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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가 나오는 일본 온천, 기누가와

  • Editor. 손고은
  • 입력 2017.01.31 15: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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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누가와 鬼怒川
도깨비를 보았노라
 
도깨비가 사는 곳은 따로 있었다. 그곳에 터를 잡은 도깨비는 강 위에 놓인 다리나 계단, 담벼락은 물론 기차역 앞에서도 호시탐탐 나타나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기 바빴다. 바로 일본 도치기현, 기누가와에서다.
 
기누가와 파크 호텔의 프라이빗 노천탕이다. 미리 예약해야 이용할 수 있다
도깨비 마을 기누가와에서는 곳곳에서 도깨비가 출몰한다. 마을 주민들은 다리마다 세워진 도깨비 동상이 강이 범람하지 않게 돕는 수호신이라 믿고 있다
 
도깨비의 화火가 뜨겁다 

도깨비 마을 기누가와는 이름부터 으스스하다. ‘기鬼’는 도깨비, ‘누怒’에는 ‘화나다’라는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가와川’는 ‘강’을 뜻하니 ‘기누가와’는 ‘도깨비가 화를 내는 강’ 정도로 해석하면 될까? 도깨비 마음에 불을 지른 문제의 기누가와강은 마을을 굽어 흐르고 있다.
 
이토록 무시무시한 이름을 얻게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유래가 있는데, 가장 유력한 설은 이렇다. 하나는 기누가와강이 범람할 때마다 도깨비가 화가 났기 때문이라는 전설이고, 또 다른 하나는 일본어로 비단을 의미하는 ‘기누(絹·きぬ)’의 한자가 바뀐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어쨌든 마을 주민들은 전자 쪽을 더 믿는 듯하다. 기누가와강 위로 여섯 개의 다리가 놓여 있는데 마을 주민들은 다리마다 떡 하니 서 있는 도깨비 상이 강이 범람하지 않도록 지키는 수호신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기누가와 온센역 앞 광장에도 도깨비상이 방문객들을 맞이하고, 닛코시에서는 약 1,000만원을 들여 계단 위에 거대한 도깨비 그림을 그려 마을의 마스코트를 만들어 내는 등 도깨비와 관련된 스토리텔링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사람들이 도깨비 마을을 만들었다면 자연은 처음부터 이곳을 온천지로 택했다. 기누가와에는 온천이 퐁퐁 샘솟는 근원지가 다섯 곳 정도 있는데 이를 중심으로 80여 개의 료칸과 온천 호텔이 강을 따라 가가호호 모여 있다. 막대한 자본으로 만들어진 호텔부터 집안 대대로 내려오고 있는 크고 작은 료칸까지, 운영하는 형태도 규모도 다양하다. 한 집 건너 한 집이 료칸인 기누가와에서 딱 한 곳을 정하기란 여간 쉽지 않았지만 그중 결국 하룻밤을 맡긴 곳은 기누가와 파크 호텔이다. 이곳은 온천수가 샘솟는 다섯 개의 근원지 중 한 곳에 위치한다. 뜨끈한 온천수가 처음 뿜어져 나오는 곳이니 가장 맑고 깨끗한 것은 당연할 테고, 음양의 기운이 잘 섞이도록 4시간마다 주기적으로 남녀 탕을 바꾸는 전통을 고수하는 점도 이색적이다. 

저녁 가이세키 요리가 준비되는 동안 유카타를 곱게 차려입고 온천장에 들어섰다. 300년 전 기누가와에서 온천이 발견되었을 당시에는 닛코를 참배하러 온 승려와 영주들에게만 입욕이 허락됐지만 19세기 후반에는 일반인들에게도 개방하면서 지금까지도 매년 200만명이 방문하는 도치기현 3대 온천지로 꼽힐 정도로 유명세를 탔다. 알칼리성 온천수로 피부에 자극이 적어 피부미용은 물론 신경통이나 피로회복에도 효능이 대단하단다.
 
그런데 이토록 좋은 물을 계속 흘려보낸다. 바로 ‘카케나가시(かけながし)’ 방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카케나가시는 탕에 계속 물을 공급해 물을 자연스럽게 흘려보내는 방식이다. 그래서 윗물이 가장 맑다. 가장 맑은 물에서 몸을 데웠다 얼렸다 반복하기를 수차례, 제철 재료로 정성껏 준비된 가이세키 요리를 한 점씩 맛보니 기누가와에서 만난 사람들의 낯빛이 다른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뭇별이 촘촘하게 하늘에 내려앉은 그날 밤, 꿈에서는 도깨비를 만났다. 
 
기누가와에는 온천수 원천지가 다섯 곳이다. 그중 한 곳이 기누가와 파크 호텔에 있다
저녁 가이세키 정찬에서 맛볼 수 있는 쇠고기. 부위별로 총 세 점을 선보인다
저녁 식사 후 객실로 돌아오면 포근한 잠자리가 마련돼 있다
레스토랑마다 메인으로 선보이는 요리가 각기 다르다. 어느 레스토랑에 가도 최고의 요리를 맛볼 수 있다

●기누가와 온천 여행+
 
온천만으로는 조금 아쉽다면 액티비티를 더하자. 
기누가와 온센역을 기점으로 10~20분 거리에 위치한 곳들을 소개한다.
 
 
 
에도시대로 타임슬립 
에도 원더랜드 닛코 에도무라(Edo Wonderland Nikko Edomura)

도깨비가 되기 전의 공유를 만나고 싶다면 시간을 939년 전으로 돌려야 하지만, 에도시대1603~1867년로 돌아가는 일쯤은 어렵지 않다. 기모노를 곱게 입고 머리를 올린 여인네가 거리를 환하게 비추고, 차가운 표정으로 묘한 긴장감을 더하는 닌자를 만날 수 있는 곳. 기누가와 온센역에서 차량으로 10분 거리에는 에도시대의 문화와 생활을 그대로 재현한 테마파크 ‘에도 원더랜드 닛코 에도무라’가 있다. 

이곳에 세워진 건물은 골격부터 구조까지 에도시대 목조 건축물을 충실하게 재현하고 있다. 건물뿐인가. 그 시절 유행하던 소품부터 사용한 도구, 먹거리는 물론 이곳에서 키우는 반려동물에게 입히는 옷까지도 에도시대의 모습을 담아냈다. 그래서 가볍게 걷는 것만으로도 타임슬립을 경험할 수 있다. 에도시대 문화의 꽃은 연극이었다.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 주는 게이샤부터 닌자까지 다양한 소재로 만든 연극을 취향대로 관람할 수 있다. 극중 대사가 거의 없으니 일본어를 잘 몰라도 괜찮다. 에도시대에 좀 더 취하고 싶다면 에돗코(에도·도쿄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가 되어 보는 것도 좋겠다. 공주부터 닌자, 사무라이, 영주 등 다양한 신분의 에돗코 의상이 마련돼 있다. 기모노를 입고 머리 위에 화려한 장식으로 한껏 치장하고 거리를 나서면 걷는 자세부터 발걸음,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진 것을 느낄 테다. 

주소:  470-2 Karakura, Nikko, Tochigi Pref. 321-2524  
전화: 81 288 77 1777  
홈페이지: www.edowonderland.net
요금:  종일 성인 4,700엔, 아동 2,400엔 / 반일 성인 4,100엔, 아동 2,100엔  
오픈: 3월20일~11월30일 09:00~17:00, 12월1일~3월19일 09:30~16:00
 
 
탐스런 딸기를 양손에 쥐고 
닛코 딸기 공원(Nikko Strawberry Park)

농장에서 딸기 뷔페가 열린다. 주어진 시간은 30분. 갓 따낸 싱싱한 딸기를 달콤한 연유에 콕 찍어 마음껏 맛볼 수 있다. 방법은 쉽다. 손 위에 윤기가 반지르르하면서도 빨갛게 혈색이 오른 딸기 하나를 올린다. 천천히 움켜쥐다가 엄지와 검지를 딸기 꼭지와 맞닿게 한 후 손목의 스냅을 이용해 재빠르게 ‘톡’ 따내면 그만이다. 화학 비료 사용을 자제하고 유기 비료를 이용해 친환경 재배 방식을 택했기 때문에 딸기는 물에 씻을 필요 없이 그대로 입 안에 쏙 넣어 먹어도 좋다. 단맛과 신맛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는 비결은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은 추운데 일조량이 높아서라고. 

닛코 딸기 공원 농장에서 재배하는 딸기 종은 4가지다. 베니호페, 도치 오토메, 스카이 베리, 야요이 히메까지 모두 일본 본토에서 재배하는 토종 딸기 종이다. 베니호페는 시즈오카현 종으로 단맛이 강하고 알이 보다 굵은 것이 특징이다. 반면 도치기현 종인 도치 오토메는 산미가 있어 달달한 케이크와 잘 어울리고 알은 보다 자잘한 편이다. 땅에서 재배하는 하우스도 있지만 높낮이 조절이 가능한 시설을 설치해 어른과 아이 모두 허리를 굽히지 않아도 쉽게 딸기 따기 체험을 할 수 있다. 휠체어도 들어설 수 있게 고랑 사이 간격을 넓고 편편한 땅으로 다지는 등 숨은 배려도 돋보인다. 

주소: 3581 Serinuma, Nikko-shi, Tochigi-ken 321-2405  
전화: 81 288 22 0615
홈페이지: www.nikkoichigo.com
요금: 12월~3월31일 기준, 성인 1,700엔, 아동 1,200엔 
 
 
1시간으로 세계 일주 
토부 월드 스퀘어(Tobu World Square)

토부 월드 스퀘어는 전 세계 각 도시의 유명 건축물 102점을 25분의 1 사이즈로 재현한 소인국 테마파크다. 실제 여행 중에 만났던 각 도시의 랜드마크가 작아진 모습으로 한곳에 모이니 마치 동화 나라에 들어온 느낌. 토부 월드 스퀘어는 일본을 비롯해 미국, 이집트, 유럽, 아시아 등 국가별, 대륙별로 전시하는 구역이 나뉘어 있다. 정교하게 재현한 건축물을 하나하나 감상하는 것도 즐겁지만 특히 겨울에는 화려한 일루미네이션 장식으로 낭만을 더한다. 

주소: 209-1 Kinugawaonsen Ohara, Nikko-shi, Tochigi-ken 321-2522  
전화: 81 288 77 1055  
홈페이지: www.tobuws.co.jp  
요금: 성인 2,800엔, 아동 1,400엔
오픈: 3월20일~11월30일 09:00~17:00, 12월1일~3월19일 09:30~16:00 

*일루미네이션 | 매년 11월 초부터 3월 초까지  
오픈: 16:30~19:30  
요금: 성인 1,500엔, 아동 1,000엔 
 
글 손고은 기자  사진 Travie photographer 유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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