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끝발원정대] 내 인생 첫 번째 버킷리스트 오로라를 만나다
[캐나다 끝발원정대] 내 인생 첫 번째 버킷리스트 오로라를 만나다
  • 트래비
  • 승인 2016.12.01 11: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내 인생 첫 번째 버킷리스트
오로라를 만나다
 
어릴 적 상상 속에서만 꿈꿨던
‘요정의 빛’을 현실에서 보게 되다니.
 
 
“엄마, 이 사진 속의 하늘은 왜 녹색이야?
여긴 요정들이 사는 나란가?”
아마 4살 때쯤 이었나 보다. 하늘에 녹색 빛이 찬란한 사진 한 장을 우연히 보고 신기해서 어머니께 여쭤 보았다. 엄마는 그것이 ‘오로라’라는 것인데, 지구의 북쪽 또는 남쪽에 가면 볼 수 있다고 하셨다. 그러나 그 당시의 나는 그 지구의 남쪽 끝, 북쪽 끝이라는 곳이 어디인지 잘 감이 잡히지 않아서, 현실세계에 존재하지 않는 미지의 세계라 이해해 버렸다. 절대로 갈 수 없을 것 같은 요정들의 나라.

노스웨스트 준주
Northwest Territories
캐나다 북부에는 노스웨스트 준주, 유콘 준주, 누나부트가 있는데, 옐로나이프는 그중 노스웨스트 준주의 주도이다. 말이 주도이지 전체 인구가 약 2만명밖에 되지 않은 작은 도시다. ‘옐로나이프’라는 이름은 이주민들이 도착했을 때 그곳에 살고 있던 선주민들이 황동으로 만든 노란색 칼을 사용하고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지만 나에겐 그보다 노란 단풍이 가득한 도시란 뜻으로 더 다가왔다. 눈이 황홀할 정도로 샛노란 옐로나이프의 가을. 
 
 
●Yellowknife
옐로나이프
오로라를 좇는 사람들

옐로우나이프에 가기 전까지 사실 나는 오로라가 어떻게 보이는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하늘에 항상 떠 있는 건지, 무지개같이 한곳에 얌전히 있는 건지, 색은 늘 그렇게 연두색인 건지, 천상의 커튼이라 하던데 넓적한 모양인지, 줄무늬로 보이는 건지. 

오로라는 우주의 대전입자(플라즈마)가 태양풍에 밀려와 대기층에 부딪히며 발생하는 빛이다. 태양풍의 세기에 따라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기도 하고, 별빛같이 희미한 빛이라 태양이 이글거리는 낮에는 보이지 않는다. 또한 대기층 상층에서 발생하는 현상이라 하늘에 구름이나 안개가 끼면 그 위에서 아무리 오로라가 현란하게 춤을 추고 있다 해도 보이지 않는다. 

아쉽게도 내가 옐로나이프에 도착한 날이 바로 그런 날이었다. 실시간 오로라 정보에 따르면 하늘 위에서 오로라가 신나게 춤을 추고 있다는데, 찌뿌둥하게 찡그린 하늘은 오로라는 고사하고 별 한 개조차 보여 줄 기미가 없는 것이었다. 어두컴컴한 하늘을 원망스레 노려보며, 그래도 예약해 놓은 오로라 체이싱 투어를 취소할 수 없어 별 기대 없이 차량에 올라탔다. 

그런데, 도시를 한참 벗어나 구름이 조금 걷힌 곳으로 들어서자 옆에 앉은 사람들이 ‘우와~’ 하는 탄성을 지른다. 시차적응을 못해 졸린 눈을 끔뻑이며 올려다봤는데, 생전 본 적 없는 희미한 야광물체 같은 연둣빛 구름이 길게 늘어선 것이 보였다. 그리고 정말 오묘하게 이 구름 같은 것이 천천히 흐르는 물살에 나부끼는 수초처럼 너울너울 춤을 추고 있었다. 잠시 후 그 빛은 점점 짙어져서 밝은 초록빛으로 빛나기도 했고, 중간 중간 핑크빛으로 변하며 빠른 속도로 흘러가기도 했다. 하늘 전체를 뒤덮기도 했고, 한 줄로 늘어서기도 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 신비로운 빛이 싹 사라져 버리면 우리는 또 다른 포인트를 찾아 이동했다. 그렇게 우리는 밤새 오로라를 쫓으며 어두운 들판을 누볐다. 
 
오로라 투어 프로그램
요금: 닌자(Ninja) 오로라 헌팅 투어 CAD95(따뜻한 음료·죽 포함)
전화: +1 867 688 8884  
홈페이지: auroraninja.com
 
션즈(Seans) 오로라 체이싱 투어
요금: CAD95(따뜻한 음료·수제 케이크 포함, 야외 간이의자 제공)
전화:  +1 867 444 1211  
홈페이지: www.seansguesthouse.com
 
 
해 질 녘 상공에서 내려다 본 나하니 국립공원
 

●Nahanni National Park
나하니 국립공원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빛

옐로나이프에서 경비행기로 2시간, 다시 그곳에서 수상비행기를 타고 2시간을 날아가야 도착할 수 있는, 진정한 오지 중의 오지 국립공원이다. 그곳으로 가는 길, 경비행기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경이 장관이다. 땅이 얼고 녹기를 반복하며 만들어진 수많은 호수들과 샛노란 단풍이 어우러져 온 대지가 형형색색으로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지도를 보며 이곳에 크고 작은 호수가 엄청나게 많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호수마다 각기 색이 다를 줄이야. 지중해의 푸른빛과 몰디브의 코발트빛, 알프스 빙하호수의 하늘빛, 아오모리 아오이케의 짙은 남색, 옐로우 스톤의 노란빛 그리고 다뉴브강의 에메랄드빛 등등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는 모든 물빛을 한곳에 모아 둔 듯했다.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 풍경에 넋을 놓고 있는데, 갑자기 저편으로 생뚱맞으리만큼 높은 회색빛 돌산들이 그 웅장한 모습을 드러냈다. 그 풍경이 너무 압도적이어서 사진 찍을 정신조차 들지 않았을 정도.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왔던 엘프의 도시를 발견하면 이렇게 넋이 나갈까. 한동안 멍하니 구경하다 옆 사람이 누르는 셔터 소리에 정신이 들어 나도 열심히 셔터를 눌렀다. 
 
나하니 국립공원 경비행기 투어 심슨에어
수상비행기로 국립공원 위를 둘러보고 호수 위에 착륙하여 트레킹을 하는 투어도 있고, 일반 경비행기로 착륙하지 않고 상공에서 둘러보기만 하는 투어도 있다. 코스와 방법에 따라 2시간에서 8시간까지 소요된다.
요금: 성인 1인당 CAD494~646  
전화: +1 867-695-2925
 
평화로운 니븐 호수의 풍경
 
●Frame Lake & Niven Lake
프레임 호수, 니븐 호수
‘옐로’라는 이름에 최면이 걸린 듯

노스웨스트 준주에는 셀 수 없을 만큼의 호수들이 있는데, 옐로나이프는 이 중 세 개를 끼고 있다. 세계에서 열 번째로 큰 ‘그레이트 슬레이브 호수(Great Slave Lake)’ 그리고 그에 비하면 지도상의 작은 점에 불과한 ‘프레임 호수’와 ‘니븐 호수’가 그것이다. 

오로라가 보이지 않는 낮 시간에 여행자들은 이들 호수에서 낚시를 하거나 트레킹을 하며 보낸다기에, 나도 둘레가 약 6km 정도 되는 프레임 호수와 2km밖에 되지 않아 여유롭게 산책할 수 있는 니븐 호수 주변을 걸어 보았다. 옐로나이프의 나무들은 도시의 이름에 최면이 걸리기라도 한 듯 가을이 되면 정말 샛노란 색으로 물드는데, 호숫가를 걸으며 그 진면목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었다. 파란 하늘이 그대로 내려와 빠진 듯한 파란 호수와 노란 단풍의 향연을 감상하다 보니 이 세상의 근심 걱정은 나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이야기처럼 아득하게 느껴졌다.
 
더록 전망대에서 본 그레이트슬레이브 호수
 
●Old Town & The Rock
올드타운, 더록
오래된 마을의 매력이란

과거 옐로나이프가 금광마을이었던 시절, 마을의 중심지는 호수 쪽으로 길게 튀어나온 작은 반도위의 올드타운이었다. 대부분의 도시들이 그렇듯 이곳도 올드타운이 뉴 타운보다 훨씬 매력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알록달록 예술 감각을 한껏 발휘해 놓은 집들이 시선을 사로잡고, 어수선하면서도 따뜻함이 그득히 묻어나는 오래된 음식점들에서는 그날 잡은 생선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옐로나이프에서 오로라가 잘 보이는 이유 중 하나는 지형이 평평해서 사방으로 확 트여 있다는 것. 덕분에 올드타운에 있는 더록 전망대같이 3층 건물 높이밖에 되지 않는 작은 바위산에만 올라도 스카이라인을 시원하게 내려다볼 수 있다.
 
▶올드타운의 가볼 만한 음식점
 
불록스 비스트로(Bullock’s Bistro)
오래된 통나무집 음식점. 슬레이브 호수에서 그날 아침 잡아 올린 생선 요리를 선보이는데, 튀겨도 구워도 어떻게 요리해도 너무나 맛있다.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턱받침이 필요할 만큼 침이 고일 정도. 그 외에도 야생에서 사냥한 버팔로, 바이슨 고기도 맛볼 수 있다. 캐주얼한 분위기와 달리 가격대는 비싼 편이다.
주소: 3534 Weaver Dr, Yellowknife, NT X1A 2S9, Canada  
전화: +1 867 873 3474  
운영시간: 일~월요일 16:00~21:00, 화~토요일 12:00~21:00
 
불록스 비스트로. 노련한 스피드로 음식을 조리해 끊임없이 몰려드는 손님들을 크게 기다리지 않게 하는 주방장
 
우드야드 브루하우스(The Woodyard Brewhouse & Eatery)
요즘 새로 떠오르는 펍 겸 음식점. 음식 맛도 좋고 이곳에서 직접 만드는 수제맥주들은 지역에서 유명하다. 특히 맥주를 좋아하지 않는 아내를 위해 주인장이 오랜 시행착오 끝에 개발해 낸 ‘버그 리펠렌트(Bug Repellent IPA)’는 꼭 마셔 봐야 한다. 은은한 시트러스향이 일품.
주소: 3905 50 Ave, Yellowknife, NT X1A 2S6, Canada
전화: +1 867 873 2337
운영시간: 월요일 17:00~23:00, 화~목요일 11:30~23:00, 금요일 11:30~24:00, 토요일 10:30~24:00, 일요일 휴무
 
홍대 앞의 잘나가는 펍을 떠올리게 하는 분위기의 우드야드 브루하우스
 
 
옐로나이프에서 이제 그만 돌아와!

막연히 아름다울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오로라의 매력은 기대의 차원을 넘어서서 온 정신을 홀딱 스며들게 할 무언가가 있었던 모양이다. 그 당시에는 몰랐는데, 집에 돌아와서도 밤만 되면 습관적으로 창밖을 훑는 내 눈이 내가 얼마나 오로라에 홀려 있는지를 말해 주고 있다. 스마트폰엔 아직도 오로라 예보 페이지가 제일 먼저 뜨고, 길게 늘어선 희미한 구름만 봐도 가슴이 콩닥콩닥 뛴다.

어느 별이 총총히 빛나던 저녁 나도 모르게 창가에 기대 앉아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는데, 남편이 차 한 잔을 건네주며 말했다. “이 차를 마시면 옐로나이프에서 현실 세계로 돌아옵니다. 레드 썬!”

풉. 남편의 장난에 요 며칠 내가 오로라에 빠져 곁에 있는 그에게 너무 무심했나 싶어서 미안해졌다. 사죄하는 마음으로 그의 눈을 바라보고 앉아 차를 마셨는데…, 그 순간 녹색인 그의 눈동자가 오로라로 보였다는 사실은 나만의 비밀.  
 

캐나다 끝.발.원정대_심상은
2005년 안정적이었지만 얽매여 있었던 회사 생활을 뒤로하고, 파란만장하지만 자유로운 세계의 유목민이 되기로 결심했다. 10여 년째 세계 이곳저곳을 떠돌며 살다가 현재는 스위스인 남편과 함께 한국에서 유랑을 이어가며 여행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다. 여행 이야기와 국제커플 이야기를 섞어 담은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www.lucki.kr
 
글·사진 심상은  에디터 고서령 기자  취재협조 캐나다관광청 keepexploring.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 중구 무교로 16, 5층 (주)여행신문
  • 대표전화 : 02-757-8980
  • 팩스 : 02-757-898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전홍렬
  • 법인명 : (주)여행신문
  • 제호 : 트래비 매거진
  • 등록번호 : 서울 라 00311(2009-10-13)
  • 발행일 : 2005-05-30
  • 발행인 : 한정훈
  • 편집인 : 김기남
  • 트래비 매거진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8 트래비 매거진. All rights reserved. mail to tktt@traveltime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