (주)여행신문
  • 대표전화 : 02-757-8980
  • 팩스 : 02-757-898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전홍렬
  • 법인명 : (주)여행신문
  • 제호 : 트래비 매거진
  • 등록번호 : 서울 라 00311(2009-10-13)
  • 발행일 : 2005-05-30
  • 발행인 : 한정훈
  • 편집인 : 김기남
  • 트래비 매거진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8 트래비 매거진. All rights reserved. mail to tktt@traveltime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