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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낭만적인 스위스 중세 도시들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7.01.05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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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낭만적인 중세 도시들
 
중세시대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스위스의 도시들.
마치 동화 속에 살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게 한다.
그래서인지 이곳에선 당장이라도 누군가와 사랑에 빠질 것 같다.
여기에 달콤 쌉싸래한 와인 한잔까지 걸치면,
세상 가장 로맨틱한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스위스에서 가장 큰 기독교 건축물인 베른 대성당
베른 대성당으로 이어지는 거리. 고풍스러운 중세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베른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장미 정원이다. 아레(Aare)강이 구시가지를 감싸 안듯 흘러간다
거리 끝에 보이는 시계탑, 치트글로케. 베른을 찾은 많은 관광객들이 종이 울리는 시간마다 몰려든다

●Bern 베른
고색창연한 스위스의 수도

스위스의 수도가 취리히가 아니라 베른(Bern)이라는 사실에 놀라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 그렇다. 스위스의 수도는 베른이다. 옛 돌다리와 건축물, 벽돌색의 집들이 푸른 숲과 어우러져 중세의 풍경을 그대로 재현하는 도시. 당당히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 리스트에 포함된 아름다운 도시가 바로 베른이다. 베른의 탄생은 119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도시 건설자로 유명한 체링겐가의 베르톨트 5세(Berchtold V of Zahringen)가 군사적인 요새로 건설한 것이 그 시초다. ‘베른’이라는 이름도 그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베르톨트 5세가 사냥에서 가장 처음 잡은 동물의 이름을 도시의 이름으로 정하겠다고 공언했는데, 때마침 사냥에서 잡힌 동물이 ‘곰(Baren)’이었던 것.

베른에는 트램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 수단이 잘 갖춰져 있지만, 도시의 진면목을 알기에 직접 발품을 파는 것만 한 방법이 없다. 도시 동쪽에 자리한 장미 정원을 거쳐 곰 공원을 지난 뒤 아레(Aare)강이 폭 감싸 안은 베른을 바라보는 게 포인트다. 구시가지 안에 들어서면 사암으로 건축된 아름다운 대성당과 6km 길이에 달하는 아케이드 등 중세 유럽 건축의 보석들을 발견할 수 있다. 각각의 개성은 뚜렷하지만, 동시에 조화롭게 어울린다.

수많은 볼거리 가운데 기억에 남는 건 거리 곳곳에 보이는 분수다. 베른 시내에는 100여 개의 분수들이 골목마다   자리하고 있는데, 그중 16세기에 만들어진 분수가 놀랍게도 무려 11개나 현존한다.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도 가득하다. 식인귀(Ogre) 분수의 분수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식인귀가 아이를 물고 있는 모습이 보이고, 또 다른 분수에는 정의의 여신, 모세 등 신화와 성경에 나오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얽혀 있기도 하다.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건 베른의 상징 시계탑, 치트글로케(Zytglogge)다. 움직이는 형상물로 화려하게 장식된 천문시계로, 1530년 완성되었다. 매시 4분 전이면 시계에 매달린 인형이 종을 울리기 위해 움직이고, 뒤 이어 곰이 나타난다. 마지막으로 시간의 신 크로노스가 모래시계를 뒤집어 놓으면 인형이 망치로 종을 두드린다. 이 장면을 기다리며 아이처럼 마음이 한껏 부풀었는데, 비단 혼자만의 마음은 아니었던 듯. 종이 울리기 10분 전부터 모여든 관광객들이 모두 한곳을 바라보며 미소 짓고 있었다.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도시, 루체른. 로이스강을 중심으로 아름다운 목조 건물들이 들어차 있고, 강 위에는 루체른의 상징인 카펠교가 놓여 있다

●Luzern 루체른
빛나는 존재감을 발하다

취리히에서 남서쪽으로 약 60km 떨어진 루체른은 스위스 중앙부에 위치하고 있다. 루체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자연’. 시내 너머 둘러싼 알프스의 명산들과 투명한 호수가 도시를 반짝반짝 빛낸다. 루체른은 스위스 건국의 기틀이 마련된 곳으로 알려져 있는 동시에 전설적인 예술가들의 흔적을 간직한 곳이기도 하다. 독일의 극작가 프리드리히 실러(Johann Christoph Friedrich von Schiller)의 <빌헬름 텔(Guillaume Tell)>의 배경이 된 곳이며 영국의 낭만파 시인 바이런(Baron Byron)과 독일의 작곡가 바그너(Richard Wagner)가 여행하며 사색에 잠겼던 곳이 바로 루체른이다. 

루체른 도심은 작고 아담해 대부분의 명소를 도보로 쉽게 둘러볼 수 있다. 기차역으로부터 앞으로 보이는 호수 다리(Seebruche)를 건너 왼쪽으로 루체른 구시가지가 보이고, 구시가지 북동쪽으로 가면 빙하공원과 빈사의 사자상이 나온다. 기차역 맞은편으로는 루체른 대성당도 보인다. 

로이스강(Reuss)과 루체른 호수 사이에 사선으로 놓인 다리는 루체른의 명물, 카펠교(Kapellbrucke)다. 14세기에 만들어진 카펠교는 지붕이 있는 목조다리로, 다리 위에선 110여 점의 스위스 역사와 건국신화와 관련된 17세기 판화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로이스강변을 따라가다 보면 독특한 교회들도 눈에 띈다. 8세기경 르네상스 양식으로 지어진 호프 교회(Hofkirche)와 13세기 말에 세워진 고딕 양식의 프란시스코 교회(Franziskanerkirche). 특히 프란시스코 교회의 외관은 겉보기에 수수해 보이지만 교회 내부 장식은 상상 이상으로 화려하다. 이곳에서는 중세 루체른의 역사를 담은 프레스코화도 감상할 수 있다.

루체른은 도치 자체로도 가치 있지만, 스위스의 주요 여행지들로 이어지는 전초 기지라는 점에서 특히 중요하다. 여왕의 산이라 불리는 리기산(Mt. Rigi), 용의 전설로 유명한 필라투스산(Mt. Pilatus), 연중 내내 만년설이 서려 있는 티틀리스산(Mt. Titlis)으로 가는 주요 관문이기 때문. 무엇보다 알프스의 관광 1번지, 인터라켄(Interlaken)으로 향하는 출발점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루체른은 충분히 빛난다.
 
 
장크트 갈렌 대성당의 쌍둥이 탑. 후기 바로크 시대의 걸작으로 꼽힌다
대성당의 내부 전경. 아름다운 실내 장식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이라는 찬사를 받는 수도원 부속 도서관
섬유산업이 발달한 장크트 갈렌의 도심에는 카펫을 연상시키는 붉은 바닥과 공중에 매달린 누에고치 조형물이 있다

●St. Gallen 장크트 갈렌
시간을 거스른 번영의 기억

취리히 중앙역에서 열차로 1시간 10분 정도 떨어진 장크트 갈렌(St. Gallen)은 중세시대 문화와 교육의 중심지였다. 이를 가장 잘 보여 주는 것은 198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수도원 도서관(Kloster Sankt Gallen)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이라 평가되는 이 도서관은 약 16만여 권에 달하는 방대한 서적을 소장하고 있어 ‘영혼을 치료하는 약국’이라 불리기도 한다. 8세기부터 내려오는 필사본과 초기 중세시대 아일랜드어 문자 등 희귀한 자료들도 보관하고 있으며, 7세기경 미라가 보존되어 있는 것도 특이하다. 화려하게 장식된 나무 관에 안치된 미라는 과거 이집트 사제의 딸이었다고 전해진다.

장크트 갈렌 거리에서 또 하나 눈여겨볼 점이라면 거리 곳곳에 있는 퇴창이다. 무역과 상업이 크게 발전했던 도시의 영예로움을 여실히 보여 주는 증거다. 건물 외곽에 돌출된 구조물인 퇴창은 과거 장크트 갈렌의 성공한 텍스타일 상인들이 집에 설치했던 것으로 본래 바깥을 내다보기 위한 용도였지만, 부를 과시하는 상징이었기에 상인들은 퇴창을 장식하는 것에 비용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구시가지 내 보행자 전용 지역에만 총 111개의 퇴창들이 있다 하니, 당시 꽤 많은 상인들이 풍요로운 생활을 누렸었나 보다.

근현대에 접어들며 장크트 갈렌은 섬유산업이 발달, 융성했다. 그래서 생겨난 곳이 바로 슈타트라운지(Stadtlounge)다. 일명 ‘도시 라운지’라 불리는 곳으로, 건축가 카를로스 마르티네즈(Carlos Martinez)와 멀티미디어 예술가 파필로티 리스트(Pipilotti Rist)의 아이디어로 탄생했다. 도심 거리에 빨간 카펫을 깔아놓은 듯 연출한 모습이 꼭 조형물과 벤치가 모두 붉은 천을 뒤집어쓴 것 같다. 뭐라도 별명을 붙이고 싶은 참이었는데, 이미 누군가가 딱 맞는 비유를 해 놓았다. 슈타트라운지는 ‘스위스에서 가장 큰 야외 응접실’이라는 별명이 있다.
 

●스위스의 아담한 소도시들
 
 
 
이 작은 마을이 주목받는 이유
Appenzell 아펜첼

장크트 갈렌에서 열차를 타면 5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아펜첼은 인구 1만5,500명 정도가 사는 작은 도시다. 아펜첼은 한동안 그리 주목받지 못했다. 스위스 다른 도시들에 비해 비교적 빼어난 자연환경을 갖추지 못한 탓에 그저 그런 작은 마을로 평가되곤 했다. 그러던 아펜첼이 최근 들어 비로소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는데, 그들만의 독특한 정치 형태 때문이다. 마을 광장에 주민들이 모여 거수로 투표를 진행하는 직접민주주의를 실행하기 때문. 때가 맞는다면, 직접민주주의가 실현되는 생생한 모습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도 있다. 매년 4월 마지막 일요일, 마을 광장인 란츠게마인데 광장(Landsgemeinde Platz)에서는 아펜첼의 모든 주민들이 모여 투표를 한다. 

아펜첼은 30분이면 모두 구경할 수 있을 만큼 작은 마을이지만, 이곳만이 가진 소소한 매력에 한 번 빠지면 좀처럼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게다가 스위스 내에서도 명성이 높은 아펜첼 치즈 향이 솔솔 나는 치즈가게라니, 들어가 보지 않을 수 없다. 아펜첼 치즈는 허브 소금물을 문질러 숙성시켜 풍부한 향과 맛을 내는 점이 특징이다. 단, 일반 치즈보다 특유의 향이 강해 사람마다 호불호가 갈리니 구매하기 전 먼저 맛부터 보는 것이 좋다.
 
 
 
알프스 소녀 하이디의 마음으로
Maienfeld 마이엔펠트

눈부시게 아름다운 스위스의 자연을 배경으로 감수성 풍부한 소녀 하이디의 성장과정을 그린 <알프스 소녀 하이디>. ‘알프스’ 하면 하이디부터 떠오를 만큼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는 애니메이션 작품이다. 만화의 원작은 스위스 작가 요한나 슈피리(Johanna Spyri)의 소설 <하이디>인데, 이 작품의 배경이자 작품이 완성된 곳이 바로 마이엔펠트(Maienfeld)다. 아니나 다를까, 마이엔펠트에는 하이디 빌리지가 조성돼 있다. 

마에엔펠트역에서 하이디 오두막이나 하이디 빌리지까지 가려면 30분 정도는 걸어야 한다. 그러나 빌리지로 가는 시간은 지루하기는커녕 더 오랫동안 걷고 싶을 정도다. 하이디 트레일 위를 걸으며 마주치는 포도밭과 마을길의 장면은 가히 스위스 전원 풍경의 진수라 할 만큼 평온하고 아름답다.

하이디 빌리지에 도착하면 박물관이 하나 보인다. 하이디와 피터, 동물 친구들이 뛰놀던 하이디 하우스와 작가 요한나 슈피리에 대한 정보를 담은 전시 공간이다. 하이디 하우스에 난 작은 창문으로 스위스의 산과 들을 바라보는 동안, 추억과 동심이 뒤섞여 어느새 마음이 한없이 보송보송해진다. 
 
글·사진 Travie writer 오상훈  에디터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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