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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박물관에 지쳤다면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7.01.31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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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파리 여행을 떠올리면 루브르 박물관에서 지루한 표정으로 젤리를 먹던 게 생각난다. 뮤지엄패스(Museum Pass)*를 최대한 써먹겠다며 박물관을 죄다 순회했었다. 그때의 과오를 반성하며 두 번째 파리 여행은 다르게 꾸렸다. 벽에 걸린 작품 대신, 거리에 걸린 풍경 그대로를 느껴 보는 것으로.
 
*뮤지엄패스 | 파리의 주요 박물관들을 무제한으로 돌아볼 수 있는 패스권. 2, 4, 6일권이 있다. 
 
바스티유 시장은 특유의 활기가 넘친다
상인과 손님의 대화 혹은 신경전
이른 오전에 방문한다면 한가하게 둘러볼 수 있다
 
●파리지앵의 ‘세끼’ 따라잡기
 
파리 사람들은 뭘 먹길래 이렇게 낭만이 넘치는 걸까? 애니메이션 <원피스>의 주인공 루피가 고무고무 열매를 먹고 팔이 늘어나는 것처럼 파리 사람들은 낭만낭만 열매를 먹는 걸까? ‘파리지앵(parisien)들이 무얼 먹으면서 지내는지 그들의 식탁 위 사정이 궁금하다면 매주 일요일과 목요일에 열리는 바스티유 시장(Marche Bastille)에 가보자.
 
프랑스혁명이 시작됐던 바스티유 광장에서 ‘파리세끼’가 시작된다. 농수산물뿐 아니라 파리지앵의 생활에 필요한 모든 품목을 구입할 수 있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바스티유(Bastille)역부터 브레게-사방(Breguet-Sabin)역까지 이어지는 시장에는 장바구니를 채우는 분주한 파리지앵들로 가득하다.
 
소시지, 빵, 빠에야 같은 즉석 길거리음식을 맛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날 먹었던 4유로짜리 소시지의 통통함이 아직도 혀끝에 선하다. 과일가게를 기웃거리다 보면 무심하게 건네받는 귤 한 알에서 파리지앵들의 시장인심이 느껴진다. 오전 7시에 개장해 오후 3시면 폐장하니 오전 중에 방문하길 권한다.
 
바스티유 시장(Marche Bastille)
주소: Boulevard Richard Lenoir 75011 Paris, France  
찾아가기: 파리 지하철 1, 5, 8호선 바스티유Bastille역에서 도보 1~2분  
오픈: 매주 일요일 07:00~15:00, 목요일 07:00~14:30 주 2회 개장  
홈페이지: equipement.paris.fr/marche-bastille-5477
 
생투앙 벼룩시장에는 예술가와 공예가들이 만든 소품과 가구들도 있다
꺼진 조명 사이에서 홀로 빛나는 그녀

●때묻은 아름다움
 
골동품을 좋아한다면 생투앙(Saint-Ouen) 벼룩시장은 보물창고나 다름없다. 오래된 책을 비롯해 각종 예술품이 한데 모여 있어 시장의 역할을 넘어 박물관의 역할까지 한다. 생투앙 벼룩시장은 베르메종 시장(Marche Vernaison), 앙티카 시장(Marche Antica) 등 총 15개의 작은 시장들이 모여 하나의 큰 벼룩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각 마켓마다 특색이 있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15개의 마켓을 다 돌아보려면 하루가 부족할 정도. 하루가 멀다 하고 바뀌는 트렌드에 오래된 것은 그저 구식이라 치부해 버렸던 날들을 반성하게 한 곳이다.
 
세월을 머금고 곱게 때 탄 물건들이 새 주인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오래된 물건이라 하여 가격이 만만할 거라 생각하면 큰코다칠 수도 있다. 예산이 부족하다면 1유로짜리 빛바랜 엽서 한 장이 좋은 기념품이 될 것이다.
 
가는 법은 13호선 가리발디(Garibaldi)역이나 4호선 포르트 드 클리낭쿠르(Porte de Clignancourt)역을 통해 갈 수 있다. 4호선을 이용해 진입할 경우 시장 초입에 중동 상인들이 옷과 잡동사니들을 판매하는 상점들이 줄지어 있는데 여기를 벼룩시장이라 착각하기 쉽다. 그들을 지나쳐 10여 분 정도 인내심을 갖고 걷다 보면 앤티크 마켓을 마주할 수 있다.
 
생투앙 벼룩시장(Marche aux Puces de Saint-Ouen)
주소: 99 Rue des Rosiers, 75018 Paris, France  
오픈: 매주 토~월(토요일 09:00~18:00, 일요일 10:00~18:00, 월요일 11:00~17:00)  
홈페이지: marcheauxpuces-saintouen.com
 
tip 
①파리 북부의 생투앙 지역은 그리 안전한 지역은 아니다. 방문 예정이라면 소지품 관리에 유의하자. 또한 시장 초입에 훔친 아이폰을 판매하는 상인들이 호객행위를 하니 주의하자.
②월요일은 쉬는 상인들이 많으므로 주말 방문을 추천한다. 
 
 
공원 앞에서 볼 수 있는 독특한 건물. 마치 잘려 있는 케이크를 닮았다
 <비포 선셋>의 두 주인공처럼 느껴지는 커플 
 
●뉴욕 하이 라인 파크의 원조
 
영화 ‘비포(Before) 시리즈’의 팬이라면 파리 여행에서 프롬나드 플랑테(Promenade Plantee)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비포  선셋(Before Sunset)>의 두 주인공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가 9년 만에 재회하여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장소가 바로 이 프롬나드 플랑테이기 때문.
 
쿨레 베르트 르네 듀몽(Coulee Verte Rene-Dumont)이라고도 불리는 이 공원은 12구에 위치하고 있으며 총 4.5km의 길이를 자랑한다. ‘가로수길(tree-lined walkway)이라는 뜻을 지닌 이 선형 공원은 과거 바스티유역에서 베르뫼유레탕(Verneuil-l'Etang)을 잇던 벵센 철도였다. 1969년에 운행이 종료된 후 일부 구간은 RER A선에 통합됐다. 통합되지 못한 파리-벵센 구간의 철도는 버려졌으나 1993년 필립 마티유(Philippe Mathieux)와 자크 베르젤리(Jacques Vergely)에 의해 세계적인 재생건축 사례 중 하나로 재탄생했다.
 
바스티유 오페라(Bastille Opera)를 왼쪽에 두고 5분 정도 직진하면 예술의 고가다리(Le Viaduc des Arts)라고 적힌 공원 입구를 마주하게 된다. 산책로를 걸으면서 뉴욕의 유명 관광지인 하이 라인 파크(High Line Park)가 생각났다. 알고 보니 하이 라인 파크가 프롬나드 플랑테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고 한다. 공중 산책로의 원조인 셈이다. 산책로를 따라 각종 나무와 꽃들을 볼 수 있어 천천히 걷기에 좋다. 높은 지대에 있는 공원이라 벽 너머로 굽어보는 파리 시내의 모습도 이색적이다. 고가 철도 상부는 공원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아래로는 상점들이 입점해 있어 특색 있는 풍경을 볼 수 있다.

프롬나드 플랑테 (Promenade Plantee)
주소: 69 Rue de Lyon, 75012 Paris, France  
오픈: 월~금 08:00~20:30, 토~일 09:00~20:30 동절기 17:30 폐장
홈페이지: www.promenade-plantee.org
 
tip 
산책로를 걷다 보면 반이 잘린 모양의 독특한 건물을 볼 수 있다.
 
파리 도심에서 볼 수 있는 소소한 화려함
1 집 앞에 세워져 있는 자전거는 최고의 피사체가 되어 준다 2 크레미외 거리 여덟 번째 집. 팔꿈치 부분에 있는 작은 네모 안에 1910년에 파리에 홍수가 났을 당시 수위가 표시되어 있다
 
●크레용으로 칠해 놓은 듯한 144m
 
베네치아에 부라노(Burano)섬이, 런던에 포토벨로 마켓(Portobello Market)이 있다면 파리에는 크레미외 거리(Rue Cremieux)가 있다. 144m 길이의 짧은 보행전용도로는 서른 다섯 채의 알록달록한 집들로 꾸며진 것이 특색이다.
 
이 길은 본래 밀로가(Avenue Millaud)라고 불렸으나 파리 코뮌(Commune de Paris) 당시 노동자 계급을 지지했던 아돌프 크레미외(Adolphe Cremieux)*를 기리기 위해 1897년 이름이 변경됐다. 고풍스러운 파리의 건물들에 조금 지친다면 통통 튀는 크레미외 거리로 가 보자. 분홍색, 녹색, 보라색 등 여러 색이 입혀진 이 길은 SNS 프로필 사진을 찍어두기에 적격이다. 단, 사진촬영을 허락하지 않는 집들도 있으니 주의할 것! 서른 다섯 채의 집 중 여덟 번째 집 앞을 지난다면 찾아볼 것이 하나 있다. 1910년 홍수로 인해 센 강이 범람했을 당시 1.75m의 수위를 표시한 작은 토기판이 거기 있다. 

*아돌프 크레미외(1796~1880) | 프랑스계 유태인 출신 변호사이자 정치가로 프랑스 내 유태인 인권 보호에 앞장섰다.
 
글·사진 Traviest 심서정  에디터 천소현
 
*트래비스트 심서정은 찍고 쓰는 게 좋은 기록형 여행자이자 하나씩 쌓이는 SNS 포스팅에 뿌듯해 하는 여행 블로거다. blog.naver.com/seojeong8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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