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문화유산이 된, 슬로바키아
유네스코 문화유산이 된, 슬로바키아
  • 천소현
  • 승인 2016.10.12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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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ESCO Heritage
Vlkolinec 블콜리네츠 전통 마을 
 
응답하라, 슬로바키아 

16세기까지 로우 타트라(Low Tatra), 낮은 산악지대의 산골짜기에 고립된 마을에는 고작 4개의 농가가 있었을 뿐이다. 목축과 양봉이 전부인 자급자족적인 삶이 있던 곳. 전성기였다는 1869년 무렵에도 최대 인구는 345명에 지나지 않았다.
 
고즈넉한 산골마을은 외부와 단절된 채 아직 19세기에 머물러 있다
 
 
고립된 마을이었던 덕에 오랜 목조가옥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 재료가 튼실했기에 웬만해서는 무너지지 않았고, 그래서 개조할 필요도 없었다. 1944년 슬로바키아 민족 봉기 때에 일어났던 화재가 마을 역사에 기록된 가장 큰 피해였을 정도다. 마을 전체의 가옥수는 고작 55채밖에 되지 않지만 1770년에 세워진 교회종탑도, 1875년에 세워진 마을 유일의 석조건축물인 성모방문교회(The Church of the Visitation of the Virgin Mary)도 그대로 남아 있다. 

시간이 멈춰 버린 산골마을을 일약 스타로 만든 것은 1993년의 유네스코 문화유산 지정이었다. 석축 위에 나무로 벽을 세우고 너와를 촘촘히 엮어서 뾰족한 지붕을 올린 농가들은 밝은 파스텔 톤으로 칠해져 있다. 당시의 살림살이를 재현해 놓은 농가하우스의 특이한 점은 굴뚝이 없다는 것. 굴뚝이 있으면 세금을 부과했기 때문이란다. 대신 부엌 천장 아래 공간에 고기를 매달아 놓으면 저절로 훈연이 되었으니 지혜로운 사람들이었다. 

표현이 너무 가볍긴 하지만 블콜리네츠는 그 어떤 민속촌보다 ‘예쁘다.’ 20여 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가옥은 별장이나 게스트하우스로 운영되고 있다. 숙박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한 무리 양떼만 몰려다니던 산골짜기에는 매일 수백, 수천명의 방문객들이 떼를 지어 올라온다. 시도로보 언덕(Sidorovo Hill)으로 연결되는 산악자전거 코스가 있는지 연신 산에서 내려오는 MTB 라이더들의 행렬도 끝이 없다. 

관광객들을 위한 이벤트도 앙증맞다. 마을의 상징이 된 종탑을 주인공으로 풍경화를 완성하는 것이다. 밑그림이 그려진 대형 캔버스는 모두에게 열려 있었다. 누군가 벽을 조금 칠하면, 다음 사람이 와서 지붕을 칠하고, 그 다음 사람은 나무를 칠하는 식이다. 그래서인지 마을의 풍경은 눈이 아니라 손끝에도 각인되어 있다. 내가 그린 파스텔톤 나무집. 그것이 블콜리네츠다. 
 
슬로바키아의 농가를 재현한 통나무집
할머니 앞에서 바이올린 실력을 뽐내는 손주. 20여 명의 주민들이 거주 중이다
 
Vlkolínec 블콜리네츠 전통 마을
주소: Zilinsky kraj, okres Ruzomberok, Ruzomberok
오픈: 화~금요일 10:00~15:00, 토~일요일 10:00~16:00 
요금: 성인 2€ +421 918 596 432 
홈페이지: www.vlkolinec.sk 
 
 1,100명을 수용하는 흐론세크 목조 교회는 단 하나의 쇠못도 사용하지 않고 1년 안에 완공됐다
 

●Hronsek Wooden Church 흐론세크 목조 교회 
나무처럼 쑥쑥 자라 온 신앙

슬로바키아에는 유난이 목조 교회가 많다. 현존하는 목조 교회 건물만 60여 개나 된다. 견고함으로 말하자면 500년 넘은 건물이 있고, 규모로 말하자면 1,000명 넘게 수용하는 건물도 있다. 그러나 8개나 되는 슬로바키아 목조 교회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유는 건축적 가치 때문만이 아니다. 탄생의 배경에 그 비밀이 있다. 

슬로바키아의 목조교회들은 가톨릭, 개신교, 정교회 등 다양한 교파들의 보금자리다. 하지만 가톨릭을 제외한 다른 모든 교파에게 목조 교회 건축은 강요된 일이었다. 더 이상 프로테스탄트 세력을 박해만 할 수 없었던 레오폴드 1세는 1681년 헝가리 쇼프론(Sopron)에서 새로운 칙령*을 선포했다. 로마가톨릭 이외의 교파들에게도 교회 건축을 허가하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호락호락하지 않은 조건들이 따라붙었다. 교회를 짓되 오로지 나무만을 사용해 1년 내에 완공해야 했다. 쇠못조차 금지였다. 위치는 마을의 외곽이어야 하고, 출입문도 마을 쪽을 향해서는 안 된다는 조건이었다. 종탑도 세울 수 없었다.

이 불가능할 것 같은 조건들에도 불구하고 슬로바키아의 루터교도들은 1718년과 1730년 사이에 38개의 목조 교회를 세웠다. 그중 5개가 지금도 너끈히 교회의 역할을 이어 가고 있으며 3개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그중 하나인 흐론세크 교회는 1726년에 반스카 비스트리차 인근에 세워진 복음교회*다. 현존하는 목조 교회 중 2번째로 오래되었으며 1,1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짙은 밤색의 목조 건물은 여전히 교회의 위엄을 유지하고 있었다. 눈을 속여서라도 화려하게 치장하기 위해 사용한 트롱프뢰유(trompe-l’oeil) 기법으로 제단은 마치 대리석처럼 보이고 장엄한 예배를 위해 파이프 오르간까지 들여놓았다. 교회의 역사부터 습기와 벌레에 취약한 목조 건물을 보존하기 위한 노력까지, 흐론세크 교회의 모든 것을 알고 싶다면 옆집에 사는 할머니를 모셔 와야 한다. 혹시 전화를 받지 않으면 교회 앞 라임나무 그늘에 앉아 기다리면 된다. 250년이 된 그늘 밑에 앉아 있으면 백발의 할머니가 곧 나타날 것이다. 
 
대리석처럼 보이는 제단들도 모두 나무로 만들었다
칙령에 의하면 종탑조차 교회 위에 세울 수가 없었다 3 1,100명을 수용하는 흐론세크 목조 교회는 단 하나의 쇠못도 사용하지 않고 1년 안에 완공됐다
 
*복음교회 | 16세기 종교개혁으로 탄생한 루터파 교회와 캘빈과 츠빙글리의 개혁파 교회가 합동하여 생긴 교파다.  

*칙령(Article) | 이 ‘칙령’에 의거해 건축된 교회라는 뜻으로 개신교 목조 교회들을 아티클드 교회Articled Church라고 부른다. 
 
Hronsek Wooden Church 흐론세크 목조 교회
주소: Banskobystricky kraj, okres Banska Bystrica, Hronsek 
요금: 자유헌금
 
 
▶RESTAURANTS
루좀베로크 | 콜리바식당(Koliba Reštaurácia)
 
50명을 너끈히 수용하는 슬로바키아 전통목조가옥에서 립토브 지역의 전통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쿠초브스카(Čutkovská dolina) 계곡으로 올라가는 길목에 자리잡은 거대한 통나무집과 양식장이 있는 넓은 정원은 특별한 외식이나 이벤트를 위한 장소로 인기가 높다.
주소: Koliba u Dobrého Pastiera Čremošná 034 06 Ružomberok
전화: +421 917 440 604
홈페이지: www.kolibaupastiera.sk
 
▶HOTEL
루좀베로크 | 호텔 아코(Hotel Áčko)
 
바(Váh) 강변의 작은 도시 루좀베로크는 관광도시가 아니지만 유네스코 민속마을 블콜리네츠와 가깝다. 모던한 디자인의 아코 호텔은 51실 규모의 3성급 호텔. 수영장과 사우나 시설을 갖추고 있어서 여행 중에 재충전을 하기 좋은 곳이다. 조식을 포함해도 숙박요금은 €25 선이다.
주소: Hrabovská cesta 34 034 01 Ružomnerok
전화: +421 44 433 24 85
홈페이지: hotelacko.sk
 
 
 
글 천소현 기자 사진 Travie photographer 이승무 취재협조 슬로바키아관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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