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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동의 섹시한 호텔] 걸음마를 시작한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에게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6.11.21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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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부터 조용하지만 파장 큰 웅성거림이 호텔들과 외식업계에 증폭돼왔다. 긴 시간 한국과는 동떨어진 딴 세상처럼 느껴졌던 미슐랭 가이드가 한국판을 발간한다는 미식가들 사이의 소문이 그 베일을 벗었다. 11월7일 붉은색 미슐랭 가이드북 표지에 ‘서울’이라는 도시명을 선명하게 새겼다. 발표 이후 예상대로 찬사와 경의를 표하는 말들과 함께 그깟 프랑스 타이어 회사가 감히 우리 음식을 평가하느냐는 비아냥도 쏟아졌다. 음식은 역시 주관의 영역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미우나 고우나 미슐랭 가이드가 지금까지 보여준 광폭의 움직임과 영향력으로 미루어 보면 이번 미슐랭 가이드 서울판의 발간은 이론의 여지 없이 반겨야 할 일로 생각된다. 
 
미슐랭 가이드 서울판을 통해 호텔업계의 실력파로 등극한 곳은 추천 호텔과 스타 레스토랑 분야에 모두 이름을 올린 ‘호텔신라’와 ‘포시즌 호텔 서울’ 그리고 ‘롯데호텔’이다. 그중 호텔신라가 운영하는 ‘라연’의 3스타 선정은 천덕꾸러기로 취급 받던 호텔 한식당에 새로운 이정표가 세워진 듯 해 반갑기 그지없다. 호텔이라는 특성상 많은 외국인들을 고객으로 맞이하는 호텔신라가 미슐랭 3스타라는 영예에 걸맞는 수준 높은 한식문화를 어떻게 만들고 세상에 알릴지, 그리고 그 가치가 호텔 전반적인 운영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행보가 기대 된다. 
 
관광산업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한국에 있어 한식은 결정적인 관광 키워드였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 키워드를 오랜 시간 방치하고 천시했다. 적어도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업으로 삼았던 많은 분들은 이 거친 말에 공감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일본 남성 관광객들을 상대로 한 상 가득, 식은 음식을 차려내며 한정식이라는 근본 없는 이름으로 불리던 요정의 시대를 지났다. 이태원의 대형 고깃집들은 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기막힌 기술로 뼈와 잡고기를 붙힌 양념갈비를 만들어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한 여행사와 수수료를 나누기 바빴다. 이제는 모두 사라졌나 싶었지만 몰려드는 중국 관광객들을 향해 싸고 이윤이 많이 남는 음식들이 민망한 모양으로 제공된다. 우리는 우리의 음식을 가꾸고 성장시키는데 미숙함을 지니고 있었다. 관광상품으로서의 한국 음식 코스가 기획될 때면 ‘싸게 해야 살아남는다’는 강박에 의한 출혈 경쟁으로 늘 적당히 모양만 갖춰 한끼를 때우는데 그 목적이 있었다. 음식을 통한 감동은 애당초 안중에도 없었다. 
 
여행산업의 환경은 급속히 변했다. 개별여행으로 여행 패턴이 변하고 사람들은 모바일을 통해 손쉽게 새로운 세상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다수가 많이 찾는 인기 있는 것들은 스스로 손쉽게 알아내는 시대다. 한국의 관광산업은 이제 진귀하고 좋은 것들이 손안에 준비하고 있어야 다양한 요구에 대응할 수 있다. 그 좋고 진귀한 것들 중에 한식은 상당한 가치를 지니고 있고 그 역할 또한 깊어지고 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한식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발표된 미슐랭 가이드의 최고 등급인 3스타의 영예를 얻은 한식당은 호텔신라의 한식당 라연과 청담동의 한식당 ‘가온’이다. 가온은 한국의 대표적인 도자기 브랜드인 광주요가 운영하는 한식당으로 한국의 도자기와 한식 그리고 우리 술의 조화로 문화를 만들어 가고자 한다. 쉽게 따라가지 못할 스토리와 실력을 장착한 곳이다. 이제 막 스타 레스토랑으로서 걸음마를 시작한 우리 한식들이 앞으로 해줘야 할 역할들은 간단치 않다. 가온이나 라연의 한식을 경험하기 위해 한국행 비행기를 타는 미식가들을 만들어 내야한다. 미슐랭 3스타의 취지와 명성에 걸맞는 쉽지 않은 숙제들을 받아 들었다.
 
미슐랭은 그저 프랑스 타이어 회사가 마케팅의 일환으로 빨간색 가이드북을 만들어 내는데 그치지 않는다. 시대에 맞게 진화하는 영민함도 갖췄다. 일본에서는 구루나비와, 싱가포르와 홍콩, 마카오에서는 로버트 파커와 그리고 한국에서는 네이버와 손을 잡고 디지털 서비스를 실시한다. 수익과 브랜드 파워의 영역을 넓혀가는 것이다. 
 
이제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으로서 걸음마를 시작한 한국의 가온과 라연을 비롯한 24개의 별을 단 레스토랑들은 한국을 음식으로 알릴 최전방 공격수 역할을 수행해줘야 한다. 점점 저가 여행지로 변질돼가는 한국 관광산업에 새로운 전기를 만들어 줄 자산으로 성장해야 한다. 시작은 늦었지만 주변국 어느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 보다 더 영민하게 세상의 사람들을 불러들이고 한국의 문화로서 자리매김 할 수 있길 기대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번 미슐랭 가이드에 선정된 스타 레스토랑들은 축하와 함께 뜨거운 응원을 받을 충분한 가치가 있다.
 
 
유경동
유가기획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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