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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음식 싣고 남미 두 달

  • Editor. 고서령
  • 입력 2016.11.02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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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th America Road Trip
‘사진하는 전명진’이 3명의 요리사와 함께
푸드트럭을 몰고 남미를 여행했다.
스펙터클했던 두 달 동안의 여정을
틈틈이 사진으로 기록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이동형 홍보관 프로젝트팀 
지난 7월31일부터 9월23일까지 ‘평창 동계올림픽 이동형 홍보관’ 프로젝트팀은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를 다녀왔다. ‘김치버스’로 유명한 류시형 셰프(맨 왼쪽), 스페인어에 능통한 두 요리사 이신행(윗줄), 이수진(아랫줄 가운데) 사진가 전명진(아랫줄 오른쪽)까지 총 네 명으로 꾸려졌다.

사진을 찍은 전명진 작가는 포토 에세이북 <낯선>, 자신의 세계일주 스토리를 담은 책 <꿈의 스펙트럼>의 저자다. 팟캐스트 ‘탁PD의 여행수다’를 탁재형 PD와 공동 진행하고 있다.  
 
 
로드트립에 대한 로망이 있었거든요

사실 이번 여행은 ‘일’이었다. ‘평창 동계올림픽 이동형 홍보관’이라는 무거운 프로젝트명을 짊어지고 간. 미션은 2016 브라질 리우 올림픽 현장과 남미 주요 도시에서 푸드트럭으로 2018 평창 동계올림픽과 한국 음식을 홍보하는 것. 3주간 리우 올림픽 행사를 마친 다음 4주 동안 상파울루, 이구아수 폭포,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와 멘도사, 안데스를 넘어 칠레 산티아고까지 직접 운전해 이동하며 홍보활동을 펼치는 일정이었다. “제가 로드트립에 대한 로망이 있었거든요.” 전 작가가 이 프로젝트팀의 사진가로 따라나선 건 그 로망 때문이다. ‘김치버스’를 몰고 세계여행을 해온 류시형 셰프 그리고 스페인어를 잘하는 다른 요리사 두 명까지, 네 명이 팀이 됐다.
 
아름다웠던 우리의 계획은

리우 올림픽에서의 행사는 순조로웠다. 브라질 사람들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올림픽 행사에 참가한 사람들에게 평창을 알리고 한국 음식을 소개했다. 반응이 뜨거운 만큼 보람도 컸다. 그리고 4주간의 로드트립에 나설 차례. 원래 계획은 이랬다. 리우에서 산티아고까지 2주 동안 열심히 달리며 일을 끝낸 다음, 남은 2주 동안 해안도로를 따라 리우로 돌아오면서 조금이나마 남미 여행을 즐기는 것. 하지만 이 계획은 초반부터 삐걱거렸다. 브라질-아르헨티나 국경을 넘은 다음부터 이틀에 한 번씩 검문에 붙잡혔다. “브라질에서 렌트한 차를 아르헨티나에서 동양인들이 몰고 있고, 3톤짜리 커다란 푸드트럭까지 있으니 의심을 받을 수밖에요.” 검문에 잡히면 온갖 억울한 이유로 벌금을 요구당했다. 전조등을 켰지만 너무 약하게 켰다, 차에 반사 띠를 앞에만 붙이고 뒤에는 안 붙였다, 자동차 규정 속도 스티커가 없다 등등의 이유로 계속 벌금을 내야 했다. 그러면서 하루이틀, 일정은 자꾸만 뒤쳐졌다.
 
서울에서 부산 찍고 대전까지 매일 달린 사연

그러던 어느 날, 멘도사에서 모처럼 하루 쉬는 날을 갖게 됐다. 마침 ‘살렌테인(Salentein)’이라는 이름의 유명 와이너리가 80km 떨어진 곳에 있다고 해서 찾아가는 길이었다. 또 검문에 붙잡혔다. 언제나처럼 서류를 꺼내 보여 주었다. 그런데 반응이 심각했다. 푸드트럭에 두 명, SUV에 두 명씩 타고 다니고 있었는데 SUV의 서류에 문제가 있다면서 도난차량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게 된 것.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소용없었다. 결국 차 한 대를 빼앗겼다. 매일 경찰서를 찾아갔지만 결국 차를 돌려받지 못했다. 그 과정에서 일주일을 허비했다. 홍보 활동은 끝까지 마쳐야 했으므로 두 명은 푸드트럭을 타고, 남은 두 명은 고속버스를 타고 마지막 목적지인 칠레 산티아고로 갔다. 겨우겨우 일은 마쳤는데 이번엔 푸드트럭이 말썽이었다. 먼 길을 달리고 험한 안데스 산맥을 넘어 오느라 무리했는지 차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차를 고치는 데 또 이틀을 허비하고 나니 남은 날은 고작 6일. 남미 해안도로 일주를 즐기는 건 이미 포기했고 귀국 비행기를 탈 수 있을지도 불투명했다. 그날부터 류시형 셰프와 전명진 작가 둘이서 번갈아가며 매일 600~700km를 운전했다. 끔찍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가 420km예요. 서울에서 부산까지 갔다가 다시 대전에 가는 거리를 매일 운전한 셈이죠. 아침 8시부터 밤 8시까지 운전만 했어요.” 
 
그래도 남미는 아름다웠네

전 작가는 8년 전 남미를 여행한 적이 있다. 좋은 것들은 여전히 좋았고, 아름다운 것들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8년 전 우연히 알게 되어 많은 신세를 졌던 현지 한국인 여행사 사장님을 이번에 다시 만났다. 작았던 여행사는 어느새 제법 큰 회사로 성장해 있었고, “이윤으로 못 남길 거면 좋은 기억으로라도 남겨야지”라는 말로 전 작가의 인생에 큰 영향을 주었던 사장님의 인품도 여전했다. 이구아수 폭포의 웅장함은 다시 보아도 명불허전. 남미의 정취가 가득한 리우데자네이루의 코파카바나 해변과 이파네마 해변의 아름다운 풍경도 변함없었다. 이번 여행이 그에게 남긴 것? ‘제대로 된 로드트립’에 대한 로망이다. “이번 여행 내내 자동차로 인한 사건사고가 많았던 터라, 제 차가 너무 그립더라고요. 제 차를 타고 여유로운 일정으로 국내 로드트립을 해 볼 생각입니다.”
 
 
Rio de Janeiro 리우데자네이루
그래피티 아티스트 에두아르도 코브라의 대형 벽화. 리우 올림픽을 기념해 올림픽 대로에 그려진 면적 3,000m2 에 이르는 세계 최대의 작품이다. 오륜기의 색을 이용해 5개 대륙 원주민을 그려 넣었다.
 

Copacabana 코파카바나
사계절 아름다운 코파카바나 해변. 남반구는 겨울이지만 리우데자네이루는 언제나 따뜻한 기후로 우리를 맞이한다. 밝고 활기찬 사람들이 늘 북적이는 곳.
코파카바나 해변의 석양. 올림픽을 전후해 위험하다는 말이 많이 들려왔지만 현장은 평온했다. 물론 해가 진 후에 혼자 다니는 것은 금물.  
 

Cataratas del Iguazu 이구아수폭포
아르헨티나 쪽 이구아수에서는 악마의 목구멍을 바로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엄청난 양의 물이 끝없이 쏟아져 내리는 장관은 다시금 자연을 경배하게 한다.
브라질 쪽에서 바라본 이구아수 폭포. 해 질 녘 지상 최대의 폭포를 바라보는 것은 아무리 다시 봐도 그저 경이로운 경험이다.
 

Buenos Aires 부에노스아이레스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내의 어느 벽화. 몸으로 느끼고, 마음을 울리는 춤 탱고. 대형 극장에서든 길거리에서든 아르헨티나에 간다면 꼭 한 번 보아야 할 것이 바로 탱고 공연이다. 
 

Andes 안데스 산맥
아르헨티나와 칠레를 가로지르는 안데스 산맥. 운전은 쉽지 않지만 펼쳐지는 멋진 풍경에 힘든 줄 모른다.
 
해발 3,200m가 넘는 길을 따라 안데스를 넘는다. 느린 자동차 행렬에 끼어 산길을 오르면 아찔한 커브가 내려다보인다. 
 
 
Puente del Inca 푸엔테델잉카
멘도사에서 칠레의 국경으로 가는 길에 있는 잉카의 다리. 수만년 전 석회와 유황성분을 머금은 지층에 만년설 녹은 물이 파고들어 만든 자연의 작품. 약 100년 전에는 휴양지로 쓰였으나 지층의 변화로 지금은 접근이 금지된 곳이다.  
 
인터뷰 글·사진 고서령 기자  여행기 글·사진 전명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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