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체험한 우수여행상품] 시선을 돌리니 새로운 제주, 제주 밭담을 거니노니…
[기자가 체험한 우수여행상품] 시선을 돌리니 새로운 제주, 제주 밭담을 거니노니…
  • 김선주
  • 승인 2016.12.08 16: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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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치여행사 [작가와 함께 제주이야기]
시선을 돌리니 새로운 제주
제주 밭담을 거니노니…
 
그동안 대수로 여기지 않고 관심 두지 않았던 것에 다가가니 새로운 제주가 보였다.
길가의 돌담에, 남의 일로만 여겼던 아픔에, 제주인만의 삶에 시선을 돌렸다.  
 
 4·3 사건의 혼란과 대립의 소용돌이 속에 폐허가 된 곤을동 마을. ‘잃어버린 마을’의 상징이다
제주 4·3 평화공원 추모비에는 희생자들이 새겨져 있다
 
아픔은 치유의 대상

아픈 기억에서 시작했다. ‘잃어버린 마을’로 불리는 곤을동, 제주 4·3 사건의 쓰린 흔적이다. 제주시 화북 지역 서쪽 바닷가의 작은 마을이었는데, 4·3 사건의 혼란과 대립의 소용돌이 속에 잿더미가 됐다. 1949년 1월4일과 5일 이틀 동안 국방경비대가 마을 주민들을 학살하고 마을을 불살랐다. 이후 곤을동은 사라졌다. 지금은 텅 빈 공간에 집터와 돌담만이 휑하니 남아 4·3 이전을 추억하고 있다.
 
착잡함이 밀려왔다. 언제 한 번이라도 4·3 사건을 이해하고 그 아픔을 보듬으려 했던 적 있었던가!
제주는 4·3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한다. 현재의 제주를 알기 위해서는 4·3이라는 고통의 고개를 넘어야 하는 이유다. 부정하고 회피하고 싶다 해도 피할 수는 없다. 제주 4·3 평화공원은 훌륭한 실마리다. 광활한 대지에 평화기념관을 비롯해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는 위령탑, 행방 불명인 표석, 봉안관, 추념광장 등이 들어서 있다.
 
각종 자료와 전시물, 시설, 영상을 통해 4·3 사건을 이해하고 희생자들을 위로할 수 있다. 영상관에서 4·3사건을 다룬 짧은 다큐멘터리를 보고 나니 가슴이 먹먹해졌다. 다녀간 이들 대부분 그러했는지 ‘해원의 폭낭’에는 화해와 위로의 메시지가 가득했다. 폭낭은 제주도 말로 팽나무를 뜻하는데 마을 공동체를 상징한다. 그 팽나무에 ‘부디 원통한 마음을 푸시라’는 해원의 염원이 열매로 매달렸다. 누구 말마따나 아픔은 치유의 대상이다. 아픔의 치유는 평화라고 4·3 평화공원은 일깨웠다.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해안선을 따라 세워진 환해장성
적의 침입과 위급함을 알리기 위해 세운 화북 별도 화대
 
 
바닷가 요지마다 300리 석성

곤을동은 ‘환해장성’을 만나는 길목이기도 하다. 바닷가를 따라(환해) 돌로 쌓은 긴 성(장성)이다. 바다를 통해 침입하는 적을 방어하기 위해 고려시대 때부터 조선시대에 걸쳐 제주 해안선 곳곳에 쌓았다고 한다.
 
그 길이가 300여리(약 120km)에 달했다는데 지금은 화북 지역 등 10개 지역에만 양호하게 남아 있다. 1998년 제주기념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곤을동에서 천천히 환해장성을 따르니 ‘화북 별도연대’에 닿는다. 적의 침입과 위급한 일이 있을 때 빠르게 연락하기 위해 세운 시설이다. 낮에는 연기로, 밤에는 불빛으로 알렸는데 날씨 탓에 여의치 않으면 직접 달려갔다고 한다. 2001년 2월 복원했다는 안내문을 읽고 별도연대에 오르니 시야가 위 아래로 탁 트였다. 과연 적을 감시하고 위급함을 알리기 위해 세운 시설다웠다. 
 
2만2,000km에 달하는 밭담이 제주 전역을 구불구불 흐른다
 
 
제주를 나는 검은 용 ‘밭담’

구멍 숭숭 뚫리고 새까만 제주도의 현무암 돌덩이, 적의 침입을 막는 환해장성을 쌓는 데에만 쓰인 게 아니다. 천년 세월을 머금은 ‘밭담’으로도 재탄생했다. 밭담은 긴 세월 동안 대대로 이어지며 하나하나 쌓여진 농업유산이다. 농경지에서 나온 돌과 인근 돌을 이용해 쌓는다. 농토의 경계로서는 물론 토양유실을 막고 바람을 걸러 농작물을 보호하는 기능도 한다. 제주도 농업인의 지혜와 제주농업의 역사가 고스란히 묻어 있는 셈이다. 제주도 전역에 분포하는데, 전체 길이가 무려 2만2,000km에 이른다고 한다. 

관광자원으로도 손색이 없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밭담은 마치 모자이크처럼 아름답다. 검은 현무암 밭담이 구불구불 흘러가는 모습이 마치 흑룡을 닮았다 해서 ‘흑룡만리’라고도 부른다. 2013년 4월 제주 밭담을 농업문화유산 ‘흑룡만리 제주밭담’으로 지정한 배경이다. 밭담이 지닌 농업유산으로서의 가치와 인문학적 의미, 그리고 검은 아름다움은 제주밭담축제를 낳았다. 지난 10월 제주시 월정리에 있는 제주밭담테마공원에서 두 번째 축제가 열렸다. 밭담 트레킹, 밭담 쌓기 체험, 제주 밭담 사진전, 밭담 그리기, 먹거리 장터 등의 행사가 관광객을 맞았다. 

지난해 첫 축제가 열렸던 김녕 구좌운동장 뒤편의 밭담 쌓기 체험장을 찾았다. 제멋대로 생긴 돌덩이의 아귀를 맞추는 게 보통 어렵지 않았다. 그래서 하나의 돌을 쌓는데도 좌우로 위아래로 8번을 돌려 가장 잘 맞는 위치를 찾는다 했나 보다. 하물며 사람이야…. 밭담에도 제주 사람만의 삶과 철학이 스몄다. 
 
●제주 좀 아는체 할 때 먹는 음식  

고기국수 정도로 제주도의 ‘맛’을 안다고 나대지 마시라. 낭패 보기 딱 좋다. 
제주인의 삶과 문화가 녹아든 제주 전통음식이 어디 그 정도이겠는가! 제주 좀 아는 체 할 때 먹는 향토음식은 이런 것이다. 
 
접짝뼈국, 물컹대는 제주의 맛
쩝짝뼈는 제주도 말로 돼지 갈비뼈를 뜻한다. 하지만 갈비뼈 뿐만 아니라 다른 부위의 뼈도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한다. 접짝뼈국은 돼지 뼈를 푹 고아서 진한 육수를 내고 거기에 메밀을 풀어서 걸쭉하게 만든다. 국물은 물컹거리는 느낌이 들 정도로 걸쭉한데 목 넘김은 부드럽고 맛은 구수하다. 살점이 붙은 뼈를 사용하기 때문에 제법 큼지막한 살점도 함께 곁들여진다. 원래 혼례 날과 같은 잔칫날에 먹던 귀한 향토음식이었다. 화성식당. 8,000원. 064-755-0285     
 
각재기국, 생선과 배춧잎의 조화
해장용으로 제격이다. 각재기는 표준어로 전갱이다. 토막 낸 전갱이와 함께 어린 배춧잎을 넣고 끓여내는데, 맑은 국물은 비린내가 전혀 나지 않고 시원하니 담백하다. 비린내를 잡기 위해 된장을 푸는 집도 있다. 식성에 따라 매운 고추를 넣어 먹는다. 너무 맛있어서 머리를 박은 채로 먹기만 한다 해서 ‘머리 박아 국’이라고 부르는 이도 있다. 뚝배기에 된장과 무만 넣고 끓여 낸 ‘촐래’가 함께 나오는데 이것을 쌈 싸 먹는 맛도 훌륭하다. 촐래는 반찬거리를 뜻한다.
신수성해장국. 7,000원. 064-724-1505
 

장태국, 입맛 돋우는 붉은 맛
장태국은 붉고 푸르다. 장태는 제주 근해에서 잡히는 붉은 생선으로, 표준어로는 장대이다. 장태와 채 썬 무를 넣고 한소끔 끓여내는데 국물은 맑고 담백하다. 대파의 푸른색이 더해지면 눈으로도 맛있다. 장태는 살이 부드럽고 잔가시가 별로 없어 발라먹기에도 좋다. 장태는 3월경에 살이 가장 도톰하게 오른다고 해서 이 때 먹는 장태국을 으뜸으로 친다. 장태국의 붉은 빛과 맑은 국물은 멜튀김과 잘 어울린다. ‘멜’은 멸치를 뜻한다. 큼지막한 멸치를 통째로 튀겨내니 입안이 풍성하고 고소하다.
정성 듬뿍 제주국. 장태국 7,000원, 멜튀김 1만5,000원. 064-755-9388 
 
제주 선샤인 호텔은 제주 푸른 바다의 풍경을 오롯이 안고 있다
 
▶Travel info

뭉치여행사는 1990년 제주 토박이가 세운 여행사다. ‘뭉치’는 ‘뭉치다’에서 따온 말로 ‘관광으로 뭉치자’는 의미를 담았다. 뭉치의 상품은 남다르다. 유명한 테마파크 대신 4·3평화공원에 더 중점을 두고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제주의 ‘밭담’을 여행상품으로 만든다. 돌 쌓는 과정에서 인생의 지혜를 배우고, 해녀들이 물질할 때 쓰는 물안경에서는 인생의 철학을 끄집어낸다. 현지인들이 이용하는 식당에서 ‘각재기 국’, ‘장태 국’ 같은 제주 토속 음식을 먹는다. 
www.moongchee.com  
 
작가와 함께 떠나는 제주이야기 여행은 제주도 토박이가 아니면 모를 제주도만의 정서, 스쳐지나갔을 곳들, 잊힐 뻔했던 이야기들을 끄집어내 엮었다. 4·3 평화공원, 제주해녀박물관, 구좌김녕밭담트레킹, 화북포구 환해장성 트레킹, 이중섭 작가 산책길, 걸매생태공원, 갯깍-논짓물 트레킹, 화순곶자왈, 조개못, 이시돌 테시폰 등을 2박3일 동안 체험한다.

제주 선샤인 호텔은 함덕해수욕장과 접하고 있어 제주 푸른 바다의 풍경이 오롯이 쏟아져 들어온다. 1998년 개관한 뒤 2005년 재단장했다. 전체 객실 70여실 규모로 크고 화려함 대신 소박하고 편안함을 지닌 호텔이다. 넓고 푸른 잔디광장과 야외 테라스를 갖추고 있어 상쾌하다. 가족 휴양지로는 물론 허니문, 기업체 연수 및 세미나까지 소화할 수 있다. 전망 좋은 가성비 특급호텔이다. 
www.hotelsunshinejeju.com

카페 루시아는 서귀포시 대평리에 있다. 여행 둘째 날 갯깍-논짓물 구간 트레킹 후에 만날 수 있다. 2015년 9월 기존 가정집을 개조해 오픈했는데 카페 앞으로 박수기정과 용머리 해안, 형제섬. 가파도가 그리는 파노라마 풍경이 일품이어서 트레킹 후 휴식장소로 인기가 높다. 
blog.naver.com/lucia8003 

김형훈 작가는 제주도 토박이로 현재 미디어제주 편집국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제주 사람만이 쓸 수 있는 글을 통해 제주의 역사와 문화를 이야기하고 소통한다. ‘토박이가 알려주는 진짜 제주, 제주는 그런 곳이 아니야’를 출간했다.
 
제주 글·사진=김선주 기자 vagarant@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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