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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롱베이, 굽이치는 용의 허리를 보았다.

  • Editor. 차민경
  • 입력 2017.02.01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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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long Bay
하롱베이
 
너울같이 밀려왔다

하롱베이, 무던히도 많이 들었던 이름이었다. 침식 작용으로 만들어진 석회암 봉우리들이 바다에 무수히 솟아 절경을 이룬다는 곳. 그 풍경이 용이 내려온 것 같다 하여 하롱(하룡, 下龍)이란 이름이 붙었다는 이야기도, 중국의 구이린이 바다에 옮겨진 곳이라는 등등의 수식어도 마찬가지였다. 가끔 그런 곳이 있다. 가보지 않았으나 마치 이미 무수히 다녀왔던 듯 지루한 여행지 말이다. 
 
석회암 봉우리가 굽이치듯 펼쳐져 있는 하롱베이의 풍경
하롱베이는 크루즈를 타야만 진면목을 볼 수 있다
 

사실 하롱베이는 중국의 구이린과 함께 패키지여행 베스트셀러다. 손에 꼽히는 풍경구 중 하나란 것이다. 1~2년 사이 하노이에 저비용 항공사가 우후죽순 취항하면서 젊은 한국 사람들이 유입되고 있지만 그 이전엔 ‘중장년층이 가는 여행지’란 인식이 박혀 있었다. 지루할 거란 선입견에는 이런 이유도 있었을 것이다. 하노이에서 버스로 무려 5시간이 걸린다는 사실까지 더해지니 백기라도 들고 싶은 심정이었다. 

만고불변의 진리라는 게 있다. 하롱베이에서 깨달은 것은 아름다운 풍경 앞에서는 남녀노소 모두가 같은 감정을 느낀다는 것이다. 어르신의 여행지라 하여 지루하고 구태의연할 거란 생각은 섣불렀다. 바다 위를 떠다니며 2,000여개의 봉우리들이 너울처럼 밀려왔다 쓸려가는 것을 보았다. 누구에게 이것이 환상적이지 않을 수 있을까. 

우선 크루즈에 타야 한다. 2016년 중순 새로 오픈했다는 뚜안 쩌우 선착장(Tuan Chau Wharf)은 하롱베이를 감상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 크루즈라는 것을 증명한다. 구 선착장인 차이만 선착장(Bay Chay Tourist Wharf)이 과부하된 덕분에 새로 생겼다. 최대 2,000여 개 크루즈가 통행할 수 있는 규모로, 남아시아 지역에서는 가장 큰 크기로 지어졌다니 만만치 않은 숫자의 관광객이 찾는 것이 분명하다. 게다가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 베트남이 지정한 국립공원이란 수식어는 여행자의 흥미를 더욱 끌어올릴 것이다. 
 
코끼리, 사자 등 동물들의 형상을 찾을 수 있다는 띠엔궁 동굴
하롱베이 바다에서 갓 잡은 해산물을 크루즈 안에서 맛볼 수 있다
 
아무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하롱베이에서는 어디에 시선을 두어도 편안하다

보는 것이 다가 아니라네

마치 시간 밖으로 우리를 데려가는 듯, 크루즈 안에 오르면 시간의 흐름을 가늠할 수 없어진다. 비슷한 풍경이 계속 반복되기 때문이리라. 앞을 막아서는 봉우리를 계속 헤치고 나아간다. 누군가 공들여 꾸며 놓은 정원에 몰래 숨어든 기분이다.

가만히 밖을 내다보는 중에도 이벤트는 일어난다. 직접 잡은 해산물을 크루즈 탑승객에게 팔러 오는 노점상은 단박에 지루함을 날려 준다. 바구니 안에서 펄쩍펄쩍 뛰는 새우와 게를 사면 크루즈 안에서 간단히 찌거나 데쳐서 먹을 수 있다. 맛이야 두말이 필요없다. 통통하게 오른 살은 씹는 대로 꿀떡꿀떡 넘어간다. 

봉우리는 각자의 사연을 품고 있다. 하롱베이에서 가장 큰 동굴인 띠엔궁 동굴(Dong Thien Cung)은 젊은 처녀와 용의 왕자가 7일 동안 결혼식을 올린 곳이다. 코끼리, 뱀, 사자, 돼지 등 동물들이 결혼을 축하하러 왔다는데, 동굴 곳곳에서 이들의 형상을 찾을 수 있다. 투박한 스토리텔링은 조금 촌스럽기도 하지만 반대로 계산적이지 않기 때문에 사랑스럽다.

하롱베이의 풍경은 계속 달라지고 있다. 지난해 6월, 퀸 케이블카(Queen Cable Car)가 오픈했다. 2층으로 구성된 캐빈은 하나당 230명을 태울 수 있게 설계됐고 길이는 총 188m인데, 두 가지 모두 기네스북에 오른 기록이다. 1~2년 뒤에는 케이블카가 설치된 일대에 선월드 하롱파크(Sun World Ha Long Park)가 완전 개장할 예정이다.   
 

ACTIVITY
안 탈 수 없을 걸? 
하롱베이 크루즈

크루즈 빼고는 설명할 수 없는 하롱베이다. 그만큼 다양한 크기, 일정의 크루즈가 운영되고 있다. 숙박 없이 하루 동안 이용하는 데이크루즈는 1인 기준 40만동(한화 약 2만원) 정도며, 식사 비용인 20~40만동은 별도다.
 
글 차민경 기자  사진 Travie photographer 노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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