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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큰 동굴 성, 슬로베니아 프레드야마성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6.11.09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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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큰 동굴 성
Predjama Castle 프레드야마성
 
슬로베니아 로빈 후드의 최후

포스토이나 동굴을 나와 가이드가 우리를 조금 특별한 곳으로 안내하겠다고 한다. 꼬불꼬불 산길을 따라 차로 한참을 달렸건만 도대체 목적지는 보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 도대체 어디에 무엇이 있단 말인가, 하는 순간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모퉁이를 도는 순간, 동굴과 한몸처럼 보이는 성 하나가 그림처럼 걸려 있었다. 
 

프레드야마성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동굴에 보존된 성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동굴 성’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되었다. 실제로도 성은 동굴과 공존하고 있다. 123m 높이의 수직 절벽 동굴 입구에 지어진 성의 뒤쪽으로는 자연동굴이 이어진다. 과거 적들의 공격에 둘러싸여 옴짝달싹 못할 때 동굴 뒤편으로 나가 식량을 조달할 수 있었다 하니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닌, 반전이 있는 성이다.  

프레드야마성을 거쳐 간 성주는 여럿 있었지만, 그중 에라젬 루에거(Erazem Lueger) 이야기가 가장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중세시대 도둑 남작으로, 부잣집을 털어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슬로베니아의 로빈 후드(Robin Hood)였다.
 
그러나 그는 오스트리아 황제였던 프레데릭 3세(Frederick III)에 대항해 미움을 샀고, 급기야 쫓기는 신세가 되어 프레드야마성으로 피신했다.
 
성을 에워싸고 오랜 기간 대치했지만 동굴 속에서 생활하면서 동굴 뒤쪽으로만 출입했던 에라젬을 무너뜨릴 방도가 없었던 적들은 마침내 에라젬의 하인 한 명을 매수했고, 그로부터 성벽 중 가장 취약한 곳이 화장실 벽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에라젬이 화장실을 간 사이 하인은 적들에게 신호를 보냈고, 이에 적들은 포탄으로 화장실을 저격했다.
 
난공불락의 요새에 머물렀지만 허무하게도 하인의 배신으로 죽음을 맞이한 에라젬.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성 꼭대기 한 구석에 독채처럼 조그맣게 자리한 화장실에 애처롭게 눈길이 갔다. 
 
동굴 안에 오롯이 자리한, 독특한 모양새의 프레드야마성
프레드야마성 내부에는 뒤쪽으로 통하는 통로가 있어 앞문을 이용하지 않고도 생활이 가능했다
슬로베니아 로빈 후드라 불렸던 성주, 에라젬 루에거
 
에디터 김예지 기자 취재 트래비 슬로베니아 원정대(글 정혜은 사진 김상준)
취재협조 슬로베니아관광청 www.slovenia.in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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