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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동의 섹시한 호텔] 뭐라고? 호텔에 취직을 하겠다고?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7.02.21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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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답을 해주기 어려운 사항이 있다. 호텔 취업을 원하는 자식들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호텔을 알아봐 달라는 요청이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어느 호텔이 좋은 호텔인지도 모르겠고 호텔을 직장으로 추천하는 일이 정말 잘하는 일인 건지 생각이 깊어진다.

고객을 만족시키는 호텔과 직원들을 만족시키는 호텔은 반드시 일치 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일하기 좋은 호텔을 트립어드바이저를 통해 골라내기는 불가능하고 그렇다고 고객으로부터 형편없는 평판의 호텔이 일하기 좋은 호텔일 리가 만무하다. 호텔리어로서의 성장을 경험하고 싶다면 가장 안전한 곳은 어쩔 수 없이 인터내셔널 브랜드 호텔이다. 그 중 특급 호텔 브랜드들은 철저한 호텔 운영 원칙에 의해 움직이므로 글로벌 호텔 브랜드의 동향이나 호텔리어로서의 전반적인 감각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입사의 장벽도 높고 때를 놓치고 눌러 앉아있으면 어느새 호텔산업 전체를 보는 눈 보다는 그 브랜드의 특정 분야에만 충실한 좁은 시각을 소유하게 될 단점도 있다. 그렇다면 앞날을 내다보고 국내 독립 브랜드 호텔에 눈을 돌려야 하는데 국내 독립 브랜드 호텔에서 도대체 어느 호텔이 훌륭한 직장인지 찾아내기가 명쾌하지 않다. 그 만큼 국내 독립 브랜드 호텔의 기반이 아직은 취약하다는 방증일 수도 있겠다.

좋은 직장으로서 호텔을 추천하라는 요청에 궁색하게 내미는 답변은 그저 나쁜 호텔을 솎아내는 몇 가지 기본적인 방법이다. 그 중 첫 번째가 어떻게든 ‘BOH(Back of the House)의 구조’를 들여다 보라는 것이다. 기획 단계부터 정상적인 호텔은 겉과 속이 천상 호텔의 구조를 갖추고 태어난다. 그 중에 호텔직원들의 업무 준비공간인 BOH가 세심히 배려 되어 있느냐 하는 점은 호텔의 소유나 운영주가 서비스에 대한 기본 개념을 갖고 있느냐 하는 포인트가 된다. 인터내셔널 브랜드 호텔이 신규호텔을 지을 때도 그리고 교과서적으로도 이 BOH의 공간할애는 매우 중요한 기본이다. 호텔의 규모와 위치에 따라 상당한 차가 있을 수 있지만 100~300객실의 도심형 비즈니스 호텔의 경우 사무공간을 포함해 전체 호텔 면적의 11%를 BOH에 할애 하는 것이 교과서적인 배치로 되어 있다. 이 안에는 직원들의 락커룸, 샤워룸, 도미토리, 카페테리아, 유니폼 관리실, 직원 휴게실 등 직원들이 우수한 서비스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공간이 배치되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은 호텔은 뭔가 근본이 의심스럽다. 고가의 토지비용이 들어가는 대도시 중심부의 경우, 설혹 BOH의 비율을 줄인다 하더라도 BOH의 기능을 버릴 수는 없다. 이 경우 공간활용의 아이디어를 통해 대안을 만들어 내는 것은 사실 호텔 건축가의 몫이기도 하다. 그게 호텔이고 업무의 기본이다. BOH 공간 개념이 없어 끼니때가 되면 식권을 손에 들고 주변 식당을 헤매는 직원들과 유니폼 지급이 원활치 않아 본인이 적당히 더러워지면 빨아 입느라 짜증스러워하는 직원들이 그다지 대수롭지 않은 경영자가 만든 호텔에 호텔리어를 꿈꾸는 청년들을 안내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두 번째는 이직률이 높은 호텔을 피하는 일이다. 호텔이 싫어 떠나는 비율이 높다는 것은 그 만큼의 이유가 있다. 급여가 적고, 일이 많고 그런 고통을 참아내지 못하는 요즘 젊은이들의 인내력 부재를 탓하는 주장과 현상도 깡그리 부정할 일은 아니지만 이직이나 퇴사를 고민하는 호텔직원들로부터 직접 들은 주된 이유는 직업과 직장에 대한 비전이었다. 호텔의 규모나 브랜드의 유무명 여부를 떠나 호텔의 유니폼을 입고 행하는 지금의 업무들이 직장으로 근무하는 호텔의 브랜드 성장과 자기 자신의 성장을 동반하는지에 대한 회의가 일어나는 순간 이직을 고려하게 된다고 많은 이들이 토로한다. 이름없는 작은 호텔이어도 좋은 브랜드로 성장시키겠다는 오너의 큰 꿈이 자리한 호텔이 있고 수천억 비용의 큰 호텔이어도 숙박업이라는 장사에만 집중하는 호텔이 있다. 좋은 호텔을 꿈꾸면 같이 일하는 사람들의 성장이 절대적이어서 직원들의 근무환경과 교육 등에 성장 프로그램이 자리하게 되고 인사관리의 세심함이 곁들여져 이직률은 현저히 줄어들게 된다.

최근 새롭게 개관하는 몇몇 호텔들과 기존 호텔 중에 나름의 서비스 철학을 직원들에게 접목시키는 국내 독립 호텔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직원들이 업무 관련 질문에 답을 할 때마다 칭찬과 과 함께 주머니 속 문화상품권을 나눠 주는 호텔 오너가 눈에 띄고 직원들의 식사장소와 휴게장소를 고객들의 공간만큼이나 신경 쓰며 공사 현장을 누비는 오픈 전 어느 국내 브랜드 호텔의 총지배인이 기대를 갖게 한다. 이제는 우리의 호텔들이 호텔리어를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더 이상 실망의 장이 아닌 성장의 장이었으면 한다. 그래야 호텔리어가 되겠다는 젊은 친구들 앞에서 우물쭈물 하는 내 모습도 조금 편해질 수 있을 듯하다. 호텔이 크려면 호텔 안의 사람이 성장해야 한다. 고객들은 그 분위기를 기가 막히게 느끼기 때문에 호텔 안 구성원의 성장은 더욱 절실하다. 
 
유경동
유가기획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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