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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원정대] 화려한 미래를 꿈꿨던 명당, 신도안 주초석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6.11.30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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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충남 원정대 
그곳에 이야기가 있었네
 
이야기는 그곳에 그리고 또 내 안에 있었습니다. 
여행은 그것을 일깨우는 것이었습니다. 
다 함께 충청남도의 곳곳을 여행했던 어떤 날. 
우리의 이야기는 그렇게 흘러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평평하게 다듬다 만 흔적이 역력한 주초석들
 
 
신도안 주초석
 
한반도의 중심, 서울. 조선 건국 이래로 서울이 우리나라의 수도가 아니었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조선의 도읍 예정지가 원래 서울, 그러니까 한양이 아니었다? 뜻밖에도 태조 이성계가 애초에 조선의 도읍으로 점찍은 곳은 충청남도에 따로 있었으니, 바로 계룡산 기슭에 자리한 신도안(新都內)이다.
 
신도안에는 과거 조선 왕궁의 공사가 진행됐음을 보여 주는 초석들이 남아 있는데, 현재 그 부지에는 육군·해군·공군 3군 본부가 있는 계룡대가 들어서 있다. 방문하기 전 미리 견학 신청을 해둔 덕분에  군부대 안으로 진입할 수 있었고, 곧 평평한 잔디 위에 흩어진 주초석들이 등장했다.

고려를 무너뜨린 이후 태조 이성계와 함께 조선 건국을 계획하던 무학대사는 이곳 신도안을 도읍이 될 만한 풍수지리 명당이라 평가했다. 이성계는 무학대사와 신하들을 거느리고 계룡까지 행차해 성과 궁궐, 도로 등을 짓기 위한 실측을 진행할 만큼 신도안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그런데 무슨 이유로 계룡은 조선의 도읍지가 되지 못한 걸까?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건 당시 경기도관찰사를 지내던 하륜의 주장이었다.
 
하륜은 이성계에게 청나라 호순신(胡舜臣)의 풍수지리설을 예로 들며, 신도안을 ‘천하의 망할 땅’이라고 고했다. 하륜 이외에 다른 신하들의 반대도 거셌는데, 너무 남쪽으로 치우쳐 있어 중앙 통치를 하기가 어렵다는 점, 주위 금강의 수심이 낮아 배를 운용하기가 불리하다는 점 등이 그 이유였다. 결국 이성계는 수도 건설을 계획한 지 약 1년 만에 공사를 중단하고 한양으로 옮겨 갔다.

조선의 중심이 되지는 못했지만, 신도안은 이후로도 끊임없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조선시대의 민간예언서<정감록鄭鑑錄>에 정 도령이 이곳에 새로운 왕조를 세운다는 설이 등장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자신이 그 정 도령이 라며 계룡을 찾는 사람들이 적잖이 있었을 정도라니, 이곳이 무언가 신비한 기운을 품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듯하다. 산과 물의 모양이 꼭 태극무늬처럼 굽이쳐 기가 흐트러지지 않는다는 명당.
 
지금의 신도안에는 끝내 성과 궁궐이 되지 못한 초석들과, 화려한 도시를 꿈꾸며 정성껏 토대를 다듬었을 그 누군가의 손길이 여전히 남아 있다. 제대로 꽃피지 못한 과거를 뒤로한 채, 다시 한 번 미래를 꿈꾸는 희망이 있다. 
 
 
 
신도안 주초석 | 산과 물줄기의 형세가 풍수지리적으로 도읍에 마땅하다 하여 조선건국 당시 태조 이성계가 도읍지로 점찍었던 곳이다. 궁궐을 짓기 위해 당시 옮겨 왔던 94개의 돌들 중 파손된 2개를 뺀 나머지가 보존되어 있다.
 
주소: 충남 계룡시 신도안면 정장리 427-4  
전화: 041 550 7437
홈페이지: 계룡대 견학 신청 www.army.mil.kr/event/visit 
 
글 문지연  사진 정홍규
 
*충남 원정대 스토리는 2차에 걸쳐 참여했던 40여 원정대원분들의 원고로 완성되었습니다. 기고를 자원해 주신 원정대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충남 원정대 1차  2016년 10월29일 태안, 아산 
충남 원정대 2차  2016년 11월5일 청양, 계룡, 금산 
 
글·사진 트래비아카데미 충남 원정대 에디터 트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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