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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비스트 유호상의 여행만상] 소탐대실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6.11.01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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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게 마무리했던 아이슬란드 여행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어느 날. 현지 렌터카 회사로부터 온 우편물을 본 나는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주차위반 딱지였던 것이다. 벌금이 부과됐고 그 금액만큼 내 계좌에서 인출했다는 ‘통보’였다. 어디서 어떻게 위반했다는 건지 내용도 없었다. 다른 곳도 아니고 빈 땅이 넘쳐나는 아이슬란드에서 주차위반이라니!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의심가는 곳조차 떠오르지 않았다. 이메일로 문의했더니 자기네도 내역은 모른다는 답변이었다. 무슨 이런 말도 안 되는 경우가 있냐며 몇 차례 항의성 메일이 오간 끝에야 밝혀진 위반 장소는 수도 레이캬비크의 중심에 있는 할그림스키르캬(Hallgrimskirkja) 교회의 주차장이었다. 그곳에서 주차 구역이 아닌 곳에 주차를 했다는 것이다. 

가물가물한 기억을 되돌려 당시 상황으로 들어가 봤다. 그날은 우리가 아이슬란드 일주를 마치고 레이캬비크에 도착한 날이었다. 시내를 둘러보기 위해 중심가로 차를 몰았다. 일주일째 광활한 아이슬란드에서 돈 내고 주차할 일이 없어서였을까. 왠지 유료 주차장에 차를 댄다는 것이 아깝게 느껴졌다. 좀 더 찾아보자며 큰 주차장을 지나쳤는데, 마침 레이캬비크의 랜드마크로 유명한 교회의 무료 주차장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역시~’ 흐뭇한 마음으로 핸들을 꺾었다. 

그런데 주차장에 들어가 보니 빈자리를 찾기가 어려웠다. 그때 저만치 한 곳이 비어 있었다. 행여 다른 차가 채 갈까 한 치의 머뭇거림 없이 바로 세웠다. 덕분에 이날은 마음 놓고 레이캬비크 시내를 둘러볼 수 있었다. 그런데, 바로 여기! 이곳이 문제였던 것이다. 그때는 그저 ‘어딘가 좀 다르네’ 정도의 생각은 들었다. 내가 차를 세운 곳은 두 주차장이 연결된 곳에 바리케이드가 가로막혀 있었던 곳이고 주차 라인이 없었다. 그러나 다른 차들도 세워져 있었기에 별 의심을 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우리가 차를 세운 곳은 주차장 통로였던 것이다. 억울했다. 한편으론 석연찮다는 느낌도 지울 수가 없다. 그러나
 
어쩌랴. 나는 이미 지구 반대편에 와 있는 것을….  
 
2012년, Reykjavik, Iceland

▶tip 
이런 경우가 바로 소탐대실이었으리라. 늘 그렇지만, 특히 낯선 곳을 다니는 여행에서는 소소한 금액을 아끼려다 큰 것을 잃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아낄 것과 쓸 것을 현명하게 판단하는 능력이 여행자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글을 쓴 유호상은 낯선 곳, 낯선 문화에 던져지는 것을 즐기는 타고난 여행가다. 현재 여행 커뮤니티 ‘클럽 테라노바’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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