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충남 원정대] 기억의 1순위에 오르다, 아산 공세리 성당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6.11.30 15: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산 공세리 성당
 
‘톡톡 토토톡’, 여행에서 돌아와 자꾸만 휴대폰을 두드리고 있다. 주변 사람들에게 전하는 말. “공세리 성당에 한번 가봐!” 이곳에서 느꼈던 아늑함과 청량감 그리고 힐링을 혼자만 간직하기가 아쉬워 그들을 충남 아산의 공세리로 초대하고 있는 것이다. 
 
ⓟ성기두/ 아름다운 풍광으로 유명한 아산 공세리 성당은 순교자들의 유해가 모셔진 가톨릭 성지이기도 하다 
 

깊어 가는 가을날에 가슴 콩닥이며 찾아간 공세리의 첫 느낌은 포근함이었다. “어서 와, 힘들었지?” 하며 어머니가 버선발로 달려 나와 맞아주는 듯한 느낌. 각박한 생활 속에 파묻혀 응어리졌던 마음들이 스르르 녹아내렸다. 

크고 웅장해서 아름다운 것이 아니었다. 350년이 넘는 네 그루의 국가보호수와 아름드리 거목들 속에 폭 감싸인 고딕양식의 건물이 바로 공세리 성당이었다. 마을에서 가장 잘 보이는 산 중턱에 성당을 건축한 사람은 사제서품을 받고 바로 그 다음해인 1895년에 프랑스에서 부임해 온 에밀 드비즈(Emile Pierre Devise, 1871~1933년) 신부였다. 공세곡 창고가 있던 자리에 세워진 성당은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당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그 가치는 겉모습에만 있지 않았다. 한국 천주교회에 가해졌던 네 번의 박해(신유, 기해, 병오, 병인)는 1만여 명의 순교자를 남겼는데 그 대부분이 충남의 아산에서 태안까지, 옛 내포(內浦) 지방 출신이었다.
 
그중 병인박해(1866년) 때 아산 지역에서 순교한 서른 두 분의 묘석이 이곳, 공세리 성당에 모셔져 있었다. 그들을 기리는 ‘순교자 현양탑’은 공세리 성당이 충남의 대표적인 가톨릭 성지이자 순례지임을 말해 준다. 이미 순례자의 발길만으로도 분주하지만 <태극기 휘날리며>, <아내가 돌아왔다> 등 70여 편이 넘는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소개되었기에 이곳으로 향하는 일반 관광객들의 발길을 막기는 어려워 보였다. 나도 순례자의 마음으로 고요히 머물 수밖에. 
 
역사로 들어가면 가슴 뭉클해지는 부분이 한둘이 아니다. 설립 초기 공세리 성당은 가난한 이들을 위한 구호활동과 교육지원에 힘썼다. 당시 내포 지역 주민들은 아산 방조제 건설에 동원되어 고된 노동을 하느라 상처와 종기가 흔했는데, 이들을 위해 에밀 드비즈 신부는 프랑스에서 가져온 허브를 원료로 고약을 제조해 무료로 나눠 주었단다.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이명래 고약’의 시초가 되었다는 것. 이명래(李明來,1890~1952년) 요한은 당시 드비즈 신부의 일을 도와 주던 꼬마였다고 한다. 어릴 적 애용했던 고약의 시초가 여기였다니, 놀라움 속에 작은 애착이 생기기도 했다. 

더 많은 이야기들이 드비즈 신부가 설계하고 직접 생활했던 옛 사제관을 개조한 공세리 성지 성당 박물관에 담겨 있었다. 내포 지방을 중심으로 한 초대 교회의 교우촌 생활 모습과 신유박해부터 병인박해까지의 순교자, 한국전쟁 당시 순교한 성직자들의 기록과 1,500여 점의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초대 신부인 드비즈 신부 외에도 성 앵베르 주교, 성 모방 신부, 성 샤스탕 신부의 유해와 유물, 성녀 루이스 드 마릴락을 포함한 순교자들의 유해가 모셔져 있기도 하다. 

관람이 끝나고 나오는 길에 박물관 2층에서 내려다보니 블록을 원형을 깔아 둔 마당이 제법 인상적이었다. 언뜻 베를린 바빌로니아 광장을 닮은 듯도 하다. 저렇게 둥글게, 둥글게 품 안으로 감싸 안고 싶었던 애민정신이 멀리 프랑스에서 충남의 작은 고을로 파견되어 일생을 마친 성직자들의 마음이었을까. 그 내적, 외적 아름다움이 오랜 여운으로 남아 있다. 
 
ⓟ신원섭/ 성당 내부는 나무 바닥이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한다
ⓟ천소현/ 고딕양식의 공세리 성당과 마리아상
ⓟ엄권열/ 치유의 성인인 성 베네딕트의 성상이 높이 모셔져 있다
 
공세리성당 | ‘공세리(貢稅里)’라는 이름은 조선시대 충청도 서남부에서 거둔 조세를 보관했던 공세창(貢稅倉)에서 유래된 말이다. 성당은 본당과 사제관으로 나뉘며, 두 건물 모두 벽돌로 지어졌다. 특히 본당은 건축적으로 매우 아름다운데, 정면의 높은 첨탑과 함께 성당 내부의 무지개 모양 회색 아치가 돋보인다. 
 
 
주소: 충남 아산시 인주면 공세리성당길 10  
전화: 041 533 8181
홈페이지: www.gongseri.or.kr  
입장료: 무료 
박물관 개방시간: 화~일요일 10:00~16:00(입장 마감 15:30), 월요일 휴무
 
글 전경숙
글·사진 트래비아카데미 충남 원정대  에디터 트래비 
저작권자 © 트래비 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최신기사
트래비 레터 요즘 여행을 알아서 쏙쏙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